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남편은 대학친구들을 만난다고 집에 와서 샤워하고 다시 신나서 나갔다.
남자친구3명정도에 여자친구 2명정도 나올것 같다고..그중에 한명은 남편이 제주도로 발령나서
아이 둘을 데리고 나온다고 한다. 아이들도 있다는데 술을 퍼마시지는 않겠지??라고 예상을..

새벽2시정도 울리는 전화
"거기 송00씨 댁이죠? 들어오셨나요?"
"아니요?"
"여기 00파출소인데로 오세요"

이런일은 결혼후에 처음이다 ..파출소에서 뭘하고 있나?
그것도 집(안양)근처도 아니고 약속장소(산본)도 아니고..안양시내 파출소라니..
돈을 챙기다보니 17000원밖에 없다. 택시타고 가보니 남편은 파출소(오래되고 작다)앞에
떡하니 누워있다.ㅠ.ㅠ 지갑에 신분증이 있어서 검색해서 전화준거란다.
남편하고 나이도 동갑이라는 아저씨는 약간의 사투리를 쓰는 통통한 경찰관.
혼자서 파출소를 지키고 있었다.

택시를 태워서 집에 오려고 했지만 의식이 없는지 일어나지도 않는다.
할수없이 택시를 보내고 파출소에 들어가서 경찰아저씨하고 수다를 떨었다.
"남편께서 저하고 나이도 동갑이고..고향도 비슷하네요. 엘지빌리지 사시죠?
저도 몇년전에 근처에 근무했는데.."
로 시작해서 아파트 가격, 사오정문제,공무원 시험에 대한 이야기등..
한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중간에 순찰차가 오더니 여경이 내리면서 김밥을 한줄 주고 간다.
아마 파출소마다 돌면서 김밥을 야식으로 주는지 김밥이 열댓줄은 되어보였다.
아저씨는 내가 먹고 싶어할까인지 김밥 한줄을 뚝딱 먹어버리곤 쓰레기를 치운다.

남편에게 가서 말을 시켜보아도 묵비권..이정도면 엄청 취한거다
물론 안취했으면 여기까지 왔겠는가?
PDA가 안보여서 전화를 해보니 오늘 만난 친구가 가지고 갔다. 산본사는 친구인데..
이렇게 취한줄 알면 데리고 좀 가지...그래도 PDA분실 안한게 어디야?

경찰의 말에 의하면 남편이 산본에서 택시를 타서 안양9동이 집이라고 했단다
그래서 헤매던 택시 기사가 남편이 의식을 못 찾자 파출소앞에다 버리고 갔단다.
택시비는 경찰이 남편 지갑 찾아서 만원을 꺼내주었다고..
하지만 이상한게 우리집은 석수동이고 안양9동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택시아저씨가 거짓말을 하고 버려두고 간게 아닐까 의심이 된다.

전화 받은지 한시간이 지나서 새벽 3시가 되자 경찰이 근무 교대인지 나갈 준비를 한다.
나도 남편을 데리고 가야할것 같아서..깨워보고..
경찰차가 와서 교대를 하더니 집에 데려다 주겠다고 한다.
이런 고마울데가...
교대근무인듯한 나이든 경찰은 파출소로 들어가고 전화준 경찰과 순찰차 타고온 새파란 젊은 경찰
둘이서 남편을 겨우 순찰차에 태워서 우리집까지 데려다 주었다.
물론 남편은 집앞에서도 정신이 없었고 두경찰이 엘리베이터까지 태워서 4층까지 올려다 주었다.

남편을 들여보내고 난 경찰들을 따라 가서 고맙다고 하면서 돈 만원(택시비 내고 만원밖에 안남았다)을
건내고 "해장국이나 사드세요" 했더니 젊은 경찰이 돈받으면 안된다고 주고 가버렸다.
미안해라...

