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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
김산해 지음 / 휴머니스트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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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메쉬와 엔키두의 우정. 죽음에 대한 인간의 고민.

신들은 인간을 창조하면서 인간에게는 필멸의 삶을 배정했고, 자신들은 불멸의 삶을 가져갔지요.(p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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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9-04-21 17: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맞는 배신자 얘기인 것 같습니다. ^^

겨울호랑이 2019-04-21 18:57   좋아요 0 | URL
북다이제스터님 말씀을 듣고 보니, 엔키두에게서 배신자의 원형을 발견하게 됩니다. 인류 최초의 배신자 이야기도 될 것 같습니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문학사상 세계문학 14
나쓰메 소세키 지음, 유유정 옮김 / 문학사상사 / 199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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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로 말하면 고양이다. 고양이 주제에 어찌하여 주인의 심중을 이같이 정밀하게 기술할 수 있을까 하고 의심하는 자가 있을지도 모르나, 이 정도는 고양이에게 아무것도 아니다. 나는 이래봬도 독심술이라는 걸 터득하고 있다. 인간의 무릎 위에 타고 앉아 잠자고 있는 중에, 나는 나의 부드러운 털옷을 살그머니 인간의 배에다 비비댄다. 그러면 한가닥의 전기가 일어나 그의 마음속 생태(生態)가 손바닥 보듯 나의 심안(心眼)에 내비친다.(p388)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中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 1867 ~ 1916)의 작품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吾輩は猫である>의 주인공은 이름없는 고양이다. 이름은 없지만, 인간의 마음을 읽는 능력을 가진 고양이의 입을 빌려 작가는 무슨 말을 하고 싶었을까. 작품 속에서 우리는 20세기 초 서구 유럽을 따라잡기 위해 그들의 과학(科學)과 사상(思想)을 받아들였던 당대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뉴튼의 운동 제1법칙에 의하면, 가령 다른 힘을 가하지 않는다면 일단 움직이기 시작한 물체는 균일한 속도로써 직선으로 움직인다. 만약 이 법칙에 의해서만 물체의 운동이 지배된다면, 주인의 머리는 이때 에스킬루스와 운명을 같이했을 것이다. 요행히 뉴튼은 제1법칙을 정함과 동시에 제2법칙도 제도해주었으므로, 주인의 머리는 위태위태한 중에 일명(一命)을 건지게 되었다.(p329)... 라이프니츠의 정의에 의하면, 공간은 가능한 동재현상(同在現象)의 질서다.(p330)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中

 고대의 신은 전지 전능하게 숭앙받아왔다. 더구나 예수교의 신은 20세기인 오늘날까지도 이 전지 전능의 탈을 쓰고 있다. 그러나 속인들이 생각할 수 있는 전지 전능은, 때로는 무지 무능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이렇게 말함은 분명 패러독스다. 그런데 이 패러독스를 도파(道破)한 자는, 천지 개벽 이후로 나뿐일 것이라 생각한즉, 나 스스로도 대단한 고양이라는 허영심도 생기는 것이니...(p201)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中


 그렇지만, 당대 유행한 서구사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은 긍정적이지 않다. 고양이 또는 다른 등장 인물들의 입에서 나오는 대화 속에서 우리는 이성(理性)을 강조한 서구사상에 대한 비판과 전통사상에 대한 그리움, 향수를 발견하게 된다.


 인간은 건방진 것 같아도 역시, 어딘가 얼빠진 데가 있다. 만물의 영장이니 어쩌니 하면서 아무데나 만물의 영장을 내세우고 나오지만, 실제로 요만한 사실마저 이해하지 못한다. 더구나 아무렇지도 않은 양 태연자약해하는 데는 한바탕 웃고 싶어진다. 인간, 그는 말물의 영장이라는 허울을 뒤집어쓰고, 나의 코는 어디있나 가르쳐 다오, 가르쳐 다오 하고 떠들어대고 있다.(p430)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中


