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뒷세이아 - 그리스어 원전 번역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호메로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나 가인이 다시 노래하기 시작하고 파이아케스족 가운데

가장 훌륭한 자들이 이야기에 흥이 나서 가인을 재촉할 때면

오뒷세우스는 다시 머리를 가리고 신음하곤 했다.

그때 여느 사람들은 그가 눈물 흘리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으나

오직 한 사람 알키노오스만은 그것을 알아차리고 볼 수 있었으니,

그와 가까이 앉아 있어 그가 크게 신음하는 소리를 들었던 것이다.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8권 제90∼95행

 

 

 

세 번째 것은 기억에 의한 발견인데, 그것은 무엇을 보자 지난 일이 회상되어 이로 인하여 발견되는 경우이다. 예건대 디카이오게네스의 『퀴프로스 사람들』에서 주인공은 초상화를 보고 갑자기 울음을 터트린다. 또 「알키노스의 이야기」에서 오뒷세우스는 키타라의 탄주를 듣고 지난 일이 생각나 눈물을 흘린다. 이로 인하여 두 사람은 발견된다.

 

 - 아리스토텔레스, 시학, 제16장

 

   

권투든 레슬링이든 또는 경주든 나는 거절하지 않겠소.

전 파이아케스족 가운데서 누구든지 나오시오. 라오다마스만 제외하고.

그는 나에게 주인이기 때문이오. 누가 자기를 환대하는 사람과

다투려 하겠소? 그것도 낯선 나라에서 자기를 맞아준 주인에게

시합하자고 도전하는 자야말로 참으로 어리석고 쓸모없는 자겠지요.

그런 자는 가지고 있는 것도 다 잃고 말테니까요.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8권 제206∼210행

 

 

   

나는 반들반들 닦은 활도 잘 다룰 줄 아오.

수많은 전우들이 내 곁에 바싹 붙어 서서 적군을 겨냥해도

언제나 내가 맨 먼저 화살을 쏘아

적군의 무리 중에서 내 상대를 맞히곤 했소.

트로이아인들의 나라에서 아카이오이족이 활을 쏠 때마다

오직 필록테테스만이 활에서 나를 능가했다오.

그러나 장담하건대, 지금 대지 위에서 빵을 먹고 사는

모든 다른 인간들보다는 내가 훨씬 더 나을 것이오.

옛날 분들과는 나는 다투고 싶지 않소이다.

헤라클레스와도 오이칼리아의 에우뤼토스와도.

그들은 활로 불사신들과 다투었던 사람들이오.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8권 제215∼225행

 

 

 

한편 가인은 포르밍크스를 연주하며 아레스와 고운 화관의

아프로디테의 사랑에 관해 이들이 처음 어떻게 헤파이스토스의

집에서 몰래 동침하게 되었는지 멋지게 노래하기 시작했다.

아레스는 그녀에게 많은 선물을 주고는 주인 헤파이스토스의 침상과

잠자리를 더럽혔던 것이다. 그러자 당장 헤파이스토스에게 사자가

갔으니 그들의 사랑의 동침을 헬리오스가 보았던 것이다.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8권 제266∼271행

 

 

   

아버지 제우스와 영생하고 축복 받은 다른 신들이여!

이리로 오셔서 이 가소롭고도 참을 수 없는 짓들 좀 보시오.

제우스의 딸 아프로디테는 내가 절름발이라고 해서

언제나 업신여기며 난폭한 아레스를 사랑하고 있어요.

그자는 잘생기고 다리가 곧으나 나로 말하면 허약하게

태어났기 때문이지요. 그 책임은 다른 이가 아니라 내 부모님께

있지요. 차라리 그분들께서 나를 낳지 않으셨더라면 좋았을 것을!

그대들은 이들이 내 침상에 올라 대체 어디서 사랑의 동침을 하고

있는지 보시게 될 것이오. 나는 그것을 보기가 심히 민망하오.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8권 제306∼314행

 

 

 

 

 

헤파이스토스의 등장에 놀라는 아레스와 아프로디테

루이 장 프랑수아 라그레네 1세(Louis Jean François Lagrénée l'Aîné), 18세기경, 루브르 박물관

 

  

그가 이렇게 말하자 신들은 문턱이 청동으로 된 그 집으로

모여들었다. 대지를 떠받치는 포세이돈도 왔고

행운을 가져다주는 헤르메스도 왔으며 명궁 아폴론도 왔다.

