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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부영 교수의 분석심리학의 탐구 3부작 <그림자>, <아니마와 아니무스>, <자기와 자기실현>은 칼 융(Carl Gustav Jung, 1875 ~ 1961)의 분석심리학(分析心理學, Analytische Psychologie)을 대중적으로 설명한 입문서(入門書)다. 이부영의 분석심리학 3부작을 관통하는 주제는 한마디로 '무의식(無意識, unconsciousness)의 창조적 역할'이라 하겠다.  

 

 융의 무의식관은 무의식이 자율성을 가진 창조적 조정능력을 지닌 것이라는 점에서 프로이트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또한 인간의 원초적 행동유형의 조건들을 갖추고 있다고 보는 집단적 무의식에 이르러서는 그것이 의식의 뿌리를 이루며 정신생활의 원천이라고 보는 만큼, 진화의 흔적으로 보는 프로이트의 생각과는 크게 다르다.(p33) <그림자> 中


 프로이트(Sigmund Freud, 1856 ~ 1939)는 무의식을 진화과정의 부산물로 인식한 반면, 융이 바라보는 무의식의 세계는 '창조의 원천이자 뿌리'다. 융은 무의식을 이처럼 중요한 개념으로 인식했기에, 그의 이론에서 무의식의 영역은 그림자, 아니마와 아니무스 등으로 구분했다.


 우리의 마음은 우리가 알고 있는 마음, 즉 의식(consciousness)과 모르고 있는 마음, 즉 무의식(the unconscious)로 이루어지며 무의식은 개인적 무의식과 집단적 무의식으로 구분될 수 있다. 의식과 무의식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특성과 기능에 따라 의식계에서는 '나'(Ich, ego)'를 볼 수 있고 무의식계에서는 '그림자' '아니마'(Anima) 또는 '아니무스'(Animus) '자기'(self)라 부르는 독특한 요소가 있다. 우리의 정신은 심리적 복합체, 콤플렉스로 이루어지며 이 가운데 집단적 무의식을 구성하는 콤플렉스는 다른 말로 원형(Archetype)이라 부른다.(p35) <그림자> 中 


 우리 마음을 의식과 무의식으로 구분한다면, 우리가 자아(自我 Ich ego)라고 부르는 것은 의식의 주체(主體)인 반면, 무의식계의 양상은 조금 복잡하다. 무의식의 영역은 그림자, 아니마와 아니무스 등이 자리하고 있는데, 정신분석학 3부작에서는 우리 삶의 방향은 궁극적으로 이들을 통합해 '자기실현'에 이르는 것이라는 것을 일깨운다.


 그렇다면, 이들 그림자와 아니마/아니무스는 각각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가. 이번 페이퍼에서는 <그림자>와 <아니마와 아니무스>의 내용을 통해 이를 확인하고자 한다. 


 그림자란 무의식의 열등한 인격이다. 그것은 나, 자아의 어두운 면이다. 다시 말해 자아와 비슷하면서도 자아와는 대조하는, 자아가 가장 싫어하는 열등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자아의식이 한쪽 면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그람자는 그만큼 반대편 극단을 나타낸다.(p41)... 우리의 무의식에는 의식과 무의식을 하나로 통합하고자 하는 핵심적인 원형이 있다. 이것을 자기원형(Archetypus des selbst)이라 하는데 이 또한 그림자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원형적 그림자는 개인적 무의식의 내용으로서의 '나'의 그림자에 비해 엄청나게 강력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p42) <그림자> 中


 칼 융에 의하면 그림자는 무의식에서 열등한 인격에 해당한다. <지킬박사와 하이드>에서 하이드씨, 스타워즈 Star Wars에서 포스(Force)의 어두운 면, 절대선(絶對善)에 대응하는 절대악(絶對惡)이 그림자에 해당할 것이다. 그렇지만, 칼 융의 그림자는 단순하지 않다. 그림자는 개인 차원과 집단 차원의 그림자의 복층구조이며, 이 때문에 다소 복잡한 양상으로 나타난다.


[사진] Dark Force Darth Vader(출처 : https://artinsights.com/product/dark-force-darth-vader-star-wars-original-painting-by-william-silvers/)


 그림자는 무엇인가. 일차적으로 개인적으로 개인적 무의식에 억압된, 앞으로 의식화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열등한 인격의 한 측면이다. 그러나 그 가장 밑바닥 단계는 동물의 충동성과 더 이상 구별할 수 없는 것이다.(p85) <그림자> 中


 그림자의 의식화란 그림자의 표현으로서 완결된다고 하였다. 그것은 그림자가 개인적 무의식의 내용으로 나타날 경우에 한한다는 사실도 언급하였다. 집단적 무의식의 그림자상을 발견했을 때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그것은 인간의 마음에, 다름 아닌 자기 마음 속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충격을 받기에 충분하다. 그 충격을 간직하는 것 이외의 일을 할 수 없고 그것만이 우리로 하여금 그러한 파괴적인 충동에 휩쓸리지 않고 조심하게 하는 유일한 수단이다.(p203) <그림자> 


 그림자의 집단적 투사란 어떤 집단 성원의 무의식에 같은 성질의 그림자가 형성되어 다른 집단에 투사되는 것을 가리킨다. 이 경우 그림자는 개인적인 특성을 가지기보다 집단적 특성을 지닌다. 그러한 그림자가 생기는 이유는 그 집단성원이 하나의 페르조나, 즉 집단의식과 동일시하고 있기 때문이다.(p118) <그림자> 中


 여기에서 우리는 연극 탈을 의미하는 페르조나라는 개념을 만난다. 집단사회의 규범과 관습은 개인에게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양식'을 강요하고, 그 결과 개인의 무의식에는 집단의식의 그림자도 함께 자리하게 된다. 일본인의 심리를 설명할 때 흔히들 다테마에(建前)와 혼네(本音)를 통해 설명한다. 친절한 겉모습과는 또다른 속마음을 가진 이들 용어를 통해 집단적 무의식과 그 그림자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태어난 이후 개인이 살아오면서 이루어진 무의식의 층을 융은 개인적 무의식(the personal unconscious)이라 하였다. 프로이트 초기학설의 무의식은 여기에 포함된다... 융은 더 나아가 이미 태어날 때부터 마음의 토대를 이루고 있는 무의식의 층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것은 개인의 특수한 생활사에서 나온 무의식의 층과는 달리 태어날 때부터 갖추어져 있는 인간 고유의 원초적인, 그리고 인간이면 누구에게나 있는 보편적인 특성을 나타내는 무의식의 심층으로 이것을 융은 집단적 무의식(the collective unconscious)이라 이름하였다.(p33) <그림자> 中

 

 집단사회의 행동규범 또는 역할을 분석심리학에서 '페르조나(Persona)'라 부른다. 그것은 집단정신에서 빌려온 판단과 행동의 틀이다. 집단이 개체에 요구하는 도리, 본분, 역할, 사회적 의무에 해당하는 것, 그 집단에서는 누구나 그렇게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해야 할 여러 유행이다.(p36) <그림자> 中


 그렇다면, 이처럼 열등한 그림자가 창조적 기능을 가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저자는 <그림자>를 통해 우리가 그림자를 온전히 바라보고, 그것을 '자신'으로 받아들였을 때 우리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음을 말한다. 그리고, <그림자>의 나머지 내용은 이러한 양상이 전래 동화와 종교(宗敎)에서 어떻게 표현되는지를 보여준다.


