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작 도이처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저술가 중의 한 명입니다.그와 교류가 있었던  에드워드 홀렛트 카와 함께 러시아 및 유럽 혁명사의 권위지요.웅장하고 해박한 역사서를 보면 압도까지 당할 것 같습니다.또 두 사람은 그 유명한 켐브리지 대학 트레벨리안 기념 강연장에 서기도 했습니다.카의 강의 제목이 <역사란 무엇인가 >였고 1961년에 책으로 나왔습니다.도이처는 <미완의 혁명>이었죠.도이처의 이 강의는 그가 작고한 해(1967년)에 했고 책으로 나왔습니다.거장의 마지막 사자후였다고나 할까요.우리나라에선 종로서적에서 번역되어 나왔는데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은 책입니다만 저는 여러번 읽고 또 읽고 한 애독서 중의 하나입니다.

 도이처는 전직 트로츠키 주의자였습니다.그래서 코민테른에서 제명 당합니다만 그렇다고 트로츠키 주의 단체에서 열심히 일하지도 않았습니다.본인은 죽는 순간까지 마르크스주의자로 불러 줬으면 하고 바랐다지만 사실은 청산주의자라고 봐야죠.우리나라에 그의 저서 중 제일 먼저 소개된 것은  그 유명한 스탈린 전기입니다.한림 출판사 세계 위인 회고록 전집의 한권으로 1971년에 번역되었죠.두툼하고 무게가 있는 책이지요.재밌는 것은 역자해설에 도이처의 공산당 전력이 전혀 소개가 안 되어 있다는 점입니다.아마 당시 사회 분위기로 봐서 그런 것 같은데 여하튼 박정희 시대 때 도이처의 저서가 번역되어 있다는 사실을 보면 완벽한 사상 통제는 없다는 격언을 생각나게 합니다.

  도이처는 혁명대열에서 이탈한 사나이라고 봐도 되지요.요번에 그의 트로츠키 전 2권,3권이 마저 번역되어 있다길래 저는 서점에 가서 중국혁명 당시의 트로츠키와 스탈린의 대립이 어느 정도 분량이나 나왔는지 훑어봤는데....실망...그다지 분량이 많지 않네요.도이처는 모택동주의에 대한 책도 썼고 그의 유작인 미완의 혁명에도 중국공산주의의 미래에 대해서도 꽤 깊이 있는 분석을 보여주어서 기대가 컸는데 정작 트로츠키 전에는 그 내용이 빈약하니 실망할 수 밖에요.트로츠키 저작목록에 보면 중국혁명사가 있는데도 왜 그랬을까요.에이! 아무래도 내가 이 분야에 대해 직접 써야겠다! 제목은 <중국혁명,그리고 스탈린-트로츠키 논쟁>! 그러나...지금까지 저는 손도 못대고 조용히 살고 있습니다.마음먹는 대로 다 된다면 세상에 안 될 일이 어딨습니까.손 발이 게을러서 문제죠.

  도이처 같은 청산주의자가 아니고 죽는 순간까지 트로츠키 주의자로 살았던 사나이는 벨기에의 경제학자 에르네스트 만델입니다.그의 무지막지하게 두툼한 책 <후기 자본주의론>은 한마당에서 번역되어 나왔는데(1985년) 정운영 씨의 소개글이  실려 있지요.여기서 정 씨는 만델 더러 "심장이 왼쪽에 있음을 의식하는 사람"이라는 유명한 정의를 내립니다.이 말은 그가 나중에 자기 책 제목으로도 썼죠.중앙일보에 쓴 칼럼모음이라 어째 안 어울린다는 느낌을 주긴 하지만요.만델은 이 책에서 "이 책을 로만 로스돌스키에게 바친다"고 했습니다.로스톨스키 역시 유명한 트로츠키 주의 경제학자입니다.우리나라에선 역시 트로츠키 경제학자로 알려진 정성진 씨가 로스톨스키의 <자본론의 형성>이라는 두툼한 책을 번역했죠.만델의 또다른 책도 번역되었습니다.<마르크스 경제사상의 형성과정> 한겨레1985.이 출판사는 한겨레 신문사와는 무관하니 오해 마시길.여하튼 우리나라에서는 사회주의 노동자당의 대부 토니 클리프 이전에 만델이 먼저 소개되었습니다.요즘은 만델의 저서는 모두 서점에서 사라졌지요.

  저자가 직접 나와 있지 않은 해적판에도 트로츠키 주의자들 저서가 있습니다.1980년대 초중반 헤겔 논리학을 비롯한 헤겔 해설서를 많이 낸 중원문화의 <형식논리학과 변증법적 논리학>이 바로 그 책이죠.이 책은 트로츠키를 레온이라고 표기했습니다.엥겔스는 프리디리히라고 했다가 그냥 엥겔스라고 했다가 일관성이 없는데 아무래도 몇 명이 나눠 번역한 것 같습니다.미국의 트로츠키 단체에서 강의한 것을 책으로 썼는데 한때 트로츠키 주의자였다가 전향한 번햄이라든가 샤하트만 등을 비난하는 대목이 나옵니다.트로츠키 분파들을 안 다음 이 책을 읽었기 때문에 이 책이 트로츠키 주의 계열 것이로구나 하고 알았죠.만약 입문서라고 해서 대학 들어가자 마자 읽었다면 그 사실을 몰랐겠지요.

  일본의 트로츠키 주의자들이 혁명적 낙관주의에 넘쳐 쓴 이와다,가와타미 공저<현대국가와 혁명> 이론과 실천 1986도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책입니다.선진국의 혁명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해 쓴 이 책은 일본 공산당의 분트 파라는 별명이 붙은 분파 소속의 저술가들의 저서입니다.하지만 팜플렛 선동이 아니고 상당히 깊이 있는이론 수준을 보여줍니다.특히 맑스 엥겔스 레닌의 부르조아 국가론을 해설하고 있는 장은 정독할 필요가 있죠.그 외에 제가 관심이 있는 국제 통화체제 이야기도 나오고 프랑스 5월 혁명,일본의 안보투쟁에 대해서도 많은 분량을 할애했습니다.당연히 스탈린주의를 내건 코민테른에 대한 비판도 나오지요.트로츠키 식 파시즘 분석이 주목할 만합니다.

  페레스트로이카라는 단어는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한 이십년 전에는 대단한 화제를 모았지요.학술단체 협의회에서 나온 논문집이 우리나라 학자들의 수준을 보여주는 책이죠.그런데 트로츠키 주의자들이 페레스트로이카를 평가한 논문들도 실은  책도 번역되었습니다.<페레스트로이카란 무엇인가 >신평론1989 가 그것입니다.만델의 글이 여러 편 실려있지만 또 당시 우리나라엔 알려져 있지 않은 마이클 뢰위,크리스 하먼의 글도 실려 있습니다.크리스 하먼은 1990년대 이후 번역도 많이 되고 해서 더 익숙한 이름이 되었지요.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만델은 사람들의 뇌리에서 사라져 가고 트로츠키 주의 하면 토니 클리프가 생각날 만큼  그의 저서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우리나라의 트로츠키 단체들도 그 주류는 클리프의 사회주의 노동자당 파지요.다른 분파는 거의 사그러든 상태입니다.지난 촛불시위에서 많은 화제를 모았던 <다함께>라는 단체가 있었죠.알만한 사람은 다 알겠지만 그 단체가 사회주의 노동자당 계열입니다.영국을 비롯한 유럽의 반 세계화 시위 현장엔 이 단체 활동가들이 사회주의 노동자당 팻말을 들고 나와 있는 광경을 볼 수 있지요.독서 시장에는 이제 멘델의 책은  물러서고 크리스 하먼,앨릭스 갤리니코스 등의 번역이 많이 나와 있습니다.학계엔 역시 정성진 씨가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구요.트로츠키의 명성을 최고로 높여준 러시아 혁명사도 완역되어 있는 등 우리나라의 트로츠키 번역은 꽤 활발합니다.저는 해롤드 이삭스<중국혁명의 비극>이 번역되었으면 좋겠습니다.대학살이 일어나면서 국공합작이 깨진 1927년 상해를 다루고 있는 고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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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씨 2008-11-02 1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정 씨는 만델 더러 "심장이 왼쪽에 있음을...이 말은 그가 나중에 자기 책 제목으로도 썼죠.>

이 문장을 읽노라니 갑자기 옛날 생각이 나는군요. 학교 졸업후 한 동안 공사판에 노가다를 다녔는데, 가자마자 십장아저씨가 제게 이름이 뭐냐고 묻더군요. 박아무개라고 했더니, 지금부터는 "박 씨"라고 부르겠으니 그리 알라고... 저로서는 난생 처음 들어보는 "박 씨" 였죠.
그리고 전두환시절 땡전뉴스보다 더 기억에 남는 것은 그가 연설을 할때마다 수없이 반복하던 "본인은.." 하는 말투입니다. 갑자기 "자기 책"이라는 표현을 만나니 이런 덜 어울리는 기억이... 죄송합니다.

