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뒷세이아 - 그리스어 원전 번역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호메로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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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뒷세우스와 페넬로페

프란체스코 프리마티초 (wikimedia commons, 1504∼1570), 1563년경, 빌덴슈타인 미술관

 

 

사려 깊은 페넬로페가 그녀에게 대답했다.

"아주머니! 그대가 아무리 아는 게 많기로

영생하시는 신들의 뜻을 다 헤아리기느 어려울 것이오.

아무튼 내 아들한테 갑시다. 죽은 구혼자들과

그들을 죽인 사람을 내가 볼 수 있도록 말이오."

그녀는 이렇게 말하고 이층 방에서 내려가며 마음속으로 거듭

숙고해보았다. 떨어져 선 채로 사랑하는 남편에게 물어보아야 할지,

가까이 다가서 머리와 손을 잡으며 입 맞추어야 할지.

그러나 그녀는 돌 문턱을 넘어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오뒷세우스의 맞은편 다른 벽쪽에 불빛을 받으며 앉았다.

한편 오뒷세우스는 눈을 내리깔고 높다란 기둥 옆에 앉아

착한 아내가 두 눈으로 자기를 보고 자기에게 무슨 말이든 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너무 얼떨떨한 그녀는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을 뿐이었다. 그녀는 줄곧 두 눈으로

그의 얼굴을 빤히 쳐다만 볼 뿐, 여전히 그를 알아보지 못했으니

그가 몸에 더러운 옷을 걸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23권 제80∼95행

 

 

 

사려 깊은 페넬로페가 그에게 대답했다.

"내 아들아! 나는 하도 얼떨떨해서 무슨 말을 할 수도 없고

물어볼 수도 없고 얼굴을 마주 쳐다볼 수도 없구나.

하지만 이분이 진실로 오뒷세우스이시고

자기 집에 돌아오신 것이라면, 우리 두 사람은 더 확실히

서로를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는 다른 사람들은

모르고 우리 둘만이 알고 있는 증거가 있으니 말이다."

그녀가 이렇게 말하자 참을성 많은 고귀한 오뒷세우스가

미소 지으며 지체 없이 텔레마코스에게 물 흐르듯 거침없이 말했다.

"텔레마코스야! 네 어머니께 여기 홀에서 나를 시험하시게 해드려라.

이제 곧 더 잘 아시게 될 테니까. ······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23권 제104∼114행

 

 

 

사려 깊은 페넬로페가 그에게 대답했다.

"이상한 분이여! 나는 잘난체하지도 않고 업신여기지도 않으며

크게 놀라지도 않아요. 노가 긴 배를 타고 그대가 이타케를

떠나실 때의 모습을 나는 아직도 똑똑히 알고 있으니까요.

에우뤼클레이아! 그이가 손수 지으신 우리의 훌륭한

신방(新房) 밖으로 튼튼한 침상을 내다놓으시오.

그대들은 튼튼한 침상을 내다 놓고 그 위에다

모피와 외투와 번쩍이는 담요 같은 침구들을 펴드리세요."
이런 말로 그녀가 남편을 시험하자 오뒷세우스는

역정을 내며 알뜰히 보살피는 아내에게 말했다.

"여보! 당신은 정말로 내 마음을 아프게 하는 말을 하는구려.

누가 내 침상을 다른 데로 옮겼단 말이오? 아무리 솜씨 좋은 자라도

그렇게 하기는 어려울 것이오. 신이 친히 오신다면 몰라도.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23권 제173∼185행

 

 

 

그가 이렇게 말하자 그녀는 그 자리에서 무릎과 심장이 풀렸으니

오뒷세우스가 말한 확실한 특징을 그녀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는 울면서 오뒷세우스에게 곧장 달려가

두 팔로 그의 목을 끌어안고는 머리에 입 맞추며 말했다.

"오뒷세우스! 내게 화내지 마세요. 당신은 다른 일에서도

인간들 중에서 가장 슬기로우시니까요. 우리에게 슬픔을 주신 것은

신들이세요. 우리가 함께 지내며 청춘을 즐기다가

노년의 문턱에 이르는 것을 신들께서 시기하셨던 거예요.

