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유성우가 쏟아져 내리던 하늘을 보지 않았다. 옥상에 올라갈 생각도 하지 않았다. 집 주변에 가로등과 건물 사이로 흐르는 빛의 세기가 강했다. 하늘 위로 뻗은 도시의 빛 때문에 유성우를 맨눈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나는 밖에 나가지 않고 오랜만에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펼쳤다. 그 책에 재미있는 일화가 나온다.

 

 

 

 

 

 

 

 

 

 

 

 

 

 

 

 

 

 

세이건이 천문대에 일했을 때 겪은 일이다. 야간 근무 중에 한 통의 전화가 왔다. 그가 전화를 봤자 술 취한 아재 목소리가 들려왔다. “거기 천문학자 바꿔 봐!” 세이건이 자신이 천문학자라고 대답하자, 아재는 하늘에 이상한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세이건은 그 시간에 혜성이 지나가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아재가 본 것은 혜성이라고 알려줬다. 아재가 혜성이 무엇이냐고 물어봤다. 세이건은 지름이 1km 넘는 눈 덩어리라고 설명했다. 한참 동안 수화기에 침묵이 흘렀다. 아재가 말했다. “진짜 천문학자 좀 바꿔 봐!”

 

혜성은 먼지와 얼음덩어리로 되어 있다. 혜성이 태양에 근접해서 오면 먼지와 얼음덩어리가 태양의 열에 녹기 시작한다. 그래서 혜성이 지나간 자리에 혜성에서 나온 물질이 남는다. 그 물질이 대기권으로 들어오면 유성이 된다. 요즘 혜성과 유성우 관측 시간을 언론으로 접할 수 있다. 천문대에 직접 전화를 걸지 않아도 된다. 언론이 알려준 관측 시간에 맞춰 밤하늘에 바라보면서 기다리면 된다. 언론이 유성우 쇼가 펼쳐진다는 식으로 보도하는 바람에 화려한 밤하늘을 기대한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유성우가 잘 보이는 천문대로 찾은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데 기대했던 것만큼 유성우가 보이지 않아서 실망한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천문대 관계자는 시골이 관측하기 좋은 장소라고 말하자 허탈감에 빠진 사람들이 불만을 터뜨렸다. 천문대가 유성우를 관측하기 좋은 장소라고 믿고 찾아온 사람들이 시골에 가서 보라고 말하는 천문대 관계자의 태도에 화가 난 것이다. 이에 대해 천문대 관계자는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몰려들어서 안전을 위해 가로등을 끌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링크]

 

유성우를 맨눈으로 보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몇 분에 하나씩 스쳐 가는 유성을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수밖에 없다. 이번에 내린 유성우는 시간당 수백 개까지 내리는데, 엄청 많이 내리면 수십만 개 정도에 이르기도 한다.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대기권으로 향하는 유성우의 수가 많으면 유성우 쇼라고 빗대어 표현한다. 그들은 유성우를 간절하게 보고 싶은 사람들을 낚으려고 거짓말하지 않는다. 사실 유성우가 어느 정도 내리는지 정확히 예측하기도 어렵다. 낙하하는 우주 물질은 태양과 주변 행성의 중력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특정 시점에 어느 위치에 떨어지게 되는지를 정확히 계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혜성이나 소행성도 마찬가지다.

 

유성우 쇼를 보지 못한 실망감에 천문대에 전화 걸어 화를 내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 천문대 공식 홈페이지 게시판에 들어가서 천문대 관계자들을 거짓말쟁이로 몰아세워서 비난하는 의견을 남기는 사람들도 없었으면 좋겠다. 부끄러운 행동이다. 새벽까지 인공 불빛이 번져있는 도시에서 유성우를 본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이다. 언론은 유성우 관측의 어려움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마치 손쉽게 볼 수 있는 것처럼 보도한다. 그들이 천문학자에게 자문한다고 해도, 결국은 대중이 이해하기 쉬우면서 많이 보고 싶어 하는 것을 알린다. ‘화려한 유성우 쇼라는 과장된 표현을 써가면서 사람들의 기대감을 높인다. 생각보다 화려하지 않은 유성우의 등장에 사람들은 크게 실망한다. 사람들은 유성우를 보지 못한 이유가 가까이에 있는데도 잘 모른다. 도심의 등잔 밑이 어둡기 때문이다.

