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 보면 작가에게 완전히 반해버릴 때가 있다. 그러면 이미 객관성을 잃어버리고 그의 빠순이가 되어서 누가 뭐라건 좋은 점만이 보일 뿐이다.(이미 이 리뷰는 객관성을 상실했음을 우선 밝히는 바이다.)

이 책의 작가도 내겐 그렇다. 처음엔 그저 `비숲`이란 말이 예뻐서 이 책을 샀다. 나는 학교에서 가르쳐준 대로 그저 `열대우림` 이란 말 밖엔 다른 이름을 붙여볼 생각조차 못하고 살았는데, 비숲이라니...!! 이런 예쁜 말이 있었다니!!
그런 작가가 쓴 책이라면 무조건 읽어도 되겠다 싶었다. 그런데 구입한 책은 한참을 읽지 못하는 괴상한 습관때문에 책장 한쪽에 꽂혀 읽힐날을 기다리던 이 책을 다시 꺼낸 건, 이 작가가 내가 좋아하는 김한민 작가의 형이라는 얘기를 듣고나서다. 한국 최초의 야생 영장류학자라는 이 작가가 (아니 과학자라고 해야 하나?) 김한민의 형이라고라?? 내가 읽고 완전히 반해버렸던 `책섬`의 작가 김한민!! 게다가 이 독특한 표지그림이 김한민의 그림이라고라?? 둘이 형제라고라?? 아니 대체 이 형제는 뭔가.. 그 부모는 전생에 무슨 위대한 일을 했길래 이런 형제를 낳았나?.. 라이트 형제, 다르덴 형제, 워쇼스키 형제(이제는 남매가 된..)에 버금가는 그런 형제란 말인가!!! 한국에도 이런 형제가 있었단 말인가??


인도네시아의 열대우림속에 들어가서 긴팔 원숭이를 관찰하던 과학자가 있었다. 그는 한국 최초의 야생 영장류학자다. 어려서부터 동물을 좋아했고, 남들은 자라면서 현실에 발맞춰 제 꿈을 바꿔버리지만 이 사람만은 좋아하는 것을 끝까지 놓지 않았다. `보아하니 다들 동물을 좋아하는데, 왜 전혀 딴 걸 하고 살지?` 하며 어찌보면 엄친아같은 멘트를 마구 날리는 이 남자! 이 책은 그가 연구한 내용이 담겨 있는 과학책일 것 같지만 사실 읽어보면 아름다운 수필같은 글이다. 한겨레 신문에 연재되던 글을 다듬어 책으로 펴낸 것인데 그래서 여느 과학책보다 훨씬 잘 읽히고, 도저히 과학자가 써낸 글이라고 보기 힘든 문장들이 여기저기서 툭툭 튀어나온다.

— 바나나 잎이 부드럽게 펄럭이는 어느 고요한 오후, 삶과 세월은 차분히 익어 가고 있었다. 햇볕과 바람은 한데 어우러져 서로 친근한 장난을 쳤고, 논둑 옆을 흐르는 냇가에서는 물방울들이 돌에 첨벙첨벙 부딪히며 까르르 웃었다. 흙도 고운 알갱이를 또렷이 드러내며 공기와 속삭였다. 한낮동안 잘 데워진 시멘트 마당엔 오늘도 개미들이 줄지어가며 바쁜 척을 떨었고, 무심한 고양이는 바로 옆에서 또 한 번의 낮잠을 청하고 있었다. 딸랑딸랑. 천장 가까이 매달아 놓은 철재 장식품이 금속만의 청아한 음색을 흩뿌렸다. 오늘의 기대가 충족되고도 아직은 내일을 준비하지 않아도 되는 하루의 편안한 틈새 속에서, 미물과 사물은 이렇게 공존함을 그저 관조하며 시간 속을 함께 흘러가고 있었다. (191쪽)

이런 글을 쓰는 사람이 과학자라니! 이 사람은 대체 뭐지? 게다가 책 속에 삽입된 사진 속에 얼핏 얼핏 보이는 그의 모습은 멋지기까지 하다. 완전 내 스타일!! 헝클어진 머리, 땀에 젖은 셔츠조차도!! 게다가 그림까지 잘 그린다!! 이 책에 나오는 그림들을 직접 그렸는데 그림들이 귀여워서 미칠 지경이다. 아니, 과학책이라면서, 과학자라면서 이래도 되냐고요!!

어릴적부터 품어 왔던 그의 당돌한 인생 철학은 `미래에 대한 아무런 계획도 세우지 말자! 왜 먼 미래 때문에 소중한 현재를 낭비하나?` 다. 그런 철학 때문에 누구라도 몇달은 재어보고 고민해 봤을 법한 (고민하다가 포기했을 법한) 현실 세계와 동떨어진 인도네시아 밀림 속에서 몇년을 살아야 하는 야생유인원 연구를 단 하루만에 결정한다. 그리고 이 책에는 밀림 속에서 자연을 온 몸으로 접한 그의 이야기가 총 스무편의 꼭지 속에 담겨 있다. 인도네시아 깊은 밀림 속에 사는 긴팔원숭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원한다면 이 책이 적당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 책에는 자연을 사랑하고 동물을 사랑하는 한 사람이 어떻게 밀림 속에서 야생유인원들과 친구가 되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엔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가 담겨있다. 그의 일상과 그를 찾아온 손님이야기, 밀림의 사랑과 다양한 생물들 이야기, 관찰하며 밀림을 누비느라 고생한 이야기와 그를 도와준 친구들 이야기, 그리고 연구를 마치고 그곳을 떠나는 이야기까지! 그의 글을 다 읽고나면 누구라도 그의 팬이 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그가 의도한 바는 전혀 아니다. 그는 오히려 이 책을 읽고 야생동물들을 사랑해주길 바라겠지만) 그래서 책을 덮고서도 미친듯이 인터넷을 뒤져서 그의 흔적을 찾아보게 될 것이다. 나도 그가 출연한 티비, 라디오 방송과 세바시 연설까지 다 찾아 보았다.
그런데 어쩌지.... 아무래도 빠심이 더욱 깊어진다.

