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0여년 중 가장 덥다는 요즘입니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밀어 닥친 폭염 속에서 몸도 마음도 지친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동시에 다른 생각도 해봅니다. 제가 아직 40대 한창때임에도 이처럼 더위를 견디기 힘들어 한다면, 나이 드신 분들 특히 에어컨을 갖추지 못한 분들에게 이 더위는 어떤 의미일런지 생각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피에르 부르디외(Pierre Bourdieu, 1930 ~ 2002)의  <세계의 비참 La Misere du Monde> 속에서 외롭게 늙어가는 할머니의 말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생각해 봅니다.


 

[사진] 쪽방촌의 무더위(출처 : 뉴스1)


 내가 또 한 번 넘어졌지 뭐요. 6월에 팔을 다친 이후로 몇 번씩이나 깁스를 할 일이 생겼는지 모른다오. 그 상태에서 어느 날 또 넘어졌으니까. 뭐가 어떻게 잘못되었는지 아파서 견딜 수가 없는 거야. 그때가 8월 15일이지. 그런 식으로 자꾸 넘어지고 다치고 한거라오.... (웃는다) 하기야 웃을 일도 아니지. 그때가 8월 바캉스철이니 누구 부를 사람이 있어야지, 모두들 휴가를 떠나고 없으니...(p1455)... 내 일을 하는 동안 서로를 귀찮게 하는 일이란 게 어떤 건지를 너무나 잘 알게 되었기 때문이라오. 다 늙은 노인네를 도대체 어떻게 도와 줄 수 있겠수? 이것 보우, 우릴 살려 두려고 하는데... 하기야 이걸 산다고 말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웃음) (p1459) <세계의 비참 3> 中

 


 '고독'이라는 주제의 인터뷰를 하신 할머니의 이야기 속에서 혼자서 어려움을 겪었을 때, 도움을 청하지도 못하고 버티는 독거노인의 슬픔을 느끼면서,  무더운 여름날에는 더위를, 추운 겨울날에는 추위를 혼자서 견뎌야 하는 이분들의 어려움 또한  인터뷰 뒷면에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어려움 속에 이분들을 방치하고 있는 현실이 우리나라 노인문제의 현주소가 아닌지도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게 됩니다.

 

 최선의 인간이 추구하는 목표는 최선의 정체가 추구하는 목표와 같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누차 말했듯이, 전쟁의 목표는 평화이고 노동의 목표는 여가이므로, 개인이나 국가나 여가 선용에 필요한 탁월함을 갖고 있어야 한다. 여가 선용과 마음의 계발에 필요한 탁월함 중 어떤 것은 여가를 선용할 때 작동하고, 다른 것은 노동할 때 작동한다.... 용기와 끈기는 노동에, 철학(philosophia)은 여가에, 절제와 정의감은 노동과 여가 모두에 필요한데, 여가를 즐기며 평화롭게 사는 자들에게는 특히 그러하다... 특히 철학과 절제와 정의감이 필요한데, 축복이 넘치는 가운데 여가를 많이 즐길수록 이 세 가지에 대한 필요도 그만큼 커진다. (1334a11) <정치학> 제7권 15장 中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 BC 384 ∼ BC 322)는 <정치학 Politika>을 통해 여가의 중요성을 위와 같이 강조하고 있습니다. 여가 선용은 단순히 휴식을 위한 것이 아니라 보다 탁월한 인간이 되기위한 하나의 방편이라고 말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 속에서 휴가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이번 주부터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었습니다. 무더위를 피하면서 재충전하는 이 시간 속에서 나 뿐만 아니라 우리를 위한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이웃분들 모두 즐거운 휴가보내시고 건강하게 재충전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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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자나 2018-08-02 22: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저도 취약층인 노인과 아이들이 걱정되더군요. 없는 사람은 여름 나기가 낫다더니 그것도 옛말이 되려나봐요.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고민해봐야 할 문제인 것 같아요

겨울호랑이 2018-08-02 23:15   좋아요 0 | URL
정말 그렇습니다. 짧은 생각입니다만, 절대적 빈곤보다 상대적 빈곤이 더 큰 문제인것과 맞닿은 문제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에어컨이 보편화된 세상에서 자신은 그렇지 못하다는 현실이 더위보다 그분들을 더 힘겹게 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됩니다...

2018-08-03 09: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8-03 1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18-08-03 09: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노동의 궁극적 목적이 여가이고,
그 여가 활용을 통한 탁월한 인간이 되는 것

독서야말로 가장 근사치에 도달한 여가를
위한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겨울호랑이 2018-08-03 11:25   좋아요 0 | URL
어렸을 때에는 휴가를 보낼 때 빠듯한 일정으로 채우지 않으면 안 될 것처럼 생각했는데, 시간이 흐르고 나니 모든 것을 내려 놓는 것이 가장 좋은 휴가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숨을 내쉰 후에야 다시 들이쉴 수 있는 것처럼 자신을 비우고 독서를 통해 다시 채운다면 그보다 더 좋은 여가 선용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레삭매냐님께서는 이번 여름을 로맹 가리를 통해 의미있게 채우고 계신 것 같아 많이 부럽습니다. 더운 날 건강하게 보내세요!^^:)