 

 

 

[링크] [“별똥별 보러 천문대 오라더니, 다시 시골로 가라고?”] 연합뉴스, 2016813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곰곰생각하는발 2016-08-13 16: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예 볼 생각을 안 했씁니다. 빛 공해를 피해서 빛이 없는 공간을 찾아야 하는데 도시에서 그게 가능한가요... 어디..서울시 쌍문동에서 유성우 보겠다고 하늘 쳐다보는 거는 좀.... ㅎㅎ

cyrus 2016-08-14 06:26   좋아요 1 | URL
영화나 드라마에는 도시 밤하늘에 별이나 유성을 볼 수 있는 것처럼 나오잖아요. 그 장면을 믿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
 

 

 

여성혐오 셀프테스트 - 혹시 내 안에도 여혐의 씨앗이? (뉴스타파, 2016년 6월 30일)

http://newstapa.org/misogyny

 

 

※ 이 링크는 ‘친구 공개’ 설정으로 되어 있습니다. ‘좋아요’를 누르지 않아도 됩니다. 악플 청정지역이라고 할 수 있는 알라딘/북플에도 페미니즘이나 여성혐오를 인정하지 않은 회원들이 있습니다. 그 사람들이 주로 하는 일은 페미니즘 관련 도서에 별점 테러를 한다든가 악평 같지 않은 악평을 남기고 있습니다. 그리고 페미니즘 관련 글에 시비조로 남기는 댓글을 남기기도 합니다. 저는 그런 사람들 꼴 보기 싫어서 전체 공개 설정을 하지 않았습니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16-08-13 23: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transient-guest 2016-08-17 07: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건강씨앗이라네요..ㅎ

cyrus 2016-08-17 12:08   좋아요 0 | URL
제가 친하게 지내는 서재 이웃님들 모두 건강씨앗일 겁니다. ^^

rhkrdudgns12345 2018-08-01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혐 떡잎 입니다 하핫
 

 

 

어제 펼쳐진 여자 펜싱 에페 단체전 8강에서 에스토니아에 한 점 차로 아쉽게 졌다. 우리나라는 초반부터 밀리는 모습이었지만 신아람, 최은숙 선수의 활약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하지만 최인정 선수가 막판에 점수를 허용하면서 경기는 에스토니아의 승리로 끝나고 말았다. 경기가 끝난 지 얼마 안 돼서 포털사이트의 올림픽 응원 게시판에 최인정 선수를 비난하는 댓글들이 달렸다. 네티즌들은 실점을 쉽게 내준 최 선수의 소극적인 경기 운영을 비난했다. 그리고 경기 후 최 선수 혼자 웃는 표정이 카메라에 잡힌 것도 비난의 화근이 됐다.  

 

 

 

 

 

그런데 한 선수에게 향한 비난의 강도가 너무 심하다. 상스러운 언어로 무자비하게 폭력을 가하는 수준이다. ‘년’이 들어간 욕설을 퍼붓는 것은 약과다. 성차별적인 내용의 댓글이 많았다. 남자들은 일 못 하는 여자를 보면 자식 뒷바라지나 하라고 말한다. 여성의 무능력함을 조롱하는 발언이다. 자동차 접촉사고가 일어날 때 여성 운전자는 비하의 대상이 된다. 운전 못 하는 여자를 ‘김여사’로 취급한다. 덩치가 있고, 목소리 큰 남자들은 운전하는 여자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말을 한다. “여자가 집구석에 들어가서 밥이나 하지, 무슨 운전이야!”

 

남자들은 스포츠 중계방송을 볼 때 여자 선수들이 화장했는지 안 했는지 확인한다. 그리고 성형을 했는지 안 했는지 판단한다. 만약 패색이 짙은 경기가 나오면 옅은 화장을 한 선수들을 비난한다. “이 중요한 경기에 화장하고 나오다니. 이길 의지가 전혀 없어 보여.”, “화장할 시간에 연습이나 더 해라.”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오랜 시간동안 화장에 공들인 선수가 과연 몇 명이나 있을까? 과하지 않을 정도로 연하게 화장을 하는 선수들이 있을 것이다. 화장하는 시간은 경기 결과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 화장한 선수를 경기를 망치는 문제 선수로 매도하는 것은 몰상식한 여성비하다.

