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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산진의 요리왕국
기타오지 로산진 지음, 안은미 옮김 / 정은문고 / 2015년 6월
평점 :
품절
요리프로그램이 뜨면서 사람들은 점차 요리에 대한 괌심이 더 높아진다.
천편일률 요리 레시피를 나열하는 요리에 신물이 났었는데 내가 원하는 책이 나와서 호감이 갔다.
요즘 쨈을 만들고 청을 만들면서 재료 본질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다.
이 재료는 이 요리는 ~
맛도 맛도 맛이지만 그 재료와 요리에 대한 자신의 느낌과 감각이 요리하는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감정이라 공유하고 싶었다.
나는 책을 읽을 때 작가를 보지 않고 작품을 본다.
시를 읽을 때 시인을 보지 않고 시를 읽는다.
그게 먼저라고 생각한다.
감동하면 그 다음 사람을 보게 된다,
삐삐를 보고 린드그렌에 미친 것처럼.
나는 로산진이 누군지 몰랐고 그가 중요하게 와닿지도 않았다. 그런가보다 했다.
그러다 한줄한줄 읽어가는 그의 요리와 재료 이야기에 점점 그가 궁금해진다.
글을 읽으면 굳이 알 필요없다. 그가 보이기 때문이다.
무껍질을 그냥 씻어서 먹어야 된다는 부분을 읽으면서 이 사람 요리 재료 하나하나에 애저을 갖고 있는 사람이구나 했다.
요리하는 마음 부분에 한 남자의 이야기가 먼저 서술되며 요리 맛있게 하는 비법이 나온다. 실행.
요리를 맛있게 하는 비법은 '실행'인데 말이다.
19p
이것은 비단 요리뿐이 아니다.
글을 잘쓰려면 글을 써야 하고 그림을 잘 그리고 프면 먼저 그려봐야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그냥 그대로 꿈꾸는 사람일 뿐.
이 간단한 비법이 무엇보다 어려운 건 우리에겐 실행보다 더 큰 머리가 있기 뿐이다.
이 부분을 읽으며 실행하지 않고 고민하던 내게 따끔한 죽비소리 같은.
요리에 대해 이래저래 따졌지만, 제일 올바른 첫수는 좋은 재료를 얻는 것이다.
30p
오늘 살구를 사러 시장을 돌아다니며 만져보고 향을 맡아보며 무엇이 좋을지 고민했었다. 나같은 취미로 하는 사람도 이럴진대 요리의 대가는 어떻겠는가.
당연히 그렇다.
그런데 그게 삶이다. 무엇이든 무엇을 하든 재료가 좋아야 하고 재료를 보는 눈이 좋아야 한다. 그것은 경험이 말해준다.
나는 요리를 시작한 후 가마를 쌓아 도자기와 칠기를 손수 만들고 있다.
52p
찜이나 청을 만들어보면서 이쁜 병이나 통에 관심이 갔다. 이븐 잔에도 같은 마음이리라.
그런데 직접 가마를 쌓아 도자기와 철기를 구웠다니
완벽주의에 가까운 성향이 느껴진다.
맛있는 것은 맛있고 맛없는 것은 맛없다.이것이 본질이다.
61p
가장 기본적인 답.
그럼에도 자꾸 아니라 우기고 싶고 아니게 만들고 싶은 것들이 내재되어 있다.
내 삶 속에 아닌것. 맞는 것. 진짜인것. 찾기.
헤매는 과정도 버릴 것은 없으나 어쩌면 나는 여전히 무엇인가를 우기는 게 아닐까
은어의 맛은 어디서 성장했는지, 얼마나 신선하지에 달려 있다.
79p
무엇이든 그렇다.
은어뿐 아니라 그 무엇이든.
맛국물을 만들때 물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순간 잽싸게 집어넣고 바로 건져낸다.
142p
이 장면을 로산진이 한다고 상상하면 웬지 웃음이 나온다.
나는 어쩌면 아까워서 잽싸게 하지 않고 좀더 오래 국에 넣고 끓일 거다.
그러면 탁해지고 맛 없어지는 줄 모르고 그저 오래 끓이면 좋을거라는 아집.
그 아집으로 사람들과 타협하지 않은 이들이 종종 있다.
내가 남에게 뭐라 하지만
나 역시 그런 부분이 많다는 걸 이 책은 느끼게 해 주었다.
오이는 곧은 모양이 맛있지, 표주박 모양은 맛이 없다. 대체로 좋은 오이는 두께가 일정하다.
160
전문가많이 알수 있는.
오이를 좋아하고 오이 요리를 많이 했던 나도 몰랐던 거다. 그만큼 재료에 대한 연구가 깊었던 거다.
다시금 반성의 시간을 가져왔다.
내가 하는 일에 있어서 나는 얼마나 깊이 자세히 남보다 모르는 분야까지 알고 있는가
내게 전문성이라는 게 있긴 한건가.
로산진의 요리왕국은 분명 요리 이야기가 가득한 요리책이지만
내겐 삶의 성찰을 가져다 주고 지금 보내는 내 시간을 돌아보게 했다.
요리책이지만 일상 수필이라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