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의 달빛 담요 너른세상 그림책
에일런 스피넬리 글 그림, 김홍숙 옮김 / 파란자전거 / 200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곤충을 겁내하는 나는 거미가 아름답고 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거미의 8개나 되는 다리를 하나하나 세어볼만큼 강심장도 아니다.

거미가 나타나면 어쩔줄 몰라 당황하며 거미의 횡보를 주시할 뿐인 내게 거미에 대한 이미지를 바꿔준 책이 이었다. 그것은 바로 소피의 달빛 담요.

달빛 담요라니, 이 겨울에 달빛 담요.

제목이 너무 예쁘고 고운 느낌이 들어서 표지를 본 순간 귀여운 여자 아이가 뜨게질 하는 그림이었다.

그런데 하나둘 셋넷~ 여자아이가 입은 드레스 사이로 나온 다리가 좀 많아 보인다 싶어 다리를 세어보니 다리가 여덟개.

오 그럼 이 여자아이가 거미?

호기심에 책을 안 볼 수 없었다.

책을 넘기는 내내 아름다운 그림에 반하고 또 반하였다.

이런 책을 만나는 것은 드문일이다.

슬프거나 우울할 때 혹 외로울 때보면 마음에 위안이 될 것같은 따뜻한 그림.

소피는 정말 예술가였다.

하트모양 레이스처럼 집을 짓기도 했고 곱고 아름다운 무늬를 만들었다.

커서 독립할 때가 된 소피는 비이크맨씨 댁으로 이사를 온다.

소피가 가장 먼저 한 일은 현관에 달 거미줄 커튼.

이 장면에서 나는 그리 달갑지만은 않았다.

-날마다 비단 거미줄에 황금빛 햇살을 섞어 커튼을 짜고 또 짰지요.-

현관에 거미줄?

하지만 소피의 마음을 몰라주는 나같은 어른이 또 있었으니 그는 바로 비이크만 씨댁 안 주인. 

쫓겨난 소피는 선장아저씨의 다락, 요리사의 슬리퍼로 이사를 갔찌만 가는 곳마다 쫓겨나거나 떠나야 했다.

그리고는 마침내 다다른 곳은 어느 젊은 여인의 뜨게질 바구니 속.

젊은 여인은 소피를 보며 소리지르거나 쫓아내지 않았다.

그 여인에게는 그 보다 더한 사랑을 품었으니 바로 태어날 아기.

여인은 태어날 아기에게 줄 털실, 스웨터를 떴다.

하지만 태어날 아기를 덮어줄 담요가 없었고 실을 살 돈도 없었다. 그래도 여인은 열심히 담요를 뜬다.

소피는 그 담요가 아기에게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미 거미세계의 시간이 흘러 할머니가 된 소피

소피는 마지막 숨을 고를 때까지 열심히 담요를 뜬다.

달빛 담요.

소피가 떠준 달빛 담요를 덮고 있는 아기가 나오는 마지막 장면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만큼 아름답다.

작은 생명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느끼게 해준 소피.

곁에 두고 오랫동안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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