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단상   롤랑 바르트 지음 / 동문선
“나는 기호를 찾는다? 그러나 무엇의 기호를? 내가 읽으려는 것은 무엇일까? 내가 사랑받고 있다는(아니면 더 이상 사랑받지 못한다는? 혹은 아직도 사랑을 받고 있다는)? 또는 고문서학과 점성술을 혼합한 방식으로 내게 일어날 일의 예고가 기록된 것을 해독하면서 내 미래를 읽으려는 걸까? 결국 내가 매달려 있는 질문은, 그리하여 내가 그 사람의 얼굴에서 끈질기게 그 대답을 요구하는 것은 난 당신에게 어떤 가치가 있죠?라는 질문이 아닐까?” (305p, ‘기호의 불확실성’ 중에서)

사랑과 증오의 도착들  레나타 살레클 / 비(도서출판b)
“사랑하는 사람은 타자 속에서 그/녀가 가지고 있지 않은 어떤 것 - 대상 a, 혹은 라캉이 또한 아갈마agalma라 부르는 것-을 지각한다. 따라서 사랑하는 사람은 사랑받는 사람이 이 대상을, 즉 사랑받는 사람 속에 있는 그/녀 자신보다 더한 어떤 것을 소유하고 있다고 가정함으로써 사랑에 빠진다.” (78p, ‘사랑과 욕망’ 중에서) 라캉을 전유하는 살레클의 문맥에서 바르트의 마지막 질문을 번역하자면 그것은 이렇게 될 것이다. “나에게 정말 당신이 사랑하는 대상 a가 있나요?”

향연 - 사랑에 관하여   플라톤 지음 / 문학과지성사
“마지막으로 당신을 보았을 때 / 우리는 막 둘로 찢겨 있었지 / 당신은 나를 보고 나는 당신을 바라보고 있었어 / 당신은 어딘지 낯익었지만 / 나는 알아보지 못했지 / 당신의 얼굴과 내 눈 위를 흐르던 피 때문에 / 하지만 당신의 표정에 난 맹세할 수도 있어 / 네 영혼에 깊이 박힌 고통이 / 내 영혼에 박힌 고통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고 / 그건 고통 / 똑바로 잘려 내려가 / 심장을 반으로 나눈 그것을 / 우리는 사랑이라고 부르지 / 그래서 우리는 서로를 껴안아 / 다시 한 몸으로 돌아가기 위해 / 우리는 사랑을 나누지 / 사랑을 // 춥고 어두운 저녁 / 아주 오래전 / 제우스의 권능으로 말미암은 / 이건 아주 슬픈 이야기 / 어떻게 우리가 외롭게 두발로 선 존재가 되었는지에 대한 / 그래 이건 사랑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

영화 ‘Hedwig’의 O.S.T 중 ‘origin of love’의 아름다운 노랫말이 바로 <향연> 중 아리스토파네스의 이야기에서 나왔다는 건 이미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이야기. 이건 분명 일반적인 의미와 바르트적인 의미 모두에서의 ‘신화’이지만, 나는 다시 바르트를 인용한다.

“완전한 결합에의 꿈. 사람들은 그 꿈이 불가능하다고 말하지만, 그렇지만 그것은 지속된다. 나는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아테네의 묘비 위에는 죽은 사람을 영웅시하는 묘비 대신에 손을 잡고 있는 부부가 서로 작별을 고하는 장면이 그려져 있다. 제삼의 힘만이 파기할 수 있는 계약이 만료되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여기 ‘당신 없이는 나 또한 더 이상 내가 아닙니다’라는 표현을 완성하는 장례이다.” 나는 바로 이 재현된 장례에서 내 꿈의 증거를 찾는다. 나는 그것이 죽음을 피할 수 없기에 믿을 수 있다(불가능의 유일한 형태가 불멸이다).” (325~326p, '결합‘ 중에서)


읽어보면 좋은 책 :사랑의 역사  • Love and Other Demons




솔라리스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오멜라스
인식론적인 한계를 기반으로 수많은 의미를 뿜어내는 SF지만, 종종 떠올릴 때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들은 사랑했던 기억들과 강제로 만나면서 괴로워하는 인물들이다. 현실로 되살아난 추억과 재회하는 것만큼 괴로운 게 없다는 이야기는 추억과 상실 때문에 후회하는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씁쓸한 자각이다. 끝난 일은 끝난 일이다. 추억은 사라진 것들이므로 쓰라리지만, 다시 살아 돌아온다고 해도 우리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지나간 모든 것들은 더께가 앉을 때까지 상처로 남고, 살아남은 자들은 어떻게든 살아나가야만 한다. 심지어 추억이 흉터를 찢으면서 되살아 나타나더라도.