 

 

 

 

 

올림픽 기간에 언론들은 외모가 특출한 운동 선수를 찾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특히 여성 선수들이 카메라에 잡히면 외모를 칭찬하기 시작한다. 4년 동안 묵묵히 운동만 했던 선수가 한순간에 연예인 외모 뺨치는 특별한 선수로 알려진다. 언론은 이런 선수들의 등장을 고대한다. 그리고 대중은 언론이 연예인급으로 포장한 운동 선수에 열광한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시드니 올림픽 공기소총 종목 은메달리스트 강초현 선수다. 그녀는 ‘초롱이’라는 별명으로 하루아침에 대중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았다. 그 이후로 언론과 방송은 외모가 뛰어난 여성 선수가 등장하면 ‘미녀’, ‘얼짱’이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만약 최인정 선수가 8강전 승리의 주역이 되었으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 극적인 승리에 흥분한 아나운서의 입에 “새로운 미녀 검객이 나타났다!”라는 멘트가 자연스럽게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미녀 검객’은 성차별 단어이다. 베이징 올림픽에 은메달을 목에 걸어 주목받은 남현희 선수도 한때 ‘미녀 검객’이라는 별명이 따라왔다. 언론은 운동 선수 별명 짓기에 재미 들렸나 보다. 이제는 남현희 선수를 ‘엄마 검객’으로 소개했다. 여성을 육아와 모성애와 관련된 성(性)으로 보는 인식이 여전히 남아 있다.

 

언제 어디서든 인터넷으로 스포츠 경기 중계를 마음껏 볼 수 있다. 중계방송을 보면서 운동장에 땀 흘리는 선수들에게 응원 메시지도 보낼 수 있다. 정말 좋은 세상이다. 하지만 인터넷 생중계도 문제점이 많다. 선수들에게 악의적인 메시지를 보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경기의 패배를 받아들이지 못해서 생긴 분노를 표출한다. 더 심각한 것은 표출 대상이 여성 선수들이라는 점이다. 여성 선수들을 비하하는 악성 댓글이 필터링 없이 노출되고 있다. 댓글을 다는 사람이나 그걸 보는 사람들은 여성혐오, 성차별 발언의 심각성을 모른다. 특히 인터넷 중계를 시청하는 청소년들에게도 악영향을 준다. 여성혐오, 성차별 발언을 정당한 비판이라고 착각한다. 내가 그들의 발언을 대놓고 비판하면? ‘메갈충’이라고 욕먹었을 것이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3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16-08-12 19: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08-12 19:48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님도 주말 잘 보내세요. ^^

2016-08-12 19: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08-12 19:50   좋아요 0 | URL
저도 대화를 나누다보면 성차별적 발언을 할 때가 있습니다. 상대방이 그 사실을 알려주지 못하면 모르고 지나치기 쉬워요.

낭자 2016-08-12 1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가 지나친 여성비하˝가 있다면 ˝적절한 수준의 여성비하˝도 있는 것인지 궁금해지는 제목이네요.

cyrus 2016-08-12 19:59   좋아요 0 | URL
`적절한 수준의 여성비하`가 있겠습니까? `적절한 김대기`라는 말은 있습니다만...

stella.K 2016-08-12 1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치 않아도 강초현 드라마에 예전 경기장면이 잠깐 나왔는데
지금은 어떻게 사는지 궁금하더군. 정말 풋풋했는데 귀엽기도 하고.

그런데 이 나라가 어쩔려고 그러는지 모르겠다.
평소 땐 관심도 없다가 올림픽에 나간 게 죄냐?
저런 말까지 듣게?
저런 손모가지들은 재봉틀로 드르르 박아줘야 하는데...ㅉ

cyrus 2016-08-12 20:04   좋아요 0 | URL
강초현이 조성모랑 의자매 맺었던 것 기억나요. 그것도 큰 화제였죠. 2000년은 조성모의 해였으니까요. 근황을 알아보니까 결혼했더군요.

