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른이 되고, 늙어 가도 너는 그렇게 그 자리에서 아직 덜자란 소년으로 남아있겠지. 내가 소녀에서 여자가 되고, 아줌마가 되고, 할머니가 되어도 너는 그렇게 풋풋한 소년으로만 남아있겠지. -35쪽
저 지옥! 저러고 있는 게 얼마나 힘든지 나는 잘 알고 있다. 단지 이 아이들은 비겁하고 소심하고 타협적인 것이다. 지난 학교의 아이들은 배짱이 있었다. 그래서 때릴 테면 때려라, 나는 자야겠다고 나왔던 것이고, 아이들이 모두 그러자 선생쪽에서 항복하고 만 것이었다. 사실 그게 합리적이지 않은가? 졸음이 안 오는 애들이나 열심히 들으면 된다. 선생님도 그런 애들만 신경쓰면서 가르치는 쪽이 훨씬 더 보람있지 않은가 말이다. 이게 도대체 무슨 꼴인가? 모두들 지옥처럼 졸음의 고통에 싸우면서 오직 매가 두려워 안 자는 척 기를 쓰고 있다. 하긴 나라도 먼저 배짱을 부리기 시작하면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사실 나도 그런 일을 시작하기가 귀찮았다. -50쪽
엄마는 늘 정색을 하고 말했다. 내가 너를 안때리고 키운것은 매를 무서워하는 사람으로 키우고 싶지 않아서야. 그런데 내가 매를 무서워하지 않는 인간으로 자라난 건 엄마 때문이 아니었다. 맞지 않고 자란 나는 오히려 매를 무서워해서 어린 시절엔 그야말로 소심한 모범생이었다. 언젠가부터 그 생활에 손을 딱 놓고 뻔뻔하게 나가기 시작하자 학교는 내게 매타작을 하기 시작했고, 사실 나는 그 매타작에서부터 매를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51쪽
내가 생각할 때 사랑에 있어서도 우정에 있어서도, 타이밍이란 중요한 요소이다. 물론 타이밍, 즉 내 마음이 어떤 상태일 때 상대를 만나는가? 하는 것이 다른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우길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상당히 중요한 요소임은 분명하다. -5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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