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천사같았다.
내가 천사같다고 했다.
그는 내게 천사의 뜻을 모르는 구나 했다.
메모지에 적은 시를 준 적이 있는데
곱게 접어 간직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내가 다이어리를 잃어버렸을 때 칠칠맞다는 핀잔대신 내 잃어버린 사연들에 같이 속상해해 주었다.
그는 도서관 조교가 있는데도 바쁠거라며 추운 겨울 석유를 스스로 넣고 명절에 고향 못 가는 동기에게 속옷을 선물했다.
돈 없는 친구에게 묵묵히 밥값을 냈다.
너는 부자니?
아니라고 했다.
알바한 돈을 모아놓았고
부모님 학비 덜어드리려 열심히 공부해 장학금 노린다고.
사시 준비하는 많은 사람을 보았는데
찾아가면 한결같이 인상을 찌뿌렸다.
공부에 방해된다는 얼굴.
그는 친구를 향해 그런 얼굴을 한적이 없었다.
내가 잠을 좀 덜 자면 되지.
찾아온 친구를 그러면 되나.
그는 묵묵히 챙기고 자신이 도울 수 있는 건. 묻지 않고 찾아 하는 사람이었다.
나는
그를 존경했다.
동갑이고 친구였지만 존경스런.
우연히 인터넷 검색하다 그의 이름을 보았다.
변호사 OOO
변호사라서 동요한 거 아니다.
이미 1차 사시 붙었다 할때 되겠구나 했다.
노력하고 능력있는 그였다.
외국서온 사람과 대화할때 어학연수도 안 다녀오고 영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하는 걸 보았다.
그래서 나는 그가 당연히 꿈을 이룰거라 생각했다.
그는 내게 신문에 언제 자기 이름이 날 테니 찾아보라 했다.
나는 유명해지면 모른척하지 말라고 했고 우린 웃었다.
나는 그를 찾아보지 않았다.
그를 잊지않았고 문득문득 좋은 사람으로 생각났지만 굳이 찾아보진 않았다.
그런 그가 무심코 본 옛날 기사에 실려있었다.
대형상권에 맞선 소상공인을 위한 변호. 승리.
그는 강자와 있는자의 편이 아닌 약자와 정의를 위한 변호사가 되어 있었고 인터넷은 그의 승리를 쓰고 있었다.
S대.Y대. K대도 아니고 법학과 출신도 아닌 철학과 출신인 그는 변호사들 사이에 줄을 대는 연줄이 아님에도 꿋꿋이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그의 길을 간다.
꿈을 이룬 그가 멋있고 여전히 변치않고
존경스런 삶을 사는 그가 멋지구나.
그거 아니.
추위를 많이 탄다며 네가 사준 장갑.
내가 받은 유일한 장갑 선물이다.
나 아직 끼고 다닌다.
새 장갑 사 주는 사람 없더라 뭐.
내가 두번째스무살에 빠져있을때
네가 바로 내 차현석이었어.
모르겠지만.
내가 우연히 인터넷에서 너를 본 것처럼
너도 그럴 수 있겠구나 싶다.
아니 더 그럴 일을 만들어야겠구나 싶다.
주말
슬프고 속상한 일이 있어 무기력이 찾아왔다.
그런데 너를 보고 생각했다.
네가 본 나도 멋져야겠구나.
멋져져야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