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복잡해지니 독서가 쉽지 않다. 날씨마저 우울하여 어딘가 틀어박혀서 소주나 한잔 하고 싶다.
오전엔 영화를 보았는데 천재적인 예술가의 불행한 삶을 그린 것이었다. 역시 쓸쓸해졌다. 예술가에게서 자본을 뽑아내지 못해 안달하는 사람들의 탐욕이 역겨웠다. 햐~ 역시 우울하군......
집중이 안되더라도 한 페이지라도 읽어보자 하고 어제 읽던 책을 펼쳤다.
`집단지성`에 대한 이야기. 집단지성은 놀라울 정도로 대체로 옳은 경우가 많다. 집단지성이 제대로 발휘되려면 집단에 참여한 사람들이 배경이 다양하고 서로 다른 이유로 각자 결정을 내리되, 다른 이의 눈치를 너무 많이 보면 안된다. 목소리 큰 사람의 편향된 의견으로 쏠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집단지성은 주식시장이나 미국의 대통령 후보예측 시스템같은 미래 예측에도 활용되는데 사람만 집단지성을 발휘하는 것은 아니다. 많은 동물들도 집단적 의사결정을 통해 해결책을 찾는데 대표적인 게 개미의 길 찾기다.
우리는 개미들이 먹이를 들고 한줄로 서서 집을 찾아가는 행렬을 본 적이 있다. 실험에 의하면 개미가 가는 길은 대체로 먹이와 집 사이의 가장 효율적인 경로라는 것이다. 그럼 개미는 어떻게 이처럼 효율적인 길을 찾아낼까.
개미의 행동을 잘 들여다보면 행동규칙은 의외로 단순하다. 먼저 다른 친구 개미가 앞서간 흔적이 있으면 보통 그 흔적을 따라간다. 이것을 따라가기(exploitation)라 하자. 하지만 개미가 따라가기만 한다면 먹이를 찾을 수 없다. 모든 개미가 따라가기만 하면 나중에 온 개미들은 먹을 것이 없어서 죽을 수 밖에 없고 실제로 그런 사례도 있다 한다. 이런 문제를 방지하려면 개별 개미는 돌아다니기(exploration)도 해야한다. 하지만 모든 개미들이 돌아다니기만 한다면 우연히 큰 먹잇감을 발견해도 다른 개미들이 따라하질 않으니 집단 전체에 큰 이득을 줄 수 없다. 따라서 개미가 효율적인 길을 만들려면 따라다니기와 돌아다니기가 절묘하게 섞여 있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제 이 세상물정을 보는 물리학자는 이것을 한국 사회에 적용해본다.
—한국 사회에서 집단지성을 성공적으로 발현하려면 당연히 따라다니기와 돌아다니기 둘 다가 필요하다. 우리도 당장이라도 지혜를 보탤 수 있다. 의견 나누기 같은 상호작용이다. 따라가다가 이 길이 맞는지 다른 사람에게 물을 수 있고, 돌아다니다가도 좋은 길을 찾으면 따라오라 설득할 수 있으며, 서로 의견이 다르면 조율할 수도 있다. 정치인들이 많이 보여주는 `내 길이 옳으니 무조건 따르라`는 개미도 하지 않는다.(66쪽)
크하하하하하! 이렇게 속이 시원할수가. 개미만도 못한 정치인이라니! 특히나 소통을 거부하시고 나만 옳다고 하시는 분께 꼭 알려드리고 싶다. 개미들의 집단지성을!!
우리가 열받는 정치뉴스에 댓글을 달고, sns에 올려 알리고, 광화문에 나가서 시위를 하는 것 모두 집단지성으로 보다 좋은 사회를 만드는 의견나누기의 하나다. 한가지 길만 따라다니다가 모든 개미들이 다 죽어버린 아프리카 개미 집단에서 인간이 배울 일이다. 하긴 뭐 이정도는 상식이지만 이런게 이렇게 간절한 세상이 될 줄 누가 알았겠냐는 말이지....
역시나 책을 읽으니 재밌군 ㅋㅋㅋ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