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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는 어른이 되었다 ㅣ 올 에이지 클래식
곤살로 모우레 지음, 김정하 옮김 / 보물창고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이승우의 당신은 이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에는 느리게 읽기에 대해 나온다.
공책에 연필로 꾹꾹 눌러 베껴 써 가며 느리게 읽는 재미. 그러면서 문장을 알아가고 작품을 음미하는 독서.
이책이 바로 느리게 읽고 싶은 책이다. 아름다운 문장과 장면장면을 상상하다 보면 저절로 느리게 읽어진다.
스페인 작가 곤살로 모우레의 작품 그리고 나는 어른이 되었다는 초원에 갈색 말 한 마리가 보이는 표지로 시작된다. 주인공은 삼촌댁에서 한 여름동안 말 돌보기를 한 꼬마 다리오.
다리오는 화가인 삼촌과 말이 없는 숙모와 함께 말 돌보는 일에 익숙해져 간다.
다리오의 말 돌보기는 어떤 기술을 익히는 느낌이 아니라 자연을 몸에 채워나가는 느낌이다.
어릴적 시골 이모네 마을에 들어섰을 때 바람에 벼들이 너울너울 춤추는 것을 보고 한참 걸음을 멈추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모퉁이를 돌면 어느 시골집 울타리에 누런 황소가 느리게 고개를 돌리며 흰자위를 보여주던 것도 떠올랐다. 꼬리를 휘휘 내둘러 파리를 쫓던 부산스럽지 않은 모습.
비가 그쳐갈 즈음 처마에 빗방울이 또독 똑 실로폰을 두드리듯 떨어져 내리는 듯 자연스럽게 책장이 넘어간다.
미소를 짓고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줄 아는 말. 클래식 음악을 듣는 말과 개, 그리고 사람.
작가 자신의 체험담이 녹아있어서 인지 자연의 모습이 섬세하고 자연스럽게 녹아있다. 그 맛이 수채화같고 수묵화같고 잔잔한 프랑스 영화 같고 한편의 시같아서 읽다가도 걸음을 멈추듯 창밖을 바라보았다.
사랑하고 받아들이는데 얼마나 많은 말이 필요할까?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만으로도 공감대는 충분하지 않을까? 진정 마음이 통한다면 말없이 대화할 수 있지 않을까?
그게 사람이든 동물이든 그 누구든 간에.
다음해 여름에도 그 다음해 여름에도 다리오는 말을 돌볼 것이고 파올라는 한층 더 자라있겠지만 마음속에서는 그 상태 그대로 자연이 다 채워버려서 이미 다 커버린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