# 혹시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팟캐스트 <파토의 과학하고 앉아있네>에 나오셔서 강의하신 것을 링크해 봅니다.
이 책 내용이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어서 책을 안 읽었어도 재미있게 들을 수 있을거에요.

[팟빵] 파토의 과학하고 앉아있네-공개토크쇼 과학같은 소리하네 E18 <비숲에 살어리랏다> 김산하
http://m.podbbang.com/ch/episode/6205?e=21798616


댓글(16)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디언밥 2015-11-24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저에게는 생소한 이름이네요. 그치만... 작가님은 정말 잘생겼구만요 *-_-* 왠지 금방 친해질 수 있을 것 같다..

살리미 2015-11-24 07:09   좋아요 0 | URL
강연 동영상을 보니 밀림에서와는 또 다른 모습이더라고요. 전 역시 밀림에서의 야성적인 모습이 더 맘에 들었습니다만 ㅋㅋ 정말 금방 친해질 수 있을것같은 비주얼을 갖고 계셔요^^

2015-11-24 08: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1-24 08: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1-24 09: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1-24 11: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5-11-24 0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과학자이면서 글솜씨까지 대단하네요! 아름다운 문장이에요. 으악~ 질투나..
이 책 시사인 신간코너에서 보고는 관심간다고 찜해두긴 했었는데, 아무래도 저의 관심분야가 아니다보니 으음, 하며 자꾸 뒤로 미뤄두기만 했거든요. 그런데 이런 책이었군요!! >.<

살리미 2015-11-24 09:03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저런 아름다운 문장이 페이지마다 가득해요!!! 그동안 구입하고도 안 읽고 있었다는게 바보같이 느껴질 정도로 좋았어요. 읽는 내내 이건 과학책이 아니야!!! 했다니까요.

해피북 2015-11-24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유쾌함과 사랑스러움이 가득한 글이예요. 읽다보니 정말 까르르르 웃는 소리가 들리는것 같아요 ㅎ 이렇게 오로라님의 콸콸넘치는 벅찬 감정이 저에게 바이러스처럼 전파되는것 같아요 저도 잊지말고 찾아보고픈 책입니다 ㅎㅎ

살리미 2015-11-24 09:44   좋아요 1 | URL
얼마나 재밌었으면 이렇게 촐싹맞은 글을 올렸겠어요 ㅎㅎ 지금 읽어보니 부끄럽기도 하지만..... 읽을수록 작가가 좋아지고, 사진을 자꾸만 쳐다보게되고, 스토킹이라도 하고 싶은 맘이 되어서 딸아이한테 ˝이런 사람을 얼른 사윗감으로 데려오라˝고 막 난리를 치기도 했어요 ㅋㅋㅋ

물고기자리 2015-11-24 10: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 분야의 다큐멘터리를 좋아해서 조만간 구입할 요량으로 제 장바구니에 담아놓았던 책이었는데 오로라님의 리뷰를 보니 당장 읽고 싶어지네요^^ 인공적으로 우락부락하게 키워진 성난 근육이 아니라 자연 속에서 자연스레 단련된 것 같은 저자의 탄탄한 어깨선도 글만큼 호감입니다ㅋ 선한 인상으로, 자신의 가치관을 실천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어떤 분야이든 멋져 보여요~ㅎ

살리미 2015-11-24 13:15   좋아요 0 | URL
이 분 글을 읽거나 강의를 들어보면 이 분을 안 좋아할 수 없을 거예요. 부모님들이 어떻게 키웠길래 이렇게 자랐을까 감탄을 하게 될 정도로요. 아주 잘생긴 얼굴은 아닌데도 책에 실린 사진마다 매력이 넘쳐나죠. 대학을 갈 때도 친구들은 전망이 좋은 학과로 관심사와 상관없이 진학하는데, 부모님께 자신의 성적으로 갈 수 있는 동물 관련 학과 아무데나 넣어달라고 하고 전망같은 건 별 관심없었대요. 근데 막상 들어가보니 동물을 어떻게 하면 잘 키워서 잡아먹을까 하는 곳이라 놀랐다는 이야기도 있었어요 ㅎㅎ

hnine 2015-11-24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분이 라디오 프로그램이던가 팟캐스트였나 초대되어 나와 얘기하는걸 듣고 주관, 개성이 뚜렷한 분일거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사실 요즘 같은 시대에 저렇게 야생영장류 쪽을 일생동안 연구하겠다 맘먹고 그 길을 걷기란 용기와 소신 없이는 힘들거든요.
몇달째 제 보관함에 들어있는 책인데 오로라님 정말 재미있게 읽으셨군요. 독서 범위가 편협하지 않으신 것 같아요 ^^