 나는 서양인보다, 옛날 일본인 쪽이 더 훌륭하다고 생각해. 서양인이 하는 방식은 적극적이다, 적극적이다 하고 요즘 꽤나 유행하는데, 그건 커다란 결점을 갖고 있다고. .. 서양의 문명은 적극적이요, 진취적일지도 모르지만, 필경은 만족하지 못하고 일생을 사는 사람들이 만든 문명이건든. 일본의 문명은 자기 이외의 상태를 변화시켜서 만족을 얻으려는 게 아니지. 서양과 크게 다른 점은, 근본적으로 주위 환경은 움직일 수 없는 것이라는 일대 가정(假定)하에서 발달했다는 것이야.(p346)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中


 우리는 자유를 원하다가 자유를 얻었다. 자유를 얻은 결과, 부자유를 느끼고 난처해한다. 그러니까 서양 문명 따위는 얼핏 보기엔 좋은 것 같아도, 결국은 틀려먹은 걸세. 이에 반해서 동양에선, 옛부터 마음의 수양을 해왔다. 그쪽이 옳은 걸세.(p499)<나는 고양이로소이다> 中

  조금 나간 것일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속에서 이루어지는 당대 일본 사회에 대한 비판과 과거 일본 전통에 대한 향수를 넘어선 감정을 느끼게 되어 불편함을 느낀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의 아래 대화 속에서 자위대 쿠데타를 외치다 할복자살한 미시마 유키오(三島 由紀夫, 1925 ~ 1970)의 군국주의 성향도 작품 내에서 느꼈다면 다소 지나친 것일까.


 얼마 전부터 일본은 러시아와 대전쟁을 하고 있다고 한다. 나는 일본의 고양이므로 물론 일본 편이다. 되도록이면 혼성 고양이 단체를 조직해 러시아 병정을 할퀴어주고 싶을 지경이다.(p222)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中


 이러한 불편한 감정에도 불구하고,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라는 작품 안에서 인간 삶의 보편성을 발견할 수 있기에 좋은 작품이라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그 보편성은  인간의 마음을 꿰뚫어보고 인생을 말하는 고양이의 통찰이 그냥 얻어진 것은 아니었다는 일종의 개연성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마치 소설 <소나기>의  소녀의 죽음처럼 간접적으로 전해지는 이성 친구의 죽음. 이러한 삶의 고통을 통해 고양이는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미케코는 이 근처에서 유명한 미모를 자랑한다. 나는 고양이임엔 틀림없지만 물정은 그런대로 대충 알고 있다. 집에서 주인의 씁스레한 얼굴을 보거나 오상에게 얻어맞고 기분이 좋지 않을 땐, 반드시 이 이성 친구를 방문해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한다. 그러면 어느새 가슴이 후련해지며, 여태까지의 근심 걱정이나 고생살이도 모조리 잊어버리고, 새로 태어난 것 같은 심정이 된다.(p65)... "세상사는 내 맘대로 디지 않는 법이지, 미케 같은 잘난 고양이는 요절(夭折)하겠다, 못난 떠돌이 고양이는 건강하게 장난치고 있겠다......"(p105)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中


 그리고, 이러한 아픔 속에서 얻은 혜안(慧眼) 때문일지는 몰라도, 고양이가 말하는 삶에 대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본다. 결론적으로,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에서 느껴지는 군국주의(軍國主義)에 대해서는 한국인으로서 거북함을 느끼지만, 그 안에 인간 보편의 지혜 또한 발견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 작품이 지금껏 사랑받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면서 이번 리뷰를 갈무리 한다.


 인생의 목적은 구설(口舌)이 아니라 실천에 있다. 자기 생각대로 착착 일이 진척된다면, 그것으로 인생의 목적은 달성된 것이다. 수고와 걱정과 입싸움이 없고서 일이 진척된다면, 인생의 목적은 극락(極樂)의 방법으로 달성되는 것이다.(p192)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中


 세상을 살다보면 사리를 안다. 사리를 알게 되는 것은 기쁜 일이나, 그와 동시에 나날이 위험이 많아서 방심할 수가 없게 된다. 교활해지는 것도 비열해지는 것도, 표리(表裏) 두 겹으로 된 호신복을 걸치는 것도 모두 사리를 아는 결과이며, 사리를 안다는 것은 나이를 먹는 죄다.(p215)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中


