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뇌과학 - 지금 느끼는 이 감정은 어디에서 오는가
레너드 믈로디노프 지음, 장혜인 옮김 / 까치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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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문제는 매우 중요하면서도 가장 해독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감정이 뇌의 신경 회로에 깊이 통합되어 "이성적인" 사고회로와 분리할 수 없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우리는 추론 능력이 없어도 살 수 있지만, 느끼지 못한다면 제 기능을 하지 못할 것이다. 감정은 모든 고등동물이 공통으로 지닌 정신적 기계의 일부이지만, 우리를 동물과 구별하는 것은 감정이 우리의 행동에 하는 영향이다. _ 레오나르드 믈로디노프, <감정의 뇌과학>, p49

저자는 이성과 감성 그리고 지성. 감성과 지성을 통합해서 초월적 세계로 갈 수 있는 능력을 이성으로 정의하고, 이성을 인간만이 갖는 고유한 특성으로 간주하는 서양 근대 철학의 기본적 가정과 결론을 말하지 않는다. 대신, 저자는 감정을 주목하고 여기에서 인간과 동물의 구별되는 지점을 발견한다.

의식적 경험은 뇌에서만 형성되지 않는다. 정신 상태와 몸의 관계를 보면 핵심 정서가 우리의 근본적 경험을 형성하고 감정을 구성하는 기본 요소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_ 레오나르드 믈로디노프, <감정의 뇌과학>, p99

외부의 사물 자체의 인식과 이를 객관적으로 해석하고 통합하는 과정안에서 모든 작용은 뇌 안에서 이루어진다. 여기에 몸과 행동이 개입할 여지는 없다. <감정의 뇌과학>에서 저자는 '사고'의 초월 대신 '뇌'를 초월한다. 뇌를 넘어선 몸과 행동에 주목했을 때, 우리가 여태까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감정의 새로운 면을 발견할 수 있음을 저자 레오나르드 믈로디노프는 <감정의 뇌과학>에서 일상 생활을 통해 알기 쉽게 알려준다...


감정 유형은 본성과 양육, 뇌의 물리적 구성 및 뇌에 영향을 미친 과거의 경험이 서로 복잡하게 작용해서 이루어진 결과이다. 우리는 모두 감정에 반응하지만 감정을 통제할 능력도 있다. 감정 통제나 조절은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_ 레오나르드 믈로디노프, <감정의 뇌과학>, p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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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표의 크리스퍼 혁명 - DNA 이중나선에서부터 크리스퍼 유전자가위까지
김홍표 지음 / 동아시아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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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퍼는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서열이 여러 벌 있는 특징적 구조이다. 다시 말하면 크리스퍼 사이에 뭔가가 끼어 들어간다는 의미이다. 여러 개의 크리스퍼 사이에는 여러 개의 갈피가 끼어 들어간다. 결과를 먼저 말하면 이 갈피는 바이러스의 유전자 일부를 잘라낸 것이다... 비유하자면 크리스퍼는 현상수배 전단이고 카스 유전자 가위는 일종의 포승줄 역할을 한다. 다시 말하면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서로 성질이 다른 RNA 형태의 염기와 단백질이 양동작전을 펼치는 셈이다. 유전자를 자를 부위를 정확하게 인식하는 '새로운' 도구가 탄생했다. _ 김홍표, <김홍표의  크리스퍼 혁명>, p161 


 3세대 유전자 가위 크리스퍼 카스9(CRISPR-Cas9). <김홍표의 크리스퍼 혁명>은 DNA 편집 기술의 전반을 소개한다. 중심이론(Central dogma)에 따르면 DNA로부터 RNA가 생성된다. 크리스퍼 카스9는 이와는 반대로 RNA를 도구로 DNA의 일부를 특정하게 잘라 편집하는 기술이며, 난치병 치료에 획기적인 방법으로 최근 주목받는 기술이다. 


 3세대 유전자 가위,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단백질이라는 무딘 탐지 기구를 가벼울 뿐만 아니라 엄청난 정확성을 겸비한 RNA로 바꾸어버렸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크기가 작으면서도 인식할 수 있는 염기서열의 숫자도 충분하다. 3세대 유전자가위는 이전 세대의 유전자가위에 비해 첫째 RNA-단백질 하이브리드이고, 둘째 제작이 간편하기 때문에 그 효용성이 엄청나게 크다. _ 김홍표, <김홍표의  크리스퍼 혁명>, p152 


  크리스퍼 카스9은 양날의 검이다. 눈 앞의 편리와 이익을 위해 남용될 경우 자연의 보이지 않는 질서의 한 축을 무너뜨리고 감당할 수 없는 위험으로 인류를 빠뜨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연구가 중단되지 않는 것은 다른 과학기술이 미처 다다르지 못한 미토콘드리아의 유전체까지 다룰 수 있는 현재 알려진 거의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일 것이다.