남편은 정신없이 잠이 들고 난 4시까지 책을 보다 잠이 들었다. 속은 부글부글....
아침에 일어나니 9시40분..남편은 지각..은영이는 유치원도 못가고..
남편은 주섬주섬 씻고 지갑 챙겨 가지고 나갔다.
조금후에 생각해보니 남편 지갑에도 돈이 천원짜리 한장 있던데..택시 타고 갔으니 어쩌냐?ㅋㅋ
그래도 잠시 고소한 생각이 들었다.
내속을 태우더니 남편도 좀 당해 봐라...

은영이는 택시 타고 가서 유치원에 내려주고..셔틀 버스 타고 수영장 다녀왔다.
아침도 안먹고 수영을 갔다가 배고파서 족는줄 알았다.

요즘 우리남편 왜 이럴까? 엘로우카드에서 레드카드로 바뀌었다.
오늘밤...어찌 잡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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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2005-08-17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이고,,
무어라 말씀을 드려야 하나요,,
잘 타일러야지요,,기분이 좋아서 마신술인데,,너그럽게 이해해 주세요,,

릴케 현상 2005-08-17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남편들 술버릇은 안 바뀌는 건가요^^

숨은아이 2005-08-17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 하신 실수인데, 자초지종을 잘 물어보시고 너그러이 용서를... ^^

클리오 2005-08-17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기분좋게 많이 드셨나보군요. 아무리 술 취해도 원래 집은 찾아오기 마련인데... ^^

물만두 2005-08-17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장에 안 잡으면 끝까지 고생... 꽉 잡으시라~

진/우맘 2005-08-17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흐흐흐....파출소에서 끝낸 걸 다행으로 아시구랴.
나는 파출소에서 찾아서 응급실 찍고 돌아온 경력이.....^^;;

마늘빵 2005-08-17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거.... 참. 왜 그러셨대요. 친구들이 넘 반가워서 그러셨나.

sooninara 2005-08-17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로해 주신분들..감사해요..ㅠ.ㅠ
만두성님..이미 초장은 틀렸어요.^^ 10년 살면 다 아는데..
울남편은 저렇게 취하면 대책이 없음. 그게 자주가 아닌게 다행이죠
지누맘..응급실...그집도 아픔이 있구만..
아프락사스님. 술술 넘어갔나봐요..
클리오님..그러게요. 지금까진 집에 와서 뻗었는데..나이가 나이니까 힘이 딸리는지..
숨은아이님..오늘도 별일없었던것처럼 집에 올걸요?
산책님.. 저는 이런 시츄에이션은 텔레비젼에서나 나오는건줄 알았다니깐요.
울보님..너무 큰일을 당하니 오히려 담담해지더라구요.ㅋㅋ

ceylontea 2005-08-17 1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궁... 진우맘님 말처럼.. 파출소에서 찾아온 것에 감사.. 그리고.. 화내지 마시고 이성적으로 잘 이야기 하시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아무래도 남편분은 이미 각오하고 계시지 않을까요?

산사춘 2005-08-17 2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비슷한 경험을 했는데, 처음이다보니 본인 충격도 큰 듯 하더군요. 금방 교정(?)되었어요. 하지만 이후를 위해 처음에 잡는건 느무느무 중요하므로 수니나라님의 확실한 대처도 필수라 사료되옵니다.

호랑녀 2005-08-17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본인은 오죽 X 팔리시겠습니까.
너무 몰아붙이지 마세요 ^^

내 일이라면? 음... 너 주거써 우쒸... 이랬겠죠 =3=3=3

sooninara 2005-08-18 0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론티님..엉엉...들어오더니 날잡아 잡수하면서 텔레비젼 보길래 얄미어서 코드 뽑아버리고 자라고 했어여.
산사춘님..님도 그런 아픈기억이...
호랑녀님..친한 동네 아줌마에게 말했더니 눈빛을 반짝이며 재미있어하더군요..ㅠ.ㅠ

세실 2005-08-18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 수니님 많이 놀라셨겠네요. 한밤중에 파출소라...
전 신랑이 현관 앞에서 잠 잔것까지는 봤네요.

