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배려’‘마시멜로 이야기’ 등 3파전… “역사적으로 자기계발서는 자본주의와 불황의 산물”

새해로 접어들며 기다렸다는 듯이 ‘마시멜로 이야기’를 필두로 하여 ‘배려’ ‘핑’ 등 자기계발서들의 경쟁이 볼 만하다. 특히 이 세 권의 책은 우화 형식으로 메시지를 전달한다. 또 흥미로운 것은 2005년 경제경영서의 큰 흐름과 분명한 경계를 긋고 있다는 점이다.

2005년 경제경영서의 특징은 한마디로 거시적 흐름을 살피는 책이었다. 좀처럼 빅 셀러가 등장하지 않는 경영전략 분야에서 ‘블루오션’ 같은 책이 사회적 화두가 되었고 ‘2010 대한민국 트렌드’처럼 미래사회와 트렌드를 살피는 책과 공병호 박사의 ‘10년 후’ 시리즈처럼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해결책과 비전을 제시하고자 하는 책이 폭넓게 공감을 얻었다. 이는 자기계발서와 재테크 책을 여러 해 동안 읽어댔던 개인의 관심과 시야가 넓어진 징후로 해석할 수 있었다. 그런데 2006년이 되자마자 다시 자기계발서 세 권이 삼파전을 벌이고 있다.

1990년대 말, IMF 관리체계를 기점으로 국내에서 활성화된 자기계발서는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개인의 위기감을 단적으로 반영한다. 물론 위기감의 근원은 두말 할 것도 없이 자본주의로부터 발생한다. 역사가 증명하듯 자기계발서는 자본주의와 불황을 먹고 사는 꽃이다. 새뮤얼 스마일스의 ‘SELF HELP’는 영국의 산업혁명과 함께 등장했고, 미국의 대공황기에는 나폴레온 힐이 있었으며 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은 1980년대 미국의 불황과 함께 했다. 국내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킨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의 성공은 신자유주의의 수용과 고용불안정 같은 사회적 요인과 짝을 이룬다.

기업의 생존 전략 혹은 패러다임의 전환 등으로 시야를 넓혔던 독자가 다시 자기계발서를 선택한 이유는 불황이나 위기감의 실체가 그만큼 뿌리 깊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또 앞서 든 세 권의 책은 흔한 자기계발서이긴 하지만 새로운 가치를 전달하고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먼저 ‘한국의 부자들’을 썼던 ‘배려’의 저자 한성복씨는 이 책을 통해 한국형 우화를 시도하고 있는데, 외국산 우화 이상의 호소력을 얻는 데 성공하고 있다. 저자는 등장인물 ‘공자왈’을 통해서 ‘배려’의 근간이 되는 공자의 ‘인(仁)’ 사상을 이야기한다. 책은 구조조정 대상이 된 한 회사의 팀원들을 조명하는데, 그 중 수석으로 입사했고 최연소 차장 승진기록을 경신했지만 남을 배려할 줄 모르는 인간인 위 차장의 변화를 통해서 ‘인’을 재해석한다. 야심가인 ‘철혈이마’의 계략으로 구조조정 대상인 1팀으로 좌천된 그가 인도자, 직업조문객, 명함수집가, 공자왈 같은 다양한 캐릭터와 만나며 변화한다는 이야기가 작품의 뼈대다.

‘핑’은 점프를 잘하는 개구리의 이름이다. 책은 꾸며낸 이야기지만, 사실이라며 시작된다. 변화해야 할 처지에 놓인 개구리 핑 앞에 선지자 부엉이가 나타나 멘토(조언자)로서 핑을 이끌어준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야기의 맛은 덜한 대신 ‘금언의 보고’라 할 만한 책이다. 소설 ‘연금술사’의 자기계발서 판이라고나 할까. 조금 관념적으로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점이나 웅변적으로 변화의 당위성을 이야기하는 점이 감정이입을 방해하지만 파스칼적 성찰이 빛난다. ‘태도가 곧 성취다’ ‘멘토의 임무는 가르치는 것 뿐만이 아니라 격려하고 기다려 주는 일이다’와 같은 말은 씹어볼수록 깊은 맛이 우러난다.

‘마시멜로 이야기’는 젊은 사장이 멘토로서 운전기사인 찰리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이야기다. 가장 돋보이는 것은 ‘마시멜로’라는 은유다. 마시멜로는 여러 가지 유혹을 뜻하는데, 운전기사 찰리의 경우 인생을 술과 포커 게임으로 낭비하는 일이며 야구선수 포사다에게는 남다른 야구선수가 되는 데 따르는 희생과 노력을 포기하고 평범한 선수로 남는 일이다. 또 마시멜로는 인내로 해석할 수도 있는데, 심리적으로는 ‘만족지연’이라는 개념이다. ‘크고 장기적인 목표달성을 위해 순간의 충동적인 욕구나 행동을 자제하며 즐거움과 만족을 지연시키는 능력’을 말하는 만족지연 개념이 바로 마시멜로인데, 이러한 학문적 개념을 마시멜로라는 누구에게나 대입 가능한 보편적 은유로 바꿔 독자를 설득한다. 번역자인 정지영 아나운서와 일러스트레이션 역시 이 책의 숨은 공로자다.

세 권의 자기계발서는 공통으로 동양적 가치를 바탕에 깔고 있다. ‘배려’의 메시지는 공자의 수제자인 안연이 “인이란 무엇입니까?” 하고 물으니 “극기복례가 인이다”라고 대답한 공자의 말을 한 편의 현대적 우화로 풀어놓은 것과 다름없다. ‘핑’의 경우 동양의 선(禪)사상을 바탕으로 한 영적 가르침의 흔적이 작품 전편에 흐르며 ‘마시멜로 이야기’ 역시 인내가 주제다.


(한미화 출판평론가) = 주간조선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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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6-02-17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책들은 나오면 다 손해는 안보는거 같아요. 내기도 쉽고.

하늘바람 2006-02-17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내기 쉬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