살리미 2015-11-24 13:03   좋아요 0 | URL
저도 첨엔 라디오 신간소개 하는데서 얼핏 `비숲`이란 말이 예뻐서 샀다가, 팟캐스트 <과학하고 앉아있네>에서 강의하는 걸 듣고는 꼭 읽어봐야지 벼르다 읽게 된거거든요. 말씀하시는 것도 엄청 재치있던데, 글을 이렇게나 잘 쓰다니 깜짝 놀랐어요. 저는 과학 책들은 쉽게 읽지 못해서 사놓고도 안들여다 보는 게 많거든요. 이건 정말 과학분야에 꽂혀 있음 안될 책 같은 느낌이었어요^^
저는 독서에 계통이 없는게 좀 고민이에요 ㅎㅎ 체계적으로 어떤 분야를 파는 독서를 하고 싶은데, 책을 한권 읽다보면 그 책을 읽고나서 읽어보고 싶은 책들이 계통없이 마구 생겨나거든요. 그래서 읽겠다고 사 놓은 책들은 정작 책꽂이에 꽂혀만 있는 경우가 많답니다.
이 책 읽고서는 이 분 동생 김한민 작가의 <혜성을 닮은 방>을 읽어보려고 또 삼천포로 갑니다^^ 작가가 형을 생각하면서 그린 그림이라고 해서요 ㅎㅎ

고양이라디오 2015-12-01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로라님도 저랑 비슷하시네요ㅎ 저도 잡식성 독서중입니다. 책을 읽으면 읽고 싶은 책들이 따라오는ㅎ 저는 일단 넓고 얕게 아는게 중요하다 생각해서요. 그리고 좋아하는 부분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조금씩 깊어지는 것 같아요. 그리고 또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그 분야의 책을 읽으면 되고요ㅎ 읽고 싶은 책이 너무 많아서 그리고 계속 생겨나서 고민이지요ㅠㅋ

전 넓게 읽는 게 시야도 넓어지고 좋은 책들도 더 많이 만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ㅎ

아 그리고 서재 이쁘게 바뀌셨네요^^

살리미 2015-12-02 06:32   좋아요 0 | URL
ㅎㅎ 정말 읽고 싶은 책이 끊임없이 생겨나서 고민입니다^^ 책 읽는 속도가 너무 못따라가요 ㅠㅠ
 

참붕어란 이름을 어떤 경로로 알게 되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네이버 영화에 리뷰를 꾸준히 올렸다는 정도의 정보만 있었을 뿐 그의 글을 읽어 본 기억은 없었는데, 인터넷에서 톡톡 튈 정도로 유명하다면 왠만큼 재밌거나 참신하지 않으면 안될 일이므로, 기회가 되면 한번 읽어봐야지 벼르고 있었다.


도서관에 간 김에 그가 생각나서 검색해 봤더니 이 책이 한권 있길래 빌려왔다. 집에 오는 길에 남편이 운동하는 곳에서 한시간 가량 대기해야 해서 그 틈에 읽어보기로 했다.
잠시후.....멘붕!


아, 뭐지? 이게 영화 평론이라고? 근데 웃기긴 졸라 웃겨. 기승전결도 앞뒤문맥도 없는듯 하다만 묘하게 설득되다가 또 어떤 글은 지루하다못해 읽고 싶지도 않아서 막 넘겨버리게 된다. 책표지를 장식한, 댓글인 듯 싶은 글들이 이해가 간다.


ㅋㅋㅋ 영화를 보고 쓰라고 ㅋㅋㅋ 이게 뭐얔 ㅋㅋㅋ 이아저씨 약을 한사발 빠셨네 ㅋㅋ 재능 낭비류 갑 ㅋㅋ 내가 볼땐 천재임 ㅋㅋ 기승전결 따위 ㅋㅋ 드립의 아버지 ㅋㅋ 영화보다 재밌는 리뷰 ㅋㅋ 부왘 ㅋㅋ 개소리의 신 ㅋㅋㅋㅋ


내친김에 네이버 영화에서 그가 남긴 리뷰들을 찾아 보았다. 사실 리뷰는 이 책에서 읽어봤으니 어떤 별점을 남겼는지가 궁금했다. 결과는 나와는 완전 다름!! 독특한 시선으로 영화를 본다는 건 맞는듯하다.

정신없이 웃다가, 지루한 건 건너뛰다가 하며 한권을 다 읽어내니 마지막에 작가의 말이 있다.
책 내용에 당황했을 독자들에게 하는 말. 이 책의 목적은 유머를 우선 한 것이라며, 네이버 영화 리뷰를 왜 책으로 묶어 냈냐면 수백만에 달하는 팬들의 성화와 살해 협박에 못이겨서라고 뻔뻔하게 말한다. 그리고 독자 한명이 각자 세명에게 다단계 홍보를 하라고 요구한다.
이 황당한 리뷰에 대해 변명을 하자면, 영화에 영화적 상상력이 있듯이 리뷰에도 리뷰적 상상력이 있다는 것. 자신의 리뷰는 수필, 소설, 논설문, 논문, 희곡, 시 등 다양하고 자유로운 방식으로, 또한 모든 것을 아우르는 유우머를 중심에 놓고 작성했다고 떳떳하게 밝힌다. 그리고 자신은 불쌍한 사람이니까 따스한 말 한마디와 책 추천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한다. 뭐지? 방금까지도 자기는 위인 등극 직전의 잠재 위인이며, 키 183의 피지컬도 훌륭한 우월한 유전자를 가졌으며, 정우성 뺨치는 외모로 뭇 여성들이 끊임없이 대시한다고 자랑하던데... 갑자기 88만원 세대고 존나 병신이며, 2년간 군대 풀타임 디펜스로 목숨걸고 나라 지킨 사람이라며 자기한테 악플 같은 거 달면 안된다고 사정한다. 인터넷에 서평이라도 좋게 남겨 주시라고. 솔직히 재미있지 않냐고.