 마음 속의 열등한 것, 미숙한 것은 통제와 억제, 혹은 승화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그것은 오히려 '살림'으로써, 즉 움직이게 함으로써 발전/분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분석심리학에서의 그림자의 의식화는 바로 무의식의 열등기능인 그림자를 의식이 받아들이고 의식에 동화시켜 나감으로써 그 바라던 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p277) <그림자> 中


 그림자의 문제, 그림자와의 대면과 갈등은 결국 대극의 합일과 완성의 상징 - 결혼이라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하여 겪어야 하는 필수적인 고통의 과정임을 나타내고 있다. 그런데 그 과정에도 많은 동물들이 콩쥐를 돕는다. 본능의 중요성은 여기서도 제시되고 있는 것이다.(p242)... 친어머니는 이야기의 무대 뒤에서 초능력을 발휘하여 콩쥐를 돕는다. 다시 말해 그녀는 무의식의 지혜와 가까이 있고 의붓어머니와 그 딸은 세속적 욕망에 사로잡혀 있다. 한 개인을 놓고 볼 때 사람은 때로 이 두 갈등 사이에서 방황한다... 절망 속에서 우리는 구원을 찾을 수 있다.(p243) <그림자> 中


 그리고, 의식과 열등한 인격의 통합이후 우리는 새로운 통합대상을 만나게 된다. 아니마(Anima)와 아니무스(Animus)가 그들이다. 아니마와 아니무스는 모두 혼(魂)에 속하는 개념인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남성의 무의식(아니마)은 여성적 특성을, 여성의 무의식(아니무스)는 남성적 특성을 가진다는 점이라 하겠다. 융에 따르면, 의식과 무의식을 통합한 전체적 관점에서는 '남성적 특성'과 '여성적 특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인간적 특성'만이 존재할 뿐이다.


 빛과 어둠의 서로 떨어져 있던 두 측면은 아니마를 통해서 만나게 된다. 자아의식이 무의식을 소홀히 하면 그림자가 아니마를 감싸버려서 아니마를 인식하기 어려워진다는 사실, 그림자를 인식함으로써 비로소 그림자에 오염되어 분간하기 어려웠던 아니마가 드러나서 인식하기 쉬워진다라는 말이 여기에 해당된다.(p255) <그림자> 中


 아니마는 독일어의 제엘레(Seele, 심령)에서, 아니무스는 가이스트(Geist, 심혼)에서 빌려온 라틴어 용어이다. 이것은 우리 마음속의 혼과 같은 것이다. 혼이나 넋, 또는 심령이란 모두 자아의식을 초월하는 성질의 표현이며 '나'의 통제를 받기보다는 고도의 자율성을 지닌 독립된 인격체와 같은 것을 시사하는 말이다.... 남성의 무의식의 내적 인격은 여성적 속성을, 여성의 무의식의 내적 인격은 남성적 속성을 띠게 된다는 것이다.(p43) <그림자> 中


 무의식의 측면에서 여성과 남성이 다른 면을 한마디로 지적한다면 아니마는 기분(Launen, mood)을, 아니무스는 의견(Meinungen, opinion)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이다.(p63)... 우리는 남성의 무의식의 아니마, 여성의 무의식의 아니무스의 특성이 단지 남녀의 의식에서 배제된 내용만으로 일어지는 것이 아니고 더 깊은 원형적 토대, 즉 '선험적 전제'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p64) <아니마와 아니무스> 中


 저자는 <아니마와 아니무스>를 통해 자신 안에 내재한 다른 성(異性)의 요소와의 통합이 중요함을 강조한다. 진정한 남성상을 '51%의 남성과 49%의 여성'으로 말할 수 있다라면, 진정한 여성상은 여기에 대칭(對稱)적으로 인식될 수 있을 것이다. 융은 여기에 머물지 말고 통합적 자기로 나갈 것을 강조한다.


 융의 아니마/아니무스론은 인간이 남성과 여성에 머물러 있지 말고 남성은 여성적 요소를, 여성은 남성적 요소를 살려서 의식에 통합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의식의 중심인 자아는 전체정신의 중심에 거의 접근하게 된다.(p36) <아니마와 아니무스> 中


 '자기(Self, Selbst)'란 자기실현의 종착점이자 시발점이다. 자기란 전체정신, 의식과 무의식이 하나로 통합된 전체정신이다. 그것은 인격성숙의 목표이며 이상이다. 그것은 의식의 중심인 '나(자아)'를 훨씬 넘어서는 엄청난 크기의 전체정신 그 자체, 혹은 그 전체정신의 중심이며 핵이다... 융은 인간무의식 속에서 하느님과 같은 신상(神像)을 발견한 것이다.(p45) <그림자> 中


 분석심리학 탐구 3부작 <그림자>, <아니마와 아니무스>, <자기와 자기실현>으로부터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생각나는 몇 가지 지점이 있다. 첫째는 우리 모두는 페르조나 동일시를 통해 상대에게 상처를 주고받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사회적으로 우리 모두는 각자의 위치에서 해야할 바를 부여받고, 그 역할에 따라 가면을 쓰고 행동하는 것은 아닐까. 좋은 부모로서, 좋은 자식으로서 우리 모두는 각자 부여받은 역할에 충실하고자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상대방의 진정한 모습을 보지 못하고 겉모습만을 바라보고, 우리 역시 그 역할에 동화(同化)되는 것은 아닐까. 이러한 갈등은 특히 부모와 자식간에 극명하게 나타나는 것을 볼 때, 가족간의 상처 문제는 상당부문 페르조나의 문제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그런 면에서 페르조나 문제는 자신 내면의 문제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중요한 문제임을 확인하게 된다.


 둘째로, 우리가 성별 특성이라 부르는 많은 것들이 무의식의 세계로 들어가면 뒤바뀜을 확인하면서, 성(性) 역할이나 특성에 대한 편견을 깨닫게 된다. 마치 <거울 나라의 앨리스 Through the Looking-Glass and What Alice Found There>처럼 우리는 현실과 다른 거울 너머의 세계를 발견할 수 있다. 

