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작 발표> 마해송문학상 심사위원회는 제2회 수상작을 아래와 같이 결정했습니다. 수상자에게 창작 지원금 일천만 원과 상패가 전달되는 이 상의 시상식은 5월 25일(목요일)에 열릴 예정입니다.
<수상작> 김양미, 『찐찐군과 두빵두』
<심사위원> 예심: 원유순, 손향숙, 김지은 본심: 이동렬, 김용희, 최윤정
<심사 경위> 우리 창작 동화의 첫 길을 연 마해송 선생(1905~1966)의 업적을 기리고 국내 아동 문학의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2004년 제정된 ‘마해송문학상’ 제2회 공모를 2005년 11월 30일 마감하였습니다. 마해송문학상 운영위원회는 예심 위원 3인과 본심 위원 3인을 위촉하였습니다. 예심 위원 3인은 심사 요강에 따라 응모된 작품들을 검토하고, 12월 8일 오후 4시에 열린 예심 결심 회의를 통해 9편의 장편동화들을 예심 통과작으로 결정하였습니다. 예심 결과는 12월 13일 오후 3시에 열린 본심 1차 회의에서 본심 위원 3인에게 보고되었습니다. 본심 위원 3인은 개별 심사 기간을 거쳐, 12월 20일 오후 4시에 본심 결심 회의를 가졌습니다. 회의 결과 김양미의 『찐찐군과 두빵두』를 수상작으로 결정하는 데 합의하였습니다. 마해송문학상 운영위원회는 김양미의 『찐찐군과 두빵두』가 개성적이면서도 밀도 높은 문체, 주인공 찐찐군 아버지의 글을 통한 사유의 확대와 주제의 수렴, 아이들의 내면 심리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솜씨가 뛰어나고 잘 짜여진 서사적 구조가 돋보인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하였습니다. 이에 본 위원회는 이 작품을 올해의 수상작으로 결정하였습니다.
<본심 심사평>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오른 작품은 모두 9편이었으나, 작품 간에 기복이 심하고 작품 수준도 비교적 낮았다. 대체로 사건 전개상 개연성이 미흡하고, 과장된 상황 묘사나 산만한 구성, 단조로운 내용에 도식적인 짜임, 문장력과 주제를 수렴하는 유기적 통일성의 결여 등 서툰 작품들이 의외로 많았다. 특히 동화가 판타지 문학이라 하여 인터넷 소설 수준의 황당한 만화적 발상의 작품도 있었다. 내심 동화의 본질에 가까운 작품을 기대해보았지만, 동화를 그저 어린이가 읽는 글이라는 안이한 자세로 응모한 듯한 작품이 많아 퍽 안타까웠다. 전체적으로 기대에는 미치지는 못하였으나, 그런 대로 표현력과 구성력, 작품의 완성도와 감동, 주제 의식 등을 고려하여 나윤빈의 「장닭이 된 아이」, 신양란의 「흙 인형을 묻다」, 김양미의 「찐찐군과 두빵두」를 최종심에 올려놓고 고심하기에 이르렀다. 먼저 「장닭이 된 아이」는 불의의 교통사고로 파탄에 이른 한 가정의 비극과 그 극복을 그린 작품이다. 갈수록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아동 학대에 대한 강렬한 주제 의식을 담은 이 작품은 치밀한 구성력이 돋보였다. 그것은 가정 폭력에 시달리던 아이의 증오심을 극대화하고, 그 아이의 상처를 지혜롭게 치유하는 과정을 보다 극적이고 감동적으로 그리고자 한 결과이다. 하지만 등장인물의 행동이 거칠고 문장력이 정제되지 못한 흠을 지니고 있고, 또한 반전의 효과를 위한 작가의 의도가 너무 도식적으로 그려지고 작위성이 노출되면서 그만큼 진실성이 떨어졌다. 「흙 인형을 묻다」는 순장(旬葬)의 악습과 그 폐습의 타파를 다룬 동화로 재미있고 안정된 이야기 구조를 지닌 작품이다. 흥미로운 내용에 술술 읽히는 이야기 전개 과정 등 전체적으로 무리가 없었다. 다만 서술적 묘미나 극적 구성 면에서 이렇다 할 특징이 없고, 전개 부분에서 다음 장으로 넘어갈 때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불필요한 앞 이야기의 요약 제시나 쫓겨 도망 다니는 인물들의 예사로운 처리로 인한 긴장감의 이완, 소제목을 보고 나서 어느 정도 읽고 나면 결말을 예측할 수 있는 평범하고 안이한 이야기 전개 등이 무척 아쉬웠다. 너무 순조로운 이야기 구조가 그만큼 작자의 상상적 한계를 드러낸 것으로 보였다. 「찐찐군과 두빵두」는 몇 해씩 집을 떠나 있는 여행 작가 아버지를 둔, 친구가 없고 생각이 많은 찐찐군과 아버지의 얼굴도 모르는 장애아이면서도 밝고 명랑한 성격을 지닌 두빵두의 만남을 그린 이야기로 안정된 문장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특히 개성적인 문체나 찐찐군 아버지의 글을 통한 사유의 확대와 주제의 수렴, 아이들의 내면 심리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솜씨 등은 어느 정도 작가적 수련을 쌓은 작품이라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모든 등장인물의 이름을 별명으로 취급하고, 발단 부분에서 보여주던 아버지에 대한 진지한 주제적 접근이 중·후반부로 갈수록 재미를 동반한 해프닝으로 가볍게 처리되면서 진지성과 감동의 약화를 불러오고 리얼리티를 잃고 말았다. 