자, 그렇다면 서평을 남겨보자!!
우선 재미는 보장한다. 글이 어디로 튈지 모르지만 그래서 색다른 결론에 도달하는 재미도 있다.
심각하게 메모하며 읽지 않아도 되니 시간 죽이고 싶을 때 딱이다. 나처럼 남편을 기다려야 하는 지루한 한 시간안에 후딱 읽을 수도 있다. 시간이 금방 가는 건 덤이다.
다만 영화적 취향이 나랑은 정말 안맞는다. 그러다보니 그의 리뷰를 다 읽으려면 인내심도 발동해야 한다.
읽고 나서는 별로 기억에 남는 건 없다. 내겐 이 책중 영화 <퍼시픽림>의 리뷰가 가장 인상적이었는데 나머지는 지금 생각해보려고 해도 별로 떠오르는게 없다.
이 책을 읽고나서 아들을 호출했다. ˝아들! 니가 좋아할 만한 책이다!˝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곰곰생각하는발 2015-11-22 15: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게 뭐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재미있겠는데요. 삼천포 리뷰 좋아합니다.

살리미 2015-11-22 16:11   좋아요 1 | URL
엄청 독특하긴 합디다 ㅋㅋㅋㅋㅋㅋ 나름 전문적이기도 하고 ㅋㅋ 암튼 곰발님이 읽어보시고 평가 좀 해주세요 ㅋㅋㅋ

인디언밥 2015-11-22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독서대(?) 맞나요 독서대. 쓰시나봐요 흐흫 사진 찍느라고 올려놓으셨나요? 아님 읽으실 때도 독서대 쓰세용?

살리미 2015-11-22 19:26   좋아요 1 | URL
집에서 책 읽을 땐 주로 책을 독서대에 놓고 읽어요 ㅎㅎ. 거실 한쪽에 독서실 책상 놓고요, 독서대에 책 올려놓고 ... 거기가 제 독서공간이죠 ㅋ 침대에서 읽다보면 자버리기 일쑤고 저렇게 책상에 앉아서 읽으면 집중도 더 잘돼서요 ㅎㅎ

인디언밥 2015-11-22 19:30   좋아요 0 | URL
아 글쿠나.. 저도 예전에 썼거든여.. 근데 저는 싼 걸 써서 그런지 넘기기가 번잡해서 쓰다말았는데.. 사진으로 보이는건 고정침 끝부분 마감이 잘 돼잇어서 괜찮을 것 같네여 흐

살리미 2015-11-22 19:37   좋아요 2 | URL
저도 여러개 써 본 중에 지금 사용하는게 제일 좋네요. 보통은 고정침 부분이 금방 헐거워져서 제대로 고정하지 못하는게 많더라고요. 지금 쓰는것도 비싼 건 아니고 인터넷으로 구입한건데 고정하는 부분이 단단해서 좋아요 ㅎㅎ

cyrus 2015-11-22 19: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유우머’라는 단어를 정말 오랜만에 보네요. 7, 80년대 책에서는 유머를 ‘유우머’라고 썼잖아요. ㅎㅎㅎ

살리미 2015-11-22 20:25   좋아요 1 | URL
아 그런가요? ㅋㅋ 그래서 익숙했군요 ㅎㅎ 참붕씨는 꼭 유우머라고 하더라고요ㅋ 왠지 유머가 강조되어 보이는 느낌적인 느낌 ㅎㅎ

인디언밥 2015-11-22 20:42   좋아요 1 | URL
아. `유우머`는 요즘 제 또래나 더 어린 친구들도 자주 써요. 주로 재미없고 올드한 개그를 `유우머`라는 식으로.. Ex) ˝우리 회사 부장님의 유우머는 못말려..˝

서니데이 2015-11-22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쩌면 제가 이 책의 유머와 저자의 의도를 이해하려면 약간의 설명을 필요로 할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어쩐지 어려운 공식이 계속 나올 것 같은... (그러나 오로라님의 리뷰를 생각하면, 실제로 보면 재미있는 책이겠지요. ^^)
잘 읽었습니다. 오로라님, 편안한 일요일 저녁 되세요.^^

살리미 2015-11-22 20:50   좋아요 1 | URL
ㅋㅋㅋ 사실 저도 책 절반은 그냥 넘겼어요. 재밌긴 하지만 굳이 읽고 싶지는 않은 부분도 있더라고요 ㅎㅎ 서니데이님도 주말 마무리 잘 하시고요~~^^
 
백의 그림자 - 2010년 제43회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 민음 경장편 4
황정은 지음 / 민음사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항상 그렇듯이

머리로만 얘기하는게 아니라 직접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람들을 보면 나는 부끄럽고 미안해져서 입을 다물게 된다. 어쨌든 여러가지 이유로 나는 직접 거리에 나서지 못하고 그들과 어깨를 겯지 못하고 찬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를 견디지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당함에 당당히 온몸으로 항의하는 사람들을 보며 나는 한없이 부끄럽고, 그들을 폭력 세력으로 규정하고 테러에 가까운 진압작전을 펼치고도 한마디 사과가 없는 공권력에 치를 떤다.

지난 주말, 파리에서 서울에서 벌어진 끔찍한 테러를 보며 나는 거의 책을 읽을 수가 없었다. 이런 시국에 책을 손에 쥔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는 것 같았고 책을 펼친다 한들 읽히지가 않았다. 그래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어서 이 책 저 책 뒤적여보다가 이 소설에 정착했다. 작가 황정은은 그만의 시선으로 사회의 약자들을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신형철 평론가가 말한 대로 이 소설을 몇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도심 한복판에 사십 년 된 전자상가가 있다. 상가가 철거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그곳을 터전 삼아 살아온 사람들의 삶의 내력이 하나씩 소개된다. 그 와중에 이 소설은 시스템의 비정함과 등장인물들의 선량함을 대조하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가 과연 살 만한 곳인지를 묻는다.