느릅나무 밑의 욕망  유진 오닐 지음 / 범우사
욕망은 자주 빗나가고 때로 오해할지언정 성실하고 거짓이 없다. 때문에 욕망-애정은 거의 생존과 같은 '올인' 등급에 놓여 마땅...할지도 모른다. 프론티어 정신이란게 보통 물신주의와 폭력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적어도 이 작품 속에서는 폭력은 선명한 욕구(누가 거기에 선악의 이름을 감히 들이대는가?)에 의해 밝게 불타오르며 일체의 도그마를 부정하고 거기에 도전한다. 영화 '도그빌'에서 마을의 대로 이름이 (느릅나무 없는) 느릅나무 거리라는 점은 상징적이다. 느릅나무가 뿜어내는 그 처절한 애욕의 세계는 '현대인'들에게는 그야말로 서부극 같은 판타지가 된 걸지도 모르겠다.

종이시계   앤 타일러 지음 / 문예출판사
아는 분이 말씀하시길 “'그래도' 내일 일어나야 한다는 걸 알게 될 때쯤이면 좋아지는 소설”이라고 했다. 특별할 것 없는 어느 노부부의 하루. 부인의 가족애는 자꾸 정반대의 결과를 내고, 남편의 유머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매일매일은 별날 것도 없고 실수 투성이다. 그러나 그들은 흔들리지 않는다. 잘자요라고 말하고 오늘 밤을 지내고 나면, 일생의 대부분을 함께 지내온 신뢰라는 마법이 그 모든 잡음들까지 기억의 앨범 속에 고이 포개놓을 것이다. 생활과 사랑은 결코 함께일 수 없다는 연애론자들에게 날리는 쌉쌀하면서도 따뜻한 반격, 소설이 현실에 선물하는 최대치의 애정이다.

읽어보면 좋은 책 :지금은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 Back to Black




아기 오는 날   이와사키 치히로 지음 / 프로메테우스
'엄마는 오래오래 집에 없었어 / 그치만 오늘은 / 아기랑 함께 온대' 이러고 시작하는 그림책 <아기 오는 날>. 물기를 듬뿍 머금은 붓터치의 그림, 동생을 처음 만나는 설레임과 기대에 가득찬 아이의 이야기를 가만히 보고 있자니, 울컥하는 기분이 들었다. 나도 곧 첫 아이를 만나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와사키 치히로의 그림은 아이가 말하고 있지만 어른에게 더 감동스럽다. 조용히 가만가만 마음으로 다가오는 이야기, 이런저런 잡다한 생각들은 사라지고 나도 마냥 설레인다.. 아기 오는 날, 귀여운 내 아기.

작은 것들의 신   아룬다티 로이 지음 / 문이당
사랑하는 연인이 있고, 사회적 편견이 있고, 작은 거짓말을 한 아이가 있고, 그로 인해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것은 이언 매큐언의 <속죄>와 비슷하다. 하지만 1969년, 카스트 제도가 사람들을 나누고, 공산주의가 사회를 막 뒤흔들기 시작한 인도의 작은 마을에서 벌어진 이 이야기는 훨씬 처절하다. 처음, 이혼하고 고향으로 돌아온 '아무'와 그 쌍둥이 아이들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은 작가의 재치넘치는 말장난과 함께 그저 재미있는 에피소드들로 이루어지는 것 같지만, 이후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사건의 복선이 되고... 나는 읽으면서 엉엉 울었고, 사흘 밤낮을 마음이 허전해서 어쩔 줄을 몰랐다. 그 때 감성이 그래서였는지 모르겠지만... 여튼, 읽은 지 7~8년은 된 것 같은데 나는 아직도 이보다 더 마음 아프고 잘 쓰여진 소설은 보질 못했다

바람의 나라 스페셜 에디션 1   김진 지음 / 이코믹스미디어
치밀한 역사고증이나 빡빡한 대사는 너무나 내 취향이 아니라 건성으로 읽었다. 하지만 무한한 상상력으로 풀어나가는 방대한 줄거리 속에 숨어있는 사람의 이야기는 너무 아름답다. 마음이 약해서 오히려 견디지 못하고 자식들을 죽여서까지 왕의 자리를 유지해야 했던 아버지 유리왕, 그런 아버지 아래에서 힘겹게 왕이 되고, 또 대륙 정벌의 원대한 꿈을 꾸는 대무신왕 무휼, 무휼의 사랑하는 연이, 그 아내가 목숨을 바쳐 지켜내었으나 자신과 대립되는 수호신을 가졌기에 죽여야 할지 모를 아들 호동, 그리고 신분 상승의 욕심만큼 사랑도 원했던 무휼의 정비 이지 등 모든 사랑과 모든 마음들이 아름답고 안타깝고 애절하다. 그나저나, 완결은 언제쯤..?