거기에다 결말 처리의 미숙함이 내내 마음에 걸렸다. 결국 이들 세 작품 모두 공히 결정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었지만, 우리는 어렵게 「찐찐군과 두빵두」를 당선작으로 결정했다. 무엇보다 표현력이 뛰어나다는 점에서, 오로지 앞으로의 작가적 가능성을 믿었기 때문이다. _이동렬, 김용희, 최윤정
<예심 심사평> 이번 응모작들에서 두드러진 특징은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넘나들며, 다른 시대와 공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의도한 작품들이 다수 눈에 띄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작가들도 판타지를 통한 상상의 공간을 구성하는 데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역사적 사실을 다루는 작품의 경우에도 중간 중간에 다른 세계로 넘어가는 장치를 두어 판타지와 유사한 입체적 시공간 구성을 시도한 경우가 있었으나, 구성하는 가상의 시공간이 독자에게 뚜렷이 이해될 수 있도록 현실에 버금가는 현실성과 정확성을 지녀야 함에도 그렇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대부분의 작품들이 두 세계 간의 이동을 자연스럽게 처리하는 데 실패함으로써 개연성이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하여, 현실 세계에서 요구되는 꿈, 운명, 사랑 등의 가치를 비현실 세계의 틀을 빌려 새롭게 조명해보고자 한 애초의 의도를 좌절시켰다. 메시지가 이야기 전개와 유기적으로 통합되지 못하고 부유하는 이러한 문제점은 판타지 작품들뿐 아니라 어린이들의 일상, 혹은 역사적·사회적 사건을 다룬 이야기들에서도 발견되었다. 한 편의 작품에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아내려 한 과욕이 작품의 유기적 통합을 오히려 저해하는 안타까운 경우들도 종종 있었다. 그러나 어린이들에게 이미 친숙한 소재와 구조를 차용했음에도 새로운 읽을거리로 충분히 가치 있는 작품들도 몇몇 눈에 띄어 본심에 올릴 수 있었다. 「태양의 딸 평강」은 평강공주와 바보온달이라는 친숙한 인물들의 삶을 당대의 역사적 상황 속에서 새롭게 조명하여 이야기로 꾸며냈다. 단순히 신분을 넘어선 사랑 이야기의 주인공에 머물렀던 평강과 온달을 궁궐 안의 암투와 전쟁이라는 당대의 정치판도 속에서 새롭게 바라볼 수 있다는 점에서 신선했다. 「흙 인형을 묻다」는 고대 국가에서 역사적으로 실제 존재했던 순장 제도가 어떻게 사라지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동화로서, 생명의 소중함을 직접적으로 역설하고 있지는 않지만 순장(旬葬)이라는 비인간적인 제도의 모순을 치밀하게 드러냄으로써 세상 그 어떤 법과 제도보다 한 인간의 생명이 갖는 가치가 귀하다는 주제 의식을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다리 밟기」는 우리 주변의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그 명맥을 이어가려는 노력을 조명한 작품으로, 이야기의 구조를 섬세하고, 사실감 있게 짜 넣으려는 작가의 노력이 엿보였다. 그러나 작가가 의도적으로 배치한 장치들이 오히려 작품의 결말을 서둘러 예상하게 만들었고, 비교적 이야기의 재미가 떨어지는 것도 약점이었다. 「찐찐군과 두빵두」는 가정을 돌보지 않는 아빠에 대한 불만이 가득하여 현실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어린이가, 신체적인 장애를 지녔으나 정신적으로 건강한 어린이를 만남으로써, 명랑하고 긍정적인 어린이로 탈바꿈해가는 과정을 무리 없이 그려낸 작품이다. 초등학교 고학년 남아들의 사고와 심리를 세밀하게 묘사하여 읽는 재미가 있었으며, 잘 짜여진 서사적 구조가 돋보였다. 그 외 「소리 없는 편지」는 소아암을 앓는 아이의 애환을 눈물겹게 그렸으나, 너무 익숙한 소재로서 결말이 빤하여 읽는 재미를 떨어뜨렸으며, 「나무시계」는 부분적으로 추리와 판타지 기법을 활용한 작품이나, 중반부 이후에 이야기의 얼개가 복잡해지면서 이야기의 논리적 개연성이 떨어지는 아쉬움이 있었다. _원유순, 손향숙, 김지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