그러니 이제 당신은 내가 당신을 처음 본 순간

이렇게 환영하지 않았다고 화내거나 노여워하지 마세요.

어떤 사람이 와서 거짓말로 나를 속이지 않을까

내 가슴속 마음은 언제나 부들부들 떨었어요.

사악한 이득을 꾀하는 자들이 어디 한둘이어야지요.

제우스의 딸인 아르고스의 헬레네도 아카이오이족의

용맹스런 아들들이 자기를 사랑하는 고향 땅으로

도로 데려올 줄 알았다면, 낯선 남자와 사랑의 잠자리에서

동침하지 않았을 거예요. 확실히 어떤 신이 그런 수치스런 짓을

하도록 그녀를 부추기셨던 거예요. 그때까지 그녀는 결코

그런 비참하고 어리석은 생각을 마음속에 품지 않았어요.

우리의 슬픔도 처음에 바로 그 어리석은 생각에서 비롯되었던

거예요. 그러나 이제 당신과 나 그리고 단 한 명의 하녀,

말하자면 내가 이리로 올 때 아버지께서 내게 주셨고

우리 두 사람을 위해 튼튼하게 지은 신방의 문을 지켜주었던

악토르의 딸 말고는 어떤 다른 인간도 본 적이 없는

우리의 잠자리라는 확실한 증거를 당신이 말씀하시니

마음씨 냉담한 나로서도 당신의 말에 설득당할 수밖에 없네요."

그녀는 이런 말로 그의 마음속에 더욱더 울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켰다. 그리하여 그는 마음에 맞고 알뜰히 보살피는

아내를 울며 끌어안았다. 마치 바람과 부푼 너울에 떠밀리던

잘 만든 배가 포세이돈에 의해 산산조각이 난 탓에 바다 위를

헤엄치던 자들에게 육지가 반가워 보일 때와 같이

-몇 사람만이 잿빛 바다에서 뭍으로 헤엄쳐 나오고

그들의 몸에서는 온통 짠 바닷물이 줄줄 흘러내린다.

그들은 재앙에서 벗어나 반가이 육지에 발을 올려놓는다-

꼭 그처럼 그녀에게는 남편이 반가웠다. 그녀는

그의 목에서 영영 자신의 흰 팔들을 떼려 하지 않았다.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23권 제205∼240행

 

 

 

두 사람은 달콤한 사랑을 실컷 즐기고 나서 각자가 겪었던

일을 들려줌으로써 이야기로 서로 상대방을 즐겁게 해주었다.

여인들 중에서도 고귀한 페넬로페는 자기에게 구혼하며

소 떼와 힘센 작은 가축들을 죽이고 술통에서 포도주를

마구 퍼내던, 파멸을 가져다주는 구혼자들의 무리들을 보면서

자기가 홀에서 견뎌야 했던 일들을 빠짐없이 이야기했다.

제우스의 후손인 오뒷세우스는 자신이 인간들에게 가져다준

온갖 고통과 자신이 겪어야 했던 고난을 빠짐없이 이야기했다.

그녀는 듣고 좋아했고 이야기가 다 끝날 때까지

그녀의 눈꺼풀 위로 잠이 내려앉지 않았다.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23권 제300∼309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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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뒷세이아 - 그리스어 원전 번역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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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략이 뛰어난 오뒷세우스는 입고 있던 누더기를 벗고

활과 화살이 가득 든 화살통을 든 채 큰 문턱 위로

뛰어올라가 바로 그곳에서 자기 발 앞에 날랜 화살들을

쏟더니 구혼자들 사이에서 말했다.

"이 무해한 시합은 이것으로 끝났다! 이제 나는 아직

어느 누구도 맞힌 적이 없는 다른 표적을 찾아낼까 한다.

혹시 내가 그것을 맞히면 아폴론이 내게 명성을 주실까 해서 말이다."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22권 제1∼7행

 

 

 

지략이 뛰어난 오뒷세우스가 그들을 노려보며 말했다.

