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뒷세이아 - 그리스어 원전 번역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호메로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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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가인이 다시 노래하기 시작하고 파이아케스족 가운데

가장 훌륭한 자들이 이야기에 흥이 나서 가인을 재촉할 때면

오뒷세우스는 다시 머리를 가리고 신음하곤 했다.

그때 여느 사람들은 그가 눈물 흘리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으나

오직 한 사람 알키노오스만은 그것을 알아차리고 볼 수 있었으니,

그와 가까이 앉아 있어 그가 크게 신음하는 소리를 들었던 것이다.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8권 제90∼95행

 

 

 

세 번째 것은 기억에 의한 발견인데, 그것은 무엇을 보자 지난 일이 회상되어 이로 인하여 발견되는 경우이다. 예건대 디카이오게네스의 『퀴프로스 사람들』에서 주인공은 초상화를 보고 갑자기 울음을 터트린다. 또 「알키노스의 이야기」에서 오뒷세우스는 키타라의 탄주를 듣고 지난 일이 생각나 눈물을 흘린다. 이로 인하여 두 사람은 발견된다.

 

 - 아리스토텔레스, 시학, 제16장

 

   

권투든 레슬링이든 또는 경주든 나는 거절하지 않겠소.

전 파이아케스족 가운데서 누구든지 나오시오. 라오다마스만 제외하고.

그는 나에게 주인이기 때문이오. 누가 자기를 환대하는 사람과

다투려 하겠소? 그것도 낯선 나라에서 자기를 맞아준 주인에게

시합하자고 도전하는 자야말로 참으로 어리석고 쓸모없는 자겠지요.

그런 자는 가지고 있는 것도 다 잃고 말테니까요.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8권 제206∼210행

 

 

   

나는 반들반들 닦은 활도 잘 다룰 줄 아오.

수많은 전우들이 내 곁에 바싹 붙어 서서 적군을 겨냥해도

언제나 내가 맨 먼저 화살을 쏘아

적군의 무리 중에서 내 상대를 맞히곤 했소.

트로이아인들의 나라에서 아카이오이족이 활을 쏠 때마다

오직 필록테테스만이 활에서 나를 능가했다오.

그러나 장담하건대, 지금 대지 위에서 빵을 먹고 사는

모든 다른 인간들보다는 내가 훨씬 더 나을 것이오.

옛날 분들과는 나는 다투고 싶지 않소이다.

헤라클레스와도 오이칼리아의 에우뤼토스와도.

그들은 활로 불사신들과 다투었던 사람들이오.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8권 제215∼225행

 

 

 

한편 가인은 포르밍크스를 연주하며 아레스와 고운 화관의

아프로디테의 사랑에 관해 이들이 처음 어떻게 헤파이스토스의

집에서 몰래 동침하게 되었는지 멋지게 노래하기 시작했다.

아레스는 그녀에게 많은 선물을 주고는 주인 헤파이스토스의 침상과

잠자리를 더럽혔던 것이다. 그러자 당장 헤파이스토스에게 사자가

갔으니 그들의 사랑의 동침을 헬리오스가 보았던 것이다.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8권 제266∼271행

 

 

   

아버지 제우스와 영생하고 축복 받은 다른 신들이여!

이리로 오셔서 이 가소롭고도 참을 수 없는 짓들 좀 보시오.

제우스의 딸 아프로디테는 내가 절름발이라고 해서

언제나 업신여기며 난폭한 아레스를 사랑하고 있어요.

그자는 잘생기고 다리가 곧으나 나로 말하면 허약하게

태어났기 때문이지요. 그 책임은 다른 이가 아니라 내 부모님께

있지요. 차라리 그분들께서 나를 낳지 않으셨더라면 좋았을 것을!

그대들은 이들이 내 침상에 올라 대체 어디서 사랑의 동침을 하고

있는지 보시게 될 것이오. 나는 그것을 보기가 심히 민망하오.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8권 제306∼314행

 

 

 

 

 

헤파이스토스의 등장에 놀라는 아레스와 아프로디테

루이 장 프랑수아 라그레네 1세(Louis Jean François Lagrénée l'Aîné), 18세기경, 루브르 박물관

 

  

그가 이렇게 말하자 신들은 문턱이 청동으로 된 그 집으로

모여들었다. 대지를 떠받치는 포세이돈도 왔고

행운을 가져다주는 헤르메스도 왔으며 명궁 아폴론도 왔다.