2018-08-04 09: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8-04 15: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인류 역사에는 여러 차례의 대기근(大飢饉, Great Famine)이 있어 왔으며, 이로 인해 많은 인명 피해가 있어왔다. 그렇다면, 대기근과 이로 인한 피해는 자연으로부터 온 것인가? 이번 페이퍼에서는 역사상 아일랜드 대기근(Great Famine, 1845 ~ 1852)을 배경으로 한  <검은 감자 Black Potatoes>와 대약진운동(大躍進運動, 1958 ~ 1962) 시기를 다룬  <인민3부작 2. 마오의 대기근, 중국 참극의 역사 1958 ~ 1962 Mao's Great Famine, The History of China's Most Devastating Catastrophe 1958 ~ 1962>를 통해 대기근의 전말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1. 자본주의 대기근 : 아일랜드 대기근

 

 감자 대기근은 아일랜드를 영원히 바꾸어 놓았다. 온 마을 모든 집을 빠짐없이 휩쓸었다. 아일랜드어와 몇백 년 동안 이어져 내려오던 전통과 민간 신앙은 거의 사라졌다.... 역사가 대부분이 아일랜드 대기근 시기에 사망자는 100만 명이 넘고 이주민은 200만 명을 웃돈다고 추정한다. 정확한 수치는 영영 알 길이 없다. 흔적도 없이 사라진 사람이 헤아릴 수 없이 많았기 때문이다.(p238) <검은 감자> 中


 전체 인구의 1/8이 아사(餓死)한 아일랜드 대기근은 1845년 감자 흉년에서 시작되었지만, 이듬해인 1846년 흉년으로 인해 아일랜드에 큰 타격을 주게 되었다. 1845년에는 부족한 식량은 미국으로부터 옥수수 수입을 통해 해결하고, 영국으로부터 경제적 원조도 받을 수 있어 급한 불을 끌 수 있었다. 그렇지만,  위기가 극복된 것으로 보였던 1846년에는 이러한 조치가 늦었으며, 무엇보다도 1845년 재난을 통해 경제적 기반이 파괴되었기 때문에 대재앙(大災殃)으로 치닫게 되었다.


 오늘날에는 그해 감자 흉년의 원인이 '피토프라토라 인페스탄스(Phytophthora infestans)'라는 감자 역병균이며, 이 병균은 몇 시간 만에 감자밭 전체로 퍼질만큼 전염성이 매우 강하다는 것을 안다... 1845년에 필 총리가 파견한 과학 위원단은 감자 역병균에 관해 몰랐다. 당연히 진단도 처방도 잘못 내렸다.(p57)... 감자 역병이 또다시 덮친 것은 1846년 8월 첫 주였다. 게다가 지난 해보다 훨씬 심했다. 하룻밤 사이에 전체 수확량의 4분의 3이나 되는 감자가 썩어버렸다.(p78)... 감자 역병이 2년 내리 발생하리라고는 누구도 짐작하지 못했다. 지난 겨울을 나면서, 노동자 대부분이 돈 될 만한 것은 다 팔거나 저당 잡혔다. 그렇게 마련한 돈으로 식량과 씨감자를 샀다. 그런데 감자 농사는 쫄딱 망쳤고, 팔 것도 하나 남지 않았다.(p79) <검은 감자> 中


 주식인 감자 흉년으로 인해 많은 아일랜드인들은 영양실조와 질병 등으로 쓰러지는 것도 비극(悲劇)이었지만, 이 사건으로 인한 처참한 결과는 사회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영양가 높은 감자를 먹지 못한 아일랜드 사람들은 영양실조에 걸렸다. 따라서 바이러스와 세균에 대한 저항력도 떨어졌다. 아일랜드 대기근 시기에 질병으로 죽은 사람이 굶주려서 죽은 사람보다 어림잡아 열 배나 더 많다.... 비위생적인 음식과 오염된 물을 먹고 생활환경마저 불결한 탓에 질병은 널리 퍼졌다.(p131) <검은 감자> 中

 

 여기에서 대기근의 아주 커다란 모순 한 가지를 깨닫게 된다. 아일랜드 백성이 주식으로 삼는 감자 농사를 망쳐 굶주림에 시달리는 동안, 다른 한 편에서 노동자들은 입에 댈 수도 없는 곡식들이 영글고 있었다. 그것은 지주와 농민의 것이었다. 굶주린 노동자들은 그저 곡식을 베고 털고 빻아 수레에 싣고 시장으로 내가는 것만 지켜보았다. 그 곡식은 영국과 다른 나라에 팔 것들이었다.(p79) <검은 감자> 中


 아일랜드 대기근 동안 '감자'만 흉년이었기 때문에, 이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은 그가 속한 계급에 따라 달라지게 되었다. 가진 것이 없는 소작농들에게는 '위험한 상황'이었지만, 지주, 상인 등 여유있는 이들에게 이 사건은 '기회'였다. 감자 역병균에서 시작된 기근은 사회적 문제와 결합되면서 역사에 '아일랜드 대기근' 이라는 이름으로 기록되었다.


 사람들이 굶주리고 있는 나라에서 식량을 수출하다니,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가장 가혹한 현실 한 가지는 기근은 식량이 부족해서 일어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기근 문제는 식량 이용권을 누가 갖느냐에 달려있다. 영국 정부가 의도적으로 아일랜드인을 굶주리게 한 것은 아니었다. 지주, 농민, 도매상, 소매상의 생업에 간섭할 법률을 제정할 뜻이 없었을 따름이다. 그런 법률을 만든다는 것은 자유방임주의 원칙을 어기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또 지주와 농민도 곡물을 영국과 외국 시장에 수출했다. 자신들이 영리를 추구할 권리가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p81) <검은 감자> 中


 2. 공산주의 대기근 : 대약진 운동


 "올해 우리나라는 강철 520만 톤을 생산했고, 5년 뒤에는 1000만 ~ 1500만 톤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다. 5년이 더 지나면 2000만 ~ 2500만 톤을, 다시 5년 뒤에는 3000만 ~ 4000만 톤을 달성할 것이다... 흐루쇼프 동지는 소련이 15년 안에 미국을 따라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마오저뚱)는 15년 안으로 우리 또한 영국을 추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대약진 운동이 시작되었다.(p49) <마오의 대기근> 中


 대약진운동(大躍進運動, 1958 ~ 1962)은 마오쩌둥이 단기간 내에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해 시작한 운동이었지만, 대약진 운동 역시 또하나의 대기근으로 끝을 맺게 되었다. 