sooninara 2005-08-18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정도야 이젠 애교로 보여요..ㅠ.ㅠ
 

금요일밤 남편과 생맥주 500ml 3잔마심
일요일밤 친구들과 백세주 한병 마심
월요일 저녁 외식하고 집에 오자마자 냉장고에 있는 캔맥주 한병 마심
화요일(오늘) 저녁 6시30분에 볼일보고 집에 들어와서 캔맥주 한병 마심
지금 컴퓨터 옆에 다 마신 밀러 캔맥주가 서있음
남편이 이걸 사온 이유가 세일인지 다른 맥주보다 싸다는 이유로..ㅋㅋ

요즘은 집에 캔맥주가 있으니,들어오자 마자 샤워하기전에 반캔..
대충 샤워하고 나와서 나머지 반캔을 마신다.

이러다 알콜 중독 되는거 아니야???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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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8-16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ooninara 2005-08-16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님..무슨뜻이야요??

왜 이런 야리꾸리한 숫자가 보이는건지..=3=3

6924272


물만두 2005-08-16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분이 업되면 술마실 수 있다는거쥐~ 알코올 중독은 무슨... 그나저나 참 숫자가...

sooninara 2005-08-16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넵..성님.
새벽별님..사실은 냉장고에서 캔하나 더 꺼내서 먹고 싶은거 참고 있어요..ㅋㅋ

산사춘 2005-08-17 0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냉장고에 있는 건 페트병 맥주라 그래도 참기가 더 쉬워요.
따르기도 귀찮고 무엇보다도 씻어놓은 컵이 없어서 귀찮... 아이 더러오라

로드무비 2005-08-17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 놀리시는 거유?
진짜 알콜중독 -로드무비 올림

부리 2005-08-17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 합쳐야 제가 한번 술마신 걸로 기록될 수 있을 정도... 좀 약하십니다

sooninara 2005-08-17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냉장고에 캔맥주를 사다 놓으니 안되겠어요. 오다 가다 하나씩 꺼내 먹게 되고..ㅋㅋ
부리야..알콜중독은 조금씩 매일 먹어야 걸리지않을까?
로드무비님. 놀리는거 아닌데..죄송..
산사춘님..울냉장고에 산사춘 병도 두어개 있는데..언제 마시나??
에고 수영 다녀와서 밥 먹었더니 배는 부른데..답글 쓰다보니 또 맥주 마시고 싶네..ㅠ.ㅠ

ceylontea 2005-08-17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숫자는 어때요??

7724356


ceylontea 2005-08-17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집에서는 요즘 너무 피곤해 잠자기 바빠서 술 마실 시간도 없어요..
 

내가 아직도 수영장 가서 헤맨다면 지나가던 개도 웃을일이다..ㅠ.ㅠ
3월엔 아쿠아로빅..4월부터 수영강습을 받기 시작..벌써 강습만 5개월째..
그런데 아직도 수영장물속에 얼굴을 넣으려면 ..무섭다..ㅠ.ㅠ 죽을것 같다.
그나마 자유수영은 한번에 반정도 겨우 가고..배영은 25M 한레인 다가고..평형은 발차기 연습중인데..
나에겐 수영은 영원한 숙제일까????

오늘 자유수영을 가면서 재진이를 데리고 갔다.
난 5레인 깊은곳에서 놀고..재진이는 1레인에서 놀고...
문제는 자유수영시간이라고 수영장티판을 못 쓰게 하는것이다.
방학이라 아이들이 많이 오긴하지만 그래도 티판을 금지시키다니..

다른 개인강습 아이들은 개인용티판을 가지고 와서 강사와 배우고 있는데..
재진이는 티판도 없이 걸어만 다니면서 놀고 있었다.
나를 닮아 겁이 많은 울아들은 아직 잠수란걸 해본적이 없다.
물속에 얼굴을 넣을지 모른다는거다.
안되겠다 싶어서 살살 달래서 얼굴을 물속에 넣도록 시켜봤다.
죽는다고 무서워하던놈이 살살 달래서 일초 이초 물속에 얼굴 넣기를 시키니 그래도 잘한다.
다행이다 싶어 잠수해서 엄마 얼굴 보고 나오도록 시켰더니 재미있어서 한다.
결국 잠수 성공..나와 눈 맞추고 올라오기를 시켰다.
본인도 신기한지 좋아라한다.