읽어보면 좋은 책 :최종병기 그녀 1  • 타인에게 말걸기




무라카미 하루키 단편걸작선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 문학사상사
'4월의 어느 해맑은 아침 100퍼센트의 여자아이를 만나는 일에 관하여'. 이 단편에는 사랑이라 불리는 것의 대부분이 들어 있다. 열여덟 나이에 감상적으로 찾아드는 사랑에 대한 예감, '사랑'이라고 하는 것의 본질이 만남 자체가 '우주적인 기적'이라고 하는 나름의 정의, 서로에게 100퍼센트는 되어줄 수 없다고 하는 명백한 진실, 그러나 명백히 빛나던 한 순간에 대한 기억, 이후 세월과 함께 낡아가는 슬픈 현실까지. 무엇보다도 이것이 실제로 실행되지 않은 가상의 기억이라 고백하는 마지막 문장이 가장 진실되지만. '그렇다. 나는 그녀에게 그런 식으로 말을 꺼내 보았어야 했던 것이다.' 사랑(이라고 하는 것)의 실체이자 폄하 같은 단편. 열여덟살의 나는 100퍼센트의 여자아이를 4월에 만났으면 했지만.

입 속의 검은 잎  기형도지음 / 문학과지성사
'도시의 눈 - 겨울 판화 2'
도시에 전쟁처럼 눈이 내린 날, 여기저기 가로등 아래 모여 눈을 털어내는 이들을 보며 생각한다. 나는 어디로 가서 내 나이를 털어야 할까? 지나간 봄 화창한 기억의 꽃밭 가득 아직도 무꽃이 흔들리고 있을까? 스매싱 펌킨스가 Try, Try, Try의 뮤직 비디오에서 극단적 '병든 우리 사랑' 전형을 보여줬다면, '도시의 눈'은 뭐랄까 현실적으로 병든 우리 사랑에 대한 이야기 같아 종종 떠올리게 된다. 그저 단어와 문장이 튀는 느낌이 그랬을 뿐인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새벽 안개 속에 뜬 철교 위에 서 있다. 눈발은 수천 장 흰 손수건을 흔들며 河口로 뛰어가고 너는 말했다. 물이 보여. 얼음장 밑으로 수상한 푸른 빛.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리면 은빛으로 반짝이며 떨어지는 그대 소중한 웃음. 안개 속으로 물빛이 되어 새떼가 녹아드는 게 보여? 우리가.’

Release   Pet Shop Boys / 이엠아이(EMI)
그들의 의도가 어찌하였건 존재 자체가 사랑과 연애담에 수렴해 보이는 펫샵보이스. 가난한 이민자를 노래한 'London', 길거리에 좌판을 벌인 연인을 그리워하는 'Home and dry', 실제로는 정치적 이슈를 다루고 있지만 온전한 실연가로도 보이는 'I get along', 호모포비아에 의해 처형된 게이 청년을 노래하는 'Birthday boy', 'Love is a catastrophe'는 제목부터가 '사랑은 재앙'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벽한 발라드처럼만 들리는 이들을 어찌할고. 사랑하면 오르는 이미지의 최대치는 이들의 멜로디가 아닐까 싶기도 하고. (아저씨들의 새 앨범 [Yes]의 첫 싱글 제목은 'Love Etc.'라고 한다.)

읽어보면 좋은 책 :100편의 사랑 소네트  • 혀끝에서 맴도는 이름




사랑, 고마워요 고마워요   이미나 지음 / 걷는나무
<그 남자 그 여자> <아이 러브 유>의 작가 이미나 신작. 저자는 이번 작품에서도 어김없이 섬세하고 감각적인 사랑이야기를 펼쳐보인다. '처음 하는 이별도 아닌데 무너져 내리는 마음' 때문에 새로운 사랑의 시작이 두려울 때가 있다. <사랑 고마워요 고마워요>를 읽다보면 '곁에 있는 사랑이 고맙고 소중하다' '아프더라도 사랑은 다시 시작되어야만 한다'를 다시 한번 마음에 되새기게 된다. 마음을 울리는 111가지 사랑이야기는 '진정한 사랑'을 발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사랑을 말해줘  요시다 슈이치 지음 / 은행나무
요시다 슈이치의 신작 <사랑을 말해줘>는 소리없는 세계에서 살아온 교코와 시끄러운 생활에 익숙한 슌페이의 사랑이야기를 그려낸 작품이다. 정적과 소음이란 대립적 상황을 통해 독특한 연애가 펼쳐진다. 남자주인공 슌페이가 교코의 정적을 경험하면서 변화되어 가는 과정이 섬세하게 그려져 있다. '모든 것을 소통해야만 진심이 전해진다'고 믿었던 나. <사랑을 말해줘>의 특별한 사랑이야기를 통해 생각이 바뀌었다. '모든 것을 말하지 않아도 진실된 교감이 가능하다'고 말이다.

밑줄 긋는 남자  카롤린 봉그랑 지음 / 열린책들
프랑스 작가 카롤링 봉그랑의 두 번째 작품. 25살의 콩스탕스는 도서관에서 빌린 책 속에서 우연히 낙서를 발견한다. 대여하는 책마다 발견되는 밑줄을 통해 정체모를 '밑줄 긋는 남자'와 소통하기 시작한다 . 밑줄 긋는 남자를 찾아나가는 여정은 그녀의 무미건조한 생활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결국 밑줄 긋는 남자는 찾지 못하지만, 그녀의 진정한 사랑을 만나게 된다는 러브스토리. 영화 '아멜리에'를 연상시키는 이 작품은 특이하고도 흥미진진한 사랑이야기를 펼쳐보인다.