 총 당원 수는 1559년에 1396만 명에서 1961년 1738만 명으로 급증했지만 1959 ~ 1960년에 360만 명의 당원이 우파로 낙인찍히거나 숙청되었다... 수천만 명이 혹사와 질병, 고문, 굶주림으로 죽어 가게 되면서 중국은 파국으로 빠져든다.(p167) <마오의 대기근> 中


 대약진운동은 아일랜드 경우와는 달리 자연재해로부터 시작되지 않았음에도 대기근을 가져온 이유는 무엇일까? 중앙집권(中央集權) 계획경제(計劃經濟) 체제 하에서, 자신의 실적을 채우기 위한 과도한 목표 설정과 허위 보고, 그리고 허위 보고에 기초한 생산물 조달은 농촌 지역에서의 대규모 기근을 가져왔으며, 이로 인해 중국 경제는 1962년 위기에 봉착하게 되었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할 곡물 생산량 달성을 과시하고자 하는 압력은 대약진 운동 기간 동안 절정에 달했다. 경쟁적으로 더 높은 목표량을 약속하는 광풍 속에서 마을 단위부터 성에 일으기까지 당 관리들은 서로를 능가하고자 갖은 애를 썼고 선전 기구는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기록을 발표하면서 더 조심스러운 간부들까지 숫자를 부풀렸다.(p201)... 수확량이 부풀려지면서 과도한 조달 할당량이 내려왔고, 이는 부족 사태와 대대적인 기근으로 이어졌다.(p202)... 당(黨)은 농촌의 필요를 무시하는 일단의 정치적 우선순위를 발전시켰다. 지도부는 외국과의 계약 사항을 준수하고 국제적 평판을 유지하기 위해 곡물 수출을 늘리기로 결정했고 1960년에는 "수출 제일" 정책이 채택될 정도였다.(p207) <마오의 대기근> 中


3. 대기근의 결과들 


 이러한 대기근은 이후 어떤 결과를 가져왔을까. 대기근을 통해 아일랜드는 뜻하지 않은 디아스포라(Diaspora)와 이로 인한 막대한 인구 유출을 경험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아일랜드 민족의식이 고취되어 결국 1922년 아일랜드 공화국이 수립되었지만, 당시의 충격으로 아일랜드가 입은 손실은 현재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아일랜드 대기근은 오래도록 씻기지 않을 적대감과 원한을 남겼다... 대기근 때문에 아일랜드 사람들은 영영 뿔뿔이 흩어지고 말았다. 감자 대기근 이후 60년 동안 대규모 이주가 끊임없이 이어졌고, 그때마다 청년층이 이주민의 절반을 차지했다... 1910년까지 조국을 영원히 떠난 아일랜드인은 500만 명에 달했다. 오늘날 아일랜드 인구는 약 400만 명으로 1845년 인구수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 현재 미국에는 아일랜드계 미국인이 4,000만 명을 웃돈다.(p241) <검은 감자> 中


 한편, 중국 역시 대약진운동을 통해 사회 각층의 불만이 쌓여가고, 대약진 운동의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었다. 당시 총책임자였던 마오쩌둥은 이러한 목소리에 답(答)을 해야 했다. 그리고, 그 답은 문화 대혁명(文化大革命, 1966 ~ 1976)을 통해 이루어지게 되었다.


 저우런라이는 과도한 곡물 징발, 생산량 부풀리기, 각 성에서의 곡물 유출과 해외로의 식량 수출 증대에 관해 개인적 책임을 지는 식으로 지금까지 잘못되어 왔던 상황의 원인을 상당 부분 자신에게 돌림으로써 마오쩌둥에게 면죄부를 주려고 했다... 마오쩌둥은 때를 기다리고 있었으나 당과 나라를 산산조각 낼 문화 대혁명을 개시하기 위한 참을성 있는 기초 작업은 이미 시작되었다.(p492) <마오의 대기근> 中


  'Laissez faire(자유 방임주의)'를 표방한 자본주의와 노동자 중심의 'Communism' 을 주장한 공산주의 사회 모두에서 대기근이 발생했다는 사실은 두 체제 모두가 전체 구성원의 행복보다는 소수(少數)를 위해 작동했으며 이로 인해 대규모 재앙을 가져왔음을 보여주고 있다. 인간다운 삶의 전제조건인 의(衣), 식(食), 주(住)보다 사유 재산권, 혁명 사상 등 부차적인 내용을 강조했을 때 큰 비극을 가져온다는 사실을 확인하며 이번 페이퍼를 마친다. 


PS. <검은 감자> <마오의 대기근>은...


 <검은 감자>의 작가인 수전 캠벨 바톨레티(Susan Campbell Bartoletti)가 딸에게 이야기 해주듯이 쓰여진 책이기에 쉽고 편하게 읽을 수 있다. 그러면서도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당시의 참상을 잘 서술하고 있는 책이라 여겨진다.