노이에자이트 2008-11-03 16:29   좋아요 0 | URL
호칭 인플레가 갈수록 심하죠.우리나라는 사람을 존중하기 위한 호칭체계가 아니라 직함을 내세우는 호칭체계가 점점 심해지고 있습니다.80년대만 해도 월간지 기사엔 이름에 씨만 붙여도 되었죠.그때는 함석헌 선생이 80이 넘어도 씨였고 강만길<분단시대의 역사인식>도 책날개의 저자 소개란에 이 책의 저자 강만길 씨라고 나와 있습니다.70년대엔 더 말할 나위도 없죠.직함을 붙이는 번거로운 관행이 정착된 것은 90년대 초입니다.이런 호칭체계가 얼마나 사람을 차별하는 것인가는 정년퇴직자에게도 예전 호칭을 그대로 붙이는 걸 보면 알 수 있습니다.한번 계장은 영원한 계장.한번 사장은 영원한 사장.그냥 씨라는 평등한 호칭이 있다면 좋을텐데요.일본어의 상에 해당되는 호칭이 없으니 우리나라에는 이 호칭때문에 얼마나 다툼이 많습니까.노가다 판이 그나마 수직적인 위계질서가 좀 느슨한 편이지요.

로쟈 2008-11-02 2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젝이 해설을 쓴 트로츠키의 <테러리즘과 공산주의> 영어본 때문에 국역본을 찾았더니 없더군요. 많이 번역돼 있지만 이가 빠진 듯싶었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08-11-03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트로츠키의 스탈린 전도 번역이 안 되어있습니다.그래도 영구혁명론이나 러시아 혁명사가 번역되어 있으니 다행이지요.

후애(厚愛) 2008-11-04 0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호칭에 대해서 제일 편하게 부르는 곳이 미국이 아닌가 생각해요. 저도 미국에 와서 알았지만 모두가 이름으로 불려요.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에도 이름이고 형제와 자매. 그리고 스승과 제자 사이에도 이름으로 부르고 초면인데도 무조건 이름으로 부른답니다. 나이에 상관없이 말이지요.

노이에자이트 2008-11-07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본이나 중국도 우리나라 정도는 아니에요.세종대학에는 일본에서 귀화한 호사카 유지라는 학자가 있는데 우리나라에 온 첫해에 학생들끼리 학년은 낮으나 재수 삼수 혹은 군복무 마치고 와서 선배보다 나이가 많은 학생들에게 말을 내리는지 올리는지 문제를 가지고 다투는 걸 보고 이해하기가 어려웠다고 하더군요.일본도 존비어 체계가 꽤 복잡한 데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위아래 따지는 것 보고 질려버렸나 봐요.거기는 선후배라도 친해지면 편하게 반말하거든요.한 번 선배는 영원한 선배라든가 하는 그런 거 없어요.

쟈니 2008-11-05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은 이야기, 많은 책이 노이에자이트 님의 글속에 녹아있군요. 글 하나에서 많은 것을 알게 되어서 기쁩니다. 고맙습니다. ^^

노이에자이트 2008-11-06 15:43   좋아요 0 | URL
도움이 된다니 기쁩니다.더욱 분발하겠습니다.

가시장미 2008-11-06 0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글 너무 어려워요. -_ㅠ 안그래도 졸린 눈 비비며 서재질 하고 있는데 ㅋㅋ 오늘은 그냥 안부만 여쭙고 갈께요. 나중에 기회되면 다시 읽도록 할께요 ^^
참 이상한게 이 시간만 되면 잠을 자는 게 싫어요. 12시까지 늘어지게 자거든요. 그래서 새벽에 잠이 안 오는 건 당연한데, 잠이 올 때쯤 되면 왜 이렇게 잠자는 시간이 아까운지 ㅋㅋ 늦게 자면 더 늦게 일어날텐데도.. _-_)~ 그래서 이 글 쓰고 자려구요. 울희망이가 발길질 하다가 조용해져서 이 때 어여 자야되요 ㅋㅋ 엄마 닮아서 새벽에 자주 깨거든요.
잘 주무시고 계시죠? 좋은 꿈 꾸셨길 바랄께요. 오늘 하루도 즐겁게 보내시구요. ^^

노이에자이트 2008-11-06 15:45   좋아요 0 | URL
다시 읽으시면 쉬워질 거예요.책 소개인 걸요.
저는 전형적인 아침형입니다.일찍 일어나고 일찍 자구요.
희망이는 아들일까요,딸일까요?

미국사람 2011-08-19 0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롤드 이삭스 <중국혁명의 비극> The Tragedy of the Chinese Revolution
Harold Isaacs은 제가 처음 들은 책인데 아마존을 찾아보니 놀랍게도 아직도 출판이 되고 있군요.
1938년 초판인데 아직도 출판되고있으면 명저 반열에 속한 책이고 550페이지면 대작일텐데 내용이 궁금하군요. 어쨌건 좋은 내용 감사합니다.
그런데 이런 책을 국내에서 어떻게 구할 수 있었는지 궁금하군요. 하긴 전두환 시대에는 요즘이면 학생들에게 돈을 주고 읽을라해도 안 읽을만한 책이 해적판으로 수없이 돌고 있긴했지만 말입니다.

노이에자이트 2011-08-19 16:56   좋아요 0 | URL
해롤드 이삭스의 중국혁명의 비극은 중국혁명을 다룬 책에는 반드시 인용되어 있더군요.이 시기를 다룬 소설이 앙드레 말로<인간 조건>입니다.

80년대에 번역된 명저들은 소련이 무너지고 1990년대 중반부터 헌책방에 쏟아져 나와서 싸게 구입했습니다.물론 정식저작권료를 물고 번역하지 않은 책들이죠.
 

  조지 소로스의 책들은 서점에선 돈불리는 기술서(저는 재태크란 단어를 안 씁니다)나 자기 계발서 쪽에 꽂혀 있습니다.하지만 그는 돈만 밝히는 투기자본가는 아니지요.제가 그를 다시 본 것은 그가 김대중 정부 초기 방한했을 때 칼 폴라니의 <대전환Great Transformation>을 읽고 있다는 인터뷰 기사를 본 뒤였습니다.제가 폴라니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한 때였지만 폴라니가 자유방임 시장주의자들을 굉장히 싫어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거든요.꽤 호기심이 났습니다.그 후 2004년에 탄핵안이 가결될 무렵 정치와 법치 문제에 대해 이런 저런 책을 보고 있는데 소로스가 정치적 무관심에 관해 몇마디 한 것이 신문에 났습니다.그에 의하면 요즘의 정치적 무관심은 유권자들이 자기들 호주머니에 돈이 들어오느냐 하는 문제와 무관하면 정치건 뭐건 공공선의 문제엔 전혀 무관심한 사고방식에서 비롯되었다는 겁니다.그리고 그런 정치적 무관심을 호도하기 위해 정치가들이 부패했다는 등의 핑계를 댄다는 거죠.정치가 부패했기 때문에 정치적 무관심이 생긴 게 아니라 유권자들이 자신의 정치적 무관심을 정당화하기 위해 정치인들의 부패를 들먹인다는 주장이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실제로 그런 사람들이 많은 것 같구요.소로스가 거액의 기부금을 내는 사람 중 한 사람이며 해외원조 등에도 관심이 많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그의 글을 한 번 읽어보자고 생각했습니다.

  최근에 한국에서 이름을 날리는 경제논객들의 글을 신동아를 통해 죽 읽어보았습니다.공병호,강수돌,박태견,정운영,복거일,유시민,김민웅의 글들이죠.김민웅 씨에 대해선 왜 그가 경제논객인가 하고 반론할 분도 계시겠지만 세계 정치와 경제,특히 국제금융의 흐름 등에 관해선 상당히 깊은 식견을 가진 논객이라는 정도만 밝혀둡니다.원로인사 중엔 최근 뉴라이트 경제학을 비판한 주종환 씨의 젊은 시절 글도 읽었습니다.그런데 읽다 보면 자유방임 주의자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이 좍 갈라져서 분류하기엔 좋다는 생각은 들었습니다.공병호,복거일이 전자요,나머지는 후자이죠.유시민씨는 재벌은 비판하지만 무역이론은 비교우위론에도 살짝 한 발을 담그고 있구나 하는 정도로 이해해도 될 듯했습니다.그런데 소로스는 참으로 독특했습니다.며칠 전 신동아 목록을 이리저리 보다가 1997년 3월호에 소로스 글이 있어서 책꽂이에서 찾아보니 이 글이 걸물입디다.제목은 <열린 사회로의 진보를 방해하는 자본가들의 위협>.원문은 The Atlanric Monthly1997년 2월호입니다.