 자신의 추함을 자백하는 것은 존경할 만하다. 모양새로 말하면, 분명 미친 놈의 짓이지만 말하는 것은 진리다. 이것이 진일보(進一步)하면, 자신의 추악함이 무서워진다. 인간은 내 몸이 가공할 악당이라는 사실을 철두철미하게 느낀 자가 아니고선, 고생한 사람이라곤 할 수 없다. 고생한 사람이 아니면 도저히 해탈(解脫)할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p355)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中 



PS. 그러고 보니, 이 녀석 내 무릎 위에서 생각을 읽는 중이었군... 어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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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03 09: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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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03 11: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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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8-12-03 10: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무리 개화된 지식이라고 하더라도
자국 민족주의 정서로부터는 자유로울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러시아 병정을 할퀴어 주고 싶다라...

겨울호랑이 2018-12-03 11:27   좋아요 2 | URL
레삭매냐님 말씀처럼 팔은 안으로 굽기 마련인 것 같습니다. 누군가 말한 것처럼 과학에는 국경이 없지만, 과학자에게는 조국이 있다는 파스퇴르의 말도 이의 연장선상인 듯합니다...

붉은돼지 2018-12-03 10: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냥이가 많이 큰 거 같습니다. 고양이 처음 키워보는 저로서는 이 고양이들은 귀엽기는 엄청 귀여운데 도무지 소통이나 교감은 영 안되는 것 같아서 조금 안타까운 마음도 있습니다....손가락 깨물고 발가락 깨물고 하는 거 아무리 겁주고 얼르고 심지어 조금 때리기까지 해도 영 알아먹지를 못하는 것 같아요 ㅜㅜ...

겨울호랑이 2018-12-03 11:31   좋아요 1 | URL
네, 한참 성장기에 있어서인지 사료도 엄청 먹고 움직임도 빨라졌네요. 아마 붉은돼지님 댁의 고양이도 많이 컸겠지요. 처음에는 아장아장 걸어 거의 줍다시피 들어올리곤 했는데, 이제는 제법 날쌔져서 손에 잡기도 쉽지 않습니다.ㅜㅜ 저희 집 귀요미도 시도때도 없이 마냥 놀아달라고 울어대는데, 참 당황스럽습니다. 동물과 교감하는 것이 쉽지 않음을 초보 집사인 저도 실감하는 요즘입니다...

2018-12-03 11: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2-03 14: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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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5 06: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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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1 16: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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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1 22: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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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중일기 난중일기
이순신 지음, 이은상 옮김 / 지식공작소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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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나서도 대한민국을 사랑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난중일기 亂中日記> 뒷편 책 표지글이다. 그렇지만, <난중일기>를 이렇게 표현하기에는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듯이 <난중일기> 속에는 물론 충무공(忠武公)의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과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이 담겨있다. 그렇지만, <난중일기>에는 이러한 원론적인 이야기보다 평범한 우리 삶의 모습이 훨씬 더 많이 기록되어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놓치고 있다. 날씨, 업무 내용, 제사일 등의 공적인 내용, 가족 이야기, 건강 이야기, 사람에 대한 평가는 물론 점 치는 이야기와 꿈 해몽 이야기까지 소소한 삶의 기록이 <난중일기>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더라도 단순히 <난중일기>를 '애국일기'로 한정하는 것에 대해 동의하기 힘들다. 더 나아가, <난중일기>에 대한 이러한 편견 - 애국일기- 때문에 우리가 생각보다 많이 안 읽게 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간단하게나마 <난중일기>에 표현된 기록을 통해 이 책의 내용을 살펴보자. 먼저 <난중일기> 속에는 매일의 날씨, 업무처리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업무일지(業務日誌) 같다는 느낌을 독자들에게 준다. 


