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붕어란 이름을 어떤 경로로 알게 되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네이버 영화에 리뷰를 꾸준히 올렸다는 정도의 정보만 있었을 뿐 그의 글을 읽어 본 기억은 없었는데, 인터넷에서 톡톡 튈 정도로 유명하다면 왠만큼 재밌거나 참신하지 않으면 안될 일이므로, 기회가 되면 한번 읽어봐야지 벼르고 있었다.
도서관에 간 김에 그가 생각나서 검색해 봤더니 이 책이 한권 있길래 빌려왔다. 집에 오는 길에 남편이 운동하는 곳에서 한시간 가량 대기해야 해서 그 틈에 읽어보기로 했다.
잠시후.....멘붕!
아, 뭐지? 이게 영화 평론이라고? 근데 웃기긴 졸라 웃겨. 기승전결도 앞뒤문맥도 없는듯 하다만 묘하게 설득되다가 또 어떤 글은 지루하다못해 읽고 싶지도 않아서 막 넘겨버리게 된다. 책표지를 장식한, 댓글인 듯 싶은 글들이 이해가 간다.
ㅋㅋㅋ 영화를 보고 쓰라고 ㅋㅋㅋ 이게 뭐얔 ㅋㅋㅋ 이아저씨 약을 한사발 빠셨네 ㅋㅋ 재능 낭비류 갑 ㅋㅋ 내가 볼땐 천재임 ㅋㅋ 기승전결 따위 ㅋㅋ 드립의 아버지 ㅋㅋ 영화보다 재밌는 리뷰 ㅋㅋ 부왘 ㅋㅋ 개소리의 신 ㅋㅋㅋㅋ
내친김에 네이버 영화에서 그가 남긴 리뷰들을 찾아 보았다. 사실 리뷰는 이 책에서 읽어봤으니 어떤 별점을 남겼는지가 궁금했다. 결과는 나와는 완전 다름!! 독특한 시선으로 영화를 본다는 건 맞는듯하다.
정신없이 웃다가, 지루한 건 건너뛰다가 하며 한권을 다 읽어내니 마지막에 작가의 말이 있다.
책 내용에 당황했을 독자들에게 하는 말. 이 책의 목적은 유머를 우선 한 것이라며, 네이버 영화 리뷰를 왜 책으로 묶어 냈냐면 수백만에 달하는 팬들의 성화와 살해 협박에 못이겨서라고 뻔뻔하게 말한다. 그리고 독자 한명이 각자 세명에게 다단계 홍보를 하라고 요구한다.
이 황당한 리뷰에 대해 변명을 하자면, 영화에 영화적 상상력이 있듯이 리뷰에도 리뷰적 상상력이 있다는 것. 자신의 리뷰는 수필, 소설, 논설문, 논문, 희곡, 시 등 다양하고 자유로운 방식으로, 또한 모든 것을 아우르는 유우머를 중심에 놓고 작성했다고 떳떳하게 밝힌다. 그리고 자신은 불쌍한 사람이니까 따스한 말 한마디와 책 추천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한다. 뭐지? 방금까지도 자기는 위인 등극 직전의 잠재 위인이며, 키 183의 피지컬도 훌륭한 우월한 유전자를 가졌으며, 정우성 뺨치는 외모로 뭇 여성들이 끊임없이 대시한다고 자랑하던데... 갑자기 88만원 세대고 존나 병신이며, 2년간 군대 풀타임 디펜스로 목숨걸고 나라 지킨 사람이라며 자기한테 악플 같은 거 달면 안된다고 사정한다. 인터넷에 서평이라도 좋게 남겨 주시라고. 솔직히 재미있지 않냐고.
자, 그렇다면 서평을 남겨보자!!
우선 재미는 보장한다. 글이 어디로 튈지 모르지만 그래서 색다른 결론에 도달하는 재미도 있다.
심각하게 메모하며 읽지 않아도 되니 시간 죽이고 싶을 때 딱이다. 나처럼 남편을 기다려야 하는 지루한 한 시간안에 후딱 읽을 수도 있다. 시간이 금방 가는 건 덤이다.
다만 영화적 취향이 나랑은 정말 안맞는다. 그러다보니 그의 리뷰를 다 읽으려면 인내심도 발동해야 한다.
읽고 나서는 별로 기억에 남는 건 없다. 내겐 이 책중 영화 <퍼시픽림>의 리뷰가 가장 인상적이었는데 나머지는 지금 생각해보려고 해도 별로 떠오르는게 없다.
이 책을 읽고나서 아들을 호출했다. ˝아들! 니가 좋아할 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