"이 개 같은 자들아! 너희는 내가 트로이아인들의 나라에서

다시는 집에 돌아오지 못할 줄 알고

내 살림을 탕진하고 강제로 하녀들과 동침하고

아직 내가 살아 있는데도 내 아내에게 구혼했다.

너희는 넓은 하늘에 사시는 신들도

후세에 태어날 인간들의 비난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이제 너희 모두의 머리 위에 파멸의 밧줄이 매여 있도다."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22권 제35∼41행

 

 

 

오뒷세우스는 접근전에서 긴 창으로 다마스토르의 아들을 찔렀고,

텔레마코스는 에우에노르의 아들 레오크리토스의 옆구리

한복판을 창으로 찔러 청동으로 그것을 꿰뚫었다.

그러자 그자는 앞으로 고꾸라지며 온 이마로 땅바닥을 쳤다.

이때 아테네가 지붕에서 사람 잡는 아이기스를 높이 쳐들자

구혼자들은 마음이 산란해져서 홀 안에

이러저리 흩어지니, 그 모습은 마치 해가 길어지기

시작하는 봄날 윙윙대며 나는 쇠파리가 덤벼들면

떼 지어 사는 암소 떼가 이러저리 흩어지는 것과도 같았다.

그러나 네 사람은 마치 발톱이 구부러지고 부리가 구부정한

독수리들이 산에서 나와 작은 새들을 내리 덮치듯이

-작은 새들은 구름에서 내려와 들판 위로 낮게 날지만

독수리들이 그것들을 덮쳐 죽이니 방어도 도주도 불가능하고

사람들은 그 사냥하는 모습을 보고 즐거워한다-

꼭 그처럼 네 사람은 구혼자들에게 덤벼들어 온 홀 안을 이러지리

돌며 닥치는 대로 쳤다. 그리하여 그들의 머리가 깨어졌을 때

끔찍한 신음 소리가 일었고 바닥은 온통 피가 내를 이루었다.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22권 제292∼309행

 

 

 

오뒷세우스는 혹시 아직도 어떤 사내가 검은 죽음의 운명을

피하려고 살아 숨어 있는지 보려고 온 집 안을 샅샅이 뒤졌다.

그러나 그는 그 많은 구혼자들이 모두 피와 먼지 속에

누워 있는 것을 보았다. 어부들이 코가 촘촘한 그물로

잿빛 바다에서 만(灣)을 이루고 있는 바닷가로 끌어내놓은

물고기들처럼. 물고기들은 모두 바다의 짠 너울을

그리워하며 모래 위에 쏟아져 쌓여 있고

태양은 빛을 비추어 그것들의 목숨을 빼앗는다.

꼭 그처럼 구혼자들은 겹겹이 쌓여 있었다.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22권 제381∼389행

 

 

 

"할멈, 마음속으로만 기뻐하시오. 자제하고 환성은 올리지 마시오.

죽은 자들 앞에서 뽐내는 것은 불경한 짓이오. 여기 이자들은

신들의 운명과 자신들의 못된 짓에 의해 제압된 것인즉,

자기들을 찾아오는 사람이 나쁜 사람이든 착한 사람이든

지상의 인간들을 어느 누구도 존중하지 않았던 것이오.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22권 제411∼416행

 

 

 

그들 사이에서 슬기로운 텔레마코스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나는 우리 어머니와 내 머리 위에 치욕을 쏟아 붓고

구혼자들과 잠자리를 같이한 그런 여인들에게

결코 깨끗한 죽음으로 목숨을 빼앗고 싶지 않다."

이렇게 말하고 그는 이물이 검은 배의 밧줄을 한쪽 끝은

주랑의 큰 기둥에 매고 다른 쪽 끝은 원형 건물의 꼭대기에 감아

팽팽히 잡아당겼다. 어떤 여인도 발이 땅에 닿지 않도록,

마치 날개가 긴 지빠귀들이나 비둘기들이 보금자리로

돌아가다가 덤불 속에 쳐놓은 그물에 걸려 가증스런 잠자리가

그들을 맞을 때와 같이, 꼭 그처럼 그 여인들도

모두 한 줄로 머리를 들고 있었고, 가장 비참하게 죽도록

그들 모두의 목에는 올가미가 씌워져 있었다.