 

 

사랑스러운 주인공 은교와 무재가 대화를 한다.

 

은교씨는 슬럼이 무슨 뜻인지 아나요?

......가난하다는 뜻인가요?

나는 사전을 찾아봤어요.

뭐라고 되어 있던가요.

도시에서,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구역. 하며 무재 씨가 나를 바라보았다.

이 부근이 슬럼이래요.

누가요?

신문이며, 사람들이.

슬럼?

좀 이상하죠.

이상해요.(112쪽)

 

그들은 자기들이 사는 곳, 자신의 삶이 오롯이 투영되어 추억으로 새겨진 그 공간을 슬럼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무재의 아버지는 가난했지만 그곳에서 장사를 하며 아들이 오면 맛난 순대를 사주기도 했고, 숫기 없는 아버지가 호객행위를 하는 것이 서러운 아들은 아버지를 보며 울기도 하고, 아버지는 이유도 말하지 않고 우는 아들을 혼내고, 아들은 그런 속을 모르고 혼을 내는 아버지가 서러워 또 울던 그런 기억들이 있는 그들만의 특별한 공간.

 

 

 

나는 이 부근을 그런 심정과는 따로 떼어서 생각할 수가 없는데 슬럼이라느니, 라는 말을 들으니 뭔가 억울해지는 거예요. 차라리 그냥 가난하다면 모를까. 슬럼이라고 부르는 것이 마땅치 않은 듯해서 생각을 하다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라고 무재씨는 말했다.

언제고 밀어 버려야 할 구역인데, 누군가의 생계나 생활계,라고 말하면 생각할 것이 너무 많아지니까, 슬럼, 이라고 간단하게 정리해 버리는 것이 아닐까.

그런 걸까요.

슬럼, 하고.

슬럼.

슬럼.

슬럼.

이상하죠.

이상하기도 하고.

조금 무섭기도 하고, 라고 말해두고서 한동안 말하지 않았다.(115쪽)

 

 

 

 

 

일반화된 언어의 폭력성, 감정을 배제시키는 단어들에 우리는 얼마나 무감각하게 대응하고 있는지를 작가만의 순수한 말투로 조용히 말한다. 그 조용한 말투가 가슴에 와 닿았을 때는 더 울림이 크다. 나는 시내 어느 곳이 재개발 되어 깨끗한 면모로 다시 태어나면 그 현대적 면모에 감탄할 줄만 알았지 그곳에 있는 아픔을 하나하나 개별적으로 생각해보지 못했다. 그게 얼마나 폭력적인 일이었던가.  아무 생각없이 자행되던 폭력! 그 폭력에 대해 은교와 무재는 큰소리로 비난하지도 않는다. 조금은 무기력하지만 단호하고도 조용하게 또박또박 되새기며 이야기한다. 이게 바로 내가 황정은의 소설, 특히 그 중에도 그만의 독특한 대화체를 사랑하는 이유다.

 

이렇게 대화하는 착한 사람들, 이 순수하고 조용하고 가난하며 배려심 많고 애써 살아가는 사람들이 다치지 않는 세상이면 좋겠다. 그들이 자신의 그림자에게마저 져서 쓰러져버리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다. 그림자에게 딸려가지 않도록 힘들땐 "노래할까요" 라고 말해주면서 서로를 아껴주는 모습을 오래 보고 싶다.

 

파리의 시민들이 예상보다 훨씬 빨리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한다. 테러에 겁을 먹고 허둥지둥하는 모습을 원하는 테러리스트들에게 '너희들의 테러에 우리는 겁먹지 않아. 우리는 여전히 커피를 마실거고, 책을 읽을거고, 일상을 누릴거야! ' 하는 걸 보여주겠다고 한다. 총에 맞서서 꽃이 이기는 걸 보여주겠다고 한다.

나도 보여주고 싶다.

마음에 안드는 것들 다 쓸어버리고 싶은 세력들에게.

우리는 지지 않고 계속 함께 살아갈거라고. 하고 싶은 말을 할거고, 원하는 걸 얻기 위해 싸우기도 할거고, 길을 잃으면 함께 길을 찾고 힘들땐 서로 노래를 불러 줄 거라고.

 

 

 

 

 

 

 

 

 

 

 


댓글(6) 먼댓글(0) 좋아요(3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5-11-19 14: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1-19 15: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인디언밥 2015-11-19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로라님 리뷰도 따뜻해요 ^^

살리미 2015-11-19 17:21   좋아요 1 | URL
이 책에 나오는 은교, 무재, 유곤, 여씨 아저씨, 오무사 할아버지.... 모든 인물들이 다 따뜻한 사람들이라서 그런가봐요^^

2015-12-10 21: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10 21: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머리가 복잡해지니 독서가 쉽지 않다. 날씨마저 우울하여 어딘가 틀어박혀서 소주나 한잔 하고 싶다.

오전엔 영화를 보았는데 천재적인 예술가의 불행한 삶을 그린 것이었다. 역시 쓸쓸해졌다. 예술가에게서 자본을 뽑아내지 못해 안달하는 사람들의 탐욕이 역겨웠다. 햐~ 역시 우울하군......

집중이 안되더라도 한 페이지라도 읽어보자 하고 어제 읽던 책을 펼쳤다.