그러나 여신들은 부끄러워서 각자 집 안에 머물러 있었다.

그리하여 복을 가져다주는 신들은 대문간에 들어섰고

매우 영리한 헤파이스토스의 솜씨를 보았을 때

축복 받은 신들 사이에서 그칠 줄 모르는 웃음이 일었다.

가까이 있는 이를 보고 이렇게 말하는 신들도 더러 있었다.

"나쁜 짓은 잘되는 법이 없고 날랜 자를 느린 자가 따라잡는 법이지.

지금 느린 헤파이스토스가 올륌포스에 사는 신들 중에서

가장 날랜 아레스를 잡았듯이 말이오. 그는 비록 절름발이지만

기술로 잡았소. 그러나 아레스는 간통의 벌금을 물어야 하오."

그들은 이렇게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8권 제321∼333행

 

   

이때 제우스의 아들 아폴론 왕이 헤르메스에게 말했다.

"제우스의 아들 헤르메스여, 신들의 사자여, 복을 가져다주는 자여!

그대 같으면 설사 강력한 쇠사슬에 꼭 붙들린다 해도

침상 위에서 황금의 아프로디테 옆에 눕고 싶겠소?"
그에게 신들의 사자인 아르고스의 살해자가 말했다.

"그랬으면 오죽이나 좋겠소, 명궁 아폴론 왕이여!

세 배나 많은 사슬들이,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사슬들이 나를

감는다 해도 그리고 신들과 모든 여신들이 들여다본다 해도

그래도 나는 황금의 아프로디테 옆에 눕고 싶소이다."

그가 이렇게 말하자 불멸의 신들 사이에 웃음이 터졌다.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8권 제334∼343행

 

 

 

자, 그대는 주제를 바꾸어 목마(木馬)의 구조에 관해 노래하시오.

에페이오스가 아테네의 도움으로 목마를 만들자

고귀한 오뒷세우스는 일리오스를 함락한 남자들로

그 안을 가득 채운 다음 이 올가미를 성채로 몰고 갔지요.

그대가 내게 그것에 관해 제대로 이야기해줄 수 있다면

나는 신께서 그대에게 신적인 노래를 흔쾌히 선사하셨다고

모든 사람들에게 지체없이 알릴 것이오."

그가 이렇게 말하자 가인은 신의 부추김을 받아 노래하기 시작했다.

그의 노래는 아르고스인들의 일부는 막사들에 불을 지른 다음

훌륭한 갑판이 덮인 함선들을 타고 출항하고, 다른 일부는

이미 목마에 몸을 숨긴 채 트로이아인들의 회의장에서

명성도 자자한 오뒷세우스 주위에 앉아 있던 대목에서 시작되었다.

목마는 트로이아인들이 손수 성채로 끌어들였던 것이다.

목마가 서 있는 동안 트로이아인들은 그 주위에 모여 앉아

서로 다른 이야기들을 많이 했다. 세 가지 상이한 조언이 그들의 마음에

들었으니, 속이 빈 목조물을 무자비한 청동으로 쪼개버리거나

아니면 꼭대기로 끌고 가 바위에서 내던져버리거나 아니면 신들을

기쁘게 해주기 위해 크나큰 자랑거리로서 그대로 내버려두는 것이었다.

결국 이 마지막 조언에 따라 일이 이루어지도록 정해져 있었으니,

트로이아인들에게 죽음과 죽음의 운명을 가져다주려고

아르고스인들의 장수들이 그 안에 앉아 있던 거대한 목마를

받아들이지마자 도시는 파멸할 운명이었기 때문이다.

가인은 또 어떻게 아카이오이족의 아들들이 속이 빈 매복처를

버리고 말에서 쏟아져 나와 도시를 함락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제각기 다른 곳에서 가파른 도시를 파괴했는지 노래했다.