그들이 발을 버둥대는 것도 잠시뿐, 오래가지는 않았다.

이제 그들은 문간과 안마당을 지나 멜란티오스를 데려오더니

무자비한 청동으로 그자의 코와 두 귀를 베고

개들이 날로 먹도록 그자의 남근을 떼어냈으며

성난 마음에서 그자의 두 손과 두 발을 잘라버렸다.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22권 제461∼477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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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뒷세이아 - 그리스어 원전 번역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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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에서 활놀이 하는 오뒷세우스

프란체스코 프리마티초(Francesco Primaticcio, 1504~1570), 16세기경, 퐁텐블로 성

 

 

그리하여 그들의 마음을 확실히 알았을 때

오뒷세우스는 이런 말로 그들에게 대답했다.

"그분은 벌써 집에 와 있다. 여기 있는 내가 바로 그분이다!

나는 천신만고 끝에 이십 년 만에 고향 땅에 돌아온 것이다.

그리고 나는 나의 하인들 중에 오직 자네들만이

내가 돌아오기를 바란다는 것을 알고 있다.
······
나는 자네들이 나를 잘 알아보고 마음속으로 믿도록

확실한 증거를 보여주겠다. 자, 이 흉터를 보라! 이것이 전에

내가 아우톨뤼코스의 아들들과 함께 파르낫소스에 갔을 때

멧돼지의 흰 엄니에 부상당했던 바로 그 흉터다."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21권 제205∼220행

 

 

 

그러니 자, 반들반들 닦은 그 활은 내게 주십시오. 그대들 앞에서

나는 내 손과 힘을 시험해보고 싶소이다. 전에 나의 나긋나긋한

사지에 들어 있던 것과 같은 힘이 아직도 내게 남아 있는지

아니면 방랑과 영양 부족으로 기력이 이미 쇠진했는지 말이오."
그가 이렇게 말하자 그들은 모두 격분했으니 그가 혹시

반들반들 닦은 활에 시위를 얹지 않을까 두려웠던 것이다.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21권 제281∼286행

 

 

 

'진실로 훨씬 못한 자들이 나무랄 데 없는 남자의 아내에게

구혼하지만 반들반들 닦은 활에 시위를 얹지 못하는구나.

그런데 어떤 떠돌이 거지가 오더니 힘들이지 않고

활에 시위를 얹어 화살로 무쇠를 꿰뚫었구나.'

그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고 우리에게는 치욕이 될 것이오."

사려 깊은 페넬로페가 그에게 대답했다.

"에우뤼마코스여! 어떤 훌륭한 남자의 집을 업신여기며

살림을 먹어치우는 자들이 백성들 사이에서 훌륭한 명성을 얻는다는 것은

어차피 안 될 일이지요. 그대들은 왜 그의 성공을 치욕으로 여기는 거죠?

저 나그네는 키가 아주 크고 체격이 탄탄할 뿐만 아니라

훌륭한 아버지의 아들로 태어났다고 자랑하고 있지 않소!

자, 누가 이기는지 우리가 볼 수 있도록 그대들은 그에게 반들반들

닦은 활을 주시오. ······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21권 제325∼337행

 

 

 

······ 한편 지략이 뛰어난

오뒷세우스는 큰 활을 집어 들어 두루 살펴보고 나서

마치 포르밍크스와 노래에 능한 어떤 사람이

손쉽게 새 줄감개에다 현을 메우고는

잘 꼰 양의 내장 양 끝을 고정할 때와 같이,

꼭 그처럼 힘들이지 않고 큰 활에다 시위를 얹었다.

오뒷세우스가 오른손으로 잡고 시위를 시험해보자

시위가 감미롭게 노래하니 마치 제비 소리와도 같았다.

