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창호







얘기 좀 하자. --- 난 그딴 것은 안 배웠어.
지금 하는 것은 뭔데? ---  이건 시늉이야.
시늉? --- 시늉은 시늉이지 대화가 아냐. 
순종 아니면 반항, 내가 배운 것은 그것 뿐. 
대화를 통한 선택은 없었지.
무슨 소리야 벙어리가 아닌 이상 ---
그래 벙어리가 아니기 때문에 더 답답한 
네말이 먹히지도 않고 이해될 수도 없어.
대화는 일부러 배우는 게 아냐 살아가면서 ---
저절로 터득한다? 
당연하지 --- 남들은 배울 필요도 없는 그 당연함이 
너무도 서툴게 느껴져서 똑같은 말을 하고 웃기도 하고
허나 안타깝게도 그건 이제껏 살아오면서 익힌 대화법이 아니라 
완벽에 가까운 시늉, 더 이상 더 이상 내게
말시키지마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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