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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쇠똥구리다 ㅣ 참좋은세상 3
다린 지음 / 옐로스톤 / 2026년 3월
평점 :
사실 나는 서울에서 자라 쇠똥구리를 직접 본 적이 없다. 동글동글한 똥 구슬을 데굴데굴 굴리는 장면은 책이나 Tv 화면 속에서만 만났을 뿐이다. 한때는 시골 풀밭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어떤 작가님은 어릴 때는 엄청 많았는데 라고 하셨다. 지천이엏던 쇠똥구리, 지금은 좀처럼 만날 수 없다. 소를 들판에 풀어 기르지 않고 축사에서 키우게 되면서 자연 속 소똥은 사라졌고, 사료에 섞인 화학 물질과 구충제 성분은 쇠똥구리의 생존을 위협했다. 우리가 편리함을 택하는 사이, 들판의 작은 환경 지킴이는 조용히 자취를 감추었다.
『나는 쇠똥구리다』는 그렇게 잊힌 존재를 다시 우리 눈앞에 불러 세운다. 이 책은 생태 지식 그림책이면서 동시에 태도에 관한 이야기다. 풀밭 위에 똥이 툭 떨어지자 어디선가 쇠똥구리가 나타난다. 앞다리로 똥을 모아 동글동글 구슬을 만들고, 물구나무를 선 채 힘센 뒷다리로 데굴데굴 굴려 간다. 아이들은 그 모습에서 먼저 웃음을 터뜨릴 것이다. 하지만 곧 “냄새난다”, “저리 가”라는 말들이 날아들고, 쇠똥구리는 작게 웅크린다. 그 작은 몸짓이 묵직하다. 우리는 얼마나 쉽게 겉모습과 냄새, 조건만으로 존재를 판단해 왔는지 돌아보게 된다.
이야기는 깨진 똥 구슬 속에서 발견한 씨앗을 통해 전환점을 맞는다. 힘든 하루 끝에 잠든 사이, 씨앗은 새싹이 되고, 그 작은 연두빛 싹이 희망처럼 쇠똥구리 마음에 차오른다. 싹은 싱그러운 풀과 예쁜 꽃으로 자라난다. 반대로 쇠똥구리가 사라진 들판에는 똥이 쌓이고, 싱싱하던 풀과 꽃은 시들어 간다. 공벌레가 구르지 못하고, 다른 곤충들이 불편해하는 장면은 생태계가 얼마나 촘촘히 연결되어 있는지 보여 준다. 한 존재의 부재가 곧 모두의 불편과 위기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푸른 식물 사이에서 똥덩이를 밀어 올리는 쇠똥구리의 모습은 작지만 당당하다. 그 장면은 단순한 곤충의 노동을 넘어, 묵묵히 자기 몫을 다하는 존재의 품위를 보여 준다. 크지 않아도, 화려하지 않아도, 자기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을 해내는 존재가 얼마나 위대한지 이 책은 소리 높이지 않고 말한다. 환경 보호를 직접적으로 외치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레 ‘함께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전하는 방식이 인상 깊다.
아이들에게는 생태에 대한 첫 감탄을, 어른들에게는 잊고 지냈던 자연에 대한 책임감을 불러일으키는 책이다. 무엇보다 “우리 곁으로 돌아와 줘”라는 문장을 마음속에 남긴다. 그 문장은 단지 쇠똥구리를 향한 호소가 아니다. 우리가 잃어버린 태도, 사라진 감각, 자연과 더불어 살던 시간을 향한 부름이기도 하다. 쇠똥구리를 다시 만나는 일은 한 곤충을 복원하는 문제를 넘어, 우리 삶의 방향을 되묻는 일이다.
나는 여전히 쇠똥구리를 실제로 본 적이 없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니 언젠가 들판에서 데굴데굴 굴러가는 작은 구슬을 마주하게 되기를 기다리게 된다. 그때는 코를 막는 대신, 조용히 인사하고 싶다. “쇠똥구리야, 안녕.” 『나는 쇠똥구리다』는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의 출발점이 되어 줄, 오래 곁에 두고 싶은 그림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