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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처럼 유난히 지치고 피곤할 때가 있다. 구름 가득한 날이나 바람 부는 날이면 더욱 그렇다. 마치 물 먹은 솜처럼 몸이 점점 무거워진다. 이런 날엔 기분 전환할 무언가가 필요하다. 세부 다녀온뒤 얼굴에 심한 트러블이 일어나 큰 맘 먹고 끊어놓은 마사지샵에서 얼굴, 등 관리를 받았다. 여전히 피곤하고 흥이 나지 않는다. 뭘할까 고민하다 전부터 하고 싶었던 프렌치 네일아트를 했다. 잦은(?) 집안일에 네일아트가 채 일주일도 견디지 못하지만 당장의 기분 전환엔 최고다.
요즘은 매니큐어보다는 젤이 대세라는데 두배 가격의 젤을 할 용기는 나지 않는다. 8시간 정도 조심하라니 집에 도착해서는 마치 보이지 않는 피아노가 있는 것처럼 손만 내밀고 공주처럼 앉아 있었다. 퇴근한 옆지기에게 "나 손톱 때문에 밥 못해" 하니 선뜻 "만두나 먹지뭐, 내가 준비할께" 한다. 오홋 네일아트 덕분에 저녁도 편하게 해결하는구나~ 밤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놀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른쪽 엄지 손가락이 무언가에 쓸려 엉망이 되었다.
에잇, 딱 4시간의 행복이었다.
5월(아 벌써 5월이라니....) 인문학 서평쓰기 토론도서는 소크라테스의 <변명>이다.
나이 일흔에 사소한 언행으로 고발 당하고, 법정에 서며 결국 사형을 당한 소크라테스의 삶이 참 기구하다. 형을 선고할 501명의 재판관을 추첨으로 선정하고, 그들의 참석율을 높이기 위해 알바비까지 줬다니.....직업은 대부분 한량이란다.
눈부시게 찬란한 봄날, 이 책 읽으려니 더 마음이 아프네.
변명은 젊은이들을 타락시키고 신을 믿지 않는다는 이유로 고발당한 소크라테스가 법정에서 한 변호 연설이다. p.15
소크라테스는 매력 만점의 사나이였다. 그의 주변은 늘 지체 높은 집안의 미소년들로 가득했고, 그와 대화를 나누던 사람들은 최고의 유명인사들이었다. p.17
소크라테스의 죄명은 "젊은이들을 타락시키고 국가가 인정한 신을 믿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지금으로 친다면 풍기문란죄와 국가보안법 위반 정도가 될 듯싶다. p.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