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뒷세이아 - 그리스어 원전 번역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호메로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메넬라오스의 말)

이들 나라들을 떠돌아다니며 내가 많은 재산을 모으는 동안

다른 사람이 은밀히 그리고 불시에 나의 형님을

그분의 몹쓸 아내의 간계로 살해하고 말았소.

그래서 나는 이 모든 재산의 주인이지만 도무지 즐겁지가 않소이다.

그대들의 부친들이 어떤 분이시든 그대들은 그분들에게서

이 일에 관해 들었을 것이오. 나는 많은 고생을 했을 뿐 아니라

아주 훌륭하고 좋은 것들이 많던 내 집을 잃어버렸소.

아아! 내가 지금 그 재산의 삼분의 일만 갖고 여기 내 집에서

살고 있고, 그 대신 그때 말을 먹이는 아르고스로부터 멀리 떨어진

넓은 트로이아에서 죽어간 그 사람들이 아직도 무사하다면 좋으련만!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4권 제90∼99행  

 

  

 

(메넬라오스의 말)

그러나 그들 모두를 위해서도 그 한 사람을 위해서만큼

괴로워하고 비탄하지는 않아요. 그 사람만 생각하면 나는

잠도 싫어지고 음식도 싫어지니까요. 아카이오이족 중에 오뒷세우스가

고생하고 견딘 것만큼 그렇게 고생한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지요.

고난은 물론 그 자신의 몫이겠지만 그를 아쉬워하는 영원히 참을 수 없는

슬픔은 내 몫이지요. 그는 오랫동안 떠나고 없고 우리는 그가

살았는지 죽었는지 알지 못하니 말이오. 라에르테스 노인과

사려 깊은 페넬로페와 갓난아기로서 그가 집에 남겨두고 간

텔레마코스도 지금쯤 아마 그를 위해 비탄하고 있겠지요.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4권 제104∼109행  

 

  

 

(헬레네의 말)

그때 다른 트로이아 여인들은 소리 높여 울었으나 나는 마음이

흐뭇했어요. 내 마음은 벌써 오래전부터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기로

돌아섰고, 그때는 나도 이미 아프로디테가 나로 하여금 내 딸과

내 신방(新房)과, 지혜와 생김새에서 누구 못지않은 내 남편을

버리게 하고 내 사랑하는 고향 땅에서 그리로 인도할 때

내게 씌웠던 그 미망(迷妄)을 한탄하고 있었으니까요.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제4권 제259∼264행  

 

  

 

(메넬라오스의 말)

나는 이미 수많은 영웅들과 그들의 조언과 생각을

알게 되었고 수많은 나라들을 두루 여행해보았지만

참을성 많은 오뒷세우스처럼 강심장을 가진 사람은

아직 본 적이 없어오. 우리들 아르고스인들의 모든 장수들이

트로이아인들에게 죽음과 죽음의 운명을 안겨주려고

반들반들 깎은 목마(木馬)에 들어가 있었을 때

그 강력한 전사가 행하고 견뎌낸 것은 또 어떠했던가!

······

신과 같은 데이포보스가 바로 당신과 동행하고 있었는데

세 번이나 당신은 속이 빈 매복처를 만지고 돌며

다나오스 백성들의 장수들 이름을 소리 높여 불렀고

모든 아르고스인들의 아내들의 목소리를 흉내 냈소.
그때 나와 튀데우스의 아들과 고귀한 오뒷세우스는

한가운데에 앉아 있다가 당신이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오.

우리 두 사람은 벌떡 일어나 밖으로 나가거나

안에서 당장 대답하고 싶었지만 오뒷세우스는

우리의 열망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제지하고 붙들었소.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제4권 제267∼284행

 

  

   

트로이아로 들어가는 목마

지안 도메니코 티에폴로(Gian Domenico Tiepolo), 1760년경, 런던 내셔널 갤러리

 

 

(메넬라오스의 말)

'이제 이들에 관해서는 알았으니 그대는 아직도 살아서

아니면 죽어서 넓은 바다에 붙들여 있다는 세 번째 사람의

이름을 말씀해주시오. 괴롭더라도 나는 듣고 싶소.'

내가 이렇게 묻자 그는 지체 없이 이런 말로 내게 대답했네.

'그 사람은 이타케에 있는 집에서 사는 라에르테스의 아들이오.

나는 그가 어떤 섬에서, 요정 칼륍소의 궁전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는 것을 보았소. 그녀가 억지로

그를 그곳에 붙들고 있어서 그는 고향 땅에 돌아갈 수가

없는 것이오. 그에게는 노를 갖춘 배도 없고 그를

바다의 넓은 등으로 데려다줄 전우들도 없기 때문이오.'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제4권 제551∼560행

 

  

 

칼륍소 동굴에서의 오뒷우스. 브뤼겔의 그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