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세상에 냉소적이고 비관적이고 싶을 때가 있다.

뭐 늘 그렇다 하면 할말 없지만 쩝.

그땐 이어폰 볼륨을 높이고 음악 속에 빠져든다

나를 스쳐가는 사람은 나와 다른 곳에 있고

나는 마치 대형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고 지나친다.

그런데 오늘은 그 양화관 속 한 사람이 말을 건듯한 느낌이 드는 사건이 있었다

아침일찍 병원을 다녀오느라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사람이 많아서 앉지 못했고

나는 귀에는 이어폰을 끼고 볼륨을 크게 높였다.

장혜진의 사랑아 마주치지 말자,

정재욱의 가만히 눈을 감고

그리고 한태주의 오카리노 연주를 들으면서

나는 작은 수첩에 뭔가를 열심히 적고 있었다.

주변에 나를 보는 사람도 있었고

그냥 옆을 치고 지나는 사람도 있었지만 음악 속에 빠져 나는 한 공간에서 다른 공간을 가진 듯 서 있었다.

내가 기침을 했었나

갑자기 누가 누가 내게 뭔가를 건넨 느낌을 받았다

얼른 이어폰을 빼고 앞을 보니 앞에 앉으신 할머니였다

할머니가 내민 것은 초록매실 사탕이었다

"이거 먹으면 기침이 가라앉아요."

"아 네. 감사합니다."

사실 나는 사탕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지만 주신 성의 를 바서 바로까서 입에 넣었다

그러고는 다시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음악 속으로 기어 들어갔다

그리고 다시 수첩에 끄적끄적.

그러나 내 마음은 조금 씩 훈훈해져 있었다.

그렇게 한 십분 쯤 있을까

다시 나는 기척이 느껴져 수첩에서 눈을 떼고 앞을 보니

할머니가

사탕 몇개를 쥐어주시는 거다.

"어머 감사합니다. 그런데 할머니 드세요."

"나는 많아. 빨리 감기 낳아요."

엉겁결에 내 주머니 속엔 어릴 적에도 안 넣고 다니던 사탕이 들어가 있게 되었다.

난 이제 완전히 음악 속으로 집중할 수 없게 되었다.

소통을  하려는 할머니

소통을 피하려던 나

그리고 사탕이라는 소통

그 속에서 나는 조금씩 허물어지는 듯했다.

할머니가 앉아 계셔서 나는 다음 정거장에서 내리는 데 바로 몸을 돌리지 못했다

인사를 하고  내려야 할듯해서 였다.

그런데 할머니 옆에 앉았던 남학생이 할머니께 인사를 하고 내렸다

그 남학생도 할머니께 뭔가를 받은 듯했다

남학생이 일어서자 할머니는 나를 잡아끌었다

앉으라는 것이었다

"저도 내려요. 감사합니다"

내 말에 할머니 얼굴에는 약간 서운한 빛이 돌았다.

나나 내리지 말고 할머니 옆에 안자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별일이었다

할머니가 나누준 사탕은 사탕이 아니라 사랑의 씨앗같다.

나도 누군가에게 자잘한 사랑을 나누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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