' 갑오 정월 초이레. 맑음. 동헌방에 앉아 배 첨지, 남의길과 종일 이야기를 했다. 늦게 공무를 보았으며 남원(南原) 도병방을 사형했다.'(p200)


'을미 칠월 열나흘. 늦게 갰다. 군사들에게 말미를 주었다. 녹도 송여종을 시켜 죽은 군졸들에게 제사 지내도록 쌀 두 섬을 주었다. 이상록, 태구련(귀련), 공태원들이 들어왔다. 어머님의 쾌평하시다니 이런 다행한 일이 없다.'(p434)


 그런가 하면, <난중일기> 속에는 저자의 좋지 못한 건강 또한 나타나 있다. 일기 곳곳에는 위장병으로 고생하는 장군의 모습이 담겨있는데 이런 기록을 통해 우리가 생각해온 장군의 강철과 같은 무인(武人) 이미지는 현실과 다소 차이가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정유  구월 스무나흘. 맑음. 몸이 좋지 못해서 신음하였다. 김홍원(金弘遠)이 보러 왔다.

정유 구월 스무닷새. 맑음. 이날 밤 몸이 몹시 좋지 못하고 허한이 온몸에 배었다.

정유 구월 스무엿새. 맑음. 몸이 좋지 않아 종일 나가지 않았다.'(p681)


[사진] 충무공 이순신 동상(출처 : http://blue-paper.tistory.com/185)


 또한, <난중일기>에는 저자의 인간적인 모습이 기록되어 있다.  회식(會食)이야기, 활쏘는 이야기, 점(占)을 치는 모습, 간밤에 꾼 꿈을 해몽하는 부분 또한 여러 부문에 나타나며, 이를 통해 우리는 장군의 인간적인 면을 확인하게 된다. 


'병신 사월 초여드레. 종일 비, 비. 늦게 들어가 부찰사와 마주 앉아 술을 마셨다. 몹시 취하여 관등(觀燈)하고 헤어졌다.'(p452)


'갑오 구월 초하루. 맑음. 앉았다 누웠다 잠을 못루고 촛불을 켠 채 뒤척이며 지새었다. 이른 아침 세수하고 고요히 앉아 아내의 병세에 대해 점을 쳤더니, "중이 환속하는 것 같다(如僧還俗)"는 괘를 얻고 다시 쳤더니, "의심이 기쁨을 얻은 것과 같다(如疑得喜)"는 괘를 얻었다. 아주 좋다.'(p328)


 그중에서도 <난중일기> 속에 인간적인 면이 가장 잘 표현되는 부분은 원균에 대한 기록이라 생각된다. 우리는 <난중일기> 곳곳에는 경상우수사 원균에 대한 불신(不信)과 비난을 확인할 수 있는데 보통 근엄하고 인자하게 그려지는 충무공의 모습과 달리 뒷담화(?)에 가까운 일기 내용을 보면서 우리는 '인간 이순신'을 느끼게 된다.


 '계사 팔월 스무엿새. 비가 오다 개다 하였다... 원 수사가 술을 마시겠다고 하므로 약간 주었더니, 잔뜩 취해서 흉학하고 도리에 어긋나는 말을 함부로 하는 것이었다. 해괴하다....

계사 팔월 스무여드레. 맑음. 원 수사(원 균)가 와서 음흉하고 간휼한 말을 많이 하였다. 심히 해괴하다.

계사 팔월 그믐. 원 수사가 또 와서 영등으로 가자고 독촉한다. 참으로 음흉하다. 그가 거느린 스물다섯 척의 배는 모두 내보내고, 다만 칠팔척을 가지고 이런 말을 하니, 그 마음 쓰고 행사함이 모두 이따위다.'(p188)


 임진왜란(壬辰倭亂) 7년의 기간을 우리는 직접 경험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쟁"이라는 이미지로 막연하게 느낄수 밖에 없다. 막연한게 다가오는 과거 기록은 우리에게 추상적으로 인식된다. 그렇지만, 그 시대를 살았던 이의 기록은 비록 어렵고 힘든 시기였지만, 그 속에서도 "인간의 삶"이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임진왜란 7년의 기간동안 하루하루가 끔찍했을 것이라 우리는 짐작한다. 그렇지만, <난중일기>는 어려운 중에도 회식이 있었고, 바쁜 중에도 활쏘기를 하는 삶의 모습이 담겨 있다. 우리는 외적의 침입에 일치단결하여 대응한 조선 수군을 막연하게 상상하지만, 그 안에서는 치열한 논쟁이 있었고, 개인적인 감정 대립이 있음을 또한 확인할 수 있다. <난중일기>속에는 우리의 일상(日常)과 다름없는 모습이 그려진다. 그리고, 그러한 일상의 기록이 모여 <난중일기>라는 시대의 기록이 되었을 것이다.