가인은 또 어떻게 오뒷세우스가 신과 같은 메넬라오스와 함께

마치 아레스와도 같이 데이포보스의 집으로 갔는지 노래했다.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8권 제492∼518행

 

 

 

밤이 되자 목마의 뱃속에서 튀어나오는 그리스 연합군의 특공대원들. (출처 : 벌핀치의 그리스 로마 신화)

 

   

이것이 소문난 가인이 부른 노래였다. 그때 오뒷세우스가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니 눈물이 그의 눈꺼풀 밑 두 볼을 적셨다.

마치 어떤 여인이 도시와 자식들로부터 저 무자비한 날을

물리치다가 자신의 도시와 백성들 앞에서 전사한

사랑하는 남편 위에 쓰러져 통곡하듯이

-여인은 남편이 허우적거리며 죽어가는 것을 보고는

그를 끌어안고 대성통곡하는데 뒤에서

적군이 창으로 그녀의 등과 어깨를 치며

노고와 고난을 겪도록 그녀를 노예로 끌고 가니

더없이 애절한 슬픔이 그녀의 두 볼을 시들게 한다-

꼭 그처럼 애절하게 오뒷세우스의 눈썹 밑에서 눈물이 쏟아졌다.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8권 제521∼531행

 

 

 

그러니 그대도 이제는 자기 이익만 생각하시고 내가 묻는 것이면

무엇이든 숨기지 마시오. 그대가 말씀하는 편이 더 아름답기 때문이오.

그대의 이름을 말해주시오. 저쪽에서 그대의 어머니와 아버지께서

그리고 도시에 사는 다른 사람들과 주변에 사는 사람들이

그대를 부르는 이름 말이외다. 귀천을 불문하고

일단 태어나게 되면 이름 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부모는 자식을 낳자마자 누구든 이름을 지어주기 때문이오.

그리고 그대의 나라와 그대의 백성과 그대의 도시를 말씀해주시오.

우리 배들이 그곳을 겨냥해 그대를 거기로 실어다줄 수 있도록 말이오.

파이아케스족에게는 키잡이가 없고

다른 배들이 갖추고 다니는 것과 같은 키도 없으며,

우리 배들은 스스로 사람들의 생각과 마음을 알고 있지요.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8권 제548∼559행

 

 

 

자, 그대는 이 점에 대해 내게 솔직히 말씀해주시오. 그대는

어느 쪽으로 떠돌아다니셨고 어떤 나라들과 인간들에게 가셨는지

인간들 자신과 그들의 살기 좋은 도시들에 관해 말씀해주시오.

그대는 또 얼마나 많은 자들이 가혹하고 야만적이고 의롭지 못했으며

어떤 자들이 손님에게 친절하고 신을 두려워하는 마음씨를 가지고

사는지도 말씀해주시오. 또 그대가 왜 아르고스의 다나오스 백성들과

일리오스의 운명을 듣고는 눈물을 흘리며 마음속으로 슬퍼하는지

그 까닭도 말씀해주시오. 그 운명은 신들께서 만드신 것이오.

인간들에게 주실 파멸의 실은 신들께서 자으시니까요.

이는 후세 사람들에게도 노랫거리가 있게 하시려는 것이오.

혹시 그대의 친척이 일리오스 앞에서 전사했소? 그는 사위였든

장인이었든 틀림없이 고귀한 사람이었겠소. 사실 사위와 장인은

우리 자신의 혈륙 다음으로 가장 가까운 사이요.

아니면 다정하고 고귀한 어떤 전우가 전사했소?

슬기로운 것들을 알고 있는 전우야말로 형제나 다름없지요."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8권 제572∼586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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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소포클레스의 『필록테테스』
    from Value Investing 2014-09-12 11:14 
    소포클레스의 비극 작품 7편 가운데 이 작품은 다른 작품들과는 유별나게 다른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그리스 비극 작품 가운데서도 매우 드물게 몇몇 남자들만 무대에 등장하지만 그 어떤 소설 못지않은 독특한 재미가 넘쳐난다. 비극경연대회에서 이 드라마로 우승했을 때 소포클레스의 나이가 아흔이 다 된 노인이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이 작품의 주인공인 필록테테스는 헤라클레스가 장작더미 위에서 화장될 때 불을 붙여준 댓가로 활을 물려받은 명사수였으나 그는 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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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메로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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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내가 아무리 괴롭더라도 지금은 저녁을 들게 해주십시오.