잠수 연습후에 둥둥 뜨기를 시켰더니 한시간 후에는 발젓기 손젓기 하면서
게헤엄으로 두세번 팔저어 간후 일어나서 숨쉬는 정도로 발전을 했다.
얼마나 신기하던지..
솔직히 오늘의 목표는 잠수 해보기였는데 그래도 둥둥 뜨기까지 하다니 다행이다 싶다.

장하다!!! 송재진~~~~
9월부터 재진이 수영강습 들어가려고하는데...이러다 물개되는거 아닐까?ㅋㅋ
수영다니면서 괴로워한 엄마의 한을 풀어주려나??
재진아..너만 믿는다^^

 

추신: 유전의 무서움..왜 아이들은 부모의  우성인자보다 열성인자를 가지고 태어나는건지??
          아니면 모자른 부분만 부각되서 보이는건지 모르겠다.
          나 닮아서 겁많은 울아들이 제발 수영은 할수 있기를 바란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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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8-16 1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진아 아자~

sooninara 2005-08-16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넵...감사해요..아자아자 화이팅!!!

날개 2005-08-16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물이 무서워서, 예전에 수영 배운거 다 소용 없어요...ㅠ.ㅠ 근데, 울 딸도 그렇더라구요....
재진아, 너는 화이팅이다~~~!!!!

sooninara 2005-08-16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ㅠ.ㅠ 저도 수영 그만두면 다신 못할것 같아서 하는데까진 해볼려구요^^
효주도 무서워하는군요..ㅠ.ㅠ

울보 2005-08-16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진이 화이팅!

sooninara 2005-08-16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보님..감사^^

진/우맘 2005-08-16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행이다, 엄마 안 닮아서....ㅋㅋ

sooninara 2005-08-16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저^^

호랑녀 2005-08-16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학때, 체육시간에 수영이 필수여서, 학점 따려고 25미터 기를 쓰고 갔더랬습니다.
지금도 딱, 자유영과 배영만 25미터 갈 수 있습니다. 딱 고만큼입니다. ^^

아영엄마 2005-08-17 0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직도 물이 무서워서 수영같은 건 엄두도 못내요~. 적응속도를 보니 재진이는 잘 할 것 같은데요?

로드무비 2005-08-17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진이는 꼬마물개같이 생겼는데......^^

sooninara 2005-08-17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꼬마물개..엄마는 물개가 아닌데 아들은 물개인가 봐요^^

ceylontea 2005-08-17 1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로 장해요..
저도 아직 절대로 안떠요.. 그리고... 전 잠수도 무서워요.. 물이 무서워잉...

sooninara 2005-08-18 0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영 못하시는 분이 많군요!!!난 나만 못하는줄 알았네.ㅋㅋ
 

금요일..우연히 남편이 나에게 속여온 비밀을 알게 됐다.
모른척 해야하나 고민하다가..저녁에 일찍 퇴근한(10시쯤) 남편과 아이들 꼬셔서 동네 치킨집을 갔다.
바베큐 한마리에 후라이드 반마리 시키고 생맥주 마시기 시작..
울동네는 가까운곳에 술집이 없어서 아파트 치킨집들이 밖에다 테이블 놓고 장사를 한다.
평소엔 테이블에 빈자리가 없는데..금요일밤엔 (11시정도) 웬일인지 사람이 한산했다.
30분정도 앉아있는데 갑자기 비가 보슬보슬 내리기 시작해서, 테이블 가운데 큰우산까지 쳐주어서
분위기는 좋았다. 무슨 피서지에서 술한잔 마시는 기분이 났다.

