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진아 팬클럽 회장님 책읽는 가족 54
이용포 지음, 한지선 그림 / 푸른책들 / 2007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어릴 적 할머니를 싫어했다.

할머니는 예쁜 옷 안입어도 되고 할머니는 아무 방이나 써도 되어서 좋은 건 뭐든 내가 차지라고만 생각했다.

초등학교 중학년이 되어서야   시골할머니를 만났고 함께 살게되면서 나는 첨엔 할머니가 낯설었고 점점 싫어졌다.

나는 친구들에겐 한업이 착한 친구였는데   할머니께는 어쩌면 그리 못될 수 있을지 의심이 갈 정도로 나는 나쁘게  굴었다.

아무래도 집안의 중심은 아이가 되기 마련이어서 부모님이 노력을 하였지만 할머니는  조금씩 소외되셨을 거다.

당시 이야기를   습작동화로 써서   돌리니 읽은 이들의 반응은 현실성이 없다는 쪽이었다. 이렇게 나쁠 수는 없다고.

그랬다. 그렇게 나는 할머니를 싫어했다

몸에서 나는 약냄새가 싫었고 거칠고 쭈글쭈글한 손과 얼굴이 싫었다

그때마다 아빠는 너는 안 늙을 줄 아니? 라고 하셨다

안늙을 줄 알았다. 나는 물론 내 부모도 할머니 할아버지는 안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친정부모님이 내 아이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고 나는 어느덧 30대 중반을 넘어서 얼굴에 주름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내 아이가 어린 시절 나처럼 될까 걱정스럽다,

당연히 더불어 살아가고 함께 당당히 즐겨야할 생활에   소외되고 무시되는 노인들의 이야기가 여기 있다.

늙는 것도 서러운데 노인들은 노인이니까 참으라 하고 노인이니까 아무래도 괜찮다 하고 노인이니까 즐거움도 모르는 줄 안다.

하지만 이용포작가의 따스한 시선으로 불러온 노인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사람속에 있어서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잊고 지내거나 지나치고 있어서 깜빡했던  부분들을 상기시킨다.

노인들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라 들뜰 수도 있고 속상하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고 사랑할 수 도 있다는 것을.

노인이라 더 섬세한 감정을 알려준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읽어내려가던 이 책은 책을 다  덮은 후에 주위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더 둘러보게 만들었다.

책 속의 메세지가 삶에 올겨온 것이다.

할머니 죄송해요. 그때 많이 죄송했어요.

엄마, 아빠

내 아이는 엄마 아빠를 싫어하지 않게 키울게요. 꼭 그렇게 할게요.

혼자 속상해하고 마음을 다독이다만 노인들의 맘을 생각하니 괜스레 눈물이 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