도쿄 올림픽 때 최인정 선수가 금메달 따면 욕하던 사람들 태세전환하면서 칭찬했을 거예요. 인터넷 스포츠 생중계 채팅창도 진짜 성희롱, 지역비하, 여혐발언 많이 나옵니다.

yureka01 2016-08-12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디디어 영상시대대라서
외모에 대한 이야기가 앞으로도 심해질듯....

cyrus 2016-08-13 07:48   좋아요 1 | URL
네. 외모차별 비하 표현이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도 계속 이어져야 합니다.
 
추억에 관한 모든 것 - 향수의 심리적 효능과 경제적 가치에 대하여
다니엘 레티히 지음, 김종인 옮김 / 황소자리 / 201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조용한 밤이면 홀로 깨어 있던 그리움의 눈빛들. 가슴 속에 접혀있던 추억의 장면이 펼쳐진다. 몸은 고향을 기억한다. 어머니는 생명의 모태로 모든 것을 포근하게 감싸는 이미지를 동반하고, 고향은 누구에게나 가장 소중하게 각인된 유년의 기억과 맞물린다. 향수병은 생의 궤적에서 고향을 떠난 후 그리워하는 인지상정의 연장이다. 그러나 추억의 향수병에 너무 취하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준다. 갈 수 없는 고향은 그립고 아련한 공간이다. 진한 향수병은 추억의 상실에 대한 몸부림이다.

 

우리는 지나간 시절이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특히 학창시절의 추억은 쉽게 버리지 못한다. 과거를 그리워하는 이러한 복고심리에 편승한 상품이나 문화 콘텐츠 등이 등장하고 있다. 우리는 추억이 깃든 상품을 소비하면서 찌든 생활의 스트레스를 털어내고 한편으로는 재미와 유쾌함을 즐긴다. 어린 시절의 행복한 추억은 평생의 자산이 된다. 한마디로 어린 시절은 심리적 텃밭을 가꾸는 일이다. 즐거운 향수는 병이 아니라 자신에 대해 긍정적인 자아를 형성하도록 돕는다. 옛 시절 분위기에 한껏 젖어 현실을 잠깐 잊어보는 것도 나름대로 효과가 있다. 심리학자들은 향수를 양면성이 있는 감정으로 본다. 행복했던 추억을 잊지 못한 사람은 어려운 일에 맞닥뜨리더라도 이에 맞설 힘을 얻게 된다. 반면에 그리움이 눈물이 되어 흘리는 사람은 쉽게 슬픔에 빠지고 매사에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추억은 종종 우리에게 장난을 걸기도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과거가 현재보다 더 좋게 느껴진다. 옛 추억을 들춰보면서, ‘그래, 그땐 그랬지’라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데 이 달콤한 기분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살다 보면 어려운 시기에 여러 번 봉착하게 되는데, 이때 과거가 현재보다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 지금 현실이 살기 팍팍하게 느껴져도 수십 년 지나고 나면 ‘그때가 좋았는데’라는 식으로 왜곡된 추억이 환기된다. 이뿐만 아니라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경험을 기억한다고 믿거나 안 좋았던 경험을 억지로 긍정적으로 미화하기도 한다. 이러한 반응이 상대방을 속이는 거짓 증언으로 보이지만, 일반적으로 뇌가 가끔 오작동을 일으키면서 생기는 오류 기억이다. 뇌는 끊임없이 감각으로 느낀 경험들을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기억해두는 학습을 한다. 그 과정에 부정적 경험은 더 빨리 잊게 되고, 긍정적 경험만 저장된다.

 

추억을 기억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모두에게 같은 시대였지만 기억하는 주체에 따라 추억의 내용이 달라진다. 그렇지만 누구나 공유하는 기억과 감정은 정서적 연대감을 만들어주고, 인생을 훈훈하고 풍요롭게 해준다. 물론 모든 지나간 일들이 전부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미화될 수 없다. 나쁜 것은 나빴다고 말할 수 있는 게 기억이라면 나쁜 것조차 그립고 아름다웠던 것으로 각색하는 것이 우리의 추억이다. 향수(鄕愁)는 누구나 마음속에 하나씩 품고 있는 향수(香水)다. 숱한 기억 속에서 아련한 그리움으로 떠오르는 추억을 찾고 싶을 때 향수(鄕愁)를 향수(香水)처럼 살짝 뿌려본다. 향긋한 추억의 냄새가 정신을 맑게 해준다. 하지만 과도한 향수(香水) 냄새는 시큼털털한 냄새의 여운을 더욱 짙게 만든다. 이렇듯 강렬한 향수(鄕愁)에 벗어나지 못하면 과거의 기억에 집착하거나 때로 과거를 왜곡하기도 한다. 이것이 바로 과거를 미화하는 일이다. 향수(鄕愁)는 안 좋은 추억을 가리기 위한 향수(香水)로 사용해선 안 된다. 정신 건강에 이로운 향수(鄕愁)는 진하게 오래가는 것이 아닌 가볍고 은은해야 한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yamoo 2016-08-11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억하니, 기억이 생각나고, 동시에 <물질과 기억>의 내용이 마구 떠오르네요...