아이들은 실컷 먹고, 놀다가 집에 먼저 간다고 해서 가라고 하고..남편에게 이야기를 했다.
우연히 이런저런일을 알게 됐다고..남편은 미리 말 안해서 미안하다 싹싹 빌었다.
그렇게 끝났으면 좋겠지만...그 앙금이 남아서인지..토요일에 기분이 좋진않았다.
숙취로 몸도 무거운데..남편은 회사사람들과 산에 간다고 일찍 나가서 저녁 늦게 들어오고..
아이들과 집에서 뒹그는데 마음도 몸도 무거웠다.

문제는 바로 어제...일요일에 늦게 아점을 해 먹으면 남편에게 아이들 데리고 나가자고 했다.
가까운 산에 가서 산책도 하고..말복이라니 저녁도 먹고..쇼핑도 하자구..
그런데 가기로 한 산을 남편은 잘 모르는 것이었다.
"안양 종합운동장 지나서 103번(옛날 버스 번호) 종점 지나면 산책하기 좋은곳이 나와"
"103번 종점이 어딘데?"
"종합운동장 지나서라니깐"
"잘 모르겠어"
"103번 종점 몰라?"
이런 말도 안되는 이야기에 둘다 기분이 상해버렸다.
나도 남편에게 웃으면서 넘어갈 일이지만 그넘의 마음속의 앙금때문인지 끝까지 우기게 되버렸다.

내입장: 종합운동장이라는 큰 위치를 말해주었으면 그 근처라고 생각하고 있으면 되지 왜 자꾸 물어봐?
              이따 갈때 내가 다 가르쳐 줄텐데...
              남편은 얼마전에 그근처 사무실을 다닌적이 있다. 아무리 자가용을 타고 다니지만 버스노선을
              그렇게 모르냐? 그길은 큰도로니가 103번 처럼 큰버스가 다닐테고 다른 샛길은 마을버스가
              다니는것이 상식이 아닌가?

남편입장: 모르니까 모른다고 한건데 그것도 모르냐고 구박하면서 무시하는 투로 이야기함
                  남의 입장을 생각해 주지 않는 대화가 안통하는 우리부인.

결국 마지막에 다시 남편이 나에게 정확한 위치를 물어보다가 서로 감정이 상해서 큰소리를 질렀다.
부모가 싸우는것을 자주 보지 못한 우리아이들은 눈이 동그래져서 쳐다본다.

결국 무승부로 싸움은 끝나고 산행은 포기하고..남편은 온라인 바둑에..나는 그옆에서 드라마 시청에 열을 올렸다. 두어시간이 지나자 남편이 옷을 챙겨입었고..아이들은 따라 간다고 난리다.
아이들을 데리고 나간 남편은 걱정이 되긴했는지 재진이를 보내서 나도 나오라고 한다.
싫다고 튕긴후 울리는 전화도 무시하고 안받았다.

그시간이 5시..나혼자 집에 있다간 밥도 해먹어야하것 같고..일단 기분이 꿀꿀해서 무작정 집을 나섰다.
안양 시내로 가서 친구에게 연락을 하자 이친구도 집안이 어수선해서 게임방에 나와 있던중..
(시부모와 마흔 다된 결혼 안한 시동생과 같이 사는 친구는 집에선 인터넷을 못해서 스트레스 풀러 나와
있엇다고 함)
친구가 집에 가서 저녁을 채려주고 다시 나올테니 만나자고 한다.
나혼자 안양 시내 돌아다니다가 4,900원 짜리 신발을 샀다.



친구와 만나서 저녁을 먹기로 했는데..이친구의 친구가 사는 마포로 가자고 한다.
셋이 다 같은 고등학교 졸업인데..내친구를 사이에 두고 알게 된 사이라 약간 거시기 하지만..
혼자 오피스텔에 사는 노처녀라 이런 주말이면 할일이 없을거라는 친구의 걱정에 같이 갔다.
역시 운전하는 친구가 있으니 편하구만^^
금새 마포에 도착해서 오피스텔 앞의 고깃집에 들어갔다.
8시가 넘어서인지 허름해서인지 우리밖에 손님이 없었다.
목살과 삼겹살에 백세주와 참이슬까지..너무 배고파서인지 조금만 먹어도 배불렀다.
고깃집으로 유명한 마포라서인가 생고기의 양이 적지않았고 맛있었다.

