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남편은 대학친구들을 만난다고 집에 와서 샤워하고 다시 신나서 나갔다.
남자친구3명정도에 여자친구 2명정도 나올것 같다고..그중에 한명은 남편이 제주도로 발령나서
아이 둘을 데리고 나온다고 한다. 아이들도 있다는데 술을 퍼마시지는 않겠지??라고 예상을..

새벽2시정도 울리는 전화
"거기 송00씨 댁이죠? 들어오셨나요?"
"아니요?"
"여기 00파출소인데로 오세요"

이런일은 결혼후에 처음이다 ..파출소에서 뭘하고 있나?
그것도 집(안양)근처도 아니고 약속장소(산본)도 아니고..안양시내 파출소라니..
돈을 챙기다보니 17000원밖에 없다. 택시타고 가보니 남편은 파출소(오래되고 작다)앞에
떡하니 누워있다.ㅠ.ㅠ 지갑에 신분증이 있어서 검색해서 전화준거란다.
남편하고 나이도 동갑이라는 아저씨는 약간의 사투리를 쓰는 통통한 경찰관.
혼자서 파출소를 지키고 있었다.

택시를 태워서 집에 오려고 했지만 의식이 없는지 일어나지도 않는다.
할수없이 택시를 보내고 파출소에 들어가서 경찰아저씨하고 수다를 떨었다.
"남편께서 저하고 나이도 동갑이고..고향도 비슷하네요. 엘지빌리지 사시죠?
저도 몇년전에 근처에 근무했는데.."
로 시작해서 아파트 가격, 사오정문제,공무원 시험에 대한 이야기등..
한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중간에 순찰차가 오더니 여경이 내리면서 김밥을 한줄 주고 간다.
아마 파출소마다 돌면서 김밥을 야식으로 주는지 김밥이 열댓줄은 되어보였다.
아저씨는 내가 먹고 싶어할까인지 김밥 한줄을 뚝딱 먹어버리곤 쓰레기를 치운다.

남편에게 가서 말을 시켜보아도 묵비권..이정도면 엄청 취한거다
물론 안취했으면 여기까지 왔겠는가?
PDA가 안보여서 전화를 해보니 오늘 만난 친구가 가지고 갔다. 산본사는 친구인데..
이렇게 취한줄 알면 데리고 좀 가지...그래도 PDA분실 안한게 어디야?

경찰의 말에 의하면 남편이 산본에서 택시를 타서 안양9동이 집이라고 했단다
그래서 헤매던 택시 기사가 남편이 의식을 못 찾자 파출소앞에다 버리고 갔단다.
택시비는 경찰이 남편 지갑 찾아서 만원을 꺼내주었다고..
하지만 이상한게 우리집은 석수동이고 안양9동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택시아저씨가 거짓말을 하고 버려두고 간게 아닐까 의심이 된다.

전화 받은지 한시간이 지나서 새벽 3시가 되자 경찰이 근무 교대인지 나갈 준비를 한다.
나도 남편을 데리고 가야할것 같아서..깨워보고..
경찰차가 와서 교대를 하더니 집에 데려다 주겠다고 한다.
이런 고마울데가...
교대근무인듯한 나이든 경찰은 파출소로 들어가고 전화준 경찰과 순찰차 타고온 새파란 젊은 경찰
둘이서 남편을 겨우 순찰차에 태워서 우리집까지 데려다 주었다.
물론 남편은 집앞에서도 정신이 없었고 두경찰이 엘리베이터까지 태워서 4층까지 올려다 주었다.

남편을 들여보내고 난 경찰들을 따라 가서 고맙다고 하면서 돈 만원(택시비 내고 만원밖에 안남았다)을
건내고 "해장국이나 사드세요" 했더니 젊은 경찰이 돈받으면 안된다고 주고 가버렸다.
미안해라...