······

그는 앉았던 의자에 앉은 채로 그 화살을 줌통 위에 

얹더니 시위와 오늬를 당기며 똑바로 겨누고 쏘아

도끼의 자루 구멍들을 하나도 놓치지 않았으니,

청동이 달려 묵직한 화살이 그것들을 모두 꿰뚫고

지나갔던 것이다. 그러자 그는 텔레마코스에게 말했다.

"텔레마코스야! 홀에 앉아 있는 네 손님이 너에게 치욕을 

안겨주지는 않았구나. 나는 표적을 놓치치 않았고 활에 시위를

얹느라고 지치지도 않았으니까. 나는 아직도 기운이 팔팔하니

구혼자들이 나를 없신여기며 욕하던 것과는 다르지 않은가!

그러나 지금은 아카이오이족을 위해 만찬을 준비할 시간이다,

아직 밝을 동안. 그러고 나서 나중에 춤과 포르밍크스로

다른 놀이를 즐기도록 하자꾸나. 그것들이야말로 잔치의 극치니까."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21권 제404∼430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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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그의 가슴속 마음은 분기했고

그는 마음속으로 몇 번씩이나 심사숙고했다.

그가 그녀들에게 달려들어 각자에게 죽음을 안겨줄 것인지,

아니면 그녀들이 끝이자 마지막으로 오만불손한 구혼자들과

살을 섞도록 내버려둘 것인지, 그의 마음은 안에서 짖어댔다.

마치 암캐가 낯선 사람을 보면 연약한 새끼들을 막아서며

짖어대고 사람에게 덤벼들기를 열망하듯이, 꼭 그처럼

그의 마음은 그녀들의 못된 짓에 격분하여 안에서 짖어댔다.

그러나 그는 가슴을 치며 이런 말로 마음을 꾸짖었다.

"참아라, 마음이여! 너는 전에 그 힘을 제어할 수 없는

퀴클롭스가 내 강력한 전우들을 먹어치웠을 때 이보다 험한

꼴을 보고도 참지 않았던가! 그때도 이미 죽음을 각오한 너를

계략이 동굴 밖으로 끌어낼 때까지 너는 참고 견디지 않았던가!"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20권 제9∼21행

 

 

 

한편 텔레마코스는 치밀한 계산에서 튼튼하게 지은 홀 안

돌 문턱 옆에 오뒷세우스를 앉히고 그를 위해

볼품없는 의자 하나와 조그마한 탁자 하나를 갖다놓았다.

텔레마코스는 그에게 내장의 몫을 가져다주고 황금 잔에

포도주를 따라주며 그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이곳에 앉아 사람들 사이에서 포도주를 마시도록 하시오.

모든 구혼자들의 모욕적인 언사와 주먹다짐은 내가 몸소

그대를 위해 막아주겠소. 이 집은 공공장소가 아니라

오뒷세우스의 집이며 그분께서 나를 위해 획득하셨으니까요.

그리고 구혼자들이여! 그대들은 싸움이나 말다툼이 일어나지

않도록 마음속으로 욕설과 주먹다짐을 삼가도록 하시오."
그가 이렇게 말하자 그들은 모두 입술을 깨물었고

텔레마코스의 대담무쌍한 말에 어안이 벙벙했다.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20권 제257∼269행

 

 

 

그러자 텔레마코스가 크테십포스를 이런 말로 꾸짖었다.

"크테십포스여! 정말이지 이것은 그대에게 오히려 잘된 일이오.

그대가 던진 것을 그가 피했기에 그대가 그를 맞히지 못한 것 말이오.

그렇지 않았던들 나는 날카로운 창으로 그대의 몸 한가운데를 맞혔을

것이고, 그대의 부친은 이곳에서 결혼식 대신 장례식을 치르느라

바빴을 것이오. 그러니 아무도 이 집에서 내게 못된 짓들을

보이지 마시오. 나는 여태까지는 어린아이였으나

지금은 선악을 모두 분별할 수 있기 때문이오.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20권 제303∼310행

 

 

 

신과 같은 테오클뤼메노스가 그에게 말했다.