 <난중일기>를 통해 '충무공 이순신'이 '군신(軍神)'이 아니라 우리와 같은 '위장병에 고생하며 결근을 하기도 하고, 동료와 갈등을 겪으며 마음 고생을 하는, 또한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꿈 해몽과 점에 의지하기도 하는' 평범한 인간임을 우리는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충무공의 위대함은 인간적인 약점(弱點)에 의해 낮아지는 것이 아니라, 이를 극복했기 때문에 우리에게 더한 감동을 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난중일기>를 읽으며 희노애락(喜怒愛樂)의 감정과 의식주(衣食住)가 펼쳐지는 삶의 공간인 일상(日常)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어느 '개인의 하루'가 7년 동안 모이고, 어느 개인들이 모여 사회(社會)를 만들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결과물을 우리는 지금 '임진왜란'으로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의 하루가 결코 작지 않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책표지 뒷면의 글을 바꾸어 <난중일기>를 읽은 느낌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나서도 일상(日常)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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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7-08-23 20: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난중일기 문체를 보니 왜 김훈이 칼의노래 문체와 닮았는지알것 같군요.. ^^

겨울호랑이 2017-08-23 20:20   좋아요 0 | URL
^^: 그렇군요.. 저는 작가도 역사적 사실을 모사할 때는 배우처럼 몰입해서 닮아간다는 것을 곰곰발님 말씀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2017-08-23 23: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8-23 23: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8-24 12: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8-24 13: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7-08-25 02: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늘 퇴근하며 해철형 생각했는데ㅜㅜ

겨울호랑이 2017-08-25 07:05   좋아요 1 | URL
그렇지요...저도 참 아쉽습니다..

만화애니비평 2017-10-10 16: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추석 때 시간죽이기 겸사하여 <불멸의 이순신> 드라마를 다시 봤는데, 감동이었습니다.
이순신 장군이 다시 생각해도 위대한 것은 본인의 불굴의 의지도 있지만,
왜 그를 많은 백성과 병사들이 따르냐는 말이죠.

다른 장군(원균)이나 고관대작들은 기생을 끼고 좋은 안주에 술만 마시기 바쁘지만
정작 통제사인 본인은 병사들이 먹는 식단을 비교하여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이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최근 광해군을 다시 생각하며, 한명기교수의 <광해군>이란 책이 다시 떠오르나, 드라마에서 광해군은 이순신을 옹호하는데
이 모습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한 역사가 문듯 아쉽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적어도 광해군이 조정에서 혹은 무군사로 내려갈 때 사관이나 기록만큼은 분명 기록에 의지했습니깐요..



겨울호랑이 2017-10-10 17:13   좋아요 0 | URL
^^: 만화애니비평님 추석 연휴 잘 보내셨나요? 요즘 「남한산성」도 개봉하는 등 16세기 조선에 대한 내용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는 것 같네요. 다양한 관점에서 역사에 대한 재조명과 해석이 꾸준히 이루어진다면 만화애니비평님께서 말씀하신 역사에서의 아쉬운 점도 점차 줄여갈 수 있지 않나 생각하게 됩니다...
 

「건축학교에서 배운 101가지」는 건축 철학에 대한 내용이다.

건축생들의 설계를 할 때 유념해야할 핵심 요소를 쉽게 정리한 책이다. 마치 프로야구 타자들이 끊임없이 하루에도 스윙을 하고, 투수들이 투구 연습을 통해서 기본에 충실하듯이 전공자들은 이 책을 통해 건축에 대한 기본을 되새길 수 있을 것 같다.