 소로스 재단의 명칭이 열린사회 재단입니다.그가 칼 포퍼 사상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지요.당연히 사상의 자유를 허용하고 무슨 이론이든지 자신이 절대적 진리를 가지고 있다는 사고방식이 중요하다고 합니다.또 늘 열린자세로 자신의 오류를 고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 바람직한 열린사회의 구성원이라는 믿음를 갖고 있다고 소로스는 고백합니다.닫힌 사회는 독단적이고 절대진리를 주장하는 이론이 지배하는 사회라면서 공산국가나 파시즘 국가를그 예로 듭니다.그래서 그는 그의 재단이 공산권 붕괴에도 관여했다고 고백합니다.그런데 이제 소련 및 동구 공산주의가 무너진 지금 여전히 열린사회는 그 곳에 정착하진 못한 데다가  오히려 열린 사회를 위협하는 또다른 상대가 나타났으니 그들이 극단적인 자유방임 주의자라는 겁니다.이들은 자기 자신의 이론이 절대적 진리라고 버티는 자세가 예전 전체주의 국가의 논리와 비슷하다는 거죠.소로스는 이들의 이데올로기의 근거 자체가 잘 못되어 있다고 비판하는데 마치 맑스 경제학자나 급진 경제학자들처럼 이야기합니다.다음은  그의 비판의 주요 내용입니다.

  1.수요와 공급이 자연적으로 균형을 이룰 것이라는 완전 경쟁이론이 잘못되었다.특히 금융시장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가격이 균형상태를 이룬다기보다는 구매자와 판매자의 기대에 따라 끊임없이 변동하기 때문이다.이래서 금융시장은 불안정해지기 마련인데 자유방임주의자들은 이를 부인할뿐만 아니라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정부의 어떤 개입도 반대한다.

 2.역사적으로 금융시장의 붕괴는 경제불황과 사회불안을 일으켰다.이래서 중앙은행이 생겼고 다양한 규제가 생겼다.그런데 자유방임주의자들은 이런 붕괴가 불안정한 시장 때문이 아니라  정부의 규제 때문에 생겼다고 주장한다.

  3.자유 방임주의자들은 수요와 공급의 조건들이 이미 주어진 것으로 간주하고 정부개입을 절대악으로 선언함으로써 소득 재분배  문제를 배제했다.부익부 빈익빈이 심해지면 불평불만을 참을 수 없는 이들이 많이 생길 것이다.이를 어찌 감당하겠는가.

 4.소득재분배를 반대하는 논거로 자유방임주의자들은 적자 생존설을 들고 나온다.그러나 부는 상속을 통해 이전되면 2세대가 1세대만큼 적응하기 힘들다는 사실로 인해 큰 타격을 입었다.적자 생존설이나 사회진화론은 마치 경제학의 균형이론이 뉴턴의 물리학에 기초하고 있는 것처럼 낡은 진화론에 기초하고 있다.세상은 적자생존이 아니라 건전한 협력이 중요하다.

  5.자유방임주의와 사회진화론에 기반한 국제사회는 개별국가간에 무한경쟁을 유도한다.자국이익의 무제한적 추구가 국제사회의 균형을 가져오겠는가.

  6.성공이 곧 정의는 아니다. 성공숭배는 옳고 그름에 대한 분별력을 떨어뜨린다.열린 사회에선 이런 숭배는 불안의 원인이 된다.돈으로 대표되는 성공에 우리 자신을 함몰함으로써 옳고 그름에 대한 분별력을 상실시키게 되는 것이다.

  칼 폴라니는 파시즘이나 공산주의를 반대헀지만 그에 못지 않게  경제제일주의의  자유방임주의에 반대했습니다.그리고 어려운 사람들을 돕기 위해 자기 월급의 대부분을 쏟아부은 적도 있지요.하지만 결국 그는 구체적인 그림을 그리지는 못했습니다.폴라니도 소로스도 헝가리 출신입니다.소로스는 폴라니가 못다 이룬 꿈을 자기가 이루겠다고 결심한 걸까요.열린 사회의 적이라면서 공산권을 무너뜨리는 데는 소로스가 성공했습니다.또다른 적인 시장만능주의에 맞서서는 어떤 대책을 세울까요.

 1997년 말 아시아의 외환위기가 닥칠 때 더 큰 위기가 닥치기 전에 국제금융체제를 개혁하고 IMF_IBRD체제를 재편성하자고 하는 움직임이 있었습니다.하지만 이런 주장은 무시당하고 이제 아시아 경제위기가 아니라 전세계에 금융위기가 닥쳤습니다.그리고 그 진원지는 미국이고...며칠 전 미국 하원 청문회에는 경제 대통령이라는 앨런 그린스펀이 나와서 신자유주의가 금융위기에 어느 정도 책임이 있음을 마지 못해 인정을 했습니다.(심지어 이명박 대통령도 새로운 브레튼 우즈 체제가 필요하다고 언급했지요).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는 형국이지만 소는 잃었어도 외양간만은 고쳐놓는 지혜가 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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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혼 2008-10-31 0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비슷한 맥락과 경험에서 언젠가 소로스의 글들을 찬찬히 살펴봐야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노이에자이트님의 이 글이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것 같습니다.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예를 들자면, 저는 개인적으로 소로스가 칼 슈미트만큼이나 '경계적'이고 '문제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해오고 있는데요, 제 스스로 국적에 대한 편견ㅡ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ㅡ은 전혀 없다고 생각하지만, 소로스가 헝가리 출신이라는 사실을 듣고 보니, 폴라니는 물론이거니와 왠지 자연스레 루카치나 리게티에게까지 어떤 '이론적' 다리를 놓고 싶은 마음도 생깁니다.^^ 외양간을 고치기는커녕 부뚜막에 오르거나 초가삼간이나 태우지 않으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드네요...

노이에자이트 2008-10-31 15:40   좋아요 0 | URL
얼마전 고인이 된 피터 드러커의 <방관자의 모험>을 보면 폴라니가 1차대전 직후 헝가리 정계에서 했던 역할이 나와 있습니다.드러커는 오스트리아와 미국에서 폴라니와 함께 일하기도 했죠.루카치는 헝가리에서 벨라 쿤이 주도한 소비에트 정권에 참여도 했지만 폴라니는 그 전 카롤리 정권에서 카롤리의 측근이었어요.자세한 건 드러커 책을 보십시오.요즘은 드러커 자서전으로 나온 것 같아요.음악을 잘 아시니 리게티에 대한 이야기는 제가 들어야겠군요.슈미트에 대해서는 어떤 책을 읽으셨는지요? 저는 그의 <옥중기>를 읽었어요.보통 해박한 지식을 가진 인물이 아니더군요.자신이 나치전범이 되어 갇혀 있는 데 대한 은근한 불만을 현란한 지식을 동원해 풀어놓았더라구요.또 <정치적 낭만>은 독일 낭만주의에 대해 관심이 많아서 읽었습니다.

후애(厚愛) 2008-10-31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부 열심히 하고 감사히 잘 읽고 갑니다^^
사실 저는 경제는 관심이 없어서....무엇보다 지금 미국이나 한국의 경제를 보면 속이 터져서 말입니다. 없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라고 하는지 점점 어렵게만 되어가는 경제가 답답하고 속이 상할 뿐입니다.

노이에자이트 2008-10-31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경제이론 자체에는 그다지 정통하지 못합니다.경제사를 조금 알 뿐이지요.문민정부 말기의 경제위기를 자세히 알아보려고 합니다.한보사태에서 기아 사태 그리고 외환위기까지 격동의 1년이었죠.이런 사건들도 경제사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생각합니다.

가시장미 2008-10-31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론 부분을 읽고 찔리지 않을 수 없네요. 저도 얼마전 대선 때를 생각해보면- 그런 부분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정치에 관심을 가진다는 건 참 힘든 것 같아요. 머리 아프고, 답답한 것도 많고, 관심을 갖고 있으면 더 속상해지는 부분도 많고.. 그러다보니 아예 관심을 안 갖는 게 상책이다. 고 생각했을 때도 있었죠. 하다못해 신문이나 뉴스를 보는 것도 짜증날 때가 많았거든요.