 

 내가 거울 속의 집에 대해서 상상한 것들을 모두 말해 줄게. 저긴 물건들이 반대로 있는 것만 빼면 우리 집 거실하고 아주 똑같단다. 의자 위에 올라서면 저 안을 볼 수가 있어. 벽난로 뒤만 빼고 말이야. 아아! 벽난로 뒤를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p206)... 우리 거실 문을 활짝 열어두면 거울 속 집의 복도가 살짝 보인단다. 우리 복도랑 무척 비슷하지. 하지만 저 너머는 완전히 다를 수도 있어.(p207) <거울 나라의 앨리스> 中


 벽난로를 대칭점(symmetric point, 對稱點)으로 거울 나라와 앨리스가 속한 세계(世界)는 분리되어 있지만, 이들 모두가 세상(世上)을 만드는 것처럼, 자기 실현을 위해서는 개인적으로는 내면의 소리에, 사회적으로는 약자의 소리에 귀기울일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더 나아가 이는 경제적으로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과도 연결시켜 볼 수 있을 것이다. 의식을 우리가 인지하고 있는 영역이라고 한다면, 무의식은 우리가 깨닫지 못한 영역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당장의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개발에 초점을 두어야 하겠지만, 장기적 후손들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지금 개발보다 보존 또한 중요한 문제임을 생각하게 된다. 무의식의 의식화와 경제개발은 이러한 부문에서 통하는 바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부문은 교육(敎育)문제에 있어서, 아이들 잠재력 개발과도 연관지을 수 있다. 조기 교육을 통한 아이들 잠재력 개발이 좋은 문제인가 역시 이같은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새로운 접근법을 확인할 수 있다.


 앞서 말했듯, 이부영의 분석심리학 탐구 3부작은 칼 융의 사상을 쉽게 정리한 입문서다. 그래서, 칼 융의 사상을 전반적으로 설명하되 일반인들이 어렵지 않게 다가갈 수 있도록 잘 정리한 책이라 생각된다. <그림자> <아니마와 아니무스> <자기와 자기실현>을 읽은 후 칼 융의 사상에 관심이 생긴 독자라면, 먼저 프로이트 사상을 접한 후 칼 융 저작을 접하면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 생각하며 이상 페이퍼를 갈무리한다.


무의식은 궁극적으로 무의식적이다. 자아가 전일(全一)의 경지인 자기의 경지에 근접할 수는 있으나 그것과 완전히 일치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자기는 언제나 자아보다 크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자기실현이 완성되었다 하더라도 언제나 그곳에는 미지의 세계가 남아 있게 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자기실현을 통해서 완전한 인간(vollkommener Mensch)이 아니라 온전한 인간(vollstandiger Mensch)이 되는 것이다.(p47) <그림자> 中


PS. 아니마와 아니무스 통합이 항상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는 사실은 <마징가 Z>의 아수라 남작의 사례를 통해서 반증되는 것은 아닌지 짧게 생각해 본다.


[그림] 아수라 남작(출처: https://anidb.net/character/55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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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부조화 이론 나남 한국연구재단 학술명저 번역총서 서양편 382
레온 페스팅거 지음, 김창대 옮김 / 나남출판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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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부조화, 즉 여러 인지내용들 사이에 서로 부합하지 않는 관계가 존재하는 것 자체가 사람에게 동기를 일으키는 요인이라는 것을 제안하고자 한다. 나는 이 책의 전체에서 인지(cognition)라는 단어를 주위 환경이나 자기 자신, 또는 자신의 행동에 관한 지식이나 의견 또는 신념이라는 의미로 사용한다. 인지부조화(cognition)라는 것은 마치 배고픔이 배고픔의 감소를 지향하는 행동을 유발하는 선행조건으로 볼 수 있다. 이것은 심리학자들이 지금까지 다룬 것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동기화이지만 모두 아는 바와 같이 매우 강력한 동기화 기제이다.(p20) <인지부조화 이론> 中


 레온 페스팅거(Leon Festinger. 1919~ 1989)은 <인지부조화 이론 A Theory of Cognitive Dissonance>을 통해 자신이 인지하는 내용들이 가져다 주는 부조화가 동기부여의 원인이 될 수 있음을 서술한다. 이번 페이퍼에서는 인지부조화가 가져다 주는 동기부여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2019년 8월 위기의 한-일관계보다 더 중요하게 언론에 의해 다뤄지는 고위공직자 임명에 관련한 사건을 통해 살펴보고, 자신의 마음 또한 정리해본다.


 두 요소만을 고려했을 때, 한 요소의 상반되는 내용이 다른 한 요소에서 도출되면 이 두 요소는 부조화의 관계에 있다고 말한다. 조금 더 형식적으로 진술하면, x의 부정(not-x)이 y로부터 도출되면 x와 y는 부조화의 관계이다.(p34)... 만약 두 요소가 서로 부조화를 이룬다면, 이때의 부조화의 크기는 해당 요소들의 중요성에 비례하는 함수가 될 것이다.(p37) <인지부조화 이론> 中


  이 사건(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비리의혹)에서 인지부조화를 가져오는 두 요소가 있다면,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후보자가 법을 위반했다는 사실과 높은 준법정신이 요구되는 자리에 법 위반자가 임명되어서는 안된다는 사실이 인지부조화를 가져오는 원인이 된다.


 x1 :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는 법을 위반했다.

 y1 : 법무부장관은 법을 다루는 행정부서의 장(長)이니만큼, 높은 수준의 준법정신이 요구된다.

 

 부조화가 생기면 이 부조화를 감소시키거나 제거하려는 압력이 발생한다. 부조화를 감소시키려는 압력의 강도는 부조화의 크기에 비례하는 함수이다. 다시 말하면, 부조화는 추동(drive)이나 욕구(need) 또는 긴장상태(tension) 등과 동일한 방식으로 작동한다.(p41)... 부조화가 생기면 개인은 부조화의 총량을 감소시키는 새로운 정보를 적극적으로 찾을 것으로 기대된다. 동시에 그는 기존의 부조화를 증가시킬지 모르는 새로운 정보는 회피하려고 할 것이다.(p45) <인지부조화 이론> 中


 부조화의 감소는 주로 다음과 같이 3가지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1) 부조화관계에 속한 하나 또는 여러 개의 인지요소 바꾸기

(2) 기존의 인지와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인지요소 추가하기

(3) 부조화 관계에 속한 인지요소의 중요도 낮추기(p309) <인지부조화 이론> 中


 이번 상황에서 x1과 y1과 같은 부조화가 발생했을 경우 우리는 이러한 부조화를 줄이기 위해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노력을 할 수 있다. 


(1)  'x1 :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는 법을 위반했다.'는 인지요소를 바꾸기

(2) 'y1 : 법무부장관은 법을 다루는 행정부서의 장(長)이니만큼, 높은 수준의 준법정신이 요구된다.'는 명제에 부합하는 새로운 인물을 찾기

(3) 조국 법무부 장관 지명에 대해 관심을 끊기


 2주간 약 270,000건에 달하는 관련 기사가 쏟아져 나왔음을 감안한다면, (3)의 대안은 현실성이 없기에, 인지부조화를 줄이려는 노력은 (1)과 (2) 중에서 선택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그렇다면,  이 경우 (1)과 (2)중에서 어느 대안을 선택할 것인가. 선택 기준은 실재(reality)를 갖춘 실체(substance)가 되어야 하며, 이러한 분석을 위해 필요한 것은 의혹을 규명할 수 있는 자리, 청문회라 생각된다.