 영국의 과학자들은 두 벌의 유전자가 모두 정상이 아닌 경우 암컷을 불임으로 만드는 유전자를 선택해서 손을 보기로 했다. 우선 '크리스퍼-카스9'을 이용해서 모기 알의 유전자를 편집한 다음, 이들이 성체가 되기를 기다린다. 그런 다음 이들을 정상인 모기와 교배시켜 생긴 자손들은 모두 이 유전자가 고장 난 상태가 된다. 이들은 결국 멸종에 이른다. _ 김홍표, <김홍표의  크리스퍼 혁명>, p218


 크리스퍼 유전자가위가 디스토피아적인 세계를 앞당길 것이라고 말할 때 흔히 생식세포의 유전자를 교정하는 행위를 꼬집는다. 생식세포 유전자가 변하면 곧 새로운 종이 탄생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생명체의 건강과 종의 보전을 향한 궁극적인 목표는 미토콘드리아의 유전체를 현명하게 다르는 데 있다. _ 김홍표, <김홍표의  크리스퍼 혁명>, p261


 모계에 의해서만 유전되는 소수의 미토콘드리아 유전체와 부계에 의해 유지되는  다수의 핵 유전체 사이의 조화가 건강한 생명체를 만들 수 있기에 크리스퍼 카스9에 대한 연구는 생명 윤리에 대한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계속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김홍표의 크리스퍼 혁명>은 크리스퍼 카스9과 관련한 여러 내용을 일반 독자들이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좋은 과학 안내서다. 본문에서는 유전자 가위와 관련한 선구적인 연구가 소개되는데, 한국의 김진수 박사가 '크리스퍼 삼인방' 중 하나로 당당하게 이름을 올리고 있다. 본문에 기업과 관련한 다른 이야기는 없지만 해당 벤처기업이 툴젠(ToolGen)이라는 사실을 덧붙이며 글을 마무리한다.


 김진수 박사는 과학적으로 변방인 나라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일찍이 벤처기업을 운영하다가 학교로 돌아간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이므로, 그가 실용적인 측면에 치우쳐 있다는 사실은 그다지 놀랍지 않다. 또 식물을 연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우드나나 장펑과 차이가 난다. _ 김홍표, <김홍표의  크리스퍼 혁명>, p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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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분자 RNA - 생명의 기원에서 백신과 유전자 치료까지, RNA에 관한 모든 것
김우재 지음 / 김영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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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의 저장과 전달이라는 이 고귀한 지위를, 그 기능만으로도 여왕이 되어 편하게 놀고 먹을 수 있는 이 고귀한 지위를 DNA에 넘겨주고 때로는 단백질의 기능을, 때로는 DNA의 기능을 대신하는 존재가 있다. DNA와 비슷하지만 그 구조와 구성 성분이 조금 다른 이 핵산의 한 종류를 우리는 RNA라고 부른다. _ 김우재, <꿈의 분자 RNA>, p54/295

김우재 교수의 <꿈의 분자 RNA>는 코로나19 이후 새롭게 질병치료의 기준이 된 RNA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DNA로부터 정보를 전사받아 단백질을 만드는 역할을 하는 RNA. 책에서는 RNA에 대한 개략적인 개념으로부터 CRISPR-CAS9에 이르는 현재 바이오 제약분야의 주요 이슈를 알기 쉬운 용어로 일반에게 소개한다.

mRNA라는 약어를 풀면 messenger ribonucleic acid, 즉 '전령 리보핵산(전령 RNA)'이 되는데, 여기서 '전령'이란 유전체의 정보를 단백질로 전달한다는 의미다. mRNA는 '번역'이라는 과정을 통해 DNA의 염기서열 정보를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로 변환시켜 주는 일을 수행한다. 그 역할이 마치 중요한 정보를 전달하는 전령과 같기 때문에, mRNA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다. _ 김우재, <꿈의 분자 RNA>, p21/295

DNA에서 RNA로 정보가 발현되는 과정을 '전사'라고 한다. DNA와 RNA는 모두 핵산으로 이루어진 친척 사이라서, 정보의 전달 과정은 그다지 복잡하지 않다. 책에 적힌 내용을 노트에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도 된다. RNA에서 단백질로 정보가 전달되기 위해서는 핵산이라는 DNA와 RNA의 기본 단위를 아미노산이라는 단백질의 기본 단위로 '번역'해야 한다. _ 김우재, <꿈의 분자 RNA>, p144/295