`집단지성`에 대한 이야기. 집단지성은 놀라울 정도로 대체로 옳은 경우가 많다. 집단지성이 제대로 발휘되려면 집단에 참여한 사람들이 배경이 다양하고 서로 다른 이유로 각자 결정을 내리되, 다른 이의 눈치를 너무 많이 보면 안된다. 목소리 큰 사람의 편향된 의견으로 쏠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집단지성은 주식시장이나 미국의 대통령 후보예측 시스템같은 미래 예측에도 활용되는데 사람만 집단지성을 발휘하는 것은 아니다. 많은 동물들도 집단적 의사결정을 통해 해결책을 찾는데 대표적인 게 개미의 길 찾기다.

우리는 개미들이 먹이를 들고 한줄로 서서 집을 찾아가는 행렬을 본 적이 있다. 실험에 의하면 개미가 가는 길은 대체로 먹이와 집 사이의 가장 효율적인 경로라는 것이다. 그럼 개미는 어떻게 이처럼 효율적인 길을 찾아낼까.

개미의 행동을 잘 들여다보면 행동규칙은 의외로 단순하다. 먼저 다른 친구 개미가 앞서간 흔적이 있으면 보통 그 흔적을 따라간다. 이것을 따라가기(exploitation)라 하자. 하지만 개미가 따라가기만 한다면 먹이를 찾을 수 없다. 모든 개미가 따라가기만 하면 나중에 온 개미들은 먹을 것이 없어서 죽을 수 밖에 없고 실제로 그런 사례도 있다 한다. 이런 문제를 방지하려면 개별 개미는 돌아다니기(exploration)도 해야한다. 하지만 모든 개미들이 돌아다니기만 한다면 우연히 큰 먹잇감을 발견해도 다른 개미들이 따라하질 않으니 집단 전체에 큰 이득을 줄 수 없다. 따라서 개미가 효율적인 길을 만들려면 따라다니기와 돌아다니기가 절묘하게 섞여 있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제 이 세상물정을 보는 물리학자는 이것을 한국 사회에 적용해본다.


—한국 사회에서 집단지성을 성공적으로 발현하려면 당연히 따라다니기와 돌아다니기 둘 다가 필요하다. 우리도 당장이라도 지혜를 보탤 수 있다. 의견 나누기 같은 상호작용이다. 따라가다가 이 길이 맞는지 다른 사람에게 물을 수 있고, 돌아다니다가도 좋은 길을 찾으면 따라오라 설득할 수 있으며, 서로 의견이 다르면 조율할 수도 있다. 정치인들이 많이 보여주는 `내 길이 옳으니 무조건 따르라`는 개미도 하지 않는다.(66쪽)


크하하하하하! 이렇게 속이 시원할수가. 개미만도 못한 정치인이라니! 특히나 소통을 거부하시고 나만 옳다고 하시는 분께 꼭 알려드리고 싶다. 개미들의 집단지성을!!
우리가 열받는 정치뉴스에 댓글을 달고, sns에 올려 알리고, 광화문에 나가서 시위를 하는 것 모두 집단지성으로 보다 좋은 사회를 만드는 의견나누기의 하나다. 한가지 길만 따라다니다가 모든 개미들이 다 죽어버린 아프리카 개미 집단에서 인간이 배울 일이다. 하긴 뭐 이정도는 상식이지만 이런게 이렇게 간절한 세상이 될 줄 누가 알았겠냐는 말이지....

역시나 책을 읽으니 재밌군 ㅋㅋㅋㅋ


댓글(4)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양이라디오 2015-11-13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미에게 배울점이 많군요ㅎ
정치인들은 대부분 책을 안읽나봐요ㅋ

살리미 2015-11-14 18:47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ㅎㅎ 얀 마텔이 쓴 <각하, 문학을 읽으십시요>란 책을 읽으면서 우리도 대통령에게 좋은 책을 권하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했었는데 말이죠 ㅎㅎ

해피북 2015-11-20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 며칠사이 갑자기 집에 개미가보여서 더 실감나게 읽었어요 ㅋㅂㅋ~~ 개미만도 못하다는 이야기도 재밌었지만, 역시나 책을 읽으니 재밌다는 이야기에 빵~~터졌어요. 오로라님은 정말 책하고 뗄래야 뗄수없는 분인거 같아요 ㅋㅋ
그리고 저는 `책 먹는 법`을 읽고 얀마텔 책을 알았는데 오로라님은 벌써 읽으셨나봐요 ㅋ `각하 문학을 읽으십시오`

살리미 2015-11-20 17:05   좋아요 0 | URL
우연히 집은 책에 재밌는 내용이 나와서 신나게 써 본 글이었지요 ㅋㅋ 얀 마텔은 파이이야기를 읽고 눈여겨 봐두었다가 `각하... ` 라는 책이 나오자마자 얼른 읽어봤었구요 ㅎㅎ
 

수능날!
딸아이를 시험장에 데려다주고 들어와서 책을 펴고 앉았다.
나도 우리 딸도 워낙 태평한 성격이라 평소와 같이 담담하게 보냈지만, 오늘 하루에 모든 것을 쏟아 부어야 하는 수험생들에게 오늘은 정말 중요한 날이다. 그들 모두에게 노력한만큼의 보상이 꼭 주어지기를!

공부를 좀 못하면 어때, 세상 사는데 중요한건 공부 잘하는게 아니더라, 라고 생각했던 나는 분당으로 이사오면서 멘붕을 겪었다. 그런 마인드로는 도저히 엄마들과 어울리기가 힘든 것이다. 내 나름의 교육철학은 항상 비웃음의 대상이 되었다. 그렇게 한번 키워봐! 나중에 대학 잘 가나!