 현 시점에서 우리는 요소들의 내용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단일 요소인 실재(reality)의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한다... 결과적으로 현재까지의 논의에서 핵심 사항은 실재는 한 개인에게 영향을 미치는데, 개인이 실재와 부합되는 적절한 인지요소를 받아들이게 하는 방향으로 압력을 행사한다는 것이다.(p31) <인지부조화 이론> 中


 그렇지만, 불과 며칠 전 전대미문의 '국무위원의 2일 청문회'가 합의되기 전 얼마나 많은 의혹이 제기되었고, 이로 인해 나는 얼마나 많은 인지부조화를 느껴야 했는가. 그리고, 이러한 부조화를 줄이기 위해 얼마나 많이 뉴스를 접하며 신경을 써야 했는가.


 '소문(rumor)'이라는 말은 일반적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입으로 전해지는 정보의 내용과 관련하여 사용된다. 종종 이 '소문'이라는 단어에는 허위라는 의미가 내포된다. 그러나 여기서 정보의 진실 여부는 별 관심거리가 아니다. 우리가 관심을 두는 것은 그 소문이나 어떤 정보가 널리 퍼지기 위해 충족해야 할 조건들이다... 사실 소문을 널리 퍼지게 하는 다른 요인들, 예를 들면 비슷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 사이의 미래에 대한 광범위한 불확실성 같은 것이 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p238).... 한 가지 또는 그 이상의 이유로 의견을 바꾸는 데 저항이 심하다면 그 조화를 줄이는 것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사람들은 그 새로운 정보와 조화를 이루는 더 많은 인지요소를 바꾸려고 시도할 것이다. 아니면 현재 의문시되는 자신의 믿음과 조화를 이루는 더 많은 인지요소를 획득하고자 할 것이다.(p239)  <인지부조화 이론> 中 


 지금까지 논의에서 알아두어야 할 중요한 사항은 부조화가 발생하면 이 부조화를 감소시키려는 여러 가지 시도들을 관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만약 이러한 시도가 실패했을 경우, 이 부조화가 충분히 인식할만하고 이 상태에 대한 불편함을 분명히 느낄 수 있는 것이라면 우리는 심리적으로 불편한 증세가 나타나는 것을 분명히 관찰할 수 있을 것이다.(p47) <인지부조화 이론> 中


 혼란스러운 상황을 극복하고자 여러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정리되지 못하고 휘둘리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되는 것은 나만이 느끼는 감정인지는 모르겠다. 이제는 인지부조화가 해결되지 않는 상황(S2)이 또다시 다른 스트레스로 다가오는 듯하다. 그렇다면 이 다른 상황에서 인지부조화를 가져오는 원인은 무엇일까. 이는 다음의 두 명제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x2 : 시급한 현안에 대한 적절한 처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y2 : 자신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지 않는 이익집단이 존재한다. 


 y2의 이익집단은 사람에 따라 다른 의견을 가질 것이기에, 그대로 변수처리를 해도 좋을 듯하다. 그럼, x2와 y2의 인지부조화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 여기서 저자의 처음 말로 돌아가보자.


 나는 부조화, 즉 여러 인지내용들 사이에 서로 부합하지 않는 관계가 존재하는 것 자체가 사람에게 동기를 일으키는 요인이라는 것을 제안하고자 한다.


 국민소환제가 존재하지 않는 지금, 매번 되풀이되는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투표를 통한 의사표명만이 답이라 생각한다. s2의 상황이 해결되었을 때, s1과 같은 부수적인 문제들은 저절로 해결될 것이다. 내년 총선에는 반드시 투표해야겠다.(동기부여).  -> 인지부조화는 동기부여를 가져올 수 있다.(증명 끝)


 <인지부조화 이론>의 저자 레온 페스팅거는 인지 부조화가 동기부여의 기제가 될 수 있음을 말한다. 본문에서는 좀 더 다양한 사례를 소개하고 있으나, 일상의 사례를 통해 저자의 주장에 근거가 있음을 확인하면서 이번 페이퍼 같은 리뷰를 마무리한다.


PS. 별로 중요하지 않지만, 조국 후보자가 법무부장관에 어울리지 않는 위법을 저질렀다면 낙마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다만, 어떨 때는 '도덕적 기준'을 적용하고, 다른 경우에는 '법적 기준'을 들이대는 '플루크루스테스 침대(Procrustean bed)'와 같은 감정적 평가가 아닌 객관적 평가가 이루어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리고, 사람이 아무리 잘못했다고 하더라도 말못할 상황에 놓이게 하고 무조건 때리는 여론몰이 행태는 지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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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28 13: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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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29 05: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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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29 19: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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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01 10: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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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01 15: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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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01 15: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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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01 16: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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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파농 지음, 노서경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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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파농(Frantz Fanon, 1925 ~ 1961)의 <검은 피부, 하얀 가면 Peau noire, masques blancs>은 흑인과 백인으로 대표되는 제국의 주변부와 중심부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를 단순히 인종(人種)문제로 생각하면 우리와 큰 관련이 없는 문제처럼 생각되지만, 조금만 생각을 바꿔보자. 제국주의 시대에 같은 유색인종인 일본에게 식민지 생활을 한 우리에게 검은 피부를 가지고 백인이 되고 싶어하는 이들은 황국신민(皇國臣民)이 되기를 열망했던 이들로 치환될 수 있다. 이후 <검은 피부, 하얀 가면>을 읽을 때 우리에게 이 책에서 다루는 문제는 보다 현실감있게 다가온다...


 사람은 우주의 조화에 전율하는 하나의 긍정이다. 뿌리째 뽑히고 낱낱이 흩어져 당황스러운 인간, 공들인 진실들이 하나씩 해체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처지의 인간은 자기 안에 공존하는 이율배반을 이 세상에 투사하기를 그쳐야 한다. 흑인은 검은 사람이다; 곧 일련의 정서 착란으로 우주 한복판에 박혀버렸는데 그는 거기서 나와야만 한다. 우리는 유색인이 자신으로부터 해방되는 것, 그것만 목표로 할 뿐이다.(p8) <검은 피부, 하얀 가면> 中


 백인은 자신의 흰색에 갇혀 있다. 흑인은 자신의 검은색에. 이 이중 나르시시즘이 어디로 흐르고 어떤 동기를 불어넣는지, 우리는 그것을 확실히 짚을 것이다.(p10)  <검은 피부, 하얀 가면> 中

 열등 콤플렉스가 있다면 그것은 다음 이중의 과정에 따른 것이다. 우선 경제적인. 그다음으로 이 열등성의 내면화, 또는 그보다 더한 열등성의 전염에 의한.(p11)... 흑인은 두 차원 모두에서 투쟁을 수행해야 한다 : 그 두 가지는 역사적으로 상호작용하기 때문에 한쪽만의 해방은 어느 쪽에나 불완전하다. 가장 나쁜 오류는 기계적 종속을 믿는 것이다. 더군다나 사실 자체가 그와 같은 체계적 성향에 어긋난다.(p12)  <검은 피부, 하얀 가면> 中

 우리는 백인종과 흑인종의 대면이 심리-실존적 콤플렉스를 만들어냈다고 본다. 우리는 그것을 분석함으로써 마침내는 파과하고자 한다.(p13)  <검은 피부, 하얀 가면> 中

PS. 1940년대 창씨 개명 당시 이(李)씨의 경우 미야모토(宮本)으로 바꾼 사례가 있어 이를 제목의 부분으로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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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9-08-17 10: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번역 괜찮았나요??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같은 책에 비해 영 알아먹기 힘든 한국어였던 기억이 있는데, 소양이 한참 부족하던 시절의 좀 지난 기억이라.....