경제적인 지식이 별로 없어서 내용이 모두 이해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전체적인 내용이 논리적으로 전개된 글이라 핵심은 이해가 되네요. 신자유쥬의, 시장만능주의에 의한 폐해가 세계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것 같아요. 우리나라도 대표적인 곳이 될 것 같구요. 사실 약소국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 흐름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부분도 있었다고 생각하는데.. 수수방관했던 건 잘못이였다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어떤 대책을 세울 수 있느냐도 참 의문이구요.

저도 답답한 마음에 경제에 관심을 갖고자 유시민의 경제학카페를 들춰보고 있는데- 역시 경제학은 어렵네요. ㅋㅋ

노이에자이트 2008-10-31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그 대목을 제가 신문에서 요약해 제 독서일기에 옮겨 놓았죠.소로스의 정치적 무관심론은 정말 굉장히 날카롭죠?
유시민 씨는 자기 집안에 글솜씨 좋은 이들이 많으니 찬찬히 읽으면 이해할 수 있을 거에요.사실 경제학하면 그래프나 통계치만 잔뜩 든 책을 보고 읽기 싫은 경우도 많지만 찾아보면 그러지 않은 책도 많지요.
경제 입문서라도 경제학사나 경제사상사 지식이 어느 정도 있어야 읽기 편할 거예요.하지만 그런 책에서 인용하는 학자나 이론은 거의 다 정해져 있으니 어느 정도 공부하면 큰 어려움은 없을 거에요.

okcom 2008-10-31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국가가 있고 중앙은행이 있는데 실재의 자유방임주의가 가능하긴 할까요. 확실히 지금까진 없었는데 말이죠. 요즘 많은 분들이 말씀하고 있긴 하지만 자유방임주의라는 그 명목적 개념의 정치성이야말로 문제인 것 같습니다. 사실 국내에서 그 정도로 노골적인 사람은 못 보았는데, '적자생존'까지 불러들여 밀어붙인다면 정말 오싹하네요. 그리고 조지 소로스는 에릭 홉스봄의 대담집에서도 그럭저럭 좋게 이름이 나온 적 있더라구요. 칼 포퍼의 제자라더니, 때마다 열린사회열린사회 하는 모습이 퍽 순수해 보입니다...^^;;

노이에자이트 2008-11-01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 재벌들이 호황 때는 규제완화를 외치고 불황일 때는 정부가 나서서 보호해달라고 외치고...그 정도 수준이 한국식 자유시장경제론이죠.그런데 이번 미국의 투자은행들 보니까 역시 그 쪽도 비슷한 것 같아요.

쟈니 2008-11-01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제학은 그 성격이 상당히 독특한 학문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이 어떻게 움직이냐.. 이것을 어떻게 예측하느냐. 가 어려운거고.. 올 초에 경제학기초 원론 책을 읽었는데 (2/3 읽다 말았음) 왠지 다른 관점으로 보면 다른 설명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해를 하는데 어려움이 걸렸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08-11-02 15:14   좋아요 0 | URL
주류 경제학 원론이면 상당히 어렵죠.대부분이 경제학을 싫어하게 된 이유가 바로 그 경제학 원론 교과서 때문인데요.

비로그인 2008-11-02 0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투표하지 않고 기권하는 사람들에게 꼭 써먹어보고 싶은 말이네요.
인간의 내면에 가차없이 꽂아버리는 탐심검이라 할 만 합니다.
무사안일한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충격요법이죠.

노이에자이트 2008-11-02 15:15   좋아요 0 | URL
이 세상에서 제일 부패한 유권자는 투표 안 하는 유권자라는 섬뜩한 말도 있지요.
 

   그 남자 박정희.저는 박정희 장군이라고 해요.그러면 저승에 있는 그가 더 좋아할까요? 우리나라는 군인보다 관료를 더 높이 받드는 풍토가 있어서 예전 군인출신들도 관료가 되면 누구누구 차관님,장관님 하고 불러주는 걸 더 좋아했다고 하던데...벌써 그가 부하의 총에 맞아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지 햇수로 30년이군요.우리나이 서른이 된 우리의 이효리 누나가 1979년 생이라는데 말이죠.

   아버지가 군복무하던 곳이 부산 군수기지 사령부. 박정희 장군에 관해 꽤 알고 있었기에 저는 "어...박정희 씨(집에서 대화할 땐 전직 대통령은 이승만만 이박사라고 하고 나머지는 전부 누구누구 씨로 불러요)가 있던 곳이네요 "했죠.아버지 왈,그래...먼발치서 몇번 봤어.내가 복무 중 5.16이 났어.그가 주모자라는 걸 알고  놀랐지...아버지는 제가 성인이 되도록 그런 말은 한 번도 안했어요.박정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거든요.장기집권하고 전라도를 차별했으며,정적들을 관제 빨갱이로 몰아댄 독재자로 여겼지요.박정희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내가 있었던 부대의 사령관이 박정희 대통령이었다"고 자랑할텐데요.

  꼬맹이 때 국민학교 도덕 시간이었어요.박정희 장군이 아직 대통령을 하고 있었던 70년대 말인데 그땐 도덕시간을 반공도덕이라고 했지요.선생님이 북한의 우상화 정책을 설명하면서 북한의 명절인 김일성 생일과 9,9절엔 특별히 김일성의 배려라며 주민들에게 무료로 고기를 나눠준다고 하시더라구요.그래서 저는 질문했어요.선생님.그런데 왜 박정희 대통령은 명절이 돼도 고기를 안 나눠주나요? 그때 선생님이 조금 당황해하던 기억이 나네요.그러고선 "북한에 대해 문제가 나오면 나쁜 게 정답이야!" 하고 생활의 지혜를 가르쳐 주면서 대충 넘어갔죠.

  스페인 내전을 공부할 때마다 신기한 게 있어요.그때 프랑코가 제 2공화국에 반대해서 반란을 일으키잖아요.반란 일으켰을 때 내세운 명분이 우리나라 5,16때하고 똑같아요."정치인들이 부패하고 파벌 싸움이나 하고 나라는 혼란해서 공산당들이  준동하고 있다."고 했죠.게다가 두 나라 모두 군인들이 무너뜨린 것은 2공화국 .또 희한한 것은 프랑코가 반란을 일으킨 해(1936년 )에는  2년 동안 카나리아 군도에 좌천되어 있었고 박정희도 역시 한직으로 돌아다녀 불만이 쌓인 상태였구요.또 스페인 내란이 일어나던 해엔 일본에서도 그 유명한 군사쿠데타인 2,26이 일어나서 재벌과 정치가 관료 몇이 젊은 장교들에게 살해당하는 일이 일어나죠.그런데 그 장교들 역시 내세운 명분이 "정치가들이 파벌싸움하고 나라가 부패하여...."였어요.군인들이 거사하면서 내세우는 명분은 어디서나 다 똑같죠.실제로 박정희는 프랑코와 2,26을 일으킨 장교들에 심취되어 관련서적도 읽고 했답니다.게다가 2.26을 일으킨 주동자 중의 한사람과는 한일 국교정상화 교섭 때 이후 계속 친분을 유지하기도 했죠.일본에서는 이런 우익들을 가리켜 흑막 속의 괴물이라도 하는 중개인들입니다.

  언젠가 아버지와 함께 한국전 때의 전사자 유골 발굴하는 특집 방송을 봤는데 진행자가 전후 이런 작업은 김대중 대통령 임기 때 비로소 시작했다는 말을 하는 거예요.제가 기가 막혀서 "군인출신 대통령들이 걸핏하면 국가안보가 중요하다,군대가 중요하다고 하더니 저런 유해발굴 사업은 안했군요."했습니다.아버지는 단 한마디 했죠."정말 나쁜 사람들이다..." 정말 나쁜 사람...무슨 육두문자는 안 썼지만 군인 출신 대통령들에 대한 아버지의 최종 평가겠지요.

  박정희 장군을 싫어했지만 아버지가 딱 한 번 그에 대해 동정적인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그때 아마 육영수 여사 암살 사건 다큐멘타리 방송이었죠.제가 한마디 했습니다."박정희 씨가 독재하면서 온갖 권력은 다 누려봤겠지만 한 남자로서는 저렇게 불행한 사람도 없을 겁니다.부인도 총맞아 죽고 자기도 총맞아 죽고...아들은 마약중독이고...딸들은 서로 불화해서 잘 만나지도 않고...". 아버지는 간단하게 단 한마디했습니다."불행한 사람이지...".

