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아버지는 울고 계셨다
TV연속극 주인공의 그리 대단치도 않은 일상이 
아버지의 눈물을 북돋았다

바보같이
저게 뭐가 슬퍼

내안의 것이 아니면
눈물을 모르는 나를 대신하여
연신 글썽이시는 아버지

눈물의 딸은 
얼은 듯 굳어 모나게
팅팅 거리고

착하고 덤비지 않는 이를 무시하는 사람들의
당연함에 눌려
납작해진 아버지

털어 내세요
털어 내세요

분노하고 억울해 할 일엔 담담하시면서
TV속 우는 연기엔 잘도 속아
훔쳐 내리시는 눈물

그 눈물을 받아먹고 자란 나는 겨우
이 모양인가 싶어
고개를 수그린다

 

 

199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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