가증스런 배(腹)보다 파렴치한 것은 달리 아무것도 없으니까요.

배란 녀석은 내가 지금 이렇게 마음이 슬픈 것처럼

사람들이 몹시 지쳐 있고 마음이 슬플 때도

자기만 생각해달라고 명령하고 강요하지요.

배란 녀석은 나더러 먹고 마시라고 재촉하고 내가 겪은

모든 것을 잊게 하며 자기만 채워달라고 다그치지요.

비록 많은 고생을 한 뒤이기는 하지만 불운한 내가

고향 땅을 밟을 수 있도록 그대들은 날이 새는 대로

서둘러주십시오. 나는 내 재산과 하인들과 지붕이 높다란

큰 집을 볼 수만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소이다.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7권 제215∼225행

 

 

 

알키노오스의 왕궁에 있는 오뒷세우스

프란체스코 하예즈(Francesco Hayez, 1791~1882), 1813 ~ 1815, 카포디몬테 국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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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리아 섬에서 나우시카아와 그 하녀들에 의해 발견된 벌거벗은 오뒷세우스

파올로 파리나티(Paolo Farinati, 1524~1606), 16세기경, 루브르 박물관

 

 

그러니, 여왕이여! 그대는 나를 불쌍히 여기시오.

천신만고 끝에 나는 맨 먼저 그대에게 왔고, 이 도시와 이 나라에

사는 사람들 중에 내가 아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기 때문이오.

그러니 그대는 내게 도시를 가리켜주시고 몸을 가리도록 헌 옷도

한 벌 주시오. 이리로 오실 때 옷을 쌀 보자기를 가져오셨다면

말이오. 신들께서 그대가 마음속으로 열망하는 것들을 모두

베풀어주시기를! 남편과 가정과 금실지락(琴瑟之樂)을 신들께서

그대에게 베풀어주시기를! 부부가 한마음 한뜻이 되어 금실 좋게

살림을 살 때만큼 강력하고 고귀한 것은 없기 때문이오.

그것은 적들에게는 슬픔이고 친구들에게는 기쁨이지요.

그러나 그것을 가장 많이 경험하는 것은 바로 그 자신이지요."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6권 제175∼185행


 

스케리아의 오뒷세우스

장 브로크(Jean Broc, 1771~1850), 19세기경, 마냉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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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 아테네의 말)

신과 같은 오뒷세우스는 그들에게 온화한 아버지였건만 그가

통치하던 백성들 중에 그를 기억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

말예요. 그는 어떤 섬에서 심하게 고통 받으며 그를

억지로 붙들고 있는 요정 칼륍소의 홀에 누워 있어요.

그래서 그는 고향 땅에 돌아갈 수가 없어요.

그에게는 노를 갖춘 배도 없고

바다의 넓은 등으로 그를 데려다줄 전우들도 없으니끼요.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제5권 제11∼17행

 

 

  

"Calypso's Isle", Herbert James Draper(1864∼1920), 1897

 

 

(헤르메스의 말)

그분께서 이르시기를, 그대 곁에는 구 년 동안 프리아모스의 도시를

둘러싸고 싸우다가 십 년 만에 그 도시를 함락하고 귀향길에 오른

남자들 중에서 어느 누구보다 가장 비참한 남자가 있다고 하셨소.

그들은 귀향하며 아테네에게 죄를 지은 탓에 여신이

그들에게 사악한 바람과 긴 너울을 일으켰던 것이오.

그리하여 그의 다른 용감한 전우들은 다 죽고

바람과 너울이 그를 이리로 실어다주었던 것이오.

그런데 이제 제우스께서 그를 되도록 빨리 보내주라는

분부시오. 그는 가족들과 떨어져 이곳에서 죽도록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가족들을 만나고 지붕이 높다란 집과

고향 땅에 닿는 것이 그의 운명이기 때문이오."

그가 이렇게 말하자 여신들 중에서도 고귀한 칼륍소가

몸서리치며 그에게 물 흐르듯 거침없이 말했다.

