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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구두를 벗어 버린 신데렐라 ㅣ 뜨인돌 그림책 12
노경실 글, 주리 그림 / 뜨인돌어린이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나는 내 딸에게 신데렐라 동화책은 읽히지 않을 생각이었다.
내 어머니 역시 내게 신데렐라나 백설공주와 같은 동화책은 사주지 않으셨다. 나는 그점이 너무나 감사하다.
가진 건 예쁜 외모, 혹 착한 마음씨 뿐으로 사랑을 독차지 하는 시기는 과연 그 어느 때고 있기나 했을까?
내가 그렇지 않았던 내 딸 역시 자신의 사람은 자신의 힘으로 헤쳐 나가기를 바란다.
유리구두를 벗어버린 신데렐라라는 제목을 보며 이 책은 뭔가 다르겠구나 싶었다.
남자도 그렇겠지만 자기 생각이 충만하고 감성이 풍부한 여자아이일 수록 외로움을 많이 타고 많은 생각이 오고간다.
외롭다. 힘쎄고 잘생긴 멋진 백마탄 왕자님 그러면 외로움이 사라질까?
이제 30대 후반을 바라보는 엄마로서 그런일은 없단다라고 말해주고 프지만 그 역시 본인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궁금증은 어린시절 꼭 한번씩 해보고 고민해 보는 과정이다.
나 역시 그랬고 그 시간이 지난 지금 오히려 그때가 얼마나 행복했는지 생각한다.
이 책 신데렐라는 처음에는 우리가 아는 신데렐라와 흡사하게 흘러간다.
아버지가 집을 비우게 되고 계모와 언니들의 구박.
그리고 불쌍하게 전략하는 신데렐라.
재깜둥이 아가씨.
하지만 쇠똥구리를 발견하는 이야기서부터 방향이 다름을 알게된다.
쇠똥구리가 힘들어보여 쇠똥을 밀어주려는 신데렐라에게 들린 목소리
"안 된다. 힘들어도 쇠똥구리 스스로 해야 해. 누군가 도와주면 나중에는 쇠똥구리리는 법을 잊어버려서 혼자 살아갈 수 없게 돼."
고기를 잡아주지 말고 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라는 유태인 교육법과도 연결되는 이 대목은 알지만 실천하기 힘든 대목이다.
하지만 부모로서 그리고 자시의 삶을 진취적으로 개척하는 사람으로서 스스로 쇠똥을 굴려야 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잊어선 안 될 일이다.
신데렐라는 이 쇠똥구리를 아주 인상깊게 생각하여 마음 깊이 간직한다.
그래서 몸치장만 하는 언니들과는 달리 신데렐라는 구석에서 책을 펼치고 내적인 아름다움을 까꾼다.
비록 맨발에 허름한 옷차림 옆에는 물동이와 빗자루. 하지만 얼마나 아름다운 풍경인가?
이렇게 노력하는 신데렐라도 원작 신데렐라처럼 아름답게 꾸미고 왕자님을 만나는 기회가 온다.
그리고 허겁지겁 파티장을 빠져나오다 유리구두가 벗겨지고 왕자님은 유리구두 주인을 찾아다니는데 결과는 뻔하다. 유리 구두의 주인은 신데렐라.
하지만 그다음은 다르게 흘러간다.
이제 왕자님과 결혼만 하면 되는 신데렐라
신데렐라는 사랑없는 결혼은 깨진 유리구두와 같다고 생각한다.
사랑없는 결혼은 깨진 유리구두와 같다.
나는 사랑또한 유리구두와 같다고 생각한다.
약하고 귀하고 유지하기도 버리기도 그리고 신기도 버거운 사랑
그 사랑만 믿기에는 그건 정말 불안한 유리구두를 신은 느낌이랄까
자신을 좀더 가꾸고 혼자 일어서서 유리구두를 지킬 힘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데렐라는 과감히 유리구두를 포기하고 자신의 길을 선택한다
이쯤되면 절로 박수가 나온다.
멋진 왕자와의 결혼만이 삶의 종착역은 아니기에.
신데렐라의 아버지가 살아오시는이야기로끝나는 이 그림책은 많은 상상을 불러온다
그 뒤 신데렐라는 어떻게 되었을까?
자신의 삶을 멋지게 개척해서 혹 힐러리같은 삶을 살지는 않았을까?
이 책은 그림이 참 아름답다. 특히 두언이와 계모를 커다란 그림자로만 표현한 건 인상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