"에우뤼마코스! 나는 그대에게 호송자를 붙여달라고

부탁한 적 없소. 내게는 눈과 귀와 두 발이 있고 가슴속에는

결코 보잘것없다고 할 수 없는 건전한 마음이 들어 있소.

그것들의 도움으로 나는 밖으로 나갈 것이오. 보아하니,

재앙이 그대들에게 닥쳐오고 있고 신과 같은 오뒷세우스의 집에서

사람들을 학대하고 오만무도한 짓을 꾀하던 그대들 구혼자들은

한 명도 그 재앙에서 벗어나거나 피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오."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20권 제363∼370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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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뒷세이아 - 그리스어 원전 번역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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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뒷세우스를 알아본 유모 습작

귀스타브 모로(Gustave Moreau, 1826~1898), 19세기경, 귀스타브 모로 미술관


 

이제 그들은 결혼을 재촉하고, 그래서 나는 계략을 꾸미고 있어요.

처음에는 어떤 신이 겉옷을 짜도록 내 마음속에 일깨워주셨어요.

그래서 나는 내 방에 금직한 베틀 하나를 차려놓고

넓고 고운 베를 짜며 느닷없이 그들 사이에서 이렇게 말했지요.

'젊은이들이여, 나의 구혼자들이여! 고귀한 오뒷세우스가 돌아가셨으니

그대들은 내가 겉옷 하나를 완성할 때까지 나와의 결혼을 재촉하지

말고 기다려주시오. 쓸데없이 실을 망치고 싶지 않으니까요.

나는 사람을 길게 뉘는 죽음의 파멸을 가져다주는 운명이 그분께

닥칠 때를 대비해 영웅 라에르테스를 위해 수의를 짜두려 하오.

······

그리고 실제로 나는 낮이면 큼직한 베틀에서 베를 짰고

밤이면 횃불꽂이에 횃불을 꽂아두고 그것을 풀곤 했어요.

이렇게 삼 년 동안을, 나는 들키지 않고 아카이오이족을

믿게 했어요. 그러나 달들이 가고 수많은 날들이

지나 사 년째가 되고 계절이 바뀌었을 때,

지각없고 뻔뻔스런 하녀들의 도움으로 그들이 들이닥쳐

나를 붙잡았고 큰 소리로 나를 나무랐어요. 그리하여

내 의사에 거슬러, 마지못해 그것을 완성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19권 제137∼156행

 

 

시녀들이여! 너희들은 이분의 발을 씻어드리고 잠자리를

보아드리되 이분이 편안하고 따뜻하게 황금 옥좌의 새벽의 여신을

맞을 수 있도록 침상과 외투와 담요를 펴드리도록 하라.

그리고 이른 아침에 목욕시켜 드리고 기름을 발라드리도록 하라.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19권 제317∼320행

 

 

 

발을 씻는 것은 나에게는 이미 더 이상 즐거움이 아니오.

나는 그대의 집에서 시중드는 소녀들 가운데

어느 누구도 내 발을 만지지 못하게 할 것이오.

혹시 알뜰히 보살피고 나만큼 마음속으로

많은 고통을 참아낸 노파가 있다면 또 몰라도.

그런 노파라면 나는 내 발을 만지는 것을 거절하지 않겠소."

······

비록 기운은 없지만 그녀가 그대의 발을 씻어드릴 것이오.

자, 사려 깊은 에우뤼클레이아여! 그대는 일어서서

그대의 주인과 동갑이신 이분의 발을 씻겨드리도록 해요.

어쩌면 오뒷세우스도 지금쯤은 손발이 이러하시겠지.

고생을 하게 되면 사람은 금세 늙어버리니까."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19권 제343∼360행

 

 

그가 이렇게 말하자 노파는 그의 발을 씻어주곤 하던

번쩍이는 대야를 가져와, 먼저 찬물을 넉넉히 붓고 나서

더운 물을 탔다. 그러나 이때 오뒷세우스는 화덕에서 떨어져 앉으며

얼른 얼굴을 어두운 쪽으로 돌렸으니 그녀가 자기를 만지게 되면

자기의 흉터를 알아보게 되고, 그러면 모든 것이

탄로 나지 않을까 갑자기 마음속으로 염려되었기 때문이다.