"무정하시도다, 그대들 남신들은! 그리고 그대들은 유별나게

질투심이 강하시오. 그대들은 어떤 여신이 인간을 사랑하는 남편으로

삼아 공공연히 인간과 동침하게 되면 질투를 하시니 말예요.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5권 제105∼120행 

  

 

그녀가 가서 보니 그는 바닷가에서 앉아 있었다. 그의 두 눈에는

눈물이 마를 날이 없고, 귀향하지 못함을 슬퍼하는 가운데

그의 달콤한 인생은 하루하루 흘러갔으니 그에게는 더 이상 요정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까닭이다. 하지만 그는 밤에는 속이 빈 동굴 안에서

마지못해 원치 않는 남자로서 원하는 여자인 그녀 곁에서 잠들곤 했다.

그러나 낮이면 그는 바닷가 바위들 위에 앉아

눈물과 신음과 슬픔으로 자신의 마음을 괴롭히고 있고

눈물을 흘리며 추수할 수 없는 바다를 바라다보곤 했다.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5권 제151∼158행

 

 

  

오뒷세우스와 칼륍소, 아놀드 뵈클린(Arnold Böcklin, 1827~1901), 1883년, 바젤 미술관

 

 

(칼륍소의 말)

제우스의 후손 라에르테스의 아들이여, 지략이 뛰어난

오뒷세우스여! 그대는 정말로 지금 당장 이대로 사랑하는

고향 땅에 돌아가기를 원하시나요? 그렇다 하더라도 편히 가세요.

그러나 만약 그대가 고향 땅에 닿기 전에 얼마나 많은

고난을 겪어야 할 운명인지 마음속으로 안다면

날마다 그리는 그대의 아내를 보고 싶은 열망에도

불구하고 이곳에, 비로 이곳에 나와 함께 머물며

이 집을 지키고 불사의 몸이 되고 싶어질 거예요.
······

(오뒷세우스의 말)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집에 돌아가서 귀향의 날을

보기를 날마다 원하고 바란다오. 설혹 신들 중에

어떤 분이 또다시 포도줏빛 바다 위에서 나를 난파시키더라도

나는 가슴속에 고통을 참는 마음을 갖고 있기에 참을 것이오.

나는 이미 너울과 전쟁터에서 많은 것을 겪었고 많은 고생을 했소.

그러니 이들 고난들에 이번 고난이 추가될 테면 되라지요.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5권 제203∼224행

 

  

 

그러나 큰 너울이 흐르는 바닷물을 따라 그를 이리저리 날랐다.

마치 가을날 북풍이 서로 바싹 붙어 있는

엉겅퀴들을 들판 위로 나르듯이, 꼭 그처럼

바람들이 바다 위로 뗏목을 이리저리 날랐다.

때로는 남풍이 북풍에게 뗏목을 나르라고 내던지는가 하면

때로는 동풍이 서풍에게 뗏목을 추격하라고 양보했다.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제5권 제327∼332행

 

  

 

그래서 그는 앞으로 내달아 양손으로 바위를 잡고는

큰 너울이 지나갈 때까지 신음하며 그것을 꽉 붙잡고 있었다.

그리하여 그는 너울에서 벗어났으나 그 너울은 도로 물러나면서

다시 덤벼들더니 그를 쳐서 멀리 바다로 던져버리는 것이었다.

마치 문어가 구멍에서 끌려 나오고 그것의 빨판들에는

조약돌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을 때와 같이,

꼭 그처럼 그의 대담무쌍한 두 손은 바위에 부딪쳐

살갗이 찢겼고 그 자신은 큰 너울에 감춰졌다.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제5권 제428∼435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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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넬라오스의 말)

이들 나라들을 떠돌아다니며 내가 많은 재산을 모으는 동안

다른 사람이 은밀히 그리고 불시에 나의 형님을

그분의 몹쓸 아내의 간계로 살해하고 말았소.

그래서 나는 이 모든 재산의 주인이지만 도무지 즐겁지가 않소이다.

그대들의 부친들이 어떤 분이시든 그대들은 그분들에게서

이 일에 관해 들었을 것이오. 나는 많은 고생을 했을 뿐 아니라

아주 훌륭하고 좋은 것들이 많던 내 집을 잃어버렸소.