읽어보면 좋은 책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 사랑하지만 사랑하지 않는다




연애소설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 북폴리오
은근히 내 취향에 맞았던 소설.(표지까지도..) 가슴을 후벼파거나 아주 불타오르거나 하지는 않지만, 그의 다른 작품처럼 술술 읽히는 맛이 있고 때로는 약간의 눈물이 필요해지는 장면도 있다. 뭐랄까, 아련한 그리움에 잠기게 하는 잔잔한 이야기라고나 할까. 그나저나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가네시로 가즈키의 작품은 <레볼루션 No.3>이다.

심리 브레이크   김은선 지음 / 책만드는집
SBS 파워FM '최화정의 파워타임'의 인기코너를 책으로 펴낸 것인데, 그야말로 읽는 재미 102%이다. 물론 잘 맞지 않는다해도 심각해질 필요는 없다. '당신은 스토커 기질이 있는가?', '당신의 연애 유효기간은?', '호텔 스위트룸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뭘 하겠는가?'와 같은 재미있는 연애 심리 테스트가 96개나 담겨 있다.

The Melody At Night With You   Keith Jarrett / ECM
조용하고 아늑한 응접실도 좋고, 여의도의 야경을 바라보며 강변북로를 달리는 차 안도 좋다. 이 음반을 틀어 놓으면 그 행복한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킬 수 있다. '당신과 함께하는 밤의 멜로디'라는 앨범 제목이 주는 느낌과 완벽하게 일치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다. 키스 자렛의 마니아로서 가장 아끼는 음반 중 하나라고 자신 있게 추천하고 싶다.

읽어보면 좋은 책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 마지막 강의




교코  무라카미 류 지음 / 민음사
'이 소설에는 섹스도 SM도 마약도 전쟁도 없다' 좀처럼 자기 글을 두고 이러쿵 저러쿵하지 않는 무라카미 류가 <교코>의 후기에서만큼은 저렇게 밝히고 있다. 기댈 곳이라고는 하나 없고, 하나 없어 보이는 일본인 교코. 트럭 운전일을 하며 살아온 그녀를 지탱하는 희망은 단 하나 뿐이다. 어린 시절 미군 기지 근처에서 자신에게 댄스를 가르쳐준 호세를 만나는 것. 만나서 뭐 어쩌겠다는 심산도 아니고, 그저 그를 만나 다시 한 번 함께 춤을 추고 싶다는 열망 하나 뿐이다.

괴한들에게 겁탈을 당할 뻔해도, 어린 나이를 무기로 등쳐먹으려는 사기꾼 소년을 만나도, 갖은 고초 끝에 만난 그가 에이즈에 걸려 다 죽어가는 지경이라도, 그녀의 마음은 흔들림이 없다. 그에 대한 그녀의 마음이 어떤 모습이건, 결국 그 또한 사랑의 또 다른 이름, 모습일 것이다. 마지막? 사랑하고, 사랑받는 모두가 구원받는다. 교코는 호세를, 호세는 교코를, 또 둘은 독자를 구원한다.


나의 지구를 지켜줘  히와타리 사키 지음 / 대원씨아이
'우리들은 몇 번이고 환생을 거듭해 가면서 모두 미래로 돌아가는 거야. 이렇게 그리운 것도 틀림없이 또 미래에서 만날 수 있기 때문이겠지.'

손발이 오그라들 것 같은 해적판 <내 사랑 앨리스>가 정식 출간되었을 때, 국내 팬들은 그야말로 '뛸 듯이' 기뻐했다. 원제는 'ぼくの地球を守って(Please Save My Earth)'. 전생을 테마로 시공을 넘나드는 탓에 스케일도 크고, 등장인물도 많지만 한 번 손에 잡으면 밤을 새도 읽게 만드는 무시무시한 흡입력을 가지고 있다.

지구를 수호하는 힘(키체스)을 타고난 모쿠렌, 그녀에 대한 애증으로 환생을 거듭하는 시온. 많고 많은 등장인물 중 주축은 이 둘이다. 우주에 파견된 이들은 정체불명의 병원체에 전염, 목숨을 잃게 된다.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 환생조차 할 수 없다'고 믿는 모쿠렌은 시온에게 숨이 다하기 직전까지 당부에 당부를 거듭한다. "부탁이니 살아주세요." 그녀보다 명이 좀 더 길었던 시온은 9년이라는 세월을 죽지도 못하고 그녀의 시신을 지킨다. 지옥 같은 시간을 감내한 끝에 환생에는 성공하지만, 시간차 때문에 다시 만난 그녀는 자기보다 9살이나 연상. 이쯤되면 연상연하에 관대한 지금 생각해도 살짝 위험할 지경. 더 이야기하면 스포가 될테니 생략하는 것이 좋겠다.

모쿠렌과 시온 커플 덕에 일본에서 당시 '전생붐'이 일어날 정도로 그 인기는 대단했다는데, 시공을 자유로이 넘나드는 이 작가의 필력도 대단하다. 지금은 절판되어 구할 길 없는 <미래의 전각>도 함께 추천.