간단히 노래방 가서 스트레스도 풀고..거의 일년만에 가보는 노래방이라서 신곡에 대한 공포때문에
고민하다가 윤도현의 사랑했나봐를 겨우 불렀다..ㅠ.ㅠ
앞타임은 최신곡..중반 이후엔 지나간 댄스곡을 부르면서 세여자가 탬버린 댄스에 맨발로 테이블과 의자를 뛰면서 놀았더니 스트레스도 풀리는듯..

주차권을 받기위해 친구의 친구 오피스텔에 잠시 올라갔었는데..
아기자기한 최신식 오피스텔에서 우아하게(?) 혼자 사는 그녀를 보니 부럽기도 했다.
잠시 담소후에 집으로 출발..
신데렐라는 아니지만 12시를 넘겨버렸다.
집앞에서 차를 세워두고 잠시 사는게 힘들다는 이야기를 하고 친구는 집에 갔다.
예쁘고 총명한 친구는 모르는 사람이 보기엔 성공한 아줌마라고 할만하지만 속을 들어가보면 답답하고 어려운 환경에서 살고 있다. 남편과 별것도 아닌 자존심 싸움에 가출한 내가 친구에겐 얼마나 배부른 여자로 보일까?
12시 40분 정도에 집에 들어와서 예약한 세탁기 속의 빨래 생각에 빨래 널고 나자 새벽 1시가 넘어버렸다.

광복절에도 출근한 남편에게서 온 문자 메세지..



사는게 뭔지..어제 못먹은 외식을 오늘 해야겠다.

(남편은 어제 내가 배터지게 고기 먹고 온것을 모르니 더 미안하겠지?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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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08-15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수니나라님 ^-^ 그래도 문자한통이 너무 마음을 훈훈하게 해주네요~
너무너무 부러워요~~ 저도 저런분께 시집가고 싶어요!!!
저런 문자 아무나 보내지 못하는걸로 알고 있는데요~ 하하하
오늘 꼭 맛난 음식 드시구요!! 어제 고기드신건 비밀!! ^.~

물만두 2005-08-15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칼로 물배기...

sooninara 2005-08-15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편도 생활의 지혜겠죠? 진짜 미안해서 미안하다고 하겠어요? 편안한 가정생활을 위해서 미안한척 하는거라 여겨집니다..ㅋㅋ

sooninara 2005-08-15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베기...ㅋㅋ 어젠 얼마나 밉던지 자는 남편을 때려주려다 참았습죠

호랑녀 2005-08-15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좀 심각한 줄 알았더니 염장성 페이퍼로군요?
그래도 좋네요. 옆에 있어서 모르실지 모르겠지만, 수니님 남편 참 좋은 분이에요.

울보 2005-08-15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니나라님 너무 귀여워요,,,

2005-08-15 21: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레져 2005-08-15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효~ 사는 게 뭔지... 그죠? ^^
구두가 넘 이뽀요. 한 사만 구천원은 되보임!

파란여우 2005-08-15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염장성으로 경고!!!
흥!!

진/우맘 2005-08-15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깊은 우려에 움푹 패였던 미간이, 마지막 염장성 반전에 아주 주름으로 굳어진 듯!!!
책임 져욧~~~~~~

가을산 2005-08-15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엄청난 뻬빠로군.....

미설 2005-08-16 0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전! (염장성 페파!)
사는게 그래도 이정도면 괜찮지 않나요??