나야 그런말쯤 무시해도 상관없지만, 경쟁터에 내몰려진 아이들은 불안해졌다. 독특하면 왕따 당하는 아이들의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친구들처럼 유명 학원을 다녀보겠다고 하고, 가혹한 스케줄에도 불구하고 쪽집게 과외를 추가해 보겠다고 욕심을 냈다. 이 세상에 적응해 살아보겠다는데 부모로서 말릴 수는 없다. 도와주지는 못 할 망정. 그렇게 점점 철학은 가벼워지고, 점점 세상의 박자에 발맞추는 것이다. 그렇다고해서 마음이라도 편하냐면 그것도 아니다. 몸은 너무 피곤하고, 해야 할 공부는 쌓이고, 주변에선 아무리 노력해도 그 정도로는 in서울 하기는 택도 없다고 겁을 준다. 물론 세상이 그렇더라도 뚝심있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그 길도 쉽지는 않다. 결국 거의 다 이 전쟁터로 돌아온다. 이게 제일 쉬웠어!

그 전쟁이 오늘로 마감되었으면 좋겠지만, 오늘만 지나면 편해지겠지? 하며 좋아하는 아이에게 차마 잠깐의 휴식이 있을 뿐 앞으론 더 심한 경쟁이 기다린다는 말은 할 수가 없다. 시험장으로 들어가는 아이의 뒷모습이 짠한 이유다. 그리고 돌아와서 책을 폈는데 마침 이런 내용이다.

개천에서 나던 용이 하수구로 빠진 사연 - 자녀 교육비 그래프로 살펴 본 `승자독식`사회의 결말


사교육 열풍이 없어지지 않는 이유는 자녀 교육에 대한 투자가 지렛대 효과를 가져 자녀의 미래에 훨씬 더 큰 소득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다시말해 한국이 승자독식인 사회이기 때문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조금이라도 수능점수를 올리면 자녀의 미래 기대 수익이 크게 변하니, 고액의 사교육비를 지출하는 것이고, 사교육비를 지출할 능력이 없다면 더이상 개천에서 용이 나오지 않는 것이다.

`승자독식` 사회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한국 사회가 `한 줄로 세우고 앞 사람에게 몽땅 몰아주기` 같은 분배 방식을 바꾸지 않는 한, 입시제도를 어떻게 바꿔도 자녀교육비를 충분히 지출할 수 있는 경제력을 가진 부모의 아이만 입시에서 성공한다.

한 줄로 늘어선 사회의 맨 앞줄에 서지 않아도 좋다고, 마음 편히 가지고 니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라고 말을 하지만 그 앞줄에서 벗어난 삶은 어떨지, 과연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지 지금의 사회는 보장해주질 못하는 듯하다. 오늘 신문 일면에는 일하는 20대의 네명중 한 명 꼴로 국민연금에 가입을 못하고 있다는 기사가 나왔다. 대부분이 알바와 비정규직인 까닭이다. 청년층의 빈곤이 노후빈곤으로 이어질 것이다.


어제 대통령이 sns에 올린 수험생 응원글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분노를 했다. 올해 수험생의 숫자는 63만 1184명이 아니라 63만 1434명이라야 했을 것이므로. 대통령은 외면했지만 그래도 국민들이 그 학생들을 잊지 않고 다시 불러서 함께 격려해주었다. 너희들도 잘 있지? 하고.
승자독식의 시대를 힘겹게 살아가는 방법은 각자도생이 아니라 연대다. 힘 없는 사람들은 서로를 챙기고 뭉쳐야 한다. 내가 어느 편에 서 있는지를 확실히 보아야 한다. 나는 수능을 보는 날에 단원고 아이들을 기억해주는 사람들을 보며 그래도 희망을 가져본다. 앞 줄에 서지 않아도, 오히려 앞 줄에 선 사람들이 뒷줄의 연대를 부러워 할 만한 사회를 만들 순 없을까 하는 희망을 가져본다.


댓글(24) 먼댓글(0) 좋아요(2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appletreeje 2015-11-12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 감사히 잘 읽고 갑니다. 연대와 기억과 희망,
따님도 지금까지 애쓴 좋은 결과 나오기를 기도 드립니다!

살리미 2015-11-12 09:28   좋아요 0 | URL
항상 응원해주셔서 고맙습니다!!

해피북 2015-11-12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아침부터 주책없이 눈물이 그렁그렁거렸어요 ㅠㅠ 아이의 뒷모습을 보며 짠하게 느끼시던 마음과 `1484`명이라던 말에 마음이 울컥거리네요 ㅜㅜ 수능을 치르는 모든 사람들에게 오늘 하루가 꿀과같은 하루가 되기를! 그리고 꼭 힘겨운 시간만큼의 결과가 있길 바래봅니다^^ 오로라님도 화이팅이예요 ㅎㅎ

살리미 2015-11-12 09:52   좋아요 0 | URL
ㅎㅎ 오늘은 조용히 지내려고 했는데 마침 읽고 있던 책에서 이런 얘기가 나와서... 저도 울컥했네요 ㅋ 다들 응원해 주시니 좋은 결과 있겠지요^^

yureka01 2015-11-12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시사하는 바가 아주 많네요....오늘이 수능날이라 아이들의 미래를 한번더 생각하게 되네요...

살리미 2015-11-12 10:26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아이들이 이 땅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었으면 정말 좋겠어요.

서니데이 2015-11-12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님이 오늘 시험 보는 수험생이시군요, 아쉬움 없이 시험 잘 봤으면 좋겠어요,
오로라님도 좋은하루되세요^^

살리미 2015-11-12 14:35   좋아요 1 | URL
네^^ 고마워요. 서니데이님!