 <인민3부작 2. 마오의 대기근, 중국 참극의 역사 1958 ~ 1962 Mao's Great Famine, The History of China's Most Devastating Catastrophe 1958 ~ 1962>는 프랑크 디쾨터(Frank Dikotter>가 '대약진운동' 시기를 다룬 역사책으로, 당대의 참상을 사례와 통계자료를 통해 잘 서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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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09 15: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09 15: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북다이제스터 2018-05-09 22: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금까지 천재인줄 알았습니다. ㅠ

겨울호랑이 2018-05-09 22:11   좋아요 0 | URL
네... 저 역시 자연의 힘이 대단하다고만 생각했었는데, 정말 대단한 것은 사람의 끝없는 재물욕, 명예욕 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2018-05-11 10: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11 1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11 1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12 02: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영국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Eric John Ernst Hobbsbawm, 1917 ~ 2012)이 혁명의 시대(The age of Revolution)로 규정한 1789 ~ 1848 에 해당하는 시기는 정치적으로는 시민혁명이, 경제적으로는 산업혁명이 발생한 시기였다. 이전과는 다른 급진적인 변화가 발생한 이 시기에 여성(女性)에 대한 문제 역시 제기되었다. 그리고, 이 시대에 여성 문제를 다룬 대표적인 지식인들이 메리 울스턴크래프트(Mary Wollstonecraft, 1759 ~ 1797)과  존 스튜어트 밀(Jojn Stuart Mill, 1806 ~ 1873)다. 


기록된 역사의 대부분에서 여자는 남자에게 종속된 존재로 나왔다. 그러나 18세기에는 이런 서열의 정당성 문제가 제기되기 시작했다. 당시 탁월한 반대 목소리를 낸 사람 중 한 명이 바로 영국의 급진주의자 메리 울스턴크래프트(Mary Wollstonecraft)였다.... 남녀는 뇌와 정신이 근본적으로 비슷하므로 같은 교육을 받을 경우 똑같이 훌륭한 성품과 합리적 사고 방식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메리 울스턴크래프트는 주장한다. <철학의 책> (p175)


 아내 해리엇 테일러(Harriet Taylor)에게서 큰 영향을 받은 그(밀)는 영국 국회의원 중 처음으로 정부개혁의 일환으로 여성참정권 인정을 주장했다. <철학의 책> (p193)

 

 <여성의 종속 The subjection of Women>은 존 스튜어트 밀(Jojn Stuart Mill, 1806 ~ 1873)에 의해서, <여성의 권리 옹호 A Vindication of the Rights of Woman>은 메리 울스턴크래프트(Mary Wollstonecraft, 1759 ~ 1797)에 의해 쓰여진 여성 문제에 관한 책들이다. 이번 페이퍼에서는 <여성의 종속>과 <여성의 권리 옹호>의 내용을 비교하면서 19세기 지식인들의 여성 문제에 대한 인식과 이들이 제기한 해결방안을 살펴보고자 한다.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 하더라도 한쪽은 지배하는 위치에 있고 다른 한쪽은 지배받는 상황이라면 완전한 상호 신뢰는 불가능하다. 의도적으로 숨기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많은 부분이 가려지는 것이다. <여성의 종속>(p53)


1. 19세기 여성 불평등 문제의 원인은 잘못된 교육에 있다.


 <여성의 권리 옹호> 에서 저자 울스턴크래프트는 여성 역시 남성과 마찬가지로 합리적인 존재임에도 적절한 교육의 기회가 제공되지 않았기 때문에 남성에게 종속되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성의 종속>의 저자인 밀 역시 여성들이 그들에게 강요되는 도덕률에 의해 잘못된 인생을 살게 되었음을 지적하고 있다. 


 적절한 교육, 혹은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잘 갈무리된 정신은 한 여성이 존엄성을 가지고 독신 생활을 유지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리라고 나는 생각한다. <여성의 권리 옹호>(p57)


  이성이 여성에게 분별력 있는 빛을 보내줄 때 만일 여성들이 진정 합리적인 존재로 행동할 수 있다면, 그들을 노예처럼 대하지 말라. 혹은 여성들이 남성과 교유할 때, 그들을 남성의 이성에 종속된 짐승들처럼 대하지 말라. 그들의 정신을 함양하고, 그들에게 건전하고 숭고한 원칙의 틀을 부여하고, 그들로 하여금 신에게만 종속되어 있다고 느낌으로써 의식적인 존엄에 도달하게 하라... 이것은 유토피아적인 꿈이라고 불릴지도 모른다. <여성의 권리 옹호>(p64)


  

여성은 하나같이 아주 어려서부터, 여성의 이상적인 성격은 남성의 그것과 아주 다르다고 듣고 배운다. 자유의지나 자율적인 삶이 아니라 복종하고 남의 명령에 따르는 것을 이상으로 삼게 된다. 그들을 둘러싼 도덕률은 다른 사람들을 위해 사는 것이 여성의 의무라고 가르친다. 그렇게 하는 것이 여성에게는 자연스럽다는 생각이 널리 유포되고 있다. 그 결과, 여성은 자기 자신을 철저하게 버리고, 오직 그들을 사랑하고 그들을 위해 헌신하는 것에 인생을 걸어야 한다. <여성의 종속>(p37)


2. 잘못된 교육에 의해 여성들은 남성들의 억압을 견뎌왔다


 <여성의 권리 옹호>에서는 남성들의 보호를 얻기 위한 덕목을 미덕(美德)이라는 이름으로 어린 시절부터 교육을 받아왔기 때문에 무지했음을 지적하였고, <여성의 종속>에서는 이렇게 교육받은 여성들이 사회적 요인에 의해 남성들의 억압에 대항하지 못하게 되었음을 말하고 있다. 공통적으로 저자들은 '사회화(社會化)'라는 교육에 의해 여성의 종속성이 심화(深化)되었다고 진단하고 있다.