엔리꼬 2005-08-16 0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국은 자랑~~ 그런데, 어느 정도인데 싹싹 비셨을까? 나도 우리 마눌한테 숨긴거 있나 생각중.. 첫사랑 이야기 가득 담긴 대학생때 일기장이 책꽂이 구석탱이에 몰래 꽂혀있는거? 그거야 뭐 내가 숨긴건 아니니깐... 책정리 안하고 방청소 안한 마눌 탓이지.. 지난번 보너스 받은 것도 다 실토했고... 저는 별로 생각 안나네요... 사랑한다는 말을 잘 안하고 숨긴거? 그거 밖에 생각안나네요..우웩..

sooninara 2005-08-16 0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림님...ㅋㅋ 첫사랑 이런것은 아니구요..벌금 낼걸 숨겼더랫습니다.ㅠ.ㅠ 돈이 문제죠

미설님..반전인가요? 에이..부부가 사는게 다 그렇죠? 뭘~~~

가을산님..남편이 제가 이쁘겠습니까?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진우맘..주름이라니..그고은 얼굴에..자긴 조금 생겨도 돼!! 아직 너무 팽팽하다 못해 뽀송뽀송한 아기 피부라구..ㅋㅋ

여우성님..저 손들고 벌설께요..흑흑..경고 없애 주세요.

플레져님..그렇죠? 히히 더 예쁜 신이 많았는데 그중 편한걸로 사느라구..
계절이 바뀌어서인지 몇만원짜리로 보이는 보세구두가 단돈 4,900원이더라구요.

속삭이신분..댓글 남겼어요^^

따우님..사는게 그렇다니깐요. 울남편 얼굴보면 그래도 착하게 생겼잖아요?
내가 고집 부리지 않아야하는데..평소엔 나도 잘 참아주다가 괜히 딴지걸때가 있어서리..

울보님..제가 요즘 조금 심심하고 우울했는데..하루 가출했다가 돌아오니 스트레스가 풀리네요^^

호랑녀님..저도 알아요!!우어우어..그래도 부부가 어디 매일 좋은가요?
우리 부부의 문제점은 남들에겐 한없이 친절하다가 우리 둘사이는 불친절하다는것...

깍두기 2005-08-16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염장으로 임명함.

2005-08-16 14: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ceylontea 2005-08-17 1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염장성이라.. 이 날은 댓글 안달았다구요..(할말을 잃었었음.. ^^)
 

듀 ㅇ 백이란 의자를 사고 포장되서 온 큰상자를 아이들 가지고 놀라고 주었다.
은근히 결벽증인 남편은 먼지 날린다고 질색을 하는데..
며칠 가지고 놀면 재활용 쓰레기로 버릴테니 놀게 두라는 내말에 참는다.
(은근히 결벽증이란...남편은 깨끗한걸 좋아하는데 부인이 워낙 게을러서 지저분하게 살아도 참고 사는것
 그 이유는 본인이 깨끗한척 하려면 부인 대신 나서서 치워야하기에 그게 싫어서 모른척하고 살고 있음)







두아이가 저 박스안에 있다.

 



이건 바로 수류탄 던지기!!!



수류탄 투척후 다시 참호(?)로 숨는 은영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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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8-15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스하나에 즐거운 남매라... 보기 좋구먼요^^

sooninara 2005-08-15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은 사는 장난감보다는 이런걸 더 좋아하는것 같아요^^

水巖 2005-08-15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은 상자속이 아늑한가봐요. 진석이도 상자속에 곧잘 들어가서 놀더군요.
재진이와 은영이 재밌겠는데요. 마지막 사진에서 은영이 표정이 깜찍하군요.

미설 2005-08-16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은근히 결벽증..ㅎㅎ 저의 남편과 비슷하세요..

sooninara 2005-08-16 0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암님..아이들은 엄마 뱃속 같이 느껴지는지 구석에 숨는것을 좋아하죠?ㅋㅋ
은영이와 재진이가 요즘은 사진 찍을때 너무 오버를 해서 웃겨요^^

미설님..남자들이 다 그런가요? 집이 지저분하면 싫어하고..그거 표시내면 남편에게 치우라고 할까봐 눈을 감아버리는..ㅋㅋ요즘은 제가 미안해서 조금씩 치울려고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