에이바 2015-11-12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님에게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랍니다. 오로라님^^

살리미 2015-11-12 15:22   좋아요 0 | URL
아아아앙~ 에이바님..... 끝날 시간이 다가오니 떨려요 ㅎㅎㅎㅎ

붉은돼지 2015-11-12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멋!! 오로라님에게 다 큰 따님이 있었군요...^^
제 조카도 오늘 시험치러 갔습니다. 모두들 좋은 결과 있기를 바랍니다. ^^

살리미 2015-11-12 15:55   좋아요 1 | URL
네^^ 제 플필 사진이 우리딸인데, 어느새 커서 시험보러 갔어요^^ 전 이제 슬슬 따님 모시러 가 보려고요 ㅎㅎ 제2 외국어까지 치면 다섯시 종료에요. 수능 시험장을 가까운 곳에 배정받아서 끝나면 걸어오겠다고 하던데, 혹시나 시험 보고나서 너무 슬플까봐 ㅋ 문앞에 있다가 데리고 와야겠어요^^

인디언밥 2015-11-12 17: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헉 따님이 수험생.. 이셨군요 우와... 저는 수능 끝나고 터덜터덜 모르는 길 한참 걷다가 집에 왔는데.. 혼자 걷는 시간도 나쁘지 않더라구여. 흫! 그나저나 오로라님 진짜 멋있어요

살리미 2015-11-12 18:57   좋아요 0 | URL
혼자 오는 길이 너무 쓸쓸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데리러 갔더니 교문앞에 엄마들이 너무 많이들 마중 나와 있어서 안 왔으면 섭섭할 뻔 했겠구나 싶더라고요^^ 수능이 끝나니 만감이 교차하나봐요 ㅎㅎ 그래도 울고 불고 하는 애들도 많던데 히히덕 거리고 나오더라고요^^ 멘탈갑이에요.

조선인 2015-11-12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결과 있기를. 줏대있게 아이 키우기란 정말 힘드네요.

살리미 2015-11-12 19:1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아이가 어릴땐 언제면 커서 걱정이 없어질까 했는데, 그때 선배들 말씀이 지금이 좋을때다, 클 수록 고민이 더 많아진다 하더라고요. 품안에 있을 땐 내 방식대로 키울수 있었지만 자라면서는 포기할게 점점 많아지는 것 같아요.

책읽는나무 2015-11-12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결과 있기를 저도 기원합니다^^
1484명~~~갑자기 한숨 나오네요!ㅜ

살리미 2015-11-12 19:14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오늘 아이가 시험치르는 동안 페이스북에 올라온 단원고 엄마들 글 읽으면서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요. 우리 딸과 같은 나이고 또 그 사고가 없었더라면 같은 경로로 수학여행을 갈 뻔 해서 더 마음이 쓰여요 ㅠㅠ

달팽이개미 2015-11-12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로라님 같은 선배맘이 많~은 사회였음 좋겠어요^^ 뒤따르는 저같은 병아리맘들이 갈팡질팡 하는 일 없이 올곧게 나아갈 수 있게요...그래야 아이들이 사는 세상도 지금보다는 나아질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요. 따님분과 함께 오늘 하루 맘고생 많으셨을텐데...좋은 결과가 있길 바랄게요^^*

살리미 2015-11-12 22:55   좋아요 1 | URL
저도 정답은 모르겠어요.다만 그때 그때 최선을 다해 선택하고, 그 선택에 대해선 후회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그 정도도 쉽진 않더라고요. 그래도 역시 제일 훌륭한 조언은 책 속에 있을 때가 많다는 ㅎㅎ 그래도 시험이 끝나니 간만에 온가족이 저녁다운 저녁을 보내서 기분이 좋아요^^ 고마워요!

지금행복하자 2015-11-12 21: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따님이 이제 끝나고 저녁먹고 쉬고 있겠군요~

제 주변에도 여러명 시험보는데 시험보는 아이들에게 아무말도 할 수 없었어요. 인사말로라도 최선을 다해. 시험 잘봐 해야하는데.. 말은 버벅이고.. 해서 그냥 안아만 주고.. 초콜릿 건네 주면서 손만 잡아 줬어요~
끝나고 나서도.. 수고했다는 말 밖에 못 하겠더라고요~ 어려웠다고 시무룩하게 나오는데.. 오늘 하루를 위해 3년을 묵묵히 보냈을 그 아이를 생각하니.. 정말 아무말 못 했어요~~ 제 친구 딸인데도 맘이 이런데...
그냥 친구만 위로하고 왔어요~~ 위로하는것이 너무 서툴러서 괜히 말실수 할까봐 더 조심스러워요~~

살리미 2015-11-12 22:46   좋아요 0 | URL
맞아요. 그 마음 너무 잘 알겠어요. 우리 딸도 태연한 척 하지만 울다가 웃다가 그러더라고요. 그간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니까 저도 아무말을 할 수 없더라고요. 위로하는 건 너무 어려워요. 그냥 같이 티비나 보면서... 마침 딸이 응답하라 1988 보고 싶었다고 해서 같이 보면서... 웃다가 울다가 했네요^^

transient-guest 2015-11-13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능이었군요. 그 어느 때보다 더 멀게만 느껴지는 한국의 하루였습니다, 저에겐. 아무 생각없이 하루를 보냈네요. 그나저나 박씨는 말투마저 유신의 악취가 폴폴 난다면, 저만 그럴까요??ㅎ

살리미 2015-11-13 10:24   좋아요 0 | URL
혼자서만 범접하지 못할 세계에 계시는 분 말투죠. 혼이 고귀하셔서 글켓지요 ㅠㅠ 그나저나.... 저 폰트가 바쁜벌꿀체라고 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