  며칠 전 그의 연설집을 이리 저리 뒤적였습니다.이 연설집은 국가 재건최고회의의장 때부터 1975년 말까지의 그의 모든 연설이 다 수록되어 있지요.일곱권 모두 두툼합니다.그가 최고회의시절 했던 4,19기념사를 봤습니다.이승만 독재정권과 그 뒤를 이은 제 2공화국을 엄청나게 비난하면서 5,16이 4,19정신을 이어받았음을 강조하고 있는 내용이었습니다.그 당시 사진도 붙어 있는데 정말 젊더군요.하긴 그때 40대 중반이었으니까요.지금 살아있다면 90세가 넘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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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 2008-10-25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때 저도 국민학생이었는데요. 아버지가 군인이셨는지라 비상이 걸리고 며칠 집에 못오셨지요...

노이에자이트 2008-10-26 15:29   좋아요 0 | URL
군인이셨으면 이사를 많이 다니셨겠네요.

마노아 2008-10-25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몇 달 전 면접 자리에서 516 쿠데타를 혁명이라고 가르치지는 않습니다. 라고 했을 때 얼굴색이 불편해지던 모 교감 선생님이 문득 떠올랐어요. 누군가에게 박정희는 순교자가 되어 있겠죠.

노이에자이트 2008-10-26 15:32   좋아요 0 | URL
김재규를 순교자로 여기는 모임도 있어요.한홍구 씨가 대학원 생 때 번역한 <한국의 공산주의 >저자인 이정식 씨가 김재규 전기를 썼어요.요건 번역이 안되었어요.이제 김재규가 누군지도 모르는 세대들이 성인이 되었죠.

가시장미 2008-10-26 0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통해 연세를 대략 짐작하게 되었습니다. 으흐 사적인 글을 워낙 안 쓰시는지라 성별이나 연세가 좀 궁금했드래요 ^^

노이에자이트 2008-10-26 18:32   좋아요 0 | URL
음....그런 게 궁금하셨구나.성별까지...글 쓰는 투가 중성 같았나봐요.실물로 봐도 나이 가늠하기가 힘들 거예요.10살도 안 된 어린이부터 80넘은 노인들과도 잘 어울리니까요.그리고 저는 이쁜 여자는 누구나 누나라고 하죠.

가시장미 2008-10-28 01:43   좋아요 0 | URL
어머나! 그럼 저도 누나라고 불러주시는 거예요? 으크크

노이에자이트 2008-10-28 16:11   좋아요 0 | URL
그럼요.소희나 윤아도 누난데요.

가시장미 2008-10-28 23:48   좋아요 0 | URL
어머낫! 소희양이나 윤아양과 비슷한 레벨이 된 것 같아서 무지 영광스럽네요. 으흐

메르헨 2008-10-26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저는 과거사 정리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본과 독일의 차이 그리고 한국...
우리도 한번 잘살아보자 ...새마을운동속에 돈이 최고가 되어버린...
결국 정신과 가슴이 피폐해진거 아닐까...하고 말입니다.^^

노이에자이트 2008-10-26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어떤 책을 읽으려고 하세요? 궁금 궁금...

바람돌이 2008-10-26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26때 저도 국민학교 꼬맹이였으니 대충 비슷하겠군요. ㅎㅎ
저는 아무 생각도 없던 섬나라 꼬맹이였기 때문에 대통령이 죽었다고 눈물 흘리는 어른들이 그냥 이상하기만 했어요. 뭐 별로 정도 붙은 적이 없는데 말이죠. 그냥 신나게 놀았어요. ^^ 그리고 수업시간에 저런 맹랑한 질문을 하다니 훌륭하십니다. ^^

노이에자이트 2008-10-27 0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10,26 때 태어나지도 않은 사람들하고도 잘 어울린답니다.
북한은 배급을 준다고 하는데 우리는 왜 다 돈 주고 사먹어야 하는가 하는 생각을 했지요.섬나라 꼬맹이는 무슨 뜻일까요?

비로그인 2008-10-27 0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80년생이지만 79년생들과 학교를 같이 다녔죠. 어렸을 때 79 친구들이 저보고 "니가 격동의 70년대를 아느냐?"라며 농을 걸어오면 별말을 못했는데 지금은 그런말 해봤자 본전도 못찾죠. 박정희가 5사단 사단장이었던걸로 알고있어요. 제가 있던 28사단 바로 옆동네죠.
5사단과 28사단은 같은 6군단의 예하부대이기도 하고요. 60년대인가? 당시에 6사단과 28사단이 계엄군으로 서울에 왔었다는 글을 읽은적이 있었는데 그 글을 읽고 부끄러웠었죠. 아마도 당시의 경험이 제 정치적 성향이 바뀌는데 조금이라도 작용하지 않았나 싶어요. 저희 아버진 김신조가 넘어왔을 때 26사단 포병이셨고 말년병장이었죠. 때문에 제대가 연기되었었다는 말을 들었어요.

노이에자이트 2008-10-28 15:55   좋아요 0 | URL
저는 최루탄 쏘던 시절에 태어났으니 같은 또래라면서 고등학생들하고도 같이 어울려요.
이 대통령 데모하던 6,3사태 때도 계엄군이 출동했어요.
김신조 욕하던 사람들 많았죠.그때가 1968년.지금은 김신조 씨는 목회자가 되었어요.제대가 연기되었을 뿐 아니라 훈련 강도가 세져서 모두 투덜거렸다네요.

후애(厚愛) 2008-10-27 0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8대 대한민국 대통령이셨을 때 저는 아직 아기였네요^^ 잘 몰랐던 역사를 조금이나만 알게 되어 기뻐요. 예전에 책으로도 많이 읽었는데...근데 댓글을 달려고 하니 아는 것이 없어서...송구합니다^^

노이에자이트 2008-10-28 16:07   좋아요 0 | URL
에이 뭐 그런 말씀을...앞으로 종종 만나자구요.

드팀전 2008-10-27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모든 세대와 잘 논다는 것을 강조하는게 오히려 ..^^

그거 혹시 노이에님만의 생각아닌가요? 아이들은 놀아주었다고 생각할 지도 모릅니다. 저 역시 잘 논다고 생각했는데...아이들이 저를 잘 대해주고 잘 놀아준거더라구요. 고마운 아이들이지요.

그럼에도 물 좋은 나이트클럽에 따라갈 때는 열외됩니다.자기들끼리 뭉치지요.후진 성인 나이트에는 데려가 주겠지만... 아이들이 그런데도 데려가주던가요 ^^ (이건 실제가 아니라 우화입니다 ㅋㅋ)

노이에자이트 2008-10-28 16:10   좋아요 0 | URL
아니에요.지금도 제가 길거리 지나가면 저를 쳐다보다가 입간판 같은 것에 걸려 넘어지는 스물 남짓한 언니들이 많은 걸요.청소년들에겐 존대말만 써줘도 예절바른 어른으로 평가해 주던데요.
저는 처음 본 사람하고도 웃으면서 대화 잘해요.물론 제가 외모가 호감형이라서 그런 이득도 보지만요.중앙아시아 쪽 민족들이 그런 걸 잘하더라구요.말타고 가다가 초원에서 만나는 낯선 여행객들과도 웃으면서 인사하고...

순오기 2008-10-27 2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70년대 말에 국민학생이었구낭. 나는 70년대 초에 국민학교 졸업했는데~~ㅎㅎㅎ
새마을운동의 한복판에 지붕개량하며 살았지요. 요원의 불길처럼 타오르는 새마을 운동은~ 요원이 뭔 뜻인지도 모르면서 인용한 글로 글짓기상도 받았고~~~~
아버지가 갖고 계시던 4.19 화보집을 끼고 봤던 덕분에 어린시절부터 혁명의 힘을 숭배했어요.^^

노이에자이트 2008-10-28 16:06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김영광,정두수 를 좋아하시죠. 오...그럼 1공화국 때를 아시는군요!!! 저는 헌 책방에서 5.16직후에 찍은 화보집도 샀어요.나중에 주체세력끼리 권력다툼하기 전의 다정한? 모습들...권력의 비정함이 아직 덮치기 전의 그들...
지붕개량할 때 스레트 집은 되게 여름에 더웠어요.요원의 불길...하하하...새벽종이 울렸네 새 아침이 밝았네...
유신의 노래도 있었어요.시월의 찬란한 유신의 새 아침이다..그런 노래...

순오기 2008-10-28 16:45   좋아요 0 | URL
요원의 불길~ 새마을 화보집에 있는 거 보고 베껴 썼거든요.ㅋㅋㅋ
그 스레트 집이 사라지기 전, 10년 전에 우리 애들 데리고 고향에 갔다가 찍어온 사진 있는데~~ 유신의 노래는 생각나지 않아요, 그런 노래도 있었나요?
하여간 노이에님은 수수께끼예요.^^

노이에자이트 2008-10-28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언제즘이나 사진으로 외모공개를 해서 수수께끼를 풀어드릴까요?
요즘은 스레트 지붕 보기도 힘들죠?