  여성들이 하루살이 무리가 아닐진대 왜 순수라는 특수한 이름 하에 무지에 사로잡혀 있어야 하는가?... 여성들은 적절하게도 교활함이라고 이름 붙여진, 인간의 약점에 대한 약간의 지식, 기질적 부드러움, 표면적인 복종을 익히고, 어리석은 종류의 예절을 용의주도하게 지킬 줄만 알면 그로써 남성의 보호를 얻게 될 것이며, 그들이 아름답다면 나머지 모든 것들은 적어도 그들 생애의 20년 동안은 불필요하다고 어린 시절부터 들어왔고, 그들 어머니들의 선례를 통해 배웠다. <여성의 권리 옹호>(p32)


  사회적, 자연적인 원인들이 합쳐져서 여성들이 집단적으로 남성들의 폭압에 대항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여성은 한 가지 점에서 종속 상태에 있는 다른 계급과 근본적으로 차이가 난다. 그들의 지배자가 단순히 복종하고 떠받드는 것 이상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남성은 여성이 복종하는 것 그 자체로는 만족하지 못한다. 여성의 마음까지도 지배하고 싶어 한다.... 여성의 지배자는 단순한 복종에는 만족하지 못한다. 그래서 교육의 힘을 통째로 빌려 그 목적을 달성하려 한다. <여성의 종속>(p37)


3. 그렇다면 이제 어디로 가야 하는가?

  

 사회에 의해 잘못된 교육의 폐해에 대해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 것인가? <여성의 권리 옹호>인 저자는 남여 공학을 통해 공통된 교육을 실시를 주장한 반면, <여성의 종속>의 저자는 남성들이 자신의 입장에서 자신들이 받고 있는 특혜가 무엇인지 고민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밀은 여성참정권의 실현을 주장하지만, 영국에서 여성 참정권의 실현은 1918년에 이르러서야 30세 이상의 여성을 대상으로 부여되었다.)  


 여성의 지성을 확대함으로써 여성의 정신을 강화하라. 그러면 맹목적인 복종은 종식될 것이다.(p42)... 나는 남녀 모두가 이성에 기초한 미덕을 갖추고 남녀 모두가 의무를 다함으로써 서로 간의 애정이 견고해지기 전에는, 결코 미덕이 지배하는 사회가 도래하지 못할 것이라고 감히 예언하고자 한다. 남녀 공학을 실시한다면, 정신을 오염시키는 성별 구분들 없이 신중함을 야기하는 우아한 품위들이 일찌감치 길러질지도 모른다. <여성의 권리 옹호>(p154)


  한 가지는 분명하다. 그것은 자기 본성에 따라 행동하도록 내버려둔다면, 여성이 그 본성에 어긋나는 일은 결코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무도 여성 편에 서서 그들에게 특별 대우를 해줄 것을 요구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저 오늘날 남성들이 어떤 특혜를 누리고 있는지 되돌아보기만 하면 된다. 만일 여성이 천성적으로 어떤 일에 대해 남성에 비해 특별한 강점을 가지고 있다면 법이나 사회적인 교육을 통해 일부러 여성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유도할 필요는 없다. <여성의 종속>(p57)


4. 남녀평등이 실현된다면...


 교육을 통해 여성들의 이성(理性)이 새롭게 눈을 뜨고 보다 합리적인 관점을 가지게 된다면, <여성의 권리 옹호> 저자는 여성들이 더 이상 남성들에게 종속되지 않을 것임을 주장하고 있고, <여성의 종속> 저자는 남녀평등의 실현이 여성뿐 아니라 남성에게도 좋은 것임을 강조한다.

 

 여성들이 보다 합리적으로 교육받고 사물에 대해서 좀 더 폭넓은 관점을 가질 수 있다면, 그들은 일생 단 한 번의 사랑에 만족할 것이며, 결혼 후에는 그 열정을 우정, 즉 근심으로부터의 가장 좋은 피난처인 친밀함 속으로 조용히 침잠시킬 것이다. <여성의 권리 옹호>(p113)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인류의 어떤 부류가 결코 진리로부터 추론할 수 없는 원칙들에 따라 반드시 교육받도록 창조되었다면 미덕은 일종의 관습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언급하는데 만족하고자 한다... 남성들은 육체적 힘에서 우월하다. 그러나 아름다움에 대한 잘못된 관념들이 없다면, 여성들도 자신의 생계를 유지하기에 충분한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며, 정신을 강화하는데 없어서는 안 될 육체적인 불편과 수고로움을 충분히 견디게 될 것이다. <여성의 권리 옹호>(p86)


 남녀평등이 실현되면, 오늘날 여성의 이상적인 성격이라고 인위적으로 각인되고 있는 그 과장된 자기 부정이 누그러질 것이고, 훌륭한 여성이라고 해서 반드시 최선의 남성보다 더 자기희생적인 면모를 보여주지도 않을 것이다. 반면에, 남성들은 현재보다 훨씬 덜 이기적이고 보다 희생적인 존재가 될 것이다. 왜냐하면 자기들의 의지가 또 다른 합리적 존재를 위한 법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대단한 것이라고 숭배하는 교육을 더 이상 받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성의 종속>(p87)