저자는 생물학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인들을 위해 전문용어 대신 비유를 통해 이론을 알기 쉽게 풀어가며, 덕분에 독자들은 최근 생물학의 흐름에 대해 새롭게 이해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제임스 D. 왓슨 (James Dewey Watson)의 <이중나선>과 리처드 도킨스 (Richard Dawkins)의 <이기적 유전자>의 한계로부터 독자들을 끌어내어 보다 새로운 세계를 보여준다는 점에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 책에서 도킨스의 이야기가 주된 내용은 아니다. 그렇지만, DNA와 유전자를 통해 세상을 보는 관점을 새롭게 바꾸고, 신(神) 중심의 세계관을 비판한 그들의 진화학이 더는 유효하지 않음을 저자는 본문을 통해 보여주는데, 이는 '진화학=도킨스'로 생각하는 일반 독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오는 것은 분명하다.(적어도 필자 자신에게는 그렇다) 본문에서 도킨스 대신 저자에 의해 새롭게 조명되는 학자가 바로 스티븐 제이 굴드 (Stephen Jay Gould)다. 날카로운 독설가 도킨스에게 밀려 다소 평가절하되는 굴드는 이 책에서 진정한 과학자로 새롭게 비춰진다.

굴드가 '이기적 DNA'라는 개념과 싸운 이유는 그것이 '이기적'이기 때문이 아니라 '이기적'이지 않을 가능성마저 지워버리는 획일성 때문이었다. 굴드는 유전자의 '이기성'과 싸운 것이 아니라 '모든'이라는 수식어와 싸웠던 것이다.(p187)...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가 지닌 이러한 내재적 모순은 첫째, 도킨스가 '이기성'이라고 명명한 유전자의 속성으로부터 비롯되는 필연적 결과이고 둘째, 다윈의 자연선택을 유전자 수준에서 정의하려고 할 때 비롯되는 비극의 결과다. 이미 기무라 모토, 잭 레스터 킹과 토머스 주크스의 중립 가설로 인해 유전체 수준에서 자연선택은 포기되어야 했다. _ 김우재, <꿈의 분자 RNA>, p190/295

마르크스(K.Marx)가 '유신론'에 대항하기 위해 '유물론'이라는 도그마를 들고 나왔듯, 도킨스는 '유전자'라는 개념을 내세웠다. 그렇지만, 마르스크 사상의 '하부구조가 상부구조를 결정한다'는 상부구조의 사상이 갖는 또다른 독단성의 한계와 마찬가지로, 도킨스의 '유전자 결정론'은 모든 것이 완벽하게 '이기적인 유전자'의 철저한 계산과는 달리 무한한 시간 속의 수많은 착오의 산물이라는 진화(進化 evolution)의 기본 개념과 충돌하며 한계를 보여준다.

이처럼 <꿈의 분자 RNA>는 DNA와 단백질이라는 결정적인 '상태' 대신 RNA라는 '상태'와 '변화'로의 관점 변화는 DNA라는 도그마의 붕괴를 독자들에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기적 유전자>를 벗어나 '포스트 도킨스'의 관점으로 '유전자 가위' 시대의 현대 생물학을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안내서라 생각된다...

'DNA는 생명의 책'이라는 말과, '중심 도그마'라는 표현에서 풍기는 위계적 구조, 즉 DNA가 RNA나 단백질의 상위에 존재한다는 관념은 재고되어야 한다. 특히 유전자라는 개념은, DNA라는 생명의 책에 쓰여 있고 단백질을 코딩하는 일부의 영역이라는 차원에서 벗어나, RNA를 포함하는 더욱 광범위한 개념으로 수정될 필요가 있다. _ 김우재, <꿈의 분자 RNA>, p178/295

pS. RNA가 '꿈'의 분자인 이유. 영문으로 '꿈'이라는 글자를 자판으로 두드려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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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은 과학의 이론적 측면에 주어지는 상은 아니다. 인류의 복지에 기여한 과학적 발견 및 기술에 주어지는 상이다. RNA 간섭이 이처럼 빠른 시간에 노벨상을 차지할 수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이 기술이 지닌 강력함을 방증한다. 현재 분자생물학을 연구하는 실험실에서 RNA 간섭을 사용하지 않는 실험자는 거의 없다 할 수 있다. RNA 간섭은 생물학자들이 꿈에서 그리던 유전자 조절의 만능 도구를 제공했다.

이 결과는 우리가 지금까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수의 전사된 RNA들이 단백질로 번역되지 않는다는 점을 말해준다. 특히 mRNA의 경우, 기존 패러다임에선 단백질 번역을 위한 매개자라는 게 지배적이었기 때문에, 그런 mRNA의 60퍼센트 이상의 부분이 단백질로 번역되지 않는다는 것은 매우 충격적인 결과임에 틀림없다.

