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우연히 남편이 나에게 속여온 비밀을 알게 됐다.
모른척 해야하나 고민하다가..저녁에 일찍 퇴근한(10시쯤) 남편과 아이들 꼬셔서 동네 치킨집을 갔다.
바베큐 한마리에 후라이드 반마리 시키고 생맥주 마시기 시작..
울동네는 가까운곳에 술집이 없어서 아파트 치킨집들이 밖에다 테이블 놓고 장사를 한다.
평소엔 테이블에 빈자리가 없는데..금요일밤엔 (11시정도) 웬일인지 사람이 한산했다.
30분정도 앉아있는데 갑자기 비가 보슬보슬 내리기 시작해서, 테이블 가운데 큰우산까지 쳐주어서
분위기는 좋았다. 무슨 피서지에서 술한잔 마시는 기분이 났다.

아이들은 실컷 먹고, 놀다가 집에 먼저 간다고 해서 가라고 하고..남편에게 이야기를 했다.
우연히 이런저런일을 알게 됐다고..남편은 미리 말 안해서 미안하다 싹싹 빌었다.
그렇게 끝났으면 좋겠지만...그 앙금이 남아서인지..토요일에 기분이 좋진않았다.
숙취로 몸도 무거운데..남편은 회사사람들과 산에 간다고 일찍 나가서 저녁 늦게 들어오고..
아이들과 집에서 뒹그는데 마음도 몸도 무거웠다.

문제는 바로 어제...일요일에 늦게 아점을 해 먹으면 남편에게 아이들 데리고 나가자고 했다.
가까운 산에 가서 산책도 하고..말복이라니 저녁도 먹고..쇼핑도 하자구..
그런데 가기로 한 산을 남편은 잘 모르는 것이었다.
"안양 종합운동장 지나서 103번(옛날 버스 번호) 종점 지나면 산책하기 좋은곳이 나와"
"103번 종점이 어딘데?"
"종합운동장 지나서라니깐"
"잘 모르겠어"
"103번 종점 몰라?"
이런 말도 안되는 이야기에 둘다 기분이 상해버렸다.
나도 남편에게 웃으면서 넘어갈 일이지만 그넘의 마음속의 앙금때문인지 끝까지 우기게 되버렸다.

내입장: 종합운동장이라는 큰 위치를 말해주었으면 그 근처라고 생각하고 있으면 되지 왜 자꾸 물어봐?
              이따 갈때 내가 다 가르쳐 줄텐데...
              남편은 얼마전에 그근처 사무실을 다닌적이 있다. 아무리 자가용을 타고 다니지만 버스노선을
              그렇게 모르냐? 그길은 큰도로니가 103번 처럼 큰버스가 다닐테고 다른 샛길은 마을버스가
              다니는것이 상식이 아닌가?

남편입장: 모르니까 모른다고 한건데 그것도 모르냐고 구박하면서 무시하는 투로 이야기함
                  남의 입장을 생각해 주지 않는 대화가 안통하는 우리부인.

결국 마지막에 다시 남편이 나에게 정확한 위치를 물어보다가 서로 감정이 상해서 큰소리를 질렀다.
부모가 싸우는것을 자주 보지 못한 우리아이들은 눈이 동그래져서 쳐다본다.

결국 무승부로 싸움은 끝나고 산행은 포기하고..남편은 온라인 바둑에..나는 그옆에서 드라마 시청에 열을 올렸다. 두어시간이 지나자 남편이 옷을 챙겨입었고..아이들은 따라 간다고 난리다.
아이들을 데리고 나간 남편은 걱정이 되긴했는지 재진이를 보내서 나도 나오라고 한다.
싫다고 튕긴후 울리는 전화도 무시하고 안받았다.

그시간이 5시..나혼자 집에 있다간 밥도 해먹어야하것 같고..일단 기분이 꿀꿀해서 무작정 집을 나섰다.
안양 시내로 가서 친구에게 연락을 하자 이친구도 집안이 어수선해서 게임방에 나와 있던중..
(시부모와 마흔 다된 결혼 안한 시동생과 같이 사는 친구는 집에선 인터넷을 못해서 스트레스 풀러 나와
있엇다고 함)
친구가 집에 가서 저녁을 채려주고 다시 나올테니 만나자고 한다.
나혼자 안양 시내 돌아다니다가 4,900원 짜리 신발을 샀다.



친구와 만나서 저녁을 먹기로 했는데..이친구의 친구가 사는 마포로 가자고 한다.
셋이 다 같은 고등학교 졸업인데..내친구를 사이에 두고 알게 된 사이라 약간 거시기 하지만..
혼자 오피스텔에 사는 노처녀라 이런 주말이면 할일이 없을거라는 친구의 걱정에 같이 갔다.
역시 운전하는 친구가 있으니 편하구만^^
금새 마포에 도착해서 오피스텔 앞의 고깃집에 들어갔다.
8시가 넘어서인지 허름해서인지 우리밖에 손님이 없었다.
목살과 삼겹살에 백세주와 참이슬까지..너무 배고파서인지 조금만 먹어도 배불렀다.
고깃집으로 유명한 마포라서인가 생고기의 양이 적지않았고 맛있었다.

간단히 노래방 가서 스트레스도 풀고..거의 일년만에 가보는 노래방이라서 신곡에 대한 공포때문에
고민하다가 윤도현의 사랑했나봐를 겨우 불렀다..ㅠ.ㅠ
앞타임은 최신곡..중반 이후엔 지나간 댄스곡을 부르면서 세여자가 탬버린 댄스에 맨발로 테이블과 의자를 뛰면서 놀았더니 스트레스도 풀리는듯..