읽어보면 좋은 책 :사랑의 기하학  • 오만과 편견



캣 위스퍼러  클레어 베상 지음 / 보누스
고양이와 사랑에 빠지는 방법! 스텝 원. 고양이의 습성을 파악하라.

사랑의 지속은 관심과 노력에 기반한다. 고양이를 비롯한 반려동물을 식구로 맞을 때 고려해야 할 점 역시 마찬가지다. 첫 눈에 반해 고양이를 집에 데려간다 해도 막상 낯선 행동을 접하게 되면 '이 생명체는 도대체 뭐지?'하는 당혹감에 부딪치게 된다. 고양이의 습성을 알지 못한다면 당연한 일이다. 때문에 고양이를 키우는 집이라면 반드시 구비해야 할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영국 고양이 자문 사무국의 위원장인 지은이를 통해 믿을만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고양이를 키워 볼까,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면 '냄새를 교환하라'와 같은 사랑하는 방법부터 먼저 체크해 볼 일이다.


듀이 : 세계를 감동시킨 도서관 고양이  브렛 위터, 비키 마이런 지음 / 갤리온
고양이와 사랑에 빠지는 방법! 스텝 투. 고양이와 인간의 교감 현장을 답습하라.

책 표지에 늠름하게 자리한 잘생긴 오렌지빛 고양이는 세계적인 인기를 얻은 '듀이'. 미국 스펜서 공공도서관에서 수 많은 방문자와 더불어 즐겁게 생을 살아간 고양이계의 전설적인 존재다. 무엇이 이 고양이에게 사람과 친숙한 성격을 가지게 했느냐 묻는다면, 천성도 그러했지만 버려졌던 새끼 고양이 '듀이'를 발견한 어머니이자 도서관장인 비키의 노력을 빼놓을 수 없겠다. 실로 책 내용 역시 듀이와 비키의 삶을 전반적으로 보여 준다. 친구이자 듀이 평생의 동반자 사이였던 한 사람과 한 마리 고양이의 아름다운 관계를 연구해 보도록 하자.


100만 번 산 고양이   사노 요코 지음 / 비룡소
고양이와 사랑에 빠지는 방법! 스텝 쓰리. 자율적인 사랑에 관대하라.

어린이에게 고양이의 사랑뿐만 아니라 보편적인 사랑을 가르쳐 주는 책. 어느 주인에게도 종속되지 않는 고양이의 독립성, 한 때 '난 백만 번이나 죽어 봤다고!'라며 거만을 부렸으나 사랑하는 이를 만나면서 갖는 겸손, 사랑의 행복감을 만끽할 줄 아는 동시에 상실로 인한 슬픔까지 감내하는 마음. 죽음과 사랑이 어렵지 않고 자연스레 묻어난다는 점은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거의 언제나 뒤표지의 고양이 연인 모습은 흐뭇한 웃음을 짓게 한다. 다만 사람을 따르지 않는 고양이에게 얄미운 감정이 들만한 내용도 있지만 지금에서야 밝히건대, 이번 책들의 진짜 주제는 '고양이에게 사랑을 주는 방법'이었다는 사실을 이제는 말하고 싶다.


읽어보면 좋은 책 :언니네 이발관 5집 - 가장 보통의 존재  • 조규찬 - Remake (리메이크)




How Do I Love You? (Board book)   Marion Dane Bauer 글, 캐롤라인 제인 처치 그림 / Cartwheel Books
‘I Love You Through and Through’와 ‘How Do I Love You?’ 두 권 모두 어린이가 보는 그림책, 엄마가 아기에게 읽어주는 책이지만, 나는 내가 좋아하는 모든 사람에게 이 책을 전해주고 싶다. 말로 하기에는 쑥스럽고 어색해 표현하지 못했던 마음이, 그대로 전해질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렇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햇볕 따스한 날에 공원의 초록 잔디에 앉아 책의 끝을 한쪽씩 잡고, 사랑하는 연인에게, 친구에게, 엄마가 아이에게, 딸이 아빠에게, 엄마에게 읽어주는 모습을 생각하면, 마음이 따듯해진다.

"How do I love you? Let me tell you how." "I love you as the waking bear loves the smell of spring." “I love you as the sea loves the sandy shore.”


