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 속의 변신
                                  -나비-


밤새 앙앙대는 비로
뒤척임을 베어 문 밤

이어지는 전주곡 위에서
시작할 박자를 놓쳐버린채
기다려지는 고요

가려운 등덜미
허어야, 훠어야
신들린 무녀의 몽유병
습한 날개는 비를 맞았나
뜻대로 되지 않는 비상의 욕정은

흐릿해지는 기억을 부여잡고서
나는 …… 병든 새?
내겐 …… 다리는 몇 개였지?
이 감촉 …… 더듬이가 있었나

몰려오는 수면
아침이 되면
젖어 있는 몸을 말려 봐야지
그보다 먼저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

드디어
드디어 몸속에 자라고 있는 기운을 
알게 됐다고
내겐 이렇게 날개가 있었다고

 

1992.08 어느 날

 

 

 

 

당시 대학로 시문학회관에 자주 나갔었는데 금요일 반성이란시집의주인인 김영승시인이 이 시를 읽고탁월한 언어감각을 가졌다고 칭찬을 해주었다. 그래서 난 그뒤 그걸 밥먹듯 떠올리며 자만하고 공부를 게을리 했다.

그 뒤

이승훈 시인과 박상률 시인께도 보였는데 별 반응이 신통치 않았다

그리고 다들 느낌과 평이 달랐다.

그 중 어느 한분은 초보티 물씬나는 관념시라 했다 겉도는 시라고.

나는 그제야 다짐했었다 모두에게 인정받는 시를 쓰자 모두의 마음에 와닿는

아 얼마나 엄청나고 대단한 욕심이었나

그 욕심에 지쳐 뒤로 갈곳없이 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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