 여성에게 사회 활동의 기회를 봉쇄함으로써 반이나 되는 인류 지성이 창조해낼 막대한 이익도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여성에게 보다 완벽한 양질의 교육 기회를 제공하면, 인간 사회의 여러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크게 유익한 여성의 위대한 지적 능력을 부분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남성의 능력도 그에 비례해서 향상될 것이다.(p162)... 이렇게 여성의 교육 수준을 남성과 똑같은 수준으로 올리고 평등한 참여 기회를 보장함으로써 여성의 활동 범위가 대폭 늘어날 것이다. <여성의 종속>(p163)


 19세기 이성(理性, reason)이 강조된 혁명의 시대를 살아간 두 지식인들은 여성의 문제를 계몽(啓蒙, Enlightenment)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잘못된 교육에 의해 여성의 이성이 깨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올바른 교육의 제공을 통해 합리적인 교육이 제공된다면 여성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이들은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책을 처방한다.


 시간이 흘러 여성들에게 공공교육의 기회가 점차 확대되었고, 여성들의 정치참여 기회도 과거보다 늘게 되었지만 아직 사회 곳곳에 있는 유리천장(Glass Ceiling)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19세기에 제기된 <여성의 권리 옹호>와 <여성의 종속>에서 주장하는 이야기는 우리의 현실과는 동떨어진 것이라 생각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19세기를 배경으로 쓰여졌기 때문에 저자들의 관점을 현대의 입장에서 바라본다면 한계점이 있는 것도 내용에 대한 비판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제도는 변화되었으나, 현재까지도 크게 변화되지 않은 사회 전반의 인식을 생각한다면, 약 200년 전의 책 속에 담겨진 저자들의 생각이 무의미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는, 남성들이 그렇게도 열렬히 고집해온 성별 구분이 자의적인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그 주제에 대해 함께 논한 몇몇 이성적인 남성들이 논거가 충분하다고 인정한 하나의 관찰 결과를 자세히 설명한 바 있다. 남성 집단에서는 순결이 거의 없다는 것,  그리고 그 결과인 정숙함에 대한 필연적인 경시는 남녀 모두를 타락시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나는 남성의 압제로부터 여성들의 더 많은 어리석은 짓들이 파생된다는 것, 그리고 현재 여성들의 성경의 일부를 이루고 있는 교태는 억압에 의해서 양산된다는 것을 굳게 믿으며, 또한 이를 증명하기 위해서 노력해왔다. <여성의 권리 옹호>(p193)


PS. 깊이 읽기


문고판인 <여성의 권리 옹호>를 읽은 후에는 완역판인 <여권의 옹호>를 읽는다면 보다 깊은 독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보다 넓게 읽기를 원한다면 본문에서 비판하고 있는 루소(Jean-Jacques Rousseau, 1712 ~ 1778)의 <에밀 Émile, ou De l'éducation>을 미리 읽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밀의 <여성의 종속>의 기반은 그의 자유주의 사상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자유론 On Liberty>과 연결해서 읽는다면 또한 의미가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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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6 12: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3-16 12: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03-17 00: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에릭 홉스봄이 규정한 ‘혁명의 시대’ 안에서 페미니즘을 살펴본다면 자유주의 페미니즘만 언급해선 안 됩니다. 1848년 혁명 이후에 사회주의 페미니즘이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마르크시즘 페미니즘이 시작된 시기를 1848년 이전으로 볼 수 있어요. 겨울호랑이님도 자유주의 페미니즘의 한계를 언급했지만, 울스턴크래프트와 밀의 고전적 자유주의 페미니즘 시각으로 요즘 여성 문제를 보기에는 부족한 면이 많습니다. 자유주의 페미니즘은 사회적 신분 또는 사회 계급에서 비롯된 여성 차별 문제를 보지 못했어요. 오늘날 사회는 갈수록 복잡해져만 가고, 변화하는 사회에 대응할 수 있도록 여성 운동과 페미니즘도 변화해야 합니다.

겨울호랑이 2018-03-16 19:01   좋아요 1 | URL
그렇군요..^^:) 다른 여러 문제와 마찬가지로 사회 문제를 바라보는데 여러 관점이 있을 것이고, 그 중 하나가 cyrus님께서 말씀하신 사회주의 페미니즘이 되겠군요. 말씀하신대로 한 관점으로 문제를 바라보는 것은 편향된 결론에 이르기 때문에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cyrus님께서 말씀하신 여성 문제와 관련한 다른 견해가 담긴 책을 읽는 것도 의미있겠군요.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

북다이제스터 2018-03-18 19: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지금 읽는 책과 같은 주제의 책 읽으셨는데, 결론은 정반대 입니다.
제 책에는 밀이 여성 문제에 최대 악 이란 뉘앙스를 계속 제시하고 있어, 엄청 당황하고 있는 중 입니다. ^^

앗, 위에서 싸이러스 님이 비슷한 말씀 이미 하셨네요.