그러나 여신들은 부끄러워서 각자 집 안에 머물러 있었다.

그리하여 복을 가져다주는 신들은 대문간에 들어섰고

매우 영리한 헤파이스토스의 솜씨를 보았을 때

축복 받은 신들 사이에서 그칠 줄 모르는 웃음이 일었다.

가까이 있는 이를 보고 이렇게 말하는 신들도 더러 있었다.

"나쁜 짓은 잘되는 법이 없고 날랜 자를 느린 자가 따라잡는 법이지.

지금 느린 헤파이스토스가 올륌포스에 사는 신들 중에서

가장 날랜 아레스를 잡았듯이 말이오. 그는 비록 절름발이지만

기술로 잡았소. 그러나 아레스는 간통의 벌금을 물어야 하오."

그들은 이렇게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8권 제321∼333행

 

   

이때 제우스의 아들 아폴론 왕이 헤르메스에게 말했다.

"제우스의 아들 헤르메스여, 신들의 사자여, 복을 가져다주는 자여!

그대 같으면 설사 강력한 쇠사슬에 꼭 붙들린다 해도

침상 위에서 황금의 아프로디테 옆에 눕고 싶겠소?"
그에게 신들의 사자인 아르고스의 살해자가 말했다.

"그랬으면 오죽이나 좋겠소, 명궁 아폴론 왕이여!

세 배나 많은 사슬들이,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사슬들이 나를

감는다 해도 그리고 신들과 모든 여신들이 들여다본다 해도

그래도 나는 황금의 아프로디테 옆에 눕고 싶소이다."

그가 이렇게 말하자 불멸의 신들 사이에 웃음이 터졌다.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8권 제334∼343행

 

 

 

자, 그대는 주제를 바꾸어 목마(木馬)의 구조에 관해 노래하시오.

에페이오스가 아테네의 도움으로 목마를 만들자

고귀한 오뒷세우스는 일리오스를 함락한 남자들로

그 안을 가득 채운 다음 이 올가미를 성채로 몰고 갔지요.

그대가 내게 그것에 관해 제대로 이야기해줄 수 있다면

나는 신께서 그대에게 신적인 노래를 흔쾌히 선사하셨다고

모든 사람들에게 지체없이 알릴 것이오."

그가 이렇게 말하자 가인은 신의 부추김을 받아 노래하기 시작했다.

그의 노래는 아르고스인들의 일부는 막사들에 불을 지른 다음

훌륭한 갑판이 덮인 함선들을 타고 출항하고, 다른 일부는

이미 목마에 몸을 숨긴 채 트로이아인들의 회의장에서

명성도 자자한 오뒷세우스 주위에 앉아 있던 대목에서 시작되었다.

목마는 트로이아인들이 손수 성채로 끌어들였던 것이다.

목마가 서 있는 동안 트로이아인들은 그 주위에 모여 앉아

서로 다른 이야기들을 많이 했다. 세 가지 상이한 조언이 그들의 마음에

들었으니, 속이 빈 목조물을 무자비한 청동으로 쪼개버리거나

아니면 꼭대기로 끌고 가 바위에서 내던져버리거나 아니면 신들을

기쁘게 해주기 위해 크나큰 자랑거리로서 그대로 내버려두는 것이었다.

결국 이 마지막 조언에 따라 일이 이루어지도록 정해져 있었으니,

트로이아인들에게 죽음과 죽음의 운명을 가져다주려고

아르고스인들의 장수들이 그 안에 앉아 있던 거대한 목마를

받아들이지마자 도시는 파멸할 운명이었기 때문이다.

가인은 또 어떻게 아카이오이족의 아들들이 속이 빈 매복처를

버리고 말에서 쏟아져 나와 도시를 함락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제각기 다른 곳에서 가파른 도시를 파괴했는지 노래했다.

