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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되어 주실래요? - 감동 휴먼 다큐 '울지마 톤즈' 주인공 이태석 신부의 아프리카 이야기, 증보판
이태석 지음 / 생활성서사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오늘 미사 강론의 주제는 고 이태석 신부님 이야기였다. 신부님은 수단의 오지 톤즈에서 사랑을 전하는 사제로, 아픈 사람을 치료해주는 의사로,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브라스 밴드의 감독으로, 학교를 짓고, 병원을 짓는 건축가로 그렇게 예수님과 닮은 삶을 살다가 대장암 3기 진단을 받고 홀연히 떠나셨다. 아무런 희망이 없던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살아갈 용기를 주고, 희망이 되어 주던 영원히 함께 하리라 믿었던 분을 그렇게 허망하게 떠나보내고 남아 있는 아이들은 어떻게 살아갈까? 동영상으로 보았던 그들의 눈물 흘리는 모습이 참으로 가슴 아프다.
책과 영화를 통한 홍보로 톤즈의 아이들을 도울 방법을 모색하겠지만 제2의 이태석 신부님 같은 분이 또 계실까 하는 불안감이 마음 한켠에 남는다. 수단 아이들의 해맑은 모습이 고와 때로는 웃으면서, 먹고 자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들의 빈곤함에 안타까워 하면서 단숨에 읽어내려간 이 책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의사로 편안한 삶을 살 수 있음에도 사제의 길을 택했고, 아프리카 오지에서 봉사하며 살았던 신부님은 예수님을 많이 닮았다. 48세의 젊은 나이에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하게 한 하느님이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그 후 알려진 수단 아이들의 비참한 삶과 신부님의 아름다운 봉사가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된 것은 한편으로는 다행스럽기도 하다.
여자를 중시하고 아끼는 여인들을 위한 천국이라는 외형과는 달리 예쁘게 치장을 해서 결혼할때 소를 한마리라도 더 받으려고 한다는 그들의 풍속은 여자를 단순히 상품의 기준으로만 평가하는 실상이 놀랍고 화가 난다. 카메라만 들이대면 쿵후 포즈를 취하는 아이들의 순수함, 나환자에게 새신발을 신겨주는 신부님, 차로 다섯시간이 걸리던 곳을 한시간 십분만에 갈수 있게 되었지만 그만큼 교통사고가 늘어났다고 하니 발전이 좋은 것만은 아닐수도 있겠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좋은 길' 그 자체에 무슨 문제가 있을랴? '좋은 길'은 정말 '좋은 것'임에 틀림없다. 문제는 좋은 길을 나 혼자만의 길인 양 아무 생각없이 무조건 달리고 남용하는 우리 인간들에게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반대편에서 차가 와도 쌍라이트를 번쩍이며 목숨 걸고 앞차를 추월해 내고 마는 일부 사람들의 병적인 사고방식이 무고한 '좋은 길'에 죄를 덤터기 씌우는 꼴이 아닌가 생각된다."
신부님이 자주 받는 질문으로 의술로 많은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데 신부가 될 결심을 한 것과, 우리나라가 아닌 먼 아프리카까지 갈 생각을 했냐는 물음에 슈바이처 박사와 어릴적 집 근처 고아원에서 아이들을 돌봐주던 신부님과 수녀님, 그리고 10남매를 훌륭히 키워 주신 어머니의 고귀한 삶이 마음을 움직이게 한 아름다운 향기가 되었다고 한다.
나는 좀 더 나이가 들면 봉사하는 삶을 살아야지 하며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이 책은 나의 미래를 밝혀줄 작은 등불이 되었다. 방학때 아이들과 가까운 곳에 있는 장애우집에 가서 일주일에 한번이라도 실질적인 봉사를 하며 더불어 사는 삶, 나누는 삶을 살아야 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아이들도 이 책을 읽고나면 공감하겠지.
부디 신부님의 아름다운 삶이 우리의 기억속에 오랫동안 남아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여우꼬리) 좋은 책을 보내주신 희망찬샘님 감사합니다.
수단은 한국에선 볼 수 없는 정말 아름다운 것 두 가지가 있는데, 그중의 하나는 너무도 많아 금방 쏟아져 내릴 것 같은 밤하늘의 무수한 별들이고 다른 하나는 손만 대면 금방 톡하고 터질 것 같은 투명하고 순수한 이곳 아이들의 눈망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