막다른 골목에 사는 남자   이토야마 아키코 지음 / 작가정신
‘나’는 막다른 골목에 사는 ‘당신’을, 막다른 골목에서 나오려 하지만 좀처럼 나오지 못하는 ‘당신’을 12년간 쭉 지켜보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카와바타야스나리 문학상 수상작’으로 ‘현대의 순애소설’ 이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순애소설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해봤을 법한 짝사랑을 그린다. 조금 더 가까워질 때도 있고, 조금 더 멀어질 때도 있지만, 대체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나’는 ‘당신’ 오다기리가 있는 곳을 찾아다니고, ‘당신’이 ‘나’를 부르면 언제든지 달려간다. 가끔 불러주는 술자리에, 골절로 입원해 있는 병원에. 만나서 특별히 무언가를 하는 것도 아니고, 언제나 비슷한 대화를 하는 정도이지만, 그래도 ‘나’는 ‘당신’이 부르면 가지 않을 수가 없다. 십 년이 넘게 계속되어 온 짝사랑은, 둘을 친구도 아니고 연인도 아니며, 남매같이 친한 사이도 아니고, 그저 아는 사람도 아닌, 특정한 단어로 표현할 수 없는 관계로 만들었다. ‘나’는 ‘당신’을 친구라고 말하고 싶지 않아서 기댈 수 있는 사람이라던가,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던가 하는 말을 사용하지만, 그것도 적당해 보이지는 않는다.

이만큼이나 길지는 않더라도, 짝사랑을 경험한 적이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의 행동, ‘나’의 생각에 어느 정도 공감할 것이다. 학교에 가는 이유가 바뀌고, 인사 한 번 하는데도 손끝까지 떨리고, 잔뜩 기대하고, 기대한 만큼 실망한다. 아무리 먼 거리라도 만나야겠다 싶으면 가야 한다. 그런 내가 싫고 또 괴로워서 에이, 이제 그만하자 싶지만, 그것이 그렇게 마음 먹은대로 되는 거라면, 고민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두 번째 단편 <오다기리의 변명>에서는 또 다른 관점에서의, 내가 알지 못한 ‘나’와 ‘당신’ 사이를 확인할 수 있다.


Love Actually   Richard Curtis 지음 / Griffin Trade
이번 '내맘존책' 주제가 '사랑'이란다. 책이나 영화나 음악이나 어디에든 제일 많이 다뤄지는 흔한 주제이건만, 막상 어떤 책을 써야할 지 한참을 망설여졌던 건 왜인지.

그러다 얼마전 우연한 기회에 내 손에 들어온 <Love Actually>가 떠올랐다. 커버의 빨간 리본이 꼭 포장된 선물상자를 받는 느낌였기도 했고, 영화 장면 장면들과 시나리오에, 편집된 씬부터 비하인드 스토리, 배우들에게 던진 사랑에 관한 퀴즈까지~ 다시 한 번 영화를 속속들이 들여다보게 되어 참 기분이 좋았던 기억이다.

이 영화를 본 지도 꽤 오래 지났지만 그 잔잔한 감동이란 쉽사리 지워지지 않았고, 매번 크리스마스 즈음이 되면 아련히 떠오른다. 러브액츄얼리하면 생각나는, 이젠 너무나 흔한 프로포즈 방법이 되어버린 그 장면까지도,, 절친한 친구의 부인에게 조용히 종이에 적어 자신의 마음을 전하던 한 남자의 'To Me, You Are Perfect!'~

영화의 처음과 끝 장면에 등장하는 공항에서의 다양한 사람들의 만남, 포옹장면에서처럼 이 이야기는 우리 주위에 있을 법한 사람들을 통해, 가장 가까운 곳에 존재하는 사랑에 관해 따뜻하게 그려내고 있다. 미혼의 영국수상과 비서의 사랑, 새 아빠와 엄마를 잃은 어린 아들의 순수한 짝사랑, 애인에게 상처받은 영국작가와 말도 문화도 다른 포르투칼 여인의 사랑, 쉽사리 용기를 내지 못하는 직장여성과 그녀가 짝사랑하는 회사동료와의 사랑, 중년부부의 사랑과 그 남편에게 새롭게 다가오는 젊은 여직원의 사랑, 새 신부와 남편의 절친한 친구와의 안타까운 사랑, 퇴물 락가수와 그의 오랜 매니저와의 오랜 우정을 담은 사랑 등등,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사랑이야기가 등장한다.

러브스토리는 그저 흔한 이야기일 뿐이지만 사랑을 하는 당사자들에게는 너무나 소중하기만 하다. 사랑은 정말 어디에나 존재하는 것(Love actually is all around)이기에, 우리는 끊임없이 사랑하고 이별하고 다시 사랑하며 살아간다. 이 겨울, 다시 이 잔잔한 사랑이야기에 빠져보시길..


읽어보면 좋은 책 :He's Just Not That into You  • Love You Forever




마노스케 사건 해결집  하타케나카 메구미 지음 / 가야북스
"봄이 되면 자신은 싹이 튼 버드나무를 보며 또 이 사람을 떠올릴 것이 틀림없다는 생각이 든다. 벚꽃 꽃잎이 지면, 한심하게도 또 생각할 것이다. 자신답지 않게 생각에 잠기는 날도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래도, 아마, 이제는... ...... ('어째서 그때...' 하고 앞으로 이 날의 일을 몇 번이나 떠올리겠지.) 이 마음은 사그라져갈까, 깊이 쌓여갈까. 해가 가면서 점점 마음을 덮쳐 눌러, 언젠가 밤에 짧은 비명 소리와 함께 벌떡 일어나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도. 마노스케는 자신의 품에서 양손을 내놓지 않았다."