아아! 내가 지금 그 재산의 삼분의 일만 갖고 여기 내 집에서

살고 있고, 그 대신 그때 말을 먹이는 아르고스로부터 멀리 떨어진

넓은 트로이아에서 죽어간 그 사람들이 아직도 무사하다면 좋으련만!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4권 제90∼99행  

 

  

 

(메넬라오스의 말)

그러나 그들 모두를 위해서도 그 한 사람을 위해서만큼

괴로워하고 비탄하지는 않아요. 그 사람만 생각하면 나는

잠도 싫어지고 음식도 싫어지니까요. 아카이오이족 중에 오뒷세우스가

고생하고 견딘 것만큼 그렇게 고생한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지요.

고난은 물론 그 자신의 몫이겠지만 그를 아쉬워하는 영원히 참을 수 없는

슬픔은 내 몫이지요. 그는 오랫동안 떠나고 없고 우리는 그가

살았는지 죽었는지 알지 못하니 말이오. 라에르테스 노인과

사려 깊은 페넬로페와 갓난아기로서 그가 집에 남겨두고 간

텔레마코스도 지금쯤 아마 그를 위해 비탄하고 있겠지요.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4권 제104∼109행  

 

  

 

(헬레네의 말)

그때 다른 트로이아 여인들은 소리 높여 울었으나 나는 마음이

흐뭇했어요. 내 마음은 벌써 오래전부터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기로

돌아섰고, 그때는 나도 이미 아프로디테가 나로 하여금 내 딸과

내 신방(新房)과, 지혜와 생김새에서 누구 못지않은 내 남편을

버리게 하고 내 사랑하는 고향 땅에서 그리로 인도할 때

내게 씌웠던 그 미망(迷妄)을 한탄하고 있었으니까요.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제4권 제259∼264행  

 

  

 

(메넬라오스의 말)

나는 이미 수많은 영웅들과 그들의 조언과 생각을

알게 되었고 수많은 나라들을 두루 여행해보았지만

참을성 많은 오뒷세우스처럼 강심장을 가진 사람은

아직 본 적이 없어오. 우리들 아르고스인들의 모든 장수들이

트로이아인들에게 죽음과 죽음의 운명을 안겨주려고

반들반들 깎은 목마(木馬)에 들어가 있었을 때

그 강력한 전사가 행하고 견뎌낸 것은 또 어떠했던가!

······

신과 같은 데이포보스가 바로 당신과 동행하고 있었는데

세 번이나 당신은 속이 빈 매복처를 만지고 돌며

다나오스 백성들의 장수들 이름을 소리 높여 불렀고

모든 아르고스인들의 아내들의 목소리를 흉내 냈소.
그때 나와 튀데우스의 아들과 고귀한 오뒷세우스는

한가운데에 앉아 있다가 당신이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오.

우리 두 사람은 벌떡 일어나 밖으로 나가거나

안에서 당장 대답하고 싶었지만 오뒷세우스는

우리의 열망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제지하고 붙들었소.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제4권 제267∼284행

 

  

   

트로이아로 들어가는 목마

지안 도메니코 티에폴로(Gian Domenico Tiepolo), 1760년경, 런던 내셔널 갤러리

 

 

(메넬라오스의 말)

'이제 이들에 관해서는 알았으니 그대는 아직도 살아서

아니면 죽어서 넓은 바다에 붙들여 있다는 세 번째 사람의

이름을 말씀해주시오. 괴롭더라도 나는 듣고 싶소.'

내가 이렇게 묻자 그는 지체 없이 이런 말로 내게 대답했네.

'그 사람은 이타케에 있는 집에서 사는 라에르테스의 아들이오.

나는 그가 어떤 섬에서, 요정 칼륍소의 궁전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는 것을 보았소. 그녀가 억지로

그를 그곳에 붙들고 있어서 그는 고향 땅에 돌아갈 수가

없는 것이오. 그에게는 노를 갖춘 배도 없고 그를

바다의 넓은 등으로 데려다줄 전우들도 없기 때문이오.'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제4권 제551∼560행

 

  

 

칼륍소 동굴에서의 오뒷우스. 브뤼겔의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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