겨울호랑이 2018-03-18 19:19   좋아요 1 | URL
아, 그렇군요. 북다이제스터님께서 지금 읽고 계신 책이 cyrus님께서 말씀하신 비자유주의 페미니즘 책이 아닌가 싶네요. 밀에 대한 비판적 관점이 궁금하던 차에 북다이제스터님의 리뷰를 기다리게 됩니다^^:)

북다이제스터 2018-03-18 19:38   좋아요 1 | URL
근데 논리가 넘 어려운건지 아니면 제가 자유주의에 넘 빠져 경도되어 있는건지 잘 모르겠는데요.
정리가 잘 안 됩니다. 하지만 한 번 힘써 리뷰 정리 해 보고픈 욕심은 좀 납니다. ㅎ
어려운 주제인 건 맞는 거 같습니다. ^^

겨울호랑이 2018-03-18 22:33   좋아요 0 | URL
북다이제스터님이 어렵다고 말씀하신 것을 보니 많이 어려운 책을 보시는 것 같습니다... 저는 북다이제스터님의 좋은 리뷰에 숟가락만 올릴 것 같네요... 북다이제스터님 화이팅 입니다!^^:)
 

돌이켜보면 1990년대는 많은 사건, 사고가 있었던 시기였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사고, 1995년 6월 29일 삼풍백화점 붕괴, 1999년 6월 30일 씨랜드 참사 등...

특히, 삼풍백화점 붕괴일을 기억하는 것은 그 사고가 근처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며, 그 사고를 통해 더이상 볼 수 없던 이들을 개인적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대학생었던 나는 서초동에 있는 검도장에서 수련을 했었던 삼풍백화점 입주 직원과 그 아들을 그 사고 이후 더이상 볼 수 없었다. 검도장의 그 누구도 그들에 대해 묻지 않았고, 그들은 그렇게 잊혀져 갔다.

당시 언론들은 부실공사로 책임을 돌리고, 삼풍백화점 경영진을 구속하는가의 문제로 공방을 벌이다가 조용히 사라진 이들처럼 덮혀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결코 입에 올려서는 안될 사고로. 그렇게 삼풍백화점은 덮혀졌고 새로운 주상복합빌딩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덮혀진 사실은 끝난 것이 아니었던 것 같다. 1999년 씨랜드참사로 이어진 대참사의 역사는 마침내 2014년에 경주 마우나 리조트 붕괴사고, 4월 16일 세월호 참사, 판교 환풍구 붕괴사고로 절정에 이르렀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때 삼풍백화점 앞 주유소에서 롤러스케이트를 타며 주유아르바이트를 했었던 경험도 있기에, 다른 사고보다 개인적으로 더 직접적으로 느껴지는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어쩌면 2014년 4월 16일 세월호참사는 1995년 6월 29일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그 순간 이미 잉태된 것은 아닐까.

그래서, 오늘 우리는 아프지만 이 참사의 뿌리를 알기 위해 1995년 삼풍백화점을 돌아다봐야하지 않나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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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6 15: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26 16: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7-02-26 18: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런 사고 때마다 안전불감증 운운하지만 한국사회의 행정불감증, 윤리불감증이 더 강조되어야 할 사건 사고였죠. 문제는 이런 일들로 사회가 경직되고, 인간에 대한 불신이 커지게 만들며, 나와 내 가족의 안위에만 더 집중하는 더 큰 부작용을 낳는 거 아닌가 저는 늘 그게 걱정이었습니다.

겨울호랑이 2017-02-26 20:32   좋아요 1 | URL
얽힌 실타래처럼 모든 것이 꼬인듯한 문제... 결국 어느 것이든 잡고 하나씩 풀어가는 출발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Dora 2017-02-26 22: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기억한다는 곧 추모한다 이다...란 생각드네요. 4월이 다가옵니다.

겨울호랑이 2017-02-27 07:40   좋아요 0 | URL
네.. 돌아보면 1년 중 추모하지 않는 달이 거의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참 아픈 세월을 우리는 보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2017-02-26 23: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27 07: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waxing moon 2017-03-01 09: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 그 때 Tv로 봤던 기억이 나네요.

그게 벌써 20년이 넘은 이야기가 되었네요..

사고 현장에 아는 분이 있었다니.. 겨울호랑이님께서는 더욱 더 가슴 아프게 다가오겠습니다..

겨울호랑이 2017-03-01 09:37   좋아요 1 | URL
시간이 많이 흘렀군요..^^: 저도 직접 가족이 당한 일은 아니라 그 아픔을 간접적으로밖에 느낄 수 없지만, 우리 모두가 가족을 잃기 전 이러한 문제를 미리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김영성님 감사합니다
 
김수환 추기경의 친전 -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 주세요
차동엽 지음 / 위즈앤비즈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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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9년은 우리나라의 여러 원로분들이 돌아가신 해입니다.


법정스님, 김수환 추기경, 노무현 대통령, 김대중 대통령 모두 이 해에 돌아가셨습니다. 돌아보면 2009년은 우리에게 큰 아픔의 시기였네요. 개인적으로는 이 해에 결혼을 했지만요.


마음이 어수선한 요즘 어떤 책을 읽어도 마치 '깔대기'처럼 한가지로 생각이 모아지는 요즘입니다. <김수환 추기경의 친전>은 2009년 돌아가신 우리시대의 원로 중 한 분인 김수환 추기경의 친전을 정리한 책입니다. 이 책에는 고인이 생전 남긴 여러 좋은 말씀이 있지만, 어수선한 시절인만큼 와 닿는 구절이 다음과 같네요..