<샤바케> 작가의 연작 추리소설집이다.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주변의 소소한 사건들을 해결해 나가는 무사태평 캐릭터 마노스케가 주인공이다. 기본 얼개는 추리소설이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마노스케의 '내어놓지 못하는 사랑'의 안타까운 정조가 이 책을 관통한다. 열여섯 살적, 꽃같은 사람에게 (원하는) 대답을 해주지 못했던 시절을 자책하지만, 뒤돌아보아도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만일 그때 .. 했더라면" 불쑥불쑥 떠오르는 생각을 멈출 수도 없다. 닿을듯 말듯 간격을 유지하며, 그저 나란히 곁에 머무르는-어쩌면 '지나치게 아련하여' 사랑이라 부르기도 조심스러운 감정이 작품 전반을 통해 차분하개 그려진다. 그리하여 나에게는 이 책이 추리물보다는 연애소설로 읽힌다.;


브로크백 마운틴  애니 프루 지음 / Media2.0
"둘은 악수를 하고 서로 어깨를 툭 쳤다. 이제 둘 사이의 거리는 십 미터로 멀어졌고 반대 방향으로 차를 몰고 가는 것 외에는 달리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 일 킬로미터도 채 못 가 에니스는 누군가가 내장을 손으로 한 번에 일 미터씩 끄집어내는 듯한 아픔을 느꼈다. 그는 길 옆에 멈춰 섰다. 눈송이가 소용돌이치는 속에 토하려 들었으나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여태 이렇게 기분이 더러웠던 적은 없었고, 다시 기운을 차리기까지도 한참이 걸렸다."

"천둥이 으르렁대던 늦은 오후, 예전과 다름없는 낡은 녹색 픽업이 굴러왔다. 에니스는 잭이 트럭에서 내리며 낡은 레시스톨 모자 앞을 들어 올리는 것을 보았다. 뜨거운 동요가 일어 에니스는 등 뒤로 문을 당겨 닫으며 계단으로 나갔다. 잭은 계단을 두 칸씩 두 번 올라섰다. 두 사람은 어깨를 움켜잡았다. 서로의 숨을 쥐어짰다. 힘껏 껴안으며 개자식, 개자식, 읊조렸다. 꼭 맞는 열쇠가 자물쇠를 풀듯 쉽게, 그것도 세게, 둘의 입이 하나로 맞닿았다. 잭의 큰 이빨 때문에 피가 났다. 잭의 모자가 바닥에 떨어졌다. 짧게 깎은 수염이 사각거렸고 축축한 침이 흘렀다. 그때 문이 열렸다. 알마가 비틀린 에니스의 어깨를 잠시 바라보다가 문을 닫았다. 그래도 두 사람은 꽉 부둥켜안고 있었다. 가슴과 사타구니와 허벅지와 다리를 맞붙이고 서로의 발끝을 밟은 채 숨이 막혀서야 비로소 몸을 뗐다. 그리고 애정 표현을 좋아하지 않는 에니스가 자기 말과 딸들에게나 하던 말을 했다. 내 사랑. 문이 다시 비죽 열렸다. 알마가 그 틈새에 서 있었다. 그가 무슨 말을 할 수 있었을까. "알마, 이쪽은 잭 트위스트야. 잭, 여긴 내 마누라 알마." 가슴이 울렁거렸다. 그는 잭의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담배, 사향 비슷한 땀 냄새, 풀 같은 희미한 단내, 그리고 그 냄새와 함께 산의 한기까지도. "알마, 잭하고 나는 4년만에 처음 만났어." 변명인 양 말했다. 계단 불빛이 어둑한 것이 다행스러웠지만 그래도 그녀를 피하지는 않았다."

지독하고 강렬하다. 기억에 남는 모든 소설 중에, 잭과 에니스, 두 사람이 처음 헤어지고 다시 만나는 위 장면만큼 가슴이 턱턱 막혔던 적이 없다. 단순히 슬픔과 그리움이라는 단어로는 표현이 부족한 어떤 감정이 목 끝까지 꽉 차오른다. 40여페이지라는 짧은 분량이 믿기지 않게, 더이상의 보탬도 수식도 불필요한-그 자체로 완벽한 사랑 이야기.


백야행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 태동출판사
"내 위에는 태양 같은 건 없었어. 언제나 밤. 하지만 어둡진 않았어. 태양을 대신하는 것이 있었으니까. 태양만큼 밝지는 않지만 내게는 충분했지. 나는 그 빛으로 인해 밤을 낮이라 생각하고 살 수 있었어. 알겠어? 내게는 처음부터 태양 같은 건 없었어. 그러니까 잃을 공포도 없지."

'하얀 밤을 걷다- 태양을 잃어버린 소년과 소녀의 이야기'.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중엔 <용의자 X의 헌신>도 꽤나 애절하지만, <백야행>을 뛰어넘을 수는 없다. 주인공 남녀의 관계는 소설 내내 한번도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그저 그러했겠거니, 짐작할 뿐이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보려고 하지 않는 진실, 말하지 않고 보여지지 않기 때문에 더 절실한 그들의 사연이 가슴을 답답하게 한다. 소년과 소녀가 처음 만나, 끔찍한 인연으로 얽혀, 서로가 서로를 지탱하며, 혹은 갉아먹으며 그렇게 긴 세월을 보내다니... 어쩌면 가장 끔찍하고 지독한 연애소설이라 해도 무방할지도.