率路 2008-10-29 2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세대 논쟁(?!)이ㅋㅎ 저는 80년이 넘어가자마자 태어났더랬죠. 태어나서 작년까지 줄곳 여의도에 살아서 또래에 비해 본의아니게 괴이한 경험(?)이 몇 가지 있는데 그것도 썩 좋은 일은 아닌 것 같더라구요.

재밌는건, 부모님이 전부 부산분이셔서, 어렸을때부터 '박통 자식(특히 박지만씨)이 저리되는건 다 박통이 살아있을때 모진짓을 많이 해서 그렇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랐는데, 3당 합당되고 박근혜가 한나라당에서 뜨고 어쩌고저쩌고 한 이후론 부모님의 박통 평가가 엄청나게 달라지셨다는거죠. 그런거보면 정치인의 정파적 선택이 부르는 파장이 정말 대단하구나란 생각도 들고 뭐 그래요.-_-;;;;;;

ps.이쁘면 무조건 누나라고 하는 사람이 저말고 또 있었군요!ㅋㅎ

노이에자이트 2008-10-30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굴들을 못보는 공간이라서 궁금증이 서로 많은 게지요.부산은 박정희 장군에 대한 평가가 어느 정도인지 잘 모르겠군요.3당합당 이후엔 영남진보파가 사실상 소멸되었다는 평가가 일반적입니다만 요즘은 그런 것 같지도 않구요.
누나라고 하면 상대편이 좋아하던가요? 그게 중요하죠.
 

   세로줄에 한자가 빽빽한 헌 책을 읽는 맛도 각별합니다만, 헌 책 읽는 또 하나의 매력은 지금은 고인이 된 이들의 글을 읽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또 잡지 같은 경우는 이젠 노인이 된 이들의 젊었을 때 모습을 화보를 통해 볼 수 있다는 재미도 있지요.헌 책 속에서 옛날 배우들의 모습이 담긴 엽서사진이 툭 떨어지기도 합니다.김자옥 씨의 20대 모습도 있고 최재성 씨의 청춘 시절 모습도 있지요.

  1985년 신동아 4월호부터 화보나 기사에 나오기 시작한 이민우 씨는 당시 대단히 각광 받던 정치인이었죠.이 해 2월 총선에선 신민당이 제 1야당이 되고 그 당수인 이민우 씨가 의원직을 얻으면서 사람들의 화제를 모읍니다.그는 대한민국 정치 1번지라는 종로에서 당선되었는데 당시는 중선거구라서 민정당의 이종찬 씨와 동반당선되었죠.이때 민한당으로 나온 정대철 씨는 3위로 낙선.흑백사진을 보니 당시 유세중인 정대철 씨가 정말 젊군요.1944년 생이니 40대 초반 아닙니까? 요즘 뉴스화면에 가끔 나오는 정대철 씨는 많이 늙었더군요.그와 거의 같은 또래인 가수 남진(1945년 생) 씨는 요즘도 50대 초반 같던데...

  1987년 초엔 우리나라 정당사상 또 한번의 돌풍이 일어나죠.신민당이 분당해서 양 김 씨가 주도한 통일민주당으로 거의 흡수됩니다.이 일이 있기 직전 이민우 파동이 있었죠.이 당시 이민우 구상이라는 게 한국정계에 엄청난 폭풍을 몰고 옵니다.당시 미국정부가 이민우를 지지한다는 소문도 있었고 해서 이민우 씨의 위세가 대단했죠.이민우 구상을 만든 정치인이 그의 최측근인 홍사덕 씨입니다.물론 이 구상은 일장춘몽으로 끝나버리고 이민우 씨는 사실상 정계에서 몰락해 버리죠.지금부터 20여년 전 화보를 보니 홍사덕 씨가 참 미남입니다.홍 씨는 이후 김대중 후보 선거 대변인도 하고 한나라당으로 옮기기도 하는 등 변신을 거듭하지요.

  고인이 된 이들의 모습도 보입니다.신동아엔 말년의 함석헌 선생의 인터뷰와 대담이 있습니다.1983년 10월호엔 소설가 최일남 씨가 인터뷰한 글이 있죠.그 제목이 <백성들의 기개를 길러 줘야 해>입니다.1985년 8월호엔 광복절 특집으로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 일본사 교수 존 하우스와의 대담이 있습니다.이 대담에서 함선생이 좋아하는 우치무라 간조에 대한 회상이 눈에 띄네요.우치무라가 일본의 제국주의 정책에 점점 반기를 드는 사연에 대한  이야기가 구수하고 재미있습니다.1989년 함선생이 타계했을 땐 <바보새 가다>는 특집이 실렸죠.함선생은 생전에 바보새와 자신을 비교하기를 즐겼습니다.이 바보새는 신천옹,꼬부랑 말로 알바트로스라고 하는 엄청나게 큰 바다새입니다.우치무라 간조의 신구약 주석서는 올해 헌책방에 나왔는데 제가 정말 사고 싶었어요.하지만 우물우물하는 사이 지난 달 누가 사가고 말았네요.

  신동아는 80년대에 서독의 슈피겔 지와 특약을 맺고 좋은 글을 번역해서 실었죠.당시 슈피겔 주간인 아욱슈타인은 좌익에 가까왔죠.제가 읽은 연재물 중 제일 도움이 되었던 것은 1986년 9월 10월호 연속으로 실린 <스페인 내전>이었습니다.독일인이 쓴 스페인 내전에 관한 글은 처음이었죠.나중에 빌리 브란트 회고록에도 스페인 내전 참가한 기록이 있다는 것을 알고 헌책방에서 구입한 기억이 납니다.슈피겔 지의 스페인 내전은 특히 국제여단의 영웅담이 재미있었고 소련에서 온 정치위원들이 트로츠키파와 아나키스트들을 무자비하게 숙청한 이야기도 자세했습니다(이때 조지오웰이 투옥되지요. 동지라고 믿었던 스탈린주의자들에게).또 하나 재밌는 것은 저자가 프랑코 군을 도우러 온 히틀러 군과 무솔리니 군 을 비교하면서 독일군을 은근히 칭찬하는 투로 썼다는 겁니다.물론 저자는 공화파를 편드는 논조입니다마는 독일인이라서 독일군이 용감했다는 점은 지적하고 싶었을까요?

  기행문도 재미있는 것이 많습니다.맛집이나 찾고 호텔 종업원이 어디가 이쁘니 어쩌니 하는 기행문이 아니라 수준 높은 역사기행이죠.80년 전두환이 집권하면서 언론계와 학계에서 해직된 이들 중 이런 기행문으로 원고료를 번 이들이 있었습니다.지금은 강경한 우익발언을 서슴치 않는 김동길 씨도 이 당시 해직교수로써 글을 썼죠.83-84년 연재된 글을 보니 민주주의에 투철한 신념이 살아있는 글이라서 묘한 느낌이 듭니다.박권상 씨도 해직언론인으로 서구 민주주의 기행을 그 무렵에 연재했죠.김동길 씨보다 더 오래 연재했습니다.스페인 내전 공부할 때 앞에 소개한 슈피겔 지의 연재물과 박권상 씨의 스페인 기행에 신세를 많이 졌습니다.

  요즘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세간에 많이 오르내리는 최시중 씨가 동아일보 기자 시절에 쓴 김성수 전기가 1985년 경 신동아 속 광고지에 소개되어 있군요.인촌 김성수는 민족운동을 했느냐 친일파냐 하는 논란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만 동아일보 사장 출신이라서 송진우와 함께 동아일보에서 전기가 몇 권 나왔죠.최시중 씨가 유명해지기 전엔 잘 몰랐는데 올해 들어서 80년대 중반 신동아 광고란에서 최시중 씨의 책을 만나니 새삼스럽습니다.독도 문제가 화제가 되면  반드시 등장하는 신용하 씨가 김성수의 교육운동이 항일운동이라고 주장한 논문은 80년대 후반 신동아에 있던 걸로 기억합니다.지금은 민주당 의원인 이낙연 씨가 동아일보 기자 시절, 정치에 관해 쓴 기사도 보이네요.