남편은 정신없이 잠이 들고 난 4시까지 책을 보다 잠이 들었다. 속은 부글부글....
아침에 일어나니 9시40분..남편은 지각..은영이는 유치원도 못가고..
남편은 주섬주섬 씻고 지갑 챙겨 가지고 나갔다.
조금후에 생각해보니 남편 지갑에도 돈이 천원짜리 한장 있던데..택시 타고 갔으니 어쩌냐?ㅋㅋ
그래도 잠시 고소한 생각이 들었다.
내속을 태우더니 남편도 좀 당해 봐라...

은영이는 택시 타고 가서 유치원에 내려주고..셔틀 버스 타고 수영장 다녀왔다.
아침도 안먹고 수영을 갔다가 배고파서 족는줄 알았다.

요즘 우리남편 왜 이럴까? 엘로우카드에서 레드카드로 바뀌었다.
오늘밤...어찌 잡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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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2005-08-17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이고,,
무어라 말씀을 드려야 하나요,,
잘 타일러야지요,,기분이 좋아서 마신술인데,,너그럽게 이해해 주세요,,

릴케 현상 2005-08-17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남편들 술버릇은 안 바뀌는 건가요^^

숨은아이 2005-08-17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 하신 실수인데, 자초지종을 잘 물어보시고 너그러이 용서를... ^^

클리오 2005-08-17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기분좋게 많이 드셨나보군요. 아무리 술 취해도 원래 집은 찾아오기 마련인데... ^^

물만두 2005-08-17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장에 안 잡으면 끝까지 고생... 꽉 잡으시라~

진/우맘 2005-08-17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흐흐흐....파출소에서 끝낸 걸 다행으로 아시구랴.
나는 파출소에서 찾아서 응급실 찍고 돌아온 경력이.....^^;;

마늘빵 2005-08-17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거.... 참. 왜 그러셨대요. 친구들이 넘 반가워서 그러셨나.

sooninara 2005-08-17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로해 주신분들..감사해요..ㅠ.ㅠ
만두성님..이미 초장은 틀렸어요.^^ 10년 살면 다 아는데..
울남편은 저렇게 취하면 대책이 없음. 그게 자주가 아닌게 다행이죠
지누맘..응급실...그집도 아픔이 있구만..
아프락사스님. 술술 넘어갔나봐요..
클리오님..그러게요. 지금까진 집에 와서 뻗었는데..나이가 나이니까 힘이 딸리는지..
숨은아이님..오늘도 별일없었던것처럼 집에 올걸요?
산책님.. 저는 이런 시츄에이션은 텔레비젼에서나 나오는건줄 알았다니깐요.
울보님..너무 큰일을 당하니 오히려 담담해지더라구요.ㅋㅋ

ceylontea 2005-08-17 1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궁... 진우맘님 말처럼.. 파출소에서 찾아온 것에 감사.. 그리고.. 화내지 마시고 이성적으로 잘 이야기 하시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아무래도 남편분은 이미 각오하고 계시지 않을까요?

산사춘 2005-08-17 2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비슷한 경험을 했는데, 처음이다보니 본인 충격도 큰 듯 하더군요. 금방 교정(?)되었어요. 하지만 이후를 위해 처음에 잡는건 느무느무 중요하므로 수니나라님의 확실한 대처도 필수라 사료되옵니다.

호랑녀 2005-08-17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본인은 오죽 X 팔리시겠습니까.
너무 몰아붙이지 마세요 ^^

내 일이라면? 음... 너 주거써 우쒸... 이랬겠죠 =3=3=3

sooninara 2005-08-18 0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론티님..엉엉...들어오더니 날잡아 잡수하면서 텔레비젼 보길래 얄미어서 코드 뽑아버리고 자라고 했어여.
산사춘님..님도 그런 아픈기억이...
호랑녀님..친한 동네 아줌마에게 말했더니 눈빛을 반짝이며 재미있어하더군요..ㅠ.ㅠ

세실 2005-08-18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 수니님 많이 놀라셨겠네요. 한밤중에 파출소라...
전 신랑이 현관 앞에서 잠 잔것까지는 봤네요.

sooninara 2005-08-18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정도야 이젠 애교로 보여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