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 우는 아침 웅진책마을 24
황선미 글, 이은천 그림 / 웅진주니어 / 200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작년에 입었던 스웨터를 꺼내보니 몽글몽글 보푸라기가 일어나 있었다. 그 보푸라기는 유난히 팔꿈치나 옆구리 밑부분이 더 많이 일어나 있었는데 마치 나의 활동 공간이 세세히 살아숨쉬며 날 기억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의 지난일을 떠올리기에 앞서 내가 움직인 공간과 움직인 자취들이 먼저 눈에 보이듯 이 책은 남들이 다 이야기하는 아픔이나 문제 보다는 그 속에 숨은 상처를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한다. 알고 보면 무척 가슴아픈 이야기면서 우리는 웃어넘기기도 하고 머리를 갸웃거리기도 한다.

사실 우리가 살아가는 문제들 속에 정말 심각한 상황에서도 웃음으로 넘기는 것들이 많다. 그래서인지 슬프다고 우는 것보다 슬픈데 감추고 웃거나 화를내는 것이 더 가슴이 저리다.돈이없어 요요를 살수 없는 아이, 그러나 황선미 작가는 그런 주인공에게 더 힘을 실어준다. 오히려 남부럽지 않고 모든 살수 있는 아이 동연이를 약자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입장바꾸기. 누구의 입장이 되느냐에 따라 그리고 그 입장에 진실로 다가섬에 따라 쓸모없고 지저분한 헌 옷느김의 보푸라기가 추억담기고 애처로운 기억의 매체가 되듯 새로운 의미를 가진다.

이 책처럼 짧은 단편 안에 속속들이 입장바꾸기가 표현된 책을 본적이 없는듯하다. 주위에서 일어나는 작은 이야기 한편한편을 바라본 작가의 섬세한 시각에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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