 가끔 옛 시사월간지나 시사 주간지를 읽다 보면 지금은 노인이 된 이들의 젊은 시절 모습,고인이 된 이들의 전성기 때 모습을 볼 때마다 음...이런 시절이 있었지...하는 생각이 듭니다.정치인이나 지식인들,특히 지금은 한나라당이나 뉴라이트 쪽에 가 있는 이들의 재야시절 글을 읽을 때마다 그 필자이름을 다시 확인할 때가 있습니다.그땐 정말 급진주의자 같았는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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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두부 2008-10-20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딘가에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나이가 들어 보수적이 되는 것은 젊은이들의 진보를 부각시켜 주기 위함이다." 뭐 별로 맞는 말 같지는 않지만 가끔 공감할 때가 있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08-10-21 15:47   좋아요 0 | URL
80년대 학생운동하다가 지금은 전향하여 뉴라이트나 한나라당에 있는 이들 대부분은 90년대,그러니까 30대에 변신했으니 나이 들어 보수주의자가 된 것도 아닙니다.왜 그렇게 일찍 변신했는지는 정치학자나 사회학자들이 연구해 봐야죠.

로쟈 2008-10-20 1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땐 정말 급진주의자 같았는데 말입니다". 전 지금도 사정은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 경험으로도 그러니까요...

노이에자이트 2008-10-21 18:04   좋아요 0 | URL
80년대 운동가들(저는 386세대라는 단어를 쓰지 않습니다)과 같이 운동에 입문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대규모로 전향하는 경우는 앞으로도 드물지 않을까요? 로쟈 님은 어느 정도 급진주의자였을까요?

바람돌이 2008-10-20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나저나 저런 옛날 시사지는 어떻게 모으셨대요? 그것만으로도 대단하십니다.
많은 이들이 자신의 신념을 180도 바꿔 반대쪽에서 너무나도 반동적인 발언과 행동을 일삼는걸 보면 원래 그런 인간들보다 더 화가 납니다. 사람이 어떻게 변하든 자신이 말했고 행동했던 것들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책임감이 똥간에 휴지 버리듯 내팽개쳐지는걸 보면 정말 추하다는 느낌이 절로 들어요.

노이에자이트 2008-10-21 15:54   좋아요 0 | URL
신동아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가 구독하던 걸 계속 모았는데 매 11월호마다 1년치 목차가 나와 있어서 이걸 따로 떼어 놓으니 중요한 내용 찾을 때 참 편해요.
전향에 대해서는 일본의 경우와 비교해 보려구요.

루쉰P 2008-10-20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진짜 궁금한 것이 경제를 잘 알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어떤 책부터 들어가야 할지 참 난감해요. ^^ 독학으로 알고 싶은데 어떤 책부터 봐야할지 감이 안 잡히더라구요. 예를 들어 전 고3때 공고생이어서 IMF덕분에 졸지에 실업자 신세가 되서 학교 실험실에서 수 많은 학우들과 신문지를 덮고 남들 수능공부 할 때 편안한 휴식을 2학기 내내 취했죠^^;; 덕분에 대학을 무려 삼수나 하고 들어갔지만요. 그래서 궁금한 것이 97년 IMF가 도대체 왜 발생이 됐는지에 대한 책과 IMF로 인해 왜 서민들이 타격을 받았어야 했는지 그런 경제적 환경을 참 알고 싶더라구요. 만약에 괜찮으시다면 97년 발생된 IMF에 대하여 꼭 좀 추천책을 부탁드려요. 지금 상황도 그 때와 비슷한 것 같거든요. 정말 추천 부탁드립니다. 전 정말 알고 싶어요^^

노이에자이트 2008-10-21 16:13   좋아요 0 | URL
제가 전문가도 아니고...1997년 상황에 대한 자세한 사정을 알고 싶으면 정규제<이 사람들 정말 큰일 내겠군>한국경제신문사 를 보세요.당시 재경부 장관 강경식<환란일기>는 해명성 저술이죠.환란 책임자로 법정에 섰으니까요.부록으로 법정진술까지 수록했어요.기본적인 경제용어를 알고 싶으면 고교 사회의 경제 장을 봐두는 게 좋아요.
저는 역대 한국 대통령들의 경제정책을 공부해보려고 해요.

루쉰P 2008-10-21 23:52   좋아요 0 | URL
아 감사합니다. 내일은 직장에 가서 고교 사회 경제 자습서부터 사서 봐야겠네요. 경제라는 것이 참으로 흥미를 끌기는 하는데 왜이리 어려운 건지 노이에자이트님이 추천해주신 책은 강준만 교수의 한국현대사 참고 서적에 기록돼 있는 것도 봤었어요.^^ 추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꼭 읽어 볼께요. 곤란한 질문 드려서 죄송해요. 아~ 전 왜이리 부족한건지. 감솨해요.^^

노이에자이트 2008-10-22 16:26   좋아요 0 | URL
열심히 공부합시다!!!

率路 2008-10-21 0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작해야(?) 20년 전 이야긴데 까마득한 옛이야기 같아요.
말씀하신 분들의 변신에변신에변신 때문인지...-_-;;;;

노이에자이트 2008-10-21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당시 민족해방파의 대부 김영환 씨는 1990년대 초에 이미 변신했구요,중반 경엔 조갑제 씨와 함께 일하다가 지금은 뉴라이트 이론지인 <시대정신>의 발행인이죠.

가시장미 2008-10-21 2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그런 변신이 일어나는 걸까요? 세상이 그들을 그렇게 만드는 걸까요? 원래 그들은 그런 인간들이었을까요? 사람이 변하는 건 참 힘든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참 쉽게 느껴지기도 해요. 그들이 과거의 자신이 쓴 글을 본다면 무슨 생각을 할지 궁금하네요. ^^

노이에자이트 2008-10-22 16:14   좋아요 0 | URL
전향 문제는 일본에서 상당히 깊은 학문적 업적이 있는데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선 그다지 주목하지 않습니다만 특히 1990년대 초중반의 전향은 학문하는 사람들이 파헤쳐 볼 만하다고 봅니다.
글쎄요.예전 자기들의 글을 보면 쑥스럽겠죠.

비로그인 2008-10-22 0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동아도 동아일보랑 거기서 거기겠거니 했는데 제 선입견일 뿐 이었군요.
예전에 WTF(세계태권도연맹)의 한 원로가 태권도의 모체가 공수도임을 인정한
기사를 신동아에서 읽은적이 있는데 모두가 쉬쉬하고 공수도 모체론 혹은 유입론을
말하면 매국노나 친일파로 몰아가는 분위기에서 그 기사는 그야말로 언론 본연의 역할을
보여준 기사였죠.

노이에자이트 2008-10-22 16:17   좋아요 0 | URL
신동아는 아직도 동아일보와는 달리 조선일보 월간조선 식 섬뜩한 반공논문이나 논설은 싣지 않고 있습니다.동아일보는 강경한 반공 기조를 살리고,신동아는 조금 옛날의 기개?를 어느 정도 살리기로 편집방침을 정한 것 같습니다.

쟈니 2008-10-22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버지께서 신동아를 보셔서 어렸을 적에 종종 본 적이 있었습니다. TV에서는 접하기 힘든 이야기들 속에서, 어린 마음에, 이게 사실인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사람의 생각은 시간에 따라 바뀌기 마련인가봅니다. 저는 10대때와 지금 생각이 달라져서, 사람의 생각이란게 인생을 거치며 바뀔 수 있다는 생각 많이 하고 있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08-10-22 16:20   좋아요 0 | URL
지금도 가지고 계시면 가끔 살펴 보십시오.어릴 때와 달리 세월이 지나면서 생각도 달라지고 경험도 많아지면서 새로운 느낌으로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전세계가 몸살을 앓으면서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난이 일고 있습니다.시장경제만이 최종적 승자라며 역사의 종언을 외쳤던 프랜시스 후쿠야마조차 미국식 자본주의의 맹점을 지적하고 나서는 형편입니다.그가 자신만만하게 시장경제의 승리를 외친지 20년이 채 안되었는데 말입니다.이제 신자유주의에 대해서 그 근본부터 재검토해보아야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그러면 사회주의 몰락 전후에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한 번 옛날로 돌아가 보기로 합시다.