미르의 발견 과정은 DNA의 구조가 발견된 것처럼 요란하지는 않았지만, 과학자들의 사고방식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이전까지 생물학자들은 RNA의 기능이 단지 전달자라고만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RNA를 건너뛰고 DNA와 단백질의 상호작용만 연구해온, 집단 침묵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제 유전자 발현 과정에서 RNA는 단순한 ‘매개자’가 아니며, 나아가 적극적인 ‘조절자’로 자리매김했다.

미르는 일종의 자물쇠다. 미르는 mRNA라는 자전거가 도로를 달릴 수 없도록 묶어두는 자물쇠 역할을 한다. 거리를 달리는 많은 자전거들을 다양한 mRNA라고 생각해보자. 미르라는 자물쇠를 달고 있는 자전거들은 움직이지 않게 기둥에 묶인 자전거에 비유할 수 있다. 자전거들은 정해진 목표로 운송 중인 소포를 하나씩 가지고 있는데 그게 단백질이다. 미르라는 자물쇠에 채워진 자전거는 그 소포를 원하는 목적지에 가져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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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으로 모두가 고통을 분담하던 시기, 팬데믹이 심해질수록 돈을 버는 기업도 많았다. 이들 중 가장 문제가 된 기업들은 한때 전 세계 백신 접종의 상당수를 담당했던 화이자, 모더나, 얀센, 바이온테크 등의 거대 다국적 제약사들이다. 미국 정부가 부스터샷 추가 접종을 결정하기 전에도 화이자와 모더나 등 거대 제약사들은 정치권에 부스터샷 접종을 요구하는 로비를 벌이며 백신 판매를 통한 이익 추구의 욕망을 드러내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코로나19는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세계 질서뿐 아니라 그 모순도 그대로 노출한다. 미중의 갈등을 단순히 대만이나 북한을 사이에 두고 벌이는 군사 문제로 인식하는 정치인은 그 이면에 놓인 두 거대 국가의 미래를 건 싸움, 즉 첨단 과학기술 분야의 중요성을 놓치고 있는 것이다. 두 국가가 120년 전처럼 세계대전의 형태로 전면전을 치룰 수 없는 이유는 두 국가가 경제적 공동 운명체로 이미 너무나 강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는 RNA를 바라보는 거대 제약사의 관점을 완전히 뒤바꿔놓았다. 코로나19 mRNA 백신의 대성공으로 2022년 1분기에만 RNA로 질병 치료를 연구하는 스타트업에 약 5000억 원이 투자되었고, RNA 치료제 임상시험도 4년 전에 비해 3배 가까이 증가했다

RNA 치료제는 2020년 기준으로 약 500개 이상의 신약 파이프라인(기업에서 연구개발 중인 신약 개발 프로젝트)이 존재하며, 미국이 압도적으로 많은 수의 임상시험을 시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에 이어 RNA 치료제 시장을 주도하는 국가는 독일이며 캐나다, 영국, 프랑스, 스페인 등이 그 뒤를 이었고, 한국은 12위를 차지하고 있다. RNA 기반 치료제는 이제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며, 신약 개발의 패러다임을 바꾸게 될 것이다.

거대 제약사들이 암이 아니라 감염병을 표적으로 mRNA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는 사실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이런 변화를 제약사들의 인본주의로 받아들여선 안 된다. 우리가 mRNA 백신의 개발사에서 배워야 할 교훈 중 하나는 민간의 거대 제약사는 철저히 이익에 따라 움직인다는 냉엄한 현실이다. 거대 제약사가 감염병 백신의 개발에 나서는 이유는 감염병이 돈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계속 언급하겠지만 과학의 발달은 도구의 발달에 의해 제약된다. 도구의 제약 속에서 과학자들은 가장 흥미로운 질문을 찾고, 그렇게 어쩔 수 없이 주어진 환경에서 단서를 찾아 자연의 비밀을 벗긴다.

이 질문을 현대 생명과학의 언어로 바꾸어 표현하자면 ‘정보(달걀)가 먼저인지 기능(닭)이 먼저인지’로 환원할 수 있다. 생명은 정보와 기능의 총체이기 때문이다. 둘 중 하나라도 없다면 우리는 그것을 생명이라고 부를 수 없다. 정보만을 가진 바이러스는 생명이 아니며, 기능만을 가진 육회도 생명이 아니다. 현재 대부분의 생물종에서 정보는 DNA에, 기능은 단백질에 부여되어 있다. 따라서 생명의 기원을 논하는 질문은 ‘DNA가 먼저인가, 아니면 단백질이 먼저인가’로 환원된다. 그리고 이 질문에 대한 답은 DNA도 단백질도 아니다. 가장 그럴듯한 답은 RNA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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