얼마전까지 나는 건축을 단순히 `건물과 기능적 활용성에 대한 학문`으로 생각을 해왔다. 이 책에서는 건축이 건물만 고려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공간의 조화`와 `인간의 소통`에 대한 학문임을 깨우쳐 준다.

6. 우리는 감춰진 공간을 이동하며 드러난 공간에 머문다.

20. 엔지니어들이 물리적인 것에 관심을 가진다면 건축가들은 믈리적인 것과 인간의 상호관계에 관심을 가진다.

23. 현실에 주관적이나 객관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주관적 참여란 물체와 하나가 되었다는 생각이며 객관적 참여란 물체와 분리되었다는 생각이다.

46. 불필요한 매스들을 조합하기보다는 `학습된 단순성`이나 `단순성의 상호작용`으로 건축적 풍부함을 창출하라.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우리 집`을 짓고 싶은 소망때문이었다. 이를 위해서는건축의 언어와 사상을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내와 같이 건축에 관한 책을 읽는 중이다. 아직 몇 권 못 읽어서여서일까 건축의 개념이 잘 들어오지는 않는다. 이 책은 나와 같은 초보자들에게도 일단은 쉽게 공감되고 편안하게 읽힌다는 장점이 있다. 이 책을 통해 건축의 언어를 이해하기에는 부족함이 많겠지만, 건축의 ABC를 느낄 수 있다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에는 이러한 건축에 대한 이야기 외에도 삶의 조언(한계가 창의성을 만든다, 일단 무엇인가를 하라 등)과 발표에 대한 내용(일반적인 내용으로 시작하여 구체적인 내용으로 진행한다 등)도 제공하여 건축을 통한 삶의 조망도 같이 제시하였다.

간단하면서도 내용있는 그림과 간결한 내용의 글에서 굵은 선을 통한 저자 매튜 프레더릭의 굵은 생각을 바라봤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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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6-08-01 18: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님 즐겁고 행복한 8월 되시길 바랍니다.^^
맛있는 저녁 드시고 즐거운 오후 되세요.^^

겨울호랑이 2016-08-01 18:47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후애님 마침 저녁식사 중이었어요 후애님도 건강에 유의하시고 시원한 8월 보내시기 바래요^^ 감사합니다.

2016-08-02 09: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02 09: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02 2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03 06: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09 22: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이네이스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베르길리우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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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소서! 여신이여, 펠레우스의 아들 아킬레우스의 분노를... <일리아스>

들려주소서, 무사 여신이여! 트로이아의 신성한 도시를 파괴한 뒤 많이도 떠돌아다녔던 임기응변에 능한 그 사람의 이야기를... <오뒷세이아>

무기들과 한 전사를 나는 노래하노라.... 무사 여신이여, 신들의 여왕이 신성(神性)을 어떻게 모독당했기에 속이 상한 나머지 그토록 많은 시련과 그토록 많은 고난을 더없이 경건한 남자로 하여금 겪게 했는지 말씀해주소서! <아이네이스>

<아이네이스>는 한 사람과 무기들(전쟁)을 노래한다. <일리아스>는 아킬레우스의 분노, <오뒷세이아>는 오뒷세우스의 고난이 주제라면, <아이네이스>는 아이네아스의 시련과 전쟁이 주제다. 이 `무기들`은 아이네아스의 전쟁이 아니라, 작가 베르길리우스가 그리고자 한 로마의 `전쟁`일 것이다.

<아이네이스>는 철저하게 <일리아스>와 <오뒷세우스>를 의식하고 쓴 작품이다.