 1991년 3월호 신동아에 리영희 씨의 <사회주의의 실패.지식인의 사명>이라는 일종의 고백록이 실렸습니다.한때 리영희가 비관주의자가 되었다는 말이 돌만큼 화제를 불러 일으킨 글입니다.원래는 그 해 1월26일 연세대 장기원 기념관에서 열린 한국정치 연구회의 월례 토론회에서 '변혁시대 한국지식인의 사상적 좌표'라는 제목의 강연회를 신동아 독자를 위해 다시 다듬은 글입니다.이 글에서 리 씨는 사회주의 국가들이 시장경제를 도입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자본주의의 가장 어두운 면만 보여주고 있음을 착잡한 심정으로 말하고 있습니다.특히 사회주의적인 도덕의 상징으로 그가 자주 거론하던 중국의 당산 시민들의 예-지진이 났을 때 어려운 상황에서 서로 돕는 모습을 보인 시민들-를 또 들면서 이젠 그런 모습은 다시는 볼 수 없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인간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동물이 아닌 것 같으며 심지어 조국의 통일논의도 좀 냉정히 접근하자고 마무리했습니다.한때 페레스트로이카를 보며 사회주의의 희망을 발견했다고 했던 그로서는 페레스트로이카도 그 종말이 보이고 있는 참에 사회주의에 대한 회의감을 가감없이 드러낸 것입니다.(이 글은 마치  1848년 혁명 당시 자신들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 노동계급을 배반해 버린 시민계급을 보고 서구 민주주의에 대해 비관적인 견해를 드러낸 알렉산드르 게르첸 같은 분위기마저 풍겼습니다).그를 마음 속의 스승으로 따르던 젊은이들의 충격과 반발이 대단해서 이 글에 대한 반론이 잇따랐고 성질이 격한 이들은 배신자 운운 하기도 했죠.

  1992년 2월호 신동아에는 한완상 씨의<마르크스주의 사회학의 오류>라는 글이 실렸습니다.이때는 아예 소련이라는 나라 자체가 역사에서 없어진 이후입니다.한 씨가 이 글에서 주로 다룬 대상은  민중사회학을 소시민적이니,부르조아적 개량주의니 하면서 비판하는 정통적 입장의 일부 젊은급진사회학자들의 교조적 경직성이었습니다.한 씨는 학술운동으로서 이들 급진적인 젊은 학자들의 기여는 인정하면서도 지나치게 경직되어 남의 비판엔 귀를 닫아버린 자세를 지적했습니다.사실 그들은 자신들의 학문방법론이 정통이며,자신들과 다른 학자들에 대해선 온갖 비난을 퍼부었지요.사회민주주의자,종속이론가,세계체제론자,민족경제론자 등등이 그들의 비난의 대상이었습니다.한 씨는 이제 열린 자세로 다른 이론과 사상에도 주의를 기울이라며 후학들에 당부하는 식으로 마무리를 했습니다.

  이제 당시의 승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글을 검토해 볼 차례입니다.지금도 경제분야는 물론 해박한 지식으로 여러 분야에 대해 글을 통해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논객 복거일 씨의 글입니다.1990년 11월호 신동아에 실린 그의 서평<우리 사회 마르크스주의자들에게 던진 페레스트로이카의 충격>인데 이때는 이미 페레스트로이카의 참신성은 떨어지고 소련은 시장경제를 더욱 더 도입해야한다는 샤탈린 노선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동독은 이미 없어졌구요.복 씨가 다룬 책은 학술단체협의회의 논문집<사회주의 개혁과 한반도>한울 입니다.이 책은 사회주의의 변모에 당혹스러워하던 한국의 진보내지 급진성향 학자들이 사회주의의 변모를 비판적으로 본 글들이 실려 있었지요.사회주의의 병폐인 계획경제를 고치기 위해 시장경제를 도입하기 위한 것이 페레스트로이카라면 마르크스 주의의 위기에 닥쳐서도 계속 마르크스주의를 고집해선 안된다며 복 씨는 다음과 같이 주문합니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마르크스주의의 위기에 대한 철학적 성찰이 없다는 것이다.논의의 촛점은 페레스트로이카 자체에 맞추었으며 그것을 불러 온 마르크스주의의 근본적 위기는 조명되지 않았다.그리고 페레스트로이카에 대한 논의도 그것의 성과를 알차게 할 길을 찾기 보다는 그것의 정당성을 부정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졌다.

.....아마도 저자들에게는 사회주의의 위기를 차분히 성찰하기에는 지금 상황이 너무 급박하게 비쳤을 것이다.그러나 어떤 지식이나 체계가 근본적인 위기를 맞으면 그 원인을 찾는 길은 그 체계의 근본적 가정을 검토하는 일에서 시작되어야 한다는 사실은 그대로 남는다.그 체계가 세워질 때에는 당연하게 여겨졌던 가정이나 그 존재조차 제대로 인식되지 않았던 가정들을 그동안 깊어진 지식으로 검토하는 일은 언제나 보답이 크다....

 역사에서는 원고와 피고가 바뀔 때가 있지요.그렇게 의기양양하며 영원불멸할 것 같았던 승리를 외치던 이들은 불과 이십년이 안 되어 고개를 숙이고 있습니다.정부개입이 없는 자유로운 시장경제를 해야된다는 이들이 정부가 어서 개입하여 우리를 살려달라고 외치고 있습니다.복거일 씨의 주문은 이제는 그대로 신자유주의자들(복거일 씨도 포함하여)에게 해도 무방합니다.남에게 자기성찰을 요구하기는 쉽지요.하지만 자신을 객관화하고 자신들이 신봉하는 근본적 가정들을 검토하기는 정말 어렵습니다.과연 신자유주의자들은 어떻게 반응할까요? 복 씨는 위기가 닥치면 철학적 성찰을 해야 하고 그런 자세는 보답이 크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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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8-10-16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지금 복거일 당사자라면 얼굴이 붉어질 것 같네요.

노이에자이트 2008-10-16 15:43   좋아요 0 | URL
복거일 씨는 실력있는 논객이지요.그가 이번 금융공황에 대해 좀 긴 글을 쓰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릴케 현상 2008-10-16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 전에 얼핏 읽은 복거일 칼럼이~주류경제학이 잘 못맞추는 건 경제문제란 원래 너무 복잡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정도라도 발전해온 주류경제학이 대견하다~ 는^^

노이에자이트 2008-10-16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류 경제학과 급진 및 마르크스 경제학을 함께 공부해야 하는데 요즘 대학 교과과정을 보면 예전과 다름없이 주류 계량 경제학 일색이라 안타깝습니다.

루쉰P 2008-10-18 0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경제학을 정말 배우고 싶어요^^ 오랜만에 들렸네요. 노이에자이트님 제가 오늘 페르디난트 퇴니스의 <게마인샤프트와 게젤샤프트>란 한국번역본을 책을 발견했습니다.^^ 리영희 교수님의 대화에서 본 책인데 어찌나 반갑던지 그래서 혹시나 이 책이 필요하시다면 제가 무료로 보내드릴께요^^ 제가 한 6권을 왕창 구입했거든요. 부담 갖지는 마시고 혹시나 필요하시면 얘기해 주세요^^ 제 친구들 중에는 읽을 사람이 없거든요. 저만 이런 취향이어서..^^

노이에자이트 2008-10-18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고전 중의 고전이죠.그런데 어쩌죠? 저는 그 책이 있어요.삼성출판사 번역본이죠.시국사건 중에 민족주의비교연구회 사건이라는 게 있었는데 거기 연루된 황성모 씨가 번역한 거예요.
저는 요즘 우리나라 뉴라이트의 뿌리인 서강학파에 대해 공부하고 있어요.경제정책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학파인데 남덕우 사단이라고도 하죠.박정희 이후 우리나라 경제관료 거의 대부분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요.

루쉰P 2008-10-18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정말 감사합니다. 황성모씨가 어떤 분인지 몰랐는데 그런 사건이 있었군요. 도대체 우리나라 현대사는 왜이리 비밀이 많은건지 원... 근데 서강학파라는 부분이 굉장히 흥미가 가네요. 아 그리고 안타까운건 책이 있으시군요. 로쟈님도 이 책이 있으시다고 하더라구요. 역시나 고수님들은 저보다 먼저 다 접하셨군요. 전 이 책을 발견하고 희열에 떨었죠^^
남덕우 사단에 대한 글을 빨리 읽어보고 싶네요.^^ 왕 감사

노이에자이트 2008-10-20 15:26   좋아요 0 | URL
서강대 교수한 사람들이라서 그런 용어가 생겼어요.박정희 새대부터 지금까지 우리나라를 주름잡은 경제관료는 거의 전부가 이 계열이죠.남덕우 씨는 몇년전 회고록을 냈어요.

率路 2008-10-19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보면 신동아가 언제부터 저렇게 '확연히' 이상해져버렸는지 알다가도 모르겠어요.
2000년?정도만해도 읽어볼만한 글이 꽤나 있었던것 같은데 말이죠.

노이에자이트 2008-10-20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동아는 동아일보와는 좀 다른 편집방향을 갖고 있는 듯합니다.이번 10월호에도 리영희 특집기사가 있더라구요.80-90년대 신동아는 거의 재야 기관지 같은 느낌도 있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