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지하도의 바이올린 연주



광화문 지하도에 음악이 울리는 일은 
낯선 풍경이 아니었지
상인들의 입담, 부산한 발걸음들, 
눈먼 하모니카, 멜로디온, 장난감
소리들

그래서 였을까     
특이한 상황이 아니라서
내지는 그의 허름한 차림새

그 무심함들을 그도 알았는지
심각하게 무게 잡는 바이올린
허리는 곡조에 휘어질 듯, 휘어질 듯
지긋 감은 눈은 백만 청중을 우러러

바르르 앙금 삭이는 현의 가슴앓이
힘겨운 숨을 몰아쉬고,
이따금 던지는 호기심들

걔 중 누군가는 눈치챘을지도 몰라  
그가 풀어내는 찌고이네르 바이젠 
그도 한 때는

누구
허름한 바이올린 연주자의 운명과
자신의 운명을 연관지은 이 있을까

빈 바구니 앞에서
하모니카를 불어 댈 미래를 등에 지고 가는 이
혹시,
 
 
199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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