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동네는 지금 ‘미로찾기 열풍’ [06/05/08]
‘팩션’이라는 용어가 어느새 우리 삶에 깊숙이 침투했다. ‘팩션’은 팩트(fact)와 픽션(fiction)을 합성한 신조어로, 역사적 사실이나 실존인물에 작가의 상상력을 덧붙여 새로운 이야기를 재창조하는 것을 가리킨다. 역사나 실화가 지나 생생함에 소설의 극적 구성과 반전이 합쳐져 소설보다 더한 박진감과 흥미로움을 더해주는 것이 장점이다. 기독교와 르네상스 역사과 미술, 여기에 음모론을 결합한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의 히트로 인해 널리 알려진 ‘팩션’은 영화 ‘다빈치 코드’의 개봉으로 다시 전성기를 이루고 있다.

‘디셉션 포인트’(댄 브라운 지음·대교베텔스만·전2권)는 ‘다빈치 코드’의 작가로 팩션의 대표주자인 댄 브라운의 최신작이다.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NASA가 발견한 거대한 운석과 이를 검증하려는 과학자 집단이 정치적 음모에 얽힌다. 국가정찰국(NRO) 요원, NASA 직원들, 미 대통령과 수석보좌관, 강력한 대통령 후보인 상원의원 등 실제와 가상 인물들이 뒤섞인다. 책속에 소개되는 NASA의 과학 기기와 델타포스 요원들의 무기들은 모두 실재하는 것이어서 현실감을 더해준다.

‘신의 유전자’(마이클 코디 지음·노블마인·전2권)는 ‘다빈치 코드’식의 기독교 음모론과 유전공학을 조합시킨 팩션이다. 인간의 피속에 들어있는 신의 유전자를 찾아내 인공적으로 예수의 재림을 실현시키려는 음모 ‘가나 프로젝트’를 그렸다. 종교, 컴퓨터, 유전학을 한데 모은 이야기가 흥미롭다. 반면 ‘렘브란트 블루’(외르크 카스트너 지음·한스미디어·전2권)는 렘브란트의 초상화를 둘러싸고 암스테르담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사건을 그렸다. 렘브란트 말년의 실제 행적을 기초로 삼아, 심오한 작품세계 이면에 가려졌던 비밀을 당시 시대적 분위기에 담았다.

국산 팩션기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팔란티어-게임중독 살인사건’(김민영 지음·황금가지·전3권)은 온라인게임과 정치, 음모이론을 결합시킨 독특한 소설이다. 2011년, 백주 대낮에 국회의원이 괴한에게 살해당한후 첨단 온라인 게임 ‘팔란티어’ 속에서 범인을 쫓는 경찰의 이야기를 그렸다. 온라인 게임 중독 용의자의 살인 사건을 파헤치며 가상과 현실의 이중 세계를 그린 이 작품은 99년 출간된 ‘옥스타칼니스의 아이들’의 개정판이다. 온라인 게임이 보편화되지 않은 7년 전부터 오늘날 벌어질 게임중독과 그에 따란 사회현상을 예견한 통찰력이 흥미롭다.


(스포츠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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