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에게
있지도 않은
있을 턱도 없는 언니에게 편지를 쓴다.
언니 만약 내게 언니가 있었다면 지금 내 마음이 조금은 위안이 되었을까?
아이는 어젯저녁 몇 숟가락 먹지도 않은 밥을 오늘 새벽 게워내고 물 한모금 안 마시고 지치고기운 없는 몸을 뉘여 자고 있어.
그리고 나는 마루에 앉아 공지영의 산문을 읽다가 문득 언니가 있다면 이란 생각을 해 보네.
난 내 딸이 그러지 않기를 바라지만 난 말야.
엄마한테는 내 속상함을 하나도 털어놓을 수가 없어.
엄마가 속상해 할까봐.
딸하나 낳으셔서 날므 완벽주의신 엄마가 열심히 키우셨는데 그 딸이 속상해 한다고 생각해봐.
차마 엄마를 마음아프게 할 수가 없어.
하지만 내딸은 작은 티끌하나 나한테 털어놓아서 그 마음이 위로되었으면 좋겠어. 엄마 생각이랑은 말고 말이야.
왜 아침에 난 눈물바람일까.
그냥 자꾸 눈물이 쏟아지네.
몸도 않좋고 그리 넉넉하지도 않으신 엄마 아빠께 자식이라고 하면서 뭐하나 해드리지도 못하는 내가 속상하고
그런 나를 위로해줄 이 없음에 속상하고
안그런 척 살아야 하루가 버텨나가지는 것에 속상하고
하루하루 답답함 속에서 불만을 토로할수도 없고 누군가에게 털어놓으면 좋지도 않을 이야기들이 속상하고.
내아이에게 사주고 픈 것들 해주고픈 것들 남보도 몇배를 더 참아야 하는 지금 상황에 속상하고 그래.
내게 언니가 있다면
엄마가 걱정하지 않게 여유롭고 넉넉했으면 좋곘어
나 대신 엄마한테 잘하고 아빠한테 잘하고 아주 잘사는 모습이었으면.
우리 딸한테도 포근한 이모였으면
내가 우리 딸한테 든든한 버팀목이 되지 주지 못할까봐 걱정돼.
언니 나 요즘
작년에 조금씩 열리던 마음이 다시 닫혀지는 듯해.
37살의 반이 허무하게 답답하게 지나가고 있어.
하루하루 눈부시게 빛나는 태은이를 보며 오히려 내가 위로만 받고 있어.
시들어가는 내 모습에 화가 나기도 하고
자포자기가 되기도 하고
그래도 아무일이 없단 듯 지내는 하루가 원망스럽기도 하고
그렇게 나는 아침을 준비하고 점심 저녁을 발래를 하고 청소를 하고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일부러 더 큰소리를 내며 나를 환기시키는데
언니야.
언니야.
만약 언니가 있다면 나를 많이 다독여주고 위로해주었을까?
언니 속상할까봐 언니한테도 연극하는 하루하루를 보여주며 살았을까?
그냥 특별히 아주 나쁜일이 없는데도 그렇다고 여기는데도
지치네.
내가 바라는 건 아주 사소한 건데
그게 잘 안되네.
그게 잘 안되고 평범하고 털털한 하루하루를 지내고 싶은데 자꾸 나를 까칠하게 만들게해.
언니라면 알아줄까.
내가 원래 어떤 사람이고 내가 뭘 원하는지를,
아 언니야.
전에는 오빠가 있었으면 했는데 지금은 언니가 있었으면 하네.
참~
사방 하늘도 보이지 않는 벽에 갇힌듯 답답하고 숨쉬기 힘들어.
탈출을 꿈꾸지만 난 알지
결코 탈출하지 못할거야
벽이 스스로 무너져 버리지 않는한
난 그냥 벽이 금가기만을 기다릴 뿐이야.
너무 속상한 건
이 삶이 내가 바라는 삶이 아니었고
내 딸은 결코 살지 말았으면 하는 정말 한심한 여자의 삶을 내가 살고 있다는 거야.
맞지 않는 옷을 입고서 나는 맞는 옷을 입은 듯 연기를 하네.
어렸을때부터 하고팠던 연극을 이렇게 24시간 하며 살게될줄을 몰랐네.
언니야
그냥 애가 오늘은 미쳤나보다 하고 여겨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