사이러스 님에게 <물질과 기억>도 읽어보시라고 추천드리고 싶지만, 번역이 워낙 좋지 않아. 좀 거시기 하네요..

향수 냄새가 어떻게 추억을 환기하는지, <물질과 기억>에서 다루어 지거든요~

저도<추억에 관한 모든 것>을 소장해서 봐야 할 듯합니다~^^

cyrus 2016-08-11 20:28   좋아요 0 | URL
그 어려운 책을 안 주셔서 다행입니다. 받기만 하고 안 읽었을 겁니다... ㅎㅎㅎ

그런데 야무님이 책 내용을 언급하시니까 그 부분만 따로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요.

《추억에 관한 모든 것》은 도서관에 빌려서 보는 게 좋을 듯합니다. 추억의 긍정적 심리효과에 관한 내용이 많습니다. 이에 대한 비판적인 내용이 많이 소개되지 않아서 아쉬웠어요.

yureka01 2016-08-11 1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거의 추억이 미화되는 경우..
현재의 불안의 반작용은 아닐까 싶어요.
역시 향수를 돋구는데는 맛의 향기가 제일 아닐까 싶습니다.
어릴 때 먹던 맛은 평생이 입맛을 좌우하는 역항이더군요..

cyrus 2016-08-11 20:30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향수가 현실의 불안을 잊게 해주는 효과가 있어요. 현재에 대한 불안과 불만이 점점 많아질수록 추억 마케팅이 성행할 것입니다.
 

 

 

 

 

 

 

 

 

 

 

 

 

 

 

 

 

 

 

 

지금으로부터 200년 전, 1816년 스위스 제네바 호수 근교의 별장에 네 사람이 한자리에 모여 여름을 나고 있었습니다. 별장에 모인 사람들은 영국의 낭만파 시인 퍼시 셸리, 그의 아내 메리 셸리, 조지 고든 바이런 그리고 바이런의 주치의인 존 폴리도리였습니다. 이들은 독일에서 지은 공포 이야기 모음집을 읽고, 바이런이 먼저 각자 공포소설 한 편씩 만들어보자고 제안했습니다. 메리는 영감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이야기 구상을 뒤로하고 잠을 청하기 위해 눈을 붙였습니다. 잠든 메리의 꿈속에서 무시무시한 괴물이 나타났습니다. 생생한 꿈을 꾼 메리는 꿈속에 만난 괴물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이 이야기가 바로 메리 셸리의 대표작이 된 《프랑켄슈타인》이었습니다.

 

 

 

 

 

 

 

 

 

 

 

 

 

 

 

 

 

 

 

바이런은 《미완의 소설》이라는 제목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주1]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뱀파이어의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결말이 완성되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폴리도리는 바이런의 이야기에 영감을 받아 제대로 된 뱀파이어 이야기를 만들었습니다. 그는 처음으로 ‘뱀파이어’라는 단어를 사용했고, 그가 만든 이야기 제목도 《뱀파이어》였습니다.[주2] 폴리도리의 뱀파이어는 잘생긴 외모에 여성 편력이 심한 바이런을 닮았습니다. 바이런은 자신과 닮은 뱀파이어가 등장하는 이야기에 기분이 상했던 걸까요? 스위스 여행 직후 폴리도리는 해고당했습니다. 폴리도리는 뱀파이어 이야기를 공식적으로 발표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폴리도리의 소설이 싣게 되는 잡지의 편집장은 폴리도리의 동의 없이 원작자의 이름을 바이런으로 고쳤습니다. 바이런의 명성 덕분에 뱀파이어 이야기는 큰 인기를 얻었고, 잡지도 불티나게 팔려나갔습니다. 두 번째 판본에서는 폴리도리의 이름으로 발표되었지만, ‘바이런의 뱀파이어 이야기’라는 인식이 쉽게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가 엄청난 성공을 거두게 되면서 폴리도리의 뱀파이어 이야기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잊히고 말았습니다.

