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뒷세이아 - 그리스어 원전 번역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호메로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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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 아테네의 말)

신과 같은 오뒷세우스는 그들에게 온화한 아버지였건만 그가

통치하던 백성들 중에 그를 기억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

말예요. 그는 어떤 섬에서 심하게 고통 받으며 그를

억지로 붙들고 있는 요정 칼륍소의 홀에 누워 있어요.

그래서 그는 고향 땅에 돌아갈 수가 없어요.

그에게는 노를 갖춘 배도 없고

바다의 넓은 등으로 그를 데려다줄 전우들도 없으니끼요.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제5권 제11∼17행

 

 

  

"Calypso's Isle", Herbert James Draper(1864∼1920), 1897

 

 

(헤르메스의 말)

그분께서 이르시기를, 그대 곁에는 구 년 동안 프리아모스의 도시를

둘러싸고 싸우다가 십 년 만에 그 도시를 함락하고 귀향길에 오른

남자들 중에서 어느 누구보다 가장 비참한 남자가 있다고 하셨소.

그들은 귀향하며 아테네에게 죄를 지은 탓에 여신이

그들에게 사악한 바람과 긴 너울을 일으켰던 것이오.

그리하여 그의 다른 용감한 전우들은 다 죽고

바람과 너울이 그를 이리로 실어다주었던 것이오.

그런데 이제 제우스께서 그를 되도록 빨리 보내주라는

분부시오. 그는 가족들과 떨어져 이곳에서 죽도록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가족들을 만나고 지붕이 높다란 집과

고향 땅에 닿는 것이 그의 운명이기 때문이오."

그가 이렇게 말하자 여신들 중에서도 고귀한 칼륍소가

몸서리치며 그에게 물 흐르듯 거침없이 말했다.

"무정하시도다, 그대들 남신들은! 그리고 그대들은 유별나게

질투심이 강하시오. 그대들은 어떤 여신이 인간을 사랑하는 남편으로

삼아 공공연히 인간과 동침하게 되면 질투를 하시니 말예요.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5권 제105∼120행 

  

 

그녀가 가서 보니 그는 바닷가에서 앉아 있었다. 그의 두 눈에는

눈물이 마를 날이 없고, 귀향하지 못함을 슬퍼하는 가운데

그의 달콤한 인생은 하루하루 흘러갔으니 그에게는 더 이상 요정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까닭이다. 하지만 그는 밤에는 속이 빈 동굴 안에서

마지못해 원치 않는 남자로서 원하는 여자인 그녀 곁에서 잠들곤 했다.

그러나 낮이면 그는 바닷가 바위들 위에 앉아

눈물과 신음과 슬픔으로 자신의 마음을 괴롭히고 있고

눈물을 흘리며 추수할 수 없는 바다를 바라다보곤 했다.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5권 제151∼158행

 

 

  

오뒷세우스와 칼륍소, 아놀드 뵈클린(Arnold Böcklin, 1827~1901), 1883년, 바젤 미술관

 

 

(칼륍소의 말)

제우스의 후손 라에르테스의 아들이여, 지략이 뛰어난

오뒷세우스여! 그대는 정말로 지금 당장 이대로 사랑하는

고향 땅에 돌아가기를 원하시나요? 그렇다 하더라도 편히 가세요.

그러나 만약 그대가 고향 땅에 닿기 전에 얼마나 많은

고난을 겪어야 할 운명인지 마음속으로 안다면

날마다 그리는 그대의 아내를 보고 싶은 열망에도

불구하고 이곳에, 비로 이곳에 나와 함께 머물며

이 집을 지키고 불사의 몸이 되고 싶어질 거예요.
······

(오뒷세우스의 말)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집에 돌아가서 귀향의 날을

보기를 날마다 원하고 바란다오. 설혹 신들 중에

어떤 분이 또다시 포도줏빛 바다 위에서 나를 난파시키더라도

나는 가슴속에 고통을 참는 마음을 갖고 있기에 참을 것이오.

나는 이미 너울과 전쟁터에서 많은 것을 겪었고 많은 고생을 했소.

그러니 이들 고난들에 이번 고난이 추가될 테면 되라지요.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5권 제203∼224행

 

  

 

그러나 큰 너울이 흐르는 바닷물을 따라 그를 이리저리 날랐다.

마치 가을날 북풍이 서로 바싹 붙어 있는

엉겅퀴들을 들판 위로 나르듯이, 꼭 그처럼

바람들이 바다 위로 뗏목을 이리저리 날랐다.

때로는 남풍이 북풍에게 뗏목을 나르라고 내던지는가 하면

때로는 동풍이 서풍에게 뗏목을 추격하라고 양보했다.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제5권 제327∼332행

 

  

 

그래서 그는 앞으로 내달아 양손으로 바위를 잡고는

큰 너울이 지나갈 때까지 신음하며 그것을 꽉 붙잡고 있었다.

그리하여 그는 너울에서 벗어났으나 그 너울은 도로 물러나면서

다시 덤벼들더니 그를 쳐서 멀리 바다로 던져버리는 것이었다.

마치 문어가 구멍에서 끌려 나오고 그것의 빨판들에는

조약돌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을 때와 같이,

꼭 그처럼 그의 대담무쌍한 두 손은 바위에 부딪쳐

살갗이 찢겼고 그 자신은 큰 너울에 감춰졌다.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제5권 제428∼435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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