"1987년 6.10 항쟁 때도 명동성당 공권력 투입이라는 일촉즉발의 위기를 그런 믿음 하나로 막았다. '경찰이 들어오면 맨 앞에 내가 있을 것이고, 그 뒤에 신부들, 그 뒤에 수녀들이 있을 것이오. 그리고 그 뒤에 학생들이 있을 것이오' 불가(佛家)에서는 인생을 고해(苦海)라고 말한다. 당시 비판과 분열, 긴장감에 괴로울 때는 그 말이 저절로 떠올랐다. 일시적 충동이지만 환속도 생각해 보지 않은 것이 아니다. 그때부터 잠을 제대로 못 이루는 병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야말로 [30년 불치병]이다."(p197)


"언론은 진리의 증거자로서 그 시대 정신을 드높이고, 밝은 사회의 앞날을 열어 주고, 인간에 대한 사랑을 심어주는 본연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p171)


"정치 지도자는 양을 치는 목자와 같습니다. 진실된 목자는 양들과 고락을 같이 하며 들판에서 밤을 새울 줄 압니다....정치하는 사람들은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 즉 농민, 노동자, 도시 빈민 등에 애정을 가져야하지요. 위정자들이 백성들의 눈물을 닦아줄 때 모든 어려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입니다...정치도 국민의 소리를 들어야 거기서 가장 건전한 양식을 발견하게 되요."(p133)


일주일 전 촛불 집회를 마치고 집으로 가기 위해 명동성당 앞에 있는 버스정류장에서 광역버스를 기다리면서 명동성당을 올려다 보았습니다. 20년 전에는 민주화의 성지(聖地)로서 역할을 했던 명동성당은 이제 조용하기만 했습니다. 곧 오실 아기예수님을 기다리는 대림시기이여서일까요. 이러한 어지러운 시기에 교회가 '빛과 소금'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비록 가톨릭의 여러 기관인 가톨릭 주교회의를 비롯한 산하기관 소속 성직자, 수도자, 신자들의 시국선언 등에도 불구하고 침묵하는 교회 최고 어른들의 공식적인 모습을 보면서, 20년 전 민주화 운동 당시와는 달리 정신적으로 더팀목이 되는 원로분들의 부재(不在)가 아쉽기만 한 요즘입니다.


명동성당 민주화운동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명동성당 민주화운동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사진출처] : 가톨릭뉴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PS. 현재 가톨릭의 추기경은 2명입니다. 그럼에도, 개인적으로 20년전보다 존재감은 많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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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02 16: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2-02 16: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yureka01 2016-12-02 16: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요즘 바티칸에 계시는 교황님이 제일!!!!! 마음에 듭니다^^..

겨울호랑이 2016-12-02 16:30   좋아요 3 | URL
예전에는 한국가톨릭교회가 앞서 간다고 생각햇는데, 요즘은 바티칸 개혁이 부러워 보여요. ㅜㅜ

cyrus 2016-12-02 17: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동안 살면서 몰랐는데 법정 스님의 빈 자리가 크게 느껴집니다. 생전에 불의에 맞서서 정론직필을 하신 분이죠. 요즘 유명한 스님들은 사람들 힐링해주느라 바쁘기만 합니다.

겨울호랑이 2016-12-02 17:56   좋아요 2 | URL
불교계 법정 스님, 개신교계의 문익환 목사님 등 여러 원로분들의 자리를 채워줄 분들이 종교계에 계시지 않아 아쉬움이 크네요...

AgalmA 2016-12-02 18: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문재인 의원 보고 눈치만 보고 답답하다고 하시는 분들 많던데, 오늘 tbs 뉴스공장 나오셔서 김어준과 인터뷰하는데 일전의 jtbc 인터뷰 설욕전을 하시더라는^^
자신이 그렇게 비치는 건 다른 이들의 방파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라고, 오랜 세월 그리고 지금까지 민주화 운동을 계속 해왔고, 새누리당은 나를 밟고 가야 지나갈 수 있을 것이다 라고... 밉게 보면 정치적 언사라고 하겠지만 저 위 명동성당 구절과 흡사해서 얘기해 봤어요.
문재인 의원 나와서 아침에 tbs 라디오 서버 다운되고 난리도 아녔어요ㅎㅎ 누가 나와서 서버 다운되겠어요. 곰 같지만 든든한 정치인도 있고, 매 같이 매섭고 기운찬 정치인(이재명)도 있고 그렇게 다함께 하길...

겨울호랑이 2016-12-02 18:33   좋아요 4 | URL
^^: 맞습니다. Agalma님 말씀처럼 각자 선호하는 성향의 정치인은 다르겠지만, 지금 잘못되어 있는 판을 바꿀 수 있도록 선의의 경쟁을 통해 경선하고, 경선 후에는 하나가 되어야겠지요... 한편으로 제2차 포에니 전쟁 당시 로마군 사령관이었던 파비우스 막시무스와 스키피오가 생각납니다. 지구전을 주장했던 파비우스와 속전속결을 주장했던 스키피오 모두 로마의 기둥이었던 것처럼 야권 후보들 모두 하나되어 정권교체 이루기를 바라는 요즘입니다.^^

waxing moon 2016-12-02 21:44   좋아요 3 | URL

문재인 의원님의 진정성을 제대로 보지 못 하는 것이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약간 잔소리꾼 같은 정치인이 필요한 반면 묵묵히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는 정치인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당연히 후자의 경우를 좋아하지만요...

묵묵히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진짜 세상을 바꾸는법이니까요...

또한.. 뭐든지.. 닦달하는 것은 좋지가 않죠...

육아, 교육에서도 비슷합니다.. 어른이 아이에게 떼를 쓰면 아이가 떼쟁이가 되죠...

정치도 비슷할 것입니다...

천천히 지켜보면서 그 사람의 진가를 알아내가는 것..

그것이 사람을 제대로 보는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2016-12-03 11: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2-03 11:4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