겨울호랑이 2019-08-17 10:39   좋아요 1 | URL
^^:) 저는 잘 읽었습니다만, 제가 워낙 번역의 수준에 대해 잘 알지 못해 뭐라 말씀드리기가 어렵네요. 제 한국어도 그다지 좋지 못해서요 ㅋ
 
프로이트 & 라캉 - 무의식에로의 초대 지식인마을 34
김석 지음 / 김영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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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 1856 ~ 1939)는 전쟁에서 살아온 병사들이 밤마다 악몽에 시달리는 것을 보면서 인간의 내면에 지속적으로 작용하는 '죽음 충동'이 있으며 그것이 악몽과 환상을 만들어내며 은밀한 파괴 욕망을 충족시킨다고 설명한다.(p20) <프로이트 & 라캉 : 무의식의 초대> 中

 

자크 라캉(Jacques Lacan, 1901 ~ 1981) 또한 인간의 세계는 자연적 환경이 아니라 언어와 상상적 작용을 통해 재구성된 '상상계'라고 설명한다. 상상계는 온전하게 통합된 세계가 아니라 언제나 균열되어 있으며 충족되지 못한 욕망이 순환되는 불완전한 세계다. 그것은 언어가 존재의 모든 것을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p21) <프로이트 & 라캉 : 무의식의 초대> 中

 

 <프로이트 & 라캉 : 무의식의 초대>는 인간의 무의식(無意識)과 관련한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 1856 ~ 1939)와 자크 라캉(Jacques Lacan, 1901 ~ 1981)의 이론에 대해 설명한 입문서(入門書)다. 오이디푸스 컴플렉스와 이드, 에고, 슈퍼에고로 대표되는 프로이트 이론과 이를 계승발전시켜 욕망을 대타자의 담론으로 정의한 라캉의 이론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이번 리뷰에서는 이들 두 학자의 이론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프로이트는 인간이 겪고 있는 신경증의 원인을 문명에서 찾는다. 문명은 인간의 본성을 억압하고 길들이기 때문에 자연에서 벗어나 문명이라는 테두리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인간은 여러 가지 고통과 갈등 속에서 살게 된다는 것이 프로이트의 설명이다. 또한 무의식의 기원이 되는 오이디푸스 컴플렉스 Oedipus complex가 문명의 출발점에도 동일하게 자리잡고 있다고 말한다.... 사회화는 자연적인 본능을 길들이고 사회적으로 용인된 방식으로 그 본능을 표출하는 것을 배우는 과정이다. 이러한 사회화 과정은 필연적으로 억압과 그 억압에 따른 다양한 증상을 수반한다.(p25) <프로이트 & 라캉 : 무의식의 초대> 中

 

 프로이트는 근대 이래의 서구 학자들이 취하고 있는 기본 입장 '자연 - 인간' 의 대립 구조에서 인간이 갖고 있는 불안감과 신경증의 원인을 찾고 있다. 인간이 만들어온 문명(文明, culture)은 자연상태의 인간을 사회화시키기 위해 인간에 내재된 본능(本能, instinct)이 억압시키게 되는데, 유명한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는 이러한 사회화 부작용의 한 단면이다.

 

 프로이트에 의하면 오이디푸스는 아이가 최초로 품었던 부모에 대한 사랑과 미움의 양가적 감정을 억압하고 극복하면서 성차를 깨달아 가족 내에서 자신의 위치를 명확히 하는 주체 탄생의 심리 드라마다.(p63) <프로이트 & 라캉 : 무의식의 초대> 中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로 대표되는 1차 정신 기구 모델은 이후 이드, 에고, 초자아 이론으로 발전하게 되며, 이를 2차 정신 기구 모델이라고 한다. 에고와 슈퍼에고는 이드로부터 분화되었지만, 사회화되는 과정 속에서 서로 대립, 활성화시키게 된다. 거칠게 표현한다면, 에고가 자아(自我)라면, 슈퍼에고는 사회에서 강요하는 사회적 윤리, 기준이 될 듯하다.

 프로이트의 이론 변화는 1923년에 새롭게 고안된 2차 정신 기구 모델을 통해 구체화되는데, 이것이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이드, 자아(에고), 초자아(슈퍼에고)이론이다.(p95)... 이드(id)는 우리가 도달할 수 없는 어두운 부분이며, 충동으로부터 나오는 에너지로 가득 차 있다. 프로이트가 1차 정신 기구 모델에서 무의식 체계로 간주한 부분이 이드에 귀속된다... 이드의 직접적 기능은 과도한 에너지의 흐름으로 생긴 흥분 상태, 즉 긴장을 외부로 방출해 제거하는 것이다.(p97) <프로이트 & 라캉 : 무의식의 초대> 中

 

 [그림] 이드 - 에고 - 슈퍼에고(출처 :http://www.kvccdocs.com/KVCC/2013-Fall/PSY101-OLA/Lessons/L-12/id-ego-superego.jpg)

 

 자아(ego)는 각 개인 속에서 의식, 주의, 판단, 기억 등의 정신 과정을 일관성 있게 조직화하는 기능을 한다. 의식은 바로 이 자아에 귀속된다. (p98)... 자아가 이드에서 분화했듯이 초자아(superego)는 자아에서 분화해서 생기는데, 그  기원은 오이디푸스 컴플렉스의 쇠퇴와 직접 관계가 있다. 어머니의 절대적 사랑의 대상이 되려는 아이의 욕망은 아버지의 위협 때문에 좌절되고 무의식 속으로 침잠하는데 여기서 금지를 명하는 아버지의 목소리가 초자아의 기원이 된다.(p100).... 초자아가 부과하는 이상적 자아는 여타의 사회 규범에 의해 강화되면서 아이로 하여금 사회적 존재가 되도록 만들어 준다.(p101)  <프로이트 & 라캉 : 무의식의 초대> 中

 

 라캉은 무의식의 언어적 구조와 본성을 강조하고 욕망을 재해석함으로써 프로이트의 발견들을 철학적으로 더 세견되고 풍성하게 다듬었다. 라캉의 주장은 '무의식은 대타자의 담론이다'와 '인간의 욕망은 대타자의 욕망이다'로 요약된다. 라캉은 주체와 시니피앙 sinifiant의 관계가 정신분석의 핵심 주제라고 강조하는데, 이는 무의식 주체의 욕망과 관계가 있다.(p30) <프로이트 & 라캉 : 무의식의 초대> 中

 

 한편, 라캉은 언어(language)에 주목하고, 이를 바탕으로 주체의 욕망을 끌어내고 있다. 라캉은 먼저 소쉬르(Ferdinand de Saussure, 1857 ~ 1913)의 언어 개념인 시니피앙, 시니피에의 개념을 차용하지만, 그의 이론안에서 이들은 독자적인 관계를 맺게 된다. 라캉의 이론 안에서 이들은 다른 상상계, 상징계, 실재계라는 새로운 세계를 연결시키는 연결자가 된다.

