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네 살의 인턴십 - 프랑스의 자유학기제를 다룬 도서 반올림 12
마리 오드 뮈라이유 지음, 김주열 옮김 / 바람의아이들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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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부모는 애가 은행원이 되길 바라셨다. 뭐 공무원이나 선생님도 좋아하셨겠지.

예전 부모님들이 그러하셨듯  아니 오늘날도 그러하듯 안정된 직장이 최고니까.

하지만 난 그런 직업들을 선호하지는 않았다.

그런 직업이 싫다기 보다는(어찌 싫을수가) 난 뭐랄까 좀 뜬구름잡는 스타일이었다.

난 아주 일찍부터 하고 싶은게 있었는데 그게 디자이너와 작가였다.

아주 성공한것은 아니지만 얼추 아직은 그 꿈에 도전하는 샘인데 그건 참 다행스럽기도 하다.

에전에 학원강사를 잠시 할때 아이들에게 무엇이 되고 싶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혹은 꿈이 무어냐고.

아이들의 대답에 난 무척 놀라웠었는데 그것은 꿈이 없다고 하는 아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아주 솔직하고 현실적인 대답이었다.

그냥 열심히 공부해서 엄마가 원하는 대학가는 게 꿈,

그래서 대기업에 취직하는게 꿈.

뭐 그런 식이었다.

당시에는 어떻게? 세상에?

반면 오늘 텔레비전에서 대치동 아이들의 구체적인 꿈과 더 구체적인 꿈에 다가가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보며 나는 내 아이 걱정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내 아이는 아직 어려서 어떻게 하면 재미나게 놀아줄까가 하루의 고민이지만

곧 나도 우리 아이 꿈이 무얼까를 고민하겠지.

나는 우리 부모님처럼 은행원이나 공무원, 선생님이 되길 바라지는 않는다. 물론 스스로 하고 싶다면 말리지는 않겠다. 좋은 직업을 원하는 데 왜 말려.

내가 바라는 것은 좀더 열정적인 직업이다.

난 내 아이가 이미 정해진 규칙대로 시행하고 그것을 성실하게 행동에 옮기면서 맡은바 임무를 수행하고 그곳에서 자신을 발견해 나가는 것도 멋지지만 자신의 땀과 노력을 도전해 보며 그것이 이뤄내는 그 멋진 성취감을 맛보며 살았으면 싶다.

예를 들면 영화감독이나 뮤지컬 배우?

사실 그건 내가 하고픈 것.

난 다시 태어나면 뮤지컬배우가 하고 싶다.

물론 그건 그냥 예이다.

또다른 예를 들면 난 책만드는 일을 했었는데 기획하고 그 기획안이 통과되도록 하기 위해 사람들을 설득하고 그 기획안이 책으로 나오기까지 많은 노력과 섭외 전쟁을 벌이고 책으로 나온 뒤 여러 신문사를 돌아다니며 책에 대해 설명하고 그리고 며칠 뒤 북 코너에서 기사에 크게 나고 아직도 그 책이 베스트는 아니지만 팔리고 있는 걸 보면 지금도 뿌듯하다.

그렇게 노력하고 창조하고 어려움에 고민하고 결국 이뤄내는 성취감을 맛보길 바란다.

열네 살의 인턴십의 주인공 루이는 그다지  꿈도 없고 공부에 관심이 없는 그저 그런 아이다. 이런 아이가 우리 주변에 얼마나 많을까.

그런데 프랑스에는 중학교때부터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기회차원의 인턴십이 있다고 한다.

우리 나라의 봉사활동과는 다른 참 좋은 제도 같다.

외고의사인 루이 아버지는 아들이 공부를 잘하고 좋은 직업을 갖길 원하는 아주 평범한 부모다.

그래서 인턴십역시 방송국이나 좀더 근사한 곳을 택하길 바랐지만 루이가 택한 곳은 마이테 미용실, 여자도 아니고 남자가.

책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자꾸 부모 입장이 되어 갔다.

난 참 이율배반적 인간인지 말리고 싶은 마음이.

하지만 마이테 미용실에서 루이는 자신의 재능을 발견한다.

미용일이 무엇보다 적성에 맞음을 알아가면서 루이는 이제 헤어디자이너가 될 준비를 한다.

결과를 먼저 말하면 루이는 멋진 미용사가 된다 단순히 동네의 멋진 미용사가 아니라 체인점 형태의 미용사를 차리는 이른바 성공하는 헤어디자이너.

그냥 책을 읽고 났을때는 꼭 그렇게까지 성공해야 했을까?

만약 동네에서 단골손님 많은 정도의 미용실 원장이 되었으면 안되었을까 싶었다.

하지만 부모입장으로 돌아가면 성공시켜야 한다, 그게 욕심이니.

내 아이가 미용사가 되겠다고 하면 어떻게 할까 생각해 보았다.

난 반대할까?

반대할것같다.

그건 그 직업이 힘들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식사도 제 시간에 할 수 없고

오랫시간을 서서 꼬박 일해야 하며 아주 허드렛일부터 처음에는 무시당하며 배워야 하고

파마약이나 염색약 냄새는 좋지 않을게 뻔하며

반대할 이유는 많다.

하지만 그 모든 이유를 다 제치고서라도 자신이 해준 머리를 맘에 들어하는 손님을 보며 희열과 성취감을 느끼는 하루하루를 산다면.

그게 바로 내가 바라는 직업이기도 해서 나는 아이에게 미래를 맡겨야겠구나 싶다.

자신의 재능이나 하고 싶은 일과는 상관없이 정말 말그대로 공부하라니까 혹은 해야하니까 하고 적당한 직업을 찾아 취업준비를 하고 취업하려니 어학연수 다녀오고. 모보가 심어준 직업관에 따라 삶을 살며 적응 못하는 사람을 꽤 많이 보아왔다.

그 어떤 직업을 떠나서 자신의 재능과 적성을 찾아낸다는 것. 그것도 아주 일찍 발견해서 다가설 수 있다는 것,

그것은 정말 행운과 같은 일이다.

아이들에게 좀더 일찍 진로와 적성에 대해 고민할 기회를 주는 책같아서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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