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가 베스트북은 아니다

덩달아 따라 읽기 말고
검증된 스테디셀러중
관심따라 골라읽는 지혜를

아랍에미리트의 수도는 아부다비이고 경제 중심지는 두바이다. 인구 120만 명의 두바이가 열중하는 일이 있다. 세계 최고층 빌딩 ‘버즈 두바이’, 미국 디즈니랜드의 8배에 달하는 ‘두바이랜드’처럼 세계 최대, 세계 최고의 무엇을 만드는 일이다. 이유는? 빠른 시간 안에 전 세계에 효과적으로 두바이를 알리기 위해서다. 1932년 뉴욕에 지어진 102층짜리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또한 유럽에 대한 열등감을 치유하기 위한 미국인들의 고육지책(苦肉之策)이었다.

그런데 두바이나 미국뿐만 아니라 우리 역시 ‘최고’ 혹은 ‘1등’을 좋아한다. 삼성의 1등주의가 싫지 않은 이유도 그렇고, 인터넷 영화예매 순위를 보고 관람할 영화를 결정하는 것도 “이왕이면 1등이 낫다”는 생각 때문이다. ‘베스트셀러’가 곧 ‘베스트북’이 아니라는 사실은 아마 삼척동자도 알 것이다. 그렇지만 대부분은 알면서도 베스트셀러를 읽는다. 그래도 많이 팔렸다면 뭐가 있지 않을까 싶어서다. 우리에게 최고는 곧 최선을 의미하니까.

책따세(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 교사들이 함께 엮은 ‘독서교육 길라잡이’에는 이런 에피소드가 소개되어 있다.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학생이 계속 베스트셀러 무협소설을 읽고 있기에 책을 뺏어 교무실로 들고 왔다. 무슨 책인가 싶어 몇 장 읽다 보니 재미가 있어서 앉은 자리에서 그 책을 다 읽어 버리고 말았다는 것이다. “읽기 교육이 전공인 교사가 이런데 학생들은 어떻겠느냐, 베스트셀러란 사실 재미있는 책이며 재미있는 책을 무조건 읽지 말라는 건 공염불에 불과하다”는 게 그 선생님의 이야기다.

사실 베스트셀러를 읽는 것 자체가 사회적 악은 아니다. 베스트셀러를 즐길 줄 아는 태도도 필요하다. “내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은 만화 ‘슬램덩크’에서 배웠다”고 한 소설가 정이현의 말이 아니더라도 시대가 바뀌면 어른들이 걱정하는 베스트셀러가 주류(主流) 문화로 바뀌기도 한다. 또한 베스트셀러와 베스트북도 따지고 보면 독서 취향의 문제다. 관심사가 다르면 읽는 책이 달라지게 마련이다. 누구에게는 ‘김인식 리더십’이 꼭 읽고 싶은 책이지만 누구에게는 ‘읽는다는 것의 역사’가 책다운 책일 수 있다.

문제는 고전은 읽지 않고 베스트셀러만 읽는 행위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독자 스스로 자신만의 베스트북을 가려서 읽는 혜안을 기르는 일이다. 반대로 가장 나쁜 독서 행위는 베스트셀러가 말하는 바를 아무런 가치 기준 없이 무조건적으로 수용하는 태도이다. 따라서 베스트셀러를 읽더라도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아 검증받은 책을 읽을 것을 권한다. 2000년 이후부터 활발하게 쏟아지는 경제·경영서를 예로 들면 꼭 필요한 책도 있지만 사실 그 이야기가 그 이야기인 경우도 허다하다. 이런 경우 독자가 알고 싶은 분야의 대표선수 격인 스테디셀러를 찾아 읽는 것이 효과적이다.

2001년 베스트셀러였던 ‘펄떡이는 물고기처럼’은 조직 활성화를 우화 형식으로 다룬 책이지만, 이 분야에 관심이 있다면 2002년 국내에 출간되어 지금까지 기업 경영의 바이블로 읽히는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를 보는 편이 낫다. 변화의 당위성을 강조하며 돌풍을 일으켰던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가 말하는 바에 관심이 있다면 지식사회에서 개인의 자기실현을 다룬 피터 드러커의 ‘프로페셔널의 조건’을 읽는 것이 바람직하다. 마찬가지로 처세 심리서를 여러 권 읽느니 ‘설득의 심리학’을 여러 번 읽는 것이 더 유용하다.


(한미화 출판칼럼니스트) = 조선일보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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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4-04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