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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 노희경 원작소설
노희경 지음 / 북로그컴퍼니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친정엄마는 평생 할머니를 모시고 살았고,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3년전에는 치매와 대소변을 받아내야 하는 힘든 상황을 겪으셨다. 그 후에는 거동이 힘든 외할머니까지 2년여를 모셨다. 옆에서 지켜보는 나는 늘 지친 모습의 엄마가 불쌍하고, 안쓰럽기도 했지만 도움도 되어 드리지 못하고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주인공 연수처럼.....
제목만 읽어도 눈물이 날것 같은 이 책은 드라마화 된 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드라마를 보지는 못했지만, 마치 대본을 읽는듯한 생생한 전달에 읽으면서 눈물을 펑펑 쏟았다.
어쩌면 식상한 스토리인 우리 아버지 세대의 보편적인 이야기 전개로 권위주의적인 아버지와 검소하고 희생적인 사랑으로 대두되는 엄마, 결국 엄마는 오줌소태가 낫지 않아 진료차 간 병원에서 말기암으로 판정받는다. 그리고 시집살이 시킨것도 모자라 치매에 걸린 할머니, 유부남을 사랑하는 이기적인 딸 연수, 아버지의 대를 잇는 의사가 되기 위해 삼수까지 한 아들 정수가 나오는 가족이야기다.
아버지 이야기
병원을 개업했지만 의료사고로 고스란히 날리고 젊은 원장이 운영하는 병원에 월급의사로 들어간다. 정년을 1년 앞두고 퇴직을 강요당한 아버지의 삶도 참으로 기구하다. 인생의 낙오자 또는 패배자라는 자의식으로 가족에게 냉정하며 사랑을 베푸는 방법조차 모른다. 엄마의 시한부 삶으로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처량함과 가엾은 마음이 들었다. 조금 더 일찍 사랑하는 방법을 알았다면 엄마의 죽음을 막을수 있었을까?
" 거리로 나온 아버지는 비틀거리며 담배부터 물었다. 참 이상한 일이다. 사실은 눈에 넣어도 안 아플 것 같은 사랑스런 자식인데, 겉으로는 그 마음을 손톱만큼도 표현하지 못하고 오히려 화를 내고 윽박지르고 때리기까지 하는 아버지, 뻔히 잘못된 길인 줄 알면서 내처 그 길로만 가는 어이없는 행보다. 사랑이 없어서가 아니다. 사랑을 표현할 방법을 모르는 것이다. 모르면 배워야 하는 것을 그것이 나려니, 그게 내 사랑법이려니 하고 살았다. 하지만 그렇게 살고 보니 어느새 자식들과의 거리는 저만치 멀어져 있었다."
엄마 이야기
치매에 걸린 할머니에게 몽둥이로 맞아도, 오줌소태로 힘들어서 남편이 근무하는 병원에 예약좀 해달라고 해도 다른 병원으로 가라고 매몰차게 말하는 남편과 살면서도 싫은 내색없이 숙명처럼 받아들이는 삶. 현재 살고 있는 집이 오래되어서 겨울이면 감기를 달고 사는 시어머니를 따뜻한 집으로 모셔 가려고 알뜰살뜰 모은 돈으로 평생의 소원인 전원 주택을 짓고는 이사가기 전 生의 마지막 밤을 그곳에서 맞이한다.
"정수야 너...다 잊어버려도, 엄마 얼굴도, 웃음도 다 잊어버려도...니가 엄마 뱃속에서 나온 건 잊으면 안돼. (중략) 연수야, 엄마 연수 사랑해, 알지? 너는...나야, 엄마는 연수야.... (중략) 당신 빨리 와, 나 심심하지 않게. 여보, 나 이쁘면 뽀뽀나 한번 해주라."
아직은 건강한 부모님을 보며 다행스럽기는 하지만 시아버님은 연세가 많으셔서 한편으로는 걱정스럽다. 아직 효도라고는 하지 못했는데 늘 노심초사 걱정만 끼쳐드리다가 그렇게 보내드리는 건 아닌지 심난한 마음도 든다. 그리고 어느덧 나도 아이들의 엄마가 되었다. 건강하게 오래 아이들 곁을 지켜 주어야 하는데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몸에 이상이 생기는 듯 하다. 허무한 삶이 되지 않도록 매일을 열심히 살아야겠지. 내일은 시어머니께 전화로 아양을 떨어야겠다.
(이 책을 읽으며 친정엄마와 시어머니가 오버랩 되었는데, 정작 난 시어머니께는 받기만 하고 베푼건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방황하는 사람들, 그대들의 방황은 정녕 옳은 것이다. 그러나, 그대의 어머니가 살아있는 그 시기안에서 부디 방황을 멈추라. 아픈 기억이 아무리 삶의 자양분이 된다 해도, 부모에 대한 불효만은 할 게 아니다. 대학때 가출한 나를 찾아 학교 정문 앞에서 허름한 일상복으로 서있던 어머니가 언제나 눈에 밟힌다. 그때도 이후에도 왜 난 그분에 미안하단 말 한마디를 못 했을까. 바라건대, 그대들은 부디 이런 기억 갖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