오뒤세우스는 괴수 스퀼라와 퀴클롭스 손 아귀에서 벗아난 후 다음과 같이 말하면서, 동료를 격려했다.
˝우리는 비통한 마음으로, 그러나 비록 사랑하는 전우들을 잃었어도 죽음에서 벗어난 것을 기뻐하며 항해를 계속했소˝. < 오뒷세이아 제9권 565>

아이네아스 역시 같은 상황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며, 의연하게 대처한다.
˝그러니 이제 정신을 차리고 불행과 공포는 잊어버리시오. 아마 이 고생도 그대들에게 언젠가는 즐거운 추억거리가 될 것이오.˝ <아이네이스 제1권 201>

아이네아스 속에는 오뒷세우스 뿐만 아니라, 헤라클레스와 아킬레우스의 면모도 담겨있다. 그리스 신화에서 영웅 헤라클레스는 헤라의 미움을 받아 12고난을 겪으며, 아이네아스는 역시 유노(그리스명 헤라)의 미움을 받아 지중해를 떠돌며, 나라를 건설한다. 또한, 아이네아스는 예언녀로부터 제2의 아킬레스라는 예언도 받는다<아이네이스 제6권 89>

오뒷세우스는 저승으로 가서, 오랜 동료인 아킬레우스, 아이아스, 어머니 등을 만나는데, 아이네아스 또한 지지않고 저승으로 가서 데이포부스, 디도 여왕, 아버지 앙키세스를 만난다. 오뒷세우스는 그곳에서 원한을 품고 자신을 피하는 아이아스를 보고, 영웅 아킬레우스와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아이네아스 역시 자신을 피하는 디도 여왕을 보고, 영웅 데이포부스와 이야기를 나누는 구조 역시 동일하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는 저승에서 자신과 로마에 대한 예언을 듣는다.

˝자, 이제 너에게 다르다누스의 자손들이 어떤 영광을 누리는지, 이탈리아의 부족에게서 네가 어떤 후손들을 기대할 수 있는지 설명해주겠다...˝<아이네이스 제6권 756>
그의 입에서 로마와 `무기들`이 노래된다...

아이네아스는 헤라클레스의 고난, 오뒷세우스의 지혜, 아킬레우스의 용맹을 담은 영웅이라는 것이 책 전반에 깔려져 있다. 그리고, 이러한 혈통이 당대의 지배자였던 옥타비아누스(아우구스투스)의 `율리아` 가문으로 이어졌다는 이야기를 통해, `아이네아스-카이사르`로 이어지는 고귀한 혈통의 계보를 완성한다. 다만, 이 경우 아이네아스부터 카이사르까지의 시간적인 간격이 벌어지기에, 중간에 `로물루스-레무스` 등의 이야기도 들어간다.
이러한 구조는 마치 우리나라 <용비어천가>에서 태조 이전에 `6조`를 넣어, 시간적인 간격과 당위성을 부여하려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아이네이스>는 <일리아스>와 <오뒷세우스>의 영향을 받았지만, `개인의 서사시`가 아닌 `국가의 서사시`다. 작품 곳곳에 로마제국으로 이행하면서 그들이 극복해야했던 대상이 나온다.
그들 스스로 `트로이야의 후손`으로 자처했기에, `트로이야`를 멸망시킨 `다나이족(그리스)`에게 선조들에 대한 복수가 필요했다. 또, 후에 포에니 전쟁으로 지중해 패권을 두고 경쟁해야했던 `카르타고`와는, `디도 여왕`의 슬픈 사랑 이야기를 통해 역사적으로 하나될 수 없었다는 의미를 부여한다.

고대 유대인들은 BC 597에 `바빌론 유배`라는 혼란속에서 <타나크(구약성경)>, <토라(모세오경)>을 만들었고, `이스라엘 멸망`을 `우상 숭배`로 규정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고대 로마인들은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를 통해 오랜 내전을 극복하고 새로운 제국으로 발돋움하려는 로마제국에 역사성을 부여했다.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것은 새로운 패러다임이기 때문이리라.

책을 읽을 때 <아이네이스> 곳곳에 나타난 또는 숨겨진 <일리아스>, <오뒷세우스>의 모습을 발견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또한, 로마인들의 세계관과 역사인식을 단편적으로나마 접할 수 있었던 좋은 작품이었다. 내가 라틴어와 그리스어도 할 수 있었다면, 원어로 작품을 비교해서 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었겠지만, 실력의 한계로 누릴 수 없었던 부분이라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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