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水巖 > 복효근 - 꿈꾸는 목련나무


                               꿈꾸는 목련나무

                                                             - 복   효   근 -


               아이가 자전거를 타고 놀다가 저녁이 되자
          자전거를 아파트 앞 목련나무에 긴 줄 자물쇠로 매어놓는다
          사람들이 잠을 자는 동안
          나무는 아이 대신 자전거를 타고 논다
          나무만이 아는 자전거 타는 법이 있어
          아무도 모른다 물론 나무만 아니까
          사실 나무가 자전거를 타는 것을 보아도 
          보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긴 하다
          나무가 사람에게 자전거 타는 것 보았다고 말한 적 있던가
          춤추듯 출렁이는 목련가지의 율동을 온 몸에 받으며
          목련나무를 태운 자전거는 즐거웠을 것이다
          새 잎이 또 나고 꽃몽오리까지 맺힌 것을 보면 밤새
          사랑까지를 다 익히고 돌아왔을 터인데
          어디까지 다녀왔는지를 묻는 것도 예의가 아니다
          누가 자전거를 훔쳐갈까봐
          자전거를 나무에 매어놓은 거라고 말하진 말자 그것은
          목련나무를 누가 뽑아갈까봐 자전거에
          목련을 매어놓았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아이가 목련나무와 말뚝을 구분하지 못한다고 할텐가
          고단한지 서로 기대고 아침 늦게까지 자는 놈들에게
          깨워서 묻는 일이란 없어야겠다
          그러면 목련나무가 깨어 말할지도 모른다
          우리에게도 꿈이 필요해요
          그러나 목련은 아무 말 하지 않을 것이다
          그 즉시 자전거를 탈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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