주차권을 받기위해 친구의 친구 오피스텔에 잠시 올라갔었는데..
아기자기한 최신식 오피스텔에서 우아하게(?) 혼자 사는 그녀를 보니 부럽기도 했다.
잠시 담소후에 집으로 출발..
신데렐라는 아니지만 12시를 넘겨버렸다.
집앞에서 차를 세워두고 잠시 사는게 힘들다는 이야기를 하고 친구는 집에 갔다.
예쁘고 총명한 친구는 모르는 사람이 보기엔 성공한 아줌마라고 할만하지만 속을 들어가보면 답답하고 어려운 환경에서 살고 있다. 남편과 별것도 아닌 자존심 싸움에 가출한 내가 친구에겐 얼마나 배부른 여자로 보일까?
12시 40분 정도에 집에 들어와서 예약한 세탁기 속의 빨래 생각에 빨래 널고 나자 새벽 1시가 넘어버렸다.

광복절에도 출근한 남편에게서 온 문자 메세지..



사는게 뭔지..어제 못먹은 외식을 오늘 해야겠다.

(남편은 어제 내가 배터지게 고기 먹고 온것을 모르니 더 미안하겠지?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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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08-15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수니나라님 ^-^ 그래도 문자한통이 너무 마음을 훈훈하게 해주네요~
너무너무 부러워요~~ 저도 저런분께 시집가고 싶어요!!!
저런 문자 아무나 보내지 못하는걸로 알고 있는데요~ 하하하
오늘 꼭 맛난 음식 드시구요!! 어제 고기드신건 비밀!! ^.~

물만두 2005-08-15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칼로 물배기...

sooninara 2005-08-15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편도 생활의 지혜겠죠? 진짜 미안해서 미안하다고 하겠어요? 편안한 가정생활을 위해서 미안한척 하는거라 여겨집니다..ㅋㅋ

sooninara 2005-08-15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베기...ㅋㅋ 어젠 얼마나 밉던지 자는 남편을 때려주려다 참았습죠

호랑녀 2005-08-15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좀 심각한 줄 알았더니 염장성 페이퍼로군요?
그래도 좋네요. 옆에 있어서 모르실지 모르겠지만, 수니님 남편 참 좋은 분이에요.

울보 2005-08-15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니나라님 너무 귀여워요,,,

2005-08-15 21: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레져 2005-08-15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효~ 사는 게 뭔지... 그죠? ^^
구두가 넘 이뽀요. 한 사만 구천원은 되보임!

파란여우 2005-08-15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염장성으로 경고!!!
흥!!

진/우맘 2005-08-15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깊은 우려에 움푹 패였던 미간이, 마지막 염장성 반전에 아주 주름으로 굳어진 듯!!!
책임 져욧~~~~~~

가을산 2005-08-15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엄청난 뻬빠로군.....

미설 2005-08-16 0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전! (염장성 페파!)
사는게 그래도 이정도면 괜찮지 않나요??

엔리꼬 2005-08-16 0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국은 자랑~~ 그런데, 어느 정도인데 싹싹 비셨을까? 나도 우리 마눌한테 숨긴거 있나 생각중.. 첫사랑 이야기 가득 담긴 대학생때 일기장이 책꽂이 구석탱이에 몰래 꽂혀있는거? 그거야 뭐 내가 숨긴건 아니니깐... 책정리 안하고 방청소 안한 마눌 탓이지.. 지난번 보너스 받은 것도 다 실토했고... 저는 별로 생각 안나네요... 사랑한다는 말을 잘 안하고 숨긴거? 그거 밖에 생각안나네요..우웩..

sooninara 2005-08-16 0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림님...ㅋㅋ 첫사랑 이런것은 아니구요..벌금 낼걸 숨겼더랫습니다.ㅠ.ㅠ 돈이 문제죠

미설님..반전인가요? 에이..부부가 사는게 다 그렇죠? 뭘~~~

가을산님..남편이 제가 이쁘겠습니까?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진우맘..주름이라니..그고은 얼굴에..자긴 조금 생겨도 돼!! 아직 너무 팽팽하다 못해 뽀송뽀송한 아기 피부라구..ㅋㅋ

여우성님..저 손들고 벌설께요..흑흑..경고 없애 주세요.

플레져님..그렇죠? 히히 더 예쁜 신이 많았는데 그중 편한걸로 사느라구..
계절이 바뀌어서인지 몇만원짜리로 보이는 보세구두가 단돈 4,900원이더라구요.

속삭이신분..댓글 남겼어요^^

따우님..사는게 그렇다니깐요. 울남편 얼굴보면 그래도 착하게 생겼잖아요?
내가 고집 부리지 않아야하는데..평소엔 나도 잘 참아주다가 괜히 딴지걸때가 있어서리..

울보님..제가 요즘 조금 심심하고 우울했는데..하루 가출했다가 돌아오니 스트레스가 풀리네요^^

호랑녀님..저도 알아요!!우어우어..그래도 부부가 어디 매일 좋은가요?
우리 부부의 문제점은 남들에겐 한없이 친절하다가 우리 둘사이는 불친절하다는것...

깍두기 2005-08-16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염장으로 임명함.

2005-08-16 14: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ceylontea 2005-08-17 1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염장성이라.. 이 날은 댓글 안달았다구요..(할말을 잃었었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