가인은 또 어떻게 오뒷세우스가 신과 같은 메넬라오스와 함께

마치 아레스와도 같이 데이포보스의 집으로 갔는지 노래했다.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8권 제492∼518행

 

 

 

밤이 되자 목마의 뱃속에서 튀어나오는 그리스 연합군의 특공대원들. (출처 : 벌핀치의 그리스 로마 신화)

 

   

이것이 소문난 가인이 부른 노래였다. 그때 오뒷세우스가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니 눈물이 그의 눈꺼풀 밑 두 볼을 적셨다.

마치 어떤 여인이 도시와 자식들로부터 저 무자비한 날을

물리치다가 자신의 도시와 백성들 앞에서 전사한

사랑하는 남편 위에 쓰러져 통곡하듯이

-여인은 남편이 허우적거리며 죽어가는 것을 보고는

그를 끌어안고 대성통곡하는데 뒤에서

적군이 창으로 그녀의 등과 어깨를 치며

노고와 고난을 겪도록 그녀를 노예로 끌고 가니

더없이 애절한 슬픔이 그녀의 두 볼을 시들게 한다-

꼭 그처럼 애절하게 오뒷세우스의 눈썹 밑에서 눈물이 쏟아졌다.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8권 제521∼531행

 

 

 

그러니 그대도 이제는 자기 이익만 생각하시고 내가 묻는 것이면

무엇이든 숨기지 마시오. 그대가 말씀하는 편이 더 아름답기 때문이오.

그대의 이름을 말해주시오. 저쪽에서 그대의 어머니와 아버지께서

그리고 도시에 사는 다른 사람들과 주변에 사는 사람들이

그대를 부르는 이름 말이외다. 귀천을 불문하고

일단 태어나게 되면 이름 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부모는 자식을 낳자마자 누구든 이름을 지어주기 때문이오.

그리고 그대의 나라와 그대의 백성과 그대의 도시를 말씀해주시오.

우리 배들이 그곳을 겨냥해 그대를 거기로 실어다줄 수 있도록 말이오.

파이아케스족에게는 키잡이가 없고

다른 배들이 갖추고 다니는 것과 같은 키도 없으며,

우리 배들은 스스로 사람들의 생각과 마음을 알고 있지요.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8권 제548∼559행

 

 

 

자, 그대는 이 점에 대해 내게 솔직히 말씀해주시오. 그대는

어느 쪽으로 떠돌아다니셨고 어떤 나라들과 인간들에게 가셨는지

인간들 자신과 그들의 살기 좋은 도시들에 관해 말씀해주시오.

그대는 또 얼마나 많은 자들이 가혹하고 야만적이고 의롭지 못했으며

어떤 자들이 손님에게 친절하고 신을 두려워하는 마음씨를 가지고

사는지도 말씀해주시오. 또 그대가 왜 아르고스의 다나오스 백성들과

일리오스의 운명을 듣고는 눈물을 흘리며 마음속으로 슬퍼하는지

그 까닭도 말씀해주시오. 그 운명은 신들께서 만드신 것이오.

인간들에게 주실 파멸의 실은 신들께서 자으시니까요.

이는 후세 사람들에게도 노랫거리가 있게 하시려는 것이오.

혹시 그대의 친척이 일리오스 앞에서 전사했소? 그는 사위였든

장인이었든 틀림없이 고귀한 사람이었겠소. 사실 사위와 장인은

우리 자신의 혈륙 다음으로 가장 가까운 사이요.

아니면 다정하고 고귀한 어떤 전우가 전사했소?

슬기로운 것들을 알고 있는 전우야말로 형제나 다름없지요."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8권 제572∼586행

 

 

 

 


댓글(0) 먼댓글(1)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소포클레스의 『필록테테스』
    from Value Investing 2014-09-12 11:14 
    소포클레스의 비극 작품 7편 가운데 이 작품은 다른 작품들과는 유별나게 다른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그리스 비극 작품 가운데서도 매우 드물게 몇몇 남자들만 무대에 등장하지만 그 어떤 소설 못지않은 독특한 재미가 넘쳐난다. 비극경연대회에서 이 드라마로 우승했을 때 소포클레스의 나이가 아흔이 다 된 노인이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이 작품의 주인공인 필록테테스는 헤라클레스가 장작더미 위에서 화장될 때 불을 붙여준 댓가로 활을 물려받은 명사수였으나 그는 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