주인을 씻어주려고 가까이 다가갔을 때 그녀는 아니나 다를까 단박에

그의 흉터를 알아보았다. 그 흉터는 그가 전에 어머니의 아버지인

아우톨뤼코스와 그 아들들을 만나보려고 파르낫소스에 갔을 때

멧돼지의 흰 엄니에 부상당했던 바로 그 흉터였다.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19권 제386∼395행

 


 


그는 『오뒷세이아』를 쓸 때 주인공에게 일어난 사건을 모두 취급하지 않았다. 이를테면 오뒷세우스가 파르낫소스 산에서 부상당한 일이라든지, 출전 소집을 받았을 때 광증을 가장한 사건은 취급하지 않았다. 그것은 이 두 사건 사이에 필연적 또는 개연적 인과 관계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는 대신 그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은 통일성 있는 행동을 주제로 하여 오뒷세이아를 구성했던 것이다.

 

 - 아리스토텔레스, 『시학』, 제8장

 

 

노파는 그의 다리를 잡고 두 손으로 씻어 내리다가

바로 이 흉터를 감촉으로 알게 되었던 것이다. 노파가 갑자기

그의 발을 놓아버리자 그의 장딴지가 대야에 떨어지며 청동 그릇이

요란한 소리와 함께 한쪽으로 기울며 물이 바닥에 엎질러졌다.

그때 기쁨과 고통이 동시에 에우뤼클레이아의 마음을 엄습했고

그녀의 두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으며 낭랑하던 그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그녀는 오뒷세우스의 턱을 잡으며 그에게 말했다.

"그대가 바로 내 아들 오뒷세우스로군요! 다 만져보기 전에는

나는 주인인 그대를 알아보지 못했어요."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19권 제467∼475행

 

  

 

 

예컨대 오뒷세우스는 똑같은 흉터에 의하여 유모에게도 발견되고, 돼지치기에게도 발견되지만 그 방법이 서로 다르다. 남을 믿게 하기 위한 수단으로 표지를 사용하는 발견이나 이와 유사한 발견은 모두 비예술적이다. 이에 비해 「세족(洗足) 이야기」에서와 같이 급전의 장면에 이루어지는 발견은 훌륭하다.


 - 아리스토텔레스, 『시학』 제 16장

 

 

"유모! 왜 나를 망치려 드시오? 그대 자신이 나를 젖가슴으로

양육해놓고서. 나는 지금 천신만고 끝에 이십 년 만에 고향 땅에

돌아온 것이오. 그러나 그대가 그 사실을 알게 되었고 어떤 신이

그것을 그대 마음에 일깨워주신 이상 그대는 잠자코 있어야 하오.

이 집 안에 다른 사람은 누구도 알아서는 아니 되오.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19권 제482∼486행

 

 

 

 

에우뤼클레이아에 의해서 발견된 오뒷세우스

루이 마리 안 벨 클레망(Louis Marie Anne Belle Clément, 1722~1806), 18세기경, 보나 미술관

 

 

저기 벌써 나를 오뒷세우스의 집에서 갈라놓을 사악한 이름의

아침이 다가오고 있어요. 이제 나는 시합을 위해 저 도끼들을

갖다놓을 작정이에요. 모두 열두 개나 되는 저 도끼들을 그이는

자신의 궁전에 마치 배 만들 때의 버팀목들처럼 일렬로 세워놓고는

멀찍이 물러서서 화살로 그것들을 모두 꿰뚫곤 하셨다오.

이제 나는 구혼자들에게 시합을 치르게 할 작정이오.

누구든 가장 쉽게 손바닥으로 활에 시위를 얹어

화살로 열두 개의 도끼를 모두 꿰뚫으면 나는 그 사람을

따라갈 것이고 내가 시집온 더없이 아름답고

온갖 살림으로 가득 찬 이 집을

꿈에서도 잊지 못할 이 집을 떠나갈 것이오."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19권 제571∼581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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