 

 라캉의 사상은 크게 세 가지 개념을 축으로 해서 전개된다. 1930 ~ 1940년 대에는 상상계 imaginary, 1950 ~ 1960년대 초까지는 상징계 symbolic , 1960년대 중반 이후에는 실재계 real가 라캉 사유의 중심축을 형성한다... 이 세 범주는 유기적으로 작동하면서 인간의 정신적, 물질적 삶의 영역을 역동적으로 만든다.(p112)  <프로이트 & 라캉 : 무의식의 초대> 中

 

 정리하자면, 시니피앙과 시니피에와의 관계가 상상계, 상징계, 실재계에서 맺어지는 방식이 라캉 이론의 전체적인 틀이라 생각된다. 우리가 거울을 통해 세상을 인식하듯 우리는 현실 세계를 언어를 통해 인식하게 된다. 특히, 생후 6 ~18개월의 유아가 경험하게 되는 '거울 단계'는 이를 잘 표현하고 있다.

 

 라캉은 우리가 사는 현실 세계를 상상계의 산물이라 설명하는데, 라캉은 상상계의 본질을 심리학자 앙리 왈롱(Henri Wallon, 1879 ~ 1962)이 사용한 '거울 단계' 개념을 통해 설명한다. 심리학자들은 거울 단계가 이미지를 매개로 해서 아동이 정체성을 형성하고 대상과의 관계를 자아를 중심으로 구성하면서 성숙해나가는 심리적 발달 과정이라고 설명한다.(p113)... 라캉은 거울 단계를, 주체성의 구조를 이미지에 종속시키고 이를 토대로 상상계가 본격적으로 작용하는 첫 번째 단계로 본다.(p115)  <프로이트 & 라캉 : 무의식의 초대> 中

 

 주체는 스스로를 인식하지 못하며, 타자와의 관계를 통해 자신을 인식하게 된다. 주체는 타자를 인식하는데 있어 '언어'라는 매개를 통한다. 상상계와 상징계를 연결시키는 고리. 그것이 언어다.

 

 거울 단계의 경험이 보여주는 것은 인식의 기준이 되는 자명한 자의식이나 선험적이고 절대적인 자아는 없다는 것이다. 자아는 어느 순간 나의 이미지를 다른 대상 이미지로부터 분리하고, 그것에 고착됨으로써 가능해진다.(p116)... 주체가 스스로를 발견하고 제일 먼저 느끼는 곳은 타자 속에서다. 주체가 자신을 확인할 수 있는 모든 대상은 주체의 타자다.(p117) <프로이트 & 라캉 : 무의식의 초대> 中

 

  [그림] 기표와 기의(출처 : 위키백과)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세계는 '상상계'지만, 우리는 이를 언어를 통해 인식하고 있으며 이 세계는 '상징계'로 표현된다. '언어'가 표현할 수 있는 것은 한정적이기 때문에, 상상계와 상징계의 간극은 존재할 수 밖에 없다.  이 간극은 왜 생기는가? 라캉에 따르면 언어는 시니피앙(기표) - 시니피에(기의) 로 구성되는데, 이들은 서로 분리되어 있다. 그리고, 이들이 약하게 연결되는 지점에서 우리가 '주체'라고 부르는 존재가 발생된다. 소쉬르와는 달리 시니피앙과 시니피에와의 관계가 절대적이지 않기 때문에, 이들의 관계는 극히 불안하게 된다. 때문에, 라캉의 주체는 불안한 주체이며, 보다 완벽해지려는 욕구를 가진 '욕망하는 주체'가 된다.

 

 라캉의 기호모델에서 주목할 것은 시니피앙(기표 記表, 개념 sinifiant)과 시니피에(기의 記意, 청각적 이미지 sinifie)의 위치가 바뀌었을 뿐 아니라, 둘의 안정적 결합을 상징하던 가로줄이 이제 정반대로 분리선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기표와 기의를 나누는 분리선은 의미화 작용을 방해한다. 라캉은 자신이 새롭게 수정한 이 식을 시니피앙 논리의 연산식, 혹은 무의식의 연산식이라 부른다.(p133)... 의미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연산식의 분리선을 넘어 시니피앙과 시니피에가 결합해야 한다. 여기서 라캉은 시니피앙과 시니피에를 임시적으로 묶어주는 일정의 고정점을 상정하는데, 바로 그 지점이 의미의 전달자인 주체 subject가 발생하는 곳이다.(p134) <프로이트 & 라캉 : 무의식의 초대> 中

 

 라캉의 주체 subject는 시니피앙에 의해 존재가 대체되고 상징계에서 구조화됨으로써 구성되는 무의식의 주체이자 욕망하는 주체이다. 이 주체는 잃어버린 대상인 물(物)에 도달하려는 욕망의 절대적 향유 의지인 주이상스 jouissance를 추구하게 된다. 그렇지만, 이 주이상스는 결코 도달할 수 없는 불가능한 쾌락이기 때문에, 결여(缺如)로부터 발생된 주이상스는 결국 죽음 충동의 양상으로 발현된다.

 

 상징화에서 벗어나는 삶의 영역에 대한 문제는 나중에 라캉에 의해 실재 real 라는 개념으로 구체화된다. 실재는 상징화에서 벗어나고 그것에 대립하면서 늘 그 자리에 있는 어떤 것이다.(p126)... 진리와 무의식적 주체의 본성은 라캉의 또 다른 개념인 상징계를 중심으로 설명된다.(p127) <프로이트 & 라캉 : 무의식의 초대> 中

 

 결국, 프로이트와 라캉은 둘 다 인간의 무의식에 대해 연구를 했지만, 프로이트는 자아(自我)를 중심으로 이드, 에고, 슈퍼에고의 관계에 대해 집중을 한 반면, 라캉은 대상과 맺는 관계를 중심으로 상상계, 상징계, 실체 등에 관심을 둔 것을 확인하게 된다. 프로이트와 라캉을 정리하다보니 개인적으로 연상되는 내용을 떠올리게 되는데 이를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한 분이신 하느님을 저는 믿나이다.
전능하신 아버지,
하늘과 땅과 유형무형한 만물의 창조주를 믿나이다...