읽어보면 좋은 책 :프랑스 중위의 여자  • 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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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랑은 본디 불완전한 것일까?
    from 마지막 키스 2009-02-15 22:25 
    결국 그녀는 시애틀의 한 병원에서 숨을 거두었고, 장님이 그 침대 옆에서 그녀의 손을 잡은 채 임종을 지켰다. 그들은 결혼을 했고, 같이 살았으며, 일도 같이 했고, 잠도 같이 잤다. 물론 섹스도 했을 것이다. 그러다가 어느 날 장님은 그녀를 땅에 묻어야 했다. 그 여자가 어떻게 생겼는지 한 번 보지도 못한 채 말이다. 그건 확실히 나 같은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그런 얘기를 들으면서 나는 그 장님에게 약간은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한
  2. 레인보우 로맨스
    from Truly, Madly, Deeply 2009-02-17 12:48 
    그에게서는 언제나 비누 냄새가 난다. 소녀 시절, 단 한 줄의 문장으로 나를 사로잡아버린 소설. 언젠가 김혜수, 손창민 주연의 TV문학관 드라마로도 방영되었다. 나는 여러 가지 감정이 뒤범벅이 된 혼란상태에서 자기를 건져 내야 한다고 어두운 강물을 바라보며 늘 생각하는 것이었다. 마음 가는 대로 몸을 내맡길 수 없는 것이 나의 입장이고 또 그 마음 가는 일 자체에 대해서도 분열된 생각을 수습할 수가 없었다. 사춘기의 풋사랑이 혼돈인 까닭은 ‘미지’이기
  3. 밤이여 오라 종은 울려라
    from 유리동물원 2009-02-17 17:56 
    끔찍이 좋아하는 에밀리 브론테의<폭풍의 언덕>도 있고, 마르케스의 <콜레라 시대의 사랑>도 있고, 곧 영화화 된다는 니콜 크라우스의 <사랑의 역사>도 있고, 알랭 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도 있고, 다니엘 글라타우어의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도 있다. 사랑에 관해서라면.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면, 소설은 너무
  4. [러브]사랑하고 싶어질 때♡
    from 즐거운 상상 2009-02-26 18:13 
        27p 소리 없이 나를 지켜봐 주던 사람, 연필로 내 이름을 쓰던 사람, 그러면서 나를 피해 도망치던 사람. ..당신은 그런 사람이잖아요. 당신을 생각하면 가슴이 따뜻해지곤 했어요. 햇살이었죠. 나는 그렇게.. 당신을 좋아하게 됐어요.           이소라의 음악도시의 아름다운 101가지 사랑이야기를 엮은 이미나 작가의
  5. 사랑을 말하다, 내 맘대로 좋은 책!
    from 그대가, 그대를 2009-03-05 16:29 
    비록, 쪼꼬레트 주고 사탕 받을 사람은 없지만, 그래도 사랑 이야기는 늘 두근두근이라는 것!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테마, 사랑 이야기.   내가 좋아하는 책들만 꼽아본다.   지치지도 않고 추천하는 '시간 여행자의 아내'  며칠 전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영화를 보면서도 이 책이 생각났다.  벤자민은 늙은 몸으로 태어나 점점 어려지는 몸을 갖고 있어서 사랑하는 사람과 평생
  6. 사랑을 말하다, 내 맘대로 좋은 책(만화편)!
    from 그대가, 그대를 2009-03-05 17:03 
    소설에 비해서 만화 쪽이 좀 더 반짝반짝 머리 속에 떠올랐다. 이렇게 비오는 날, 사랑 만화 한 편, 급 땡겨주시겠다.  작년에 이 만화를 알고서 몹시 기뻤더랬다. (날개님 다시 한 번 만세!)  평이한 제목이었지만 작품 속에서 '모래 시계'가 어떻게 쓰이는지 확인한다면 꼭 필요한 제목이라고 느낄 것이다. (드라마가 먼저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엄마의 자살로 갖게 된 트라우마. 진정한 사랑을 만났음에도,
  7. 너는 이런 사랑을 하렴
    from 두 아이와 함께 책 속으로 여행을 떠나다 2009-03-09 08:55 
    아직 어린 딸아이에게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이르겠지만, '나중에 이런 공주(^^)가 되어라'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을 정리해둘까 한다. '이렇게 자랐으면 좋겠구나'라는 것이 '이렇게 사랑을 했으면 좋겠구나'라고 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으니 말이다. <<종이 봉지 공주 >>처럼 당당한 공주로 자라렴. 너 자신을 스스로 보호할 수 있고, 필요하다면 남자친구 또는 가족을 네가 구해주거나 지켜줄 수도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