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형도 시집에는 그리고 신경숙 소설에도 언급되었던 빈집이란 시가 있다.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미실을 읽는 내내 나는 그 시가 떠올랐고 속수무책 일수밖에 없는 그 시와 달리 가장 앞서고 가장 아름다워 모든 것을 누린 한 여인의 승리에 동참할 수 있었다. 아름답기만 해서는 아무것도 할수없다.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미실은 기다렸다. 그리고 사랑을 알았다. 그것도 참 사랑을. 사랑앞에서 정직하지 않은이는 사랑을 잃었거나 사랑을 모르는 이이리라. 온통 가슴앓는 흔적이 퀴퀴한데 미실은 거창하게 아름다워 샘이 난다. 그것이 작가의 힘이겠지. 그러나 그렇게 취부하기에는 너무나 옛여인이기에 작가의 힘에 앞서 옛여인 미실의 아름다움과 절제 기다림이 천년도 넘는 시간을 지배하여 이제 우리 앞에 나타난 게 아닌가도 싶다.
미실의 능동적인 그리고 멈추지 않는 삶의 아름다움을 동경하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