또한 한 분이신 주 예수 그리스도
하느님의 외아들
영원으로부터 성부에게서 나신 분을 믿나이다....

또한 주님이시며 생명을 주시는 성령을 믿나이다.
성령께서는 성부와 성자에게서 발하시고
성부와 성자와 더불어 영광과 흠숭을 받으시며
예언자들을 통하여 말씀하셨나이다. (출처 : 니케아-콘스탄티노플 신경 Symbolum Nicaeno-Constantinopolitanum) 中

 

 먼저 프로이트. 프로이트 이론의 '이드'-'에고'-'슈퍼에고'의 관계 속에서 삼위일체(三位一體)를 발견하게 된다. 이들은 각각 다른이름의 자기라고 생각해 볼 때, 기독교 교리인 삼위일체를 연상하는 것이 그렇게 부자연스러운 일은 아니라 여겨진다. 그래서,   니케아 콘스탄티노플 신경 속의 성부(聖父)-성자(聖子)-성령(聖靈)의 관계를 보면 위와 같다. 이드에서 에고와 슈퍼에고가 분화되었듯이, 성부로부터 성자와 성령이 발(發)되었다는 교리는 유사점이 있지만, 전자는 대립과 화합을 반복하는 존재라는 면에서 후자와 차이가 있어 보인다.

 

거울  

                   
거울속에는소리가없소
저렇게까지조용한세상은참없을 것이오

거울속에도내게귀가있소
내말을못알아듣는딱한귀가두개나있소

거울속의나는왼손잡이오
내악수(握手)를받을줄모르는 - 악수(握手)를모르는왼손잡이오

거울때문에나는거울속의나를만져보지를못하는구료마는
거울아니었던들내가어찌거울속의나를만나보기만이라도했겠소

나는지금(至今)거울을안가졌소마는거울속에는늘거울속의내가있소
잘은모르지만외로된사업(事業)에골몰할께요

거울속의나는참나와는반대(反對)요마는
또꽤닮았소

나는거울속의나를근심하고진찰(診察)할수없으니퍽섭섭하오 (詩/이상)

 

 이상(李箱, 1910 ~ 1937)의 시(詩)에서 거울 속의 나는 나 자신이기도 하지만 나와는 다른 타자(他者)라는 면에서 라캉의 주체를 떠올릴 수 있을 것 같다. 그 외에도 여러가지를 떠올릴 수 있겠지만, 입문서임을 고려할 때 이 정도로 그치는 것이 좋을 듯하다.  <프로이트 & 라캉 : 무의식의 초대>를 통해 두 심리학자들의 연구 성과에 대한 큰 틀을 그려놓고 보다 전문 서적을 통해 깊이 읽기를 한다면 의미있는 독서가 되리라 생각하며 이번 리뷰를 마친다.

 

 

PS. 프로이트와 라캉의 가장 큰 차이는 언어(language)라 생각된다. 그래서, 다음 번에는<촘스키 & 스키너 : 마음의 재구성>을 통해 언어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깊이 살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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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4 07: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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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4 08: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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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5 20: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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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6 19: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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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7 02: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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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파간다 - 대중 심리를 조종하는 선전 전략
에드워드 버네이스 지음, 강미경 옮김 / 공존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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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리적 군중을 구성하는 개인들이 누구든지 간에, 그리고 그들의 생활방식이라든가 직업, 성격, 혹은 지능이 비슷하든 비슷하지 않든간에 상관없이 그들은 자신들이 개인적으로 고립되어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과는 아주 다른 식으로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게 하는 일종의 집단적 정신 상태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 심리적 군중은 일시적 존재로서, 마치 어떤 생명체를 구성하는 세포들이 결합에 의해 각자가 가지고 있는 것과는 매우 다른 특성을 드러내는 새로운 생명체를 형성하는 것처럼 잠시동안 결합한 이질적 요소들로 이루어진다. - 귀스타브 르 봉(Gustave Le Bon, 1841 ~ 1931) <군중심리 Psychologie des Foules>中 - 


 귀스타브 르 봉은 그의 저서 <군중심리>를 통해 개인 심리와는 다른 군중이라는 집단(集團) 심리에 주목하고 있으며, 에드워드 버네이스(Edward Louis Bernays, 1891 ~ 1995)는 한 걸음 더 나가서 <프로파간다 Propaganda>를 통해 대중심리 조작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 책의 목적은 대중의 마음을 지배하는 메커니즘에 이어, 특정 생각이나 제품을 대중에게 선보이고자 할 경우 그러한 메커니즘을 어떻게 조작해야 대중의 지지를 끌어낼 수 있는지를 살펴보는 데 있다. 아울러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이 새로운 선전의 합당한 위상을 모색하는 한편, 서서히 진화해 나가는 선전윤리 및 실천 규범도 제시하고자 한다.(p74)


 1. 민주주의 사회에서 선전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현대사회의 복잡성과 직접민주주의의 한계로 인해 선전이 필요하다. 경제적으로는 20세기 대량생산의 시대를 맞이한 반면, 정치적으로는 민주주의가 확산되면서 직접 민주주의는 불가능해졌다. 그 결과 간접민주주의 방식의 정치 체제가 도입되었고, 이러한 체제 하에서 대중들은 공공의 문제에 대해 매체를 통해 간접적으로 접하게 되었다.  


 이론상으로 모든 시민은 공공의 사안과 개별 행동의 문제에 대해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하지만 문제가 닥칠 때마다 그와 관련된 난해한 경제, 정치, 윤리 정보를 시민 개개인이 직접 연구해야 한다면 그 어떤 결론도 내리지 못할 것이다. 우리의 선택 범위를 현실에 부합하는 비율로 좁히기 위해 우리는 보이지 않는 정부가 각종 정보를 추려내 중요한 사안만 부각시키도록 하는 데 기꺼이 동의했다. 우리의 지도자와 그들이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해 사용하는 매체를 통해 우리는 공공의 문제와 관계있는 사안들의 증거와 범주를 받아들인다.(p63)


 이러한 배경 아래에서 권력자들은 '선전'을 통해 대중들의 심리를 조작하는 시스템을 이해하고 적극 활용할 필요가 생긴다.


 대중의 관행과 의견을 의식과 지성을 발휘해 조작하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중요한 요소이다. 사회의 이 보이지 않는 메커니즘을 조작하는 사람들이야말로 국가의 권력을 진정으로 지배하는 '보이지 않는 정부(invisible government)'를 이룬다.(p61)


 지도자는 때로는 전사, 때로는 독재자가 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공직에 출마하려면 유권자의 비위를 맞추어야 하는 우리의 정치 현실 속에서 타고난 지도자가 지도력을 발휘하려면 선전을 활용하는 길밖에 없다.(p173)


2. 선전이란 무엇인가?