 

 

공포소설 만들기 놀이가 진행되었던 그 날 스위스에 비가 많이 내렸다고 합니다. 1815년에 인도네시아에 화산이 폭발했습니다. 화산재의 여파가 유럽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화산재로 덮인 하늘이 대낮을 어둡게 만들었고, 비가 내리는 날이 많았습니다. 여름 같지 않은 이상기후가 계속되자 셸리 일행은 별장 안에서만 지내야만 했습니다. 답답한 분위기에 벗어나려고 바이런이 공포소설 만들기 놀이를 제안했던 것입니다.

 

 

 

 

 

요즘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게다가 잠을 강제로 쫓아내는 열대야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새벽에 중계하는 올림픽 경기까지 시청하고 나면 거의 뜬눈으로 밤을 지새웁니다. 가족들 모두 잠들고 나면 집에 저 혼자 남겨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이럴 때 무서운 이야기를 모은 책을 읽습니다. 억지로 잠을 깨우려고 유튜브에 있는 무서운 동영상도 보곤 합니다. 그런데 제가 은근히 겁이 많아서 무서운 이야기를 보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제가 여러분들에게 글 쓰는 놀이를 제안합니다. 여러분들이 알고 있는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직접 경험했던 기이한 일, 아는 사람들에게 들은 무시무시한 이야기도 좋습니다. 직접 창작한 공포 이야기도 환영합니다. 주제와 양식, 분량은 자유입니다.

 

 

다만, 이 놀이에 참여하기 전에 명심해야 할 사항이 있습니다.

 

 

* 누구나 다 아는 무서운 이야기는 소개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 창작한 공포 이야기일 경우, 만든 사람의 이름을 밝힙니다.

 

* 무서운 동영상을 올려도 좋습니다. 동영상을 올리기 전에, ‘깜놀주의’ 같은 문구를 남깁니다. 하지만 보는 이의 불쾌감 또는 혐오감을 일으킬 수 있는 동영상(19금 제한이 걸릴 수 있는 고어 영상)은 올리지 않도록 합니다. 이 놀이의 취지는 ‘건강한 공포’를 즐기는 것입니다. 

 

 

지금 이 글을 ‘전체 공개’로 설정했습니다. 반응이 저조하면...  그냥 없었던 걸로.... ^^;;  저는 유명 작가들이 썼으나 많이 알려지지 않은 무서운 이야기를 소개하겠습니다.

 

 

 

 

 

[주1] 《세계 호러 단편 100선》 (책세상, 2005년)에 수록

[주2] 《뱀파이어 걸작선》 (책세상, 2006년)에 수록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yureka01 2016-08-10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괴기공포,스릴러 이야기는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주제네요..난감..ㄷㄷㄷㄷㅎㅎㅎㅎ

cyrus 2016-08-10 13:03   좋아요 1 | URL
없으면 없는거죠. 억지로 생각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귀신을 본 적이 없어서 무서운 이야기를 재미있게 소개할 자신이 없어요. ^^

2016-08-10 13: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08-10 20:21   좋아요 0 | URL
**님이 주신 선물 기대됩니다.

제가 무리수를 두었습니다. 그냥 아무 일 없는 것처럼 넘어갔으면 좋겠습니다. ㅎㅎㅎ

yamoo 2016-08-11 1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서운 이야기....이거 제대로 만나기 참으로 어렵더군요~
호러 소설이면 대부분 고딕 소설을 포함하는데....진짜 무서운 작품이 별로 없는 듯합니다..
엔날 전설의 고향 `여곡성` 볼 때처럼 그런 무시무시한 분위기가 더위를 잊기 딱인데 말이죠..ㅎ

cyrus 2016-08-11 20:35   좋아요 0 | URL
진짜 무서운 작품이 없다. 그게 공포문학의 한계인 것 같습니다. 스티븐 킹 같은 인지도 높은 작가의 작품이 아닌 이상 작품성 높은 공포소설이 자주 나오는 경우가 드물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