 개인들은 집단화와 제휴의 과정을 통해 대중의 생각을 만들어간다. 그리고, 선전은  이러한 집단화 과정에서 의도한 방향으로 나갈 수 있도록 하는 일련의 노력이며, 개인과 집단 모두를 고려한 종합적인 노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집단화와 제휴라는 이 눈에 보이지 않는 상호 교류 구조야말로 지금까지 민주주의가 집단 사고를 조직하고 대중의 생각을 단순화해온 방식이다.(p73)... 현대의 선전은 기업이나 사상 또는 집단과 대중의 관계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사건을 새로 만들거나 일정한 방향으로 끼워 맞추려는 일관된 노력이다.(p83)


 새로운 선전은 단순히 개개인이나 대중의 마음만이 아니라 사회 구조와 더불어 서로 밀접하게 맞물린 채 그 구조를 이루는 각계각층과 각 계층의 충성도까지 고려한다. 새로운 선전은 개개인을 사회라는 유기체를 구성하는 세포로서뿐만 아니라 사회라는 단위를 구성하는 세포로도 바라본다.(p88)


3. 선전은 누구에 의해 누구를 대상으로 실행되는가? 


 선전은 소수의 지식인에 의해 시행된다. 소수의 깨어있는 이들에 의한 일종의 계몽(啓夢)활동을 통해서만 비로소 사회 전체가 유지될 수 있다. 그 이유는 군중은 감정적이기 때문이며, 이로 인해 선전이 필요해진다.


 트로터와 르봉은 집단 심리는 엄밀한 의미에서 사고 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사고 대신 충동, 습관, 감정이 자리한다. 결정을 내릴 때 집단 심리는 대개 믿음이 가는 지도자의 선례에 따르려는 충동을 보인다. 이는 가장 확고하게 구축된 대중심리학의 원리 가운데 하나다.(p118)


 하지만 선전을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책무는 소수의 지식인들이 지고 있다. 미국의 진보와 발전을 개인의 이익과 공공의 이익을 일치시키는 이들 소수 집단의 활발한 선전 활동에 달려 있다. 소수 지식인 집단의 의욕적인 노력을 통해서만 대중은 비로소 새로운 사상에 눈을 뜨고 거기에 맞게 행동할 수 있다.(p92)


 보이지 않는 정부는 소수의 손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그 이유는 대중의 의식과 습관을 지배하는 사회 기구를 조종하는데 들어가는 비용 때문이다.(p102)


4. 유능한 선전가가 되기 위해서


 유능한 선전가 또는 정치인이 되기 위해서는 사물 또는 행위의 이면(裏面)을 해석하고 읽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자신을 부각시키는 방법을 객관적으로 파악해서, 전략적으로 확산시켰을 때 그는 성공했다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은 대개 스스로 감추고 있는 동기에 영향을 받아 행동한다는 이러한 일반 원리는 개인 심리뿐만 아니라 대중 심리에도 적용된다. 따라서 유능한 선전가가 되려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에 대해 당사자들이 제시하는 동기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그러한 행동 이면에 숨어 있는 진짜 동기를 파악해야 한다.(p123)


  귀가 따갑도록 듣게 되는 유권자의 정치에 대한 무관심은 무엇보다도 정치인이 대중의 의중을 헤아리지 못한다는 사실에 원인이 있다. 정치인은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키려면 스스로를 어떻게 부각하고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p173)... 개념을 확산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 가운데 하나는 현대 사회의 '집단 형성(group formation)' 활용하는 것이다.(p128)


 <프로파간다>는 위와 같이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감정적인 군중을 대상으로 소수의 지식인이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뜻을 관철시킬 수 있는가에 대해 말하고 있다. 20세기 초기에 쓰여진 <프로파간다>의 기원은 마키아벨리(Niccolo Machiavelli, 1469 ~ 1527)의 <군주론 Il Principe>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후대의 영향은 리처드 탈러(Richard H. Thaler, 1945 ~ )의 <넛지 Nudge>에서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차이점이 있다면 <군주론>에서 군주국에서 군주가 해야할 덕목을 이야기 한다면, <프로파간다>에서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소수의 지배자가 어떻게 대중을 다룰 것인가를 말한다는 사실일 것이다. 이러한 면에서 <프로파간다>는 민주주의 사회를 배경으로 한 <군주론>이라는 생각을 계속 떠올리게 된다. 


 그(선전가, PR 담당자)는 의뢰인과의 거래에서 솔직해야 한다. 대중을 바보로 만들거나 속이는 일을 해서는 절대 안 된다. 만약 그런 평판을 얻게 되면 그의 직업 생명은 끝나고 만다. 선전 자료를 외부에 내보낼 때는 출처를 분명히 명시해야 한다.(p111)


[사진] 명탐정 코난의 명대사 '진실은 언제나 하나' (출처 : 유튜브)


 저자 비록 위와 같은말을 통해 정보의 왜곡을 경계하지만, 현실은 만화와 다른 것 같다. 서로 다른 입장에서 저마다 자신이 진실을 말한다는 수많은 미디어 속에서 일반 대중들은 왜곡된 진실을 접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저자의 바람은 단순한 희망이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프로파간다>는 이처럼 군중 심리를 기반으로 한 여론 조종의 필요성과 효과에 대해 말하고 있다. '칼을 도둑이 들면 흉기가 되지만, 어머니가 들면 주방기구가 된다'는 옛말처럼 여론 조종 역시 서로 다른 면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프로파간다>가 보여주는 부정적인 측면이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언론에 의한 여론 조작의 의도를 잘 보여준다는 면에서 심리학의 고전이라는 평에 어울리는 책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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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07 14: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3-07 14: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북다이제스터 2018-03-07 16: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국가의 프로파간다로 사람이 얼마나 제 정신이 아닐 수 있는지, 전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에서 절감했습니다. ㅠㅠ

겨울호랑이 2018-03-07 16:35   좋아요 1 | URL
아직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를 읽어보지 않았는데, 조만간 읽어봐야겠습니다...

북다이제스터 2018-03-07 17: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헝가리 철학자 죄르지 루카치는 ‘긍정적‘ 측면의 프로파간다도 반대합니다.
˝선전과 선동은 인간을 ‘도취‘시켜 비인간화한다. 이것은 비윤리적이다. 도취는 하나의 기만이며 사기다. 감정이입을 핵심으로 삼는 것은 일상적 삶의 차원을 격하시킨다. 니체의 ‘디오니스적 도취‘는 감정이입 반응의 극단적 형태고 개인 인격을 균열시키고 불구적으로 만드는 무가치성이며, 세계와 인간 관계를 공허하게 만든다. 선전과 선동은 인간을 기만하는 위장된 오만일 따름이다.˝

겨울호랑이 2018-03-07 17:37   좋아요 1 | URL
그렇군요... 저는 루카치를 비학과 존재론으로 단편적으로 알고 있었는데요. 루카치의 철학에 대해 조금 더 깊이 공부하고 싶너지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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