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는 대학에서 경제관련 공부를 한 적이 없고 독학으로 경제학을 공부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조적인 두 가지 반응을 보았습니다.현정부에 비판적인 한 지식인은 "30대의 무직자가 이런 전문적인 글을 쓸 수 없다."는 글을 인터넷에 올렸습니다.독설로 유명한 한 국회의원은 이번 일을 "학력을 속인 신정아 사건과 같은 일이다."고 했습니다.이 국회의원은 참여정부 시절,노무현 정부를 비판하면서 "앞으로 우리나라에선 대학을 나온 사람만이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는 말을 해서 굉장한 논란을 불러 일으킨 적이 있습니다.두 사람의 성향은 판이합니다만,한 사람은 학력을  중시하고 한 사람은 현장전문 경험을 중시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시대에는 제도권의 전문가보다 더 뛰어난 독학의 전문가가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특히 4년제 대학에서 해당학과를 나와야만 전문적인 지식을 인정하겠다는 댓글도 꽤 있더군요.심지어 일부 신문기자들은 "30대 백수에게 나라가 휘둘렸다"는 등 자극적인 기사제목도 뽑고 있습니다.그런 사람들에겐 2년제 대학은 물론이고, 만약 그보다도 더 못한 학력의 소유자가 나름대로 뜻이 있어 열심히 혼자 공부하여, 어느 분야에서 지적인 성취를 이룰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하기 힘든 모양입니다. 

   사실은 저도 그런 식으로 전공을 보는 사람의 눈으로 본다면 무자격자요,극단적으로 말하면 얼치기라는 말을 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저는 영어 관련 학과를 나오지도 않았는데 영어를 가르친 경력도 있고.한문교육 관련 학과를 나오지도 않았는데 한자 및 한문을 가르친 적이 있으며.심지어 도장 한번 다니지도 않았으면서도 격투기 선수 테스트 전에 나간 적이 있습니다.물론 불합격했지만요.여하튼 제대로 정규과정을 밟은 게 거의 없네요.이 곳 알라딘에서도 저는 이것 저것 글을 쓰고 있습니다만.고맙게도 몇 몇 사이트에서 제 글을 퍼가고 있습니다.어떤 사이트를 가보니 제 홈피를 추천하면서,"해방 전후사와 민족주의에 해박한..."이라고 소개를 해놓았습니다.참으로 과분한 칭찬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그런데 저는 역사학과를 나오지 않았습니다.학력과 학과를 중시하는 사람이  본다면 저는 제대로 자격을 갖춘 사람이 아니게 됩니다.그런데 대학에서 무슨 무슨 학과를 나왔다는 것을 우리나라에서는 전공했다는 표현을 쓰던 것 같던데 전공이란 다른 뜻이라고 알고 있습니다.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우리나라 대학교육의 현실에서 그 학과에 4년 동안 다니면 진정한 의미의 전공-해당 분야의 전문지식을 깊이 있게 갖추었다는 뜻-을 했다는 말을 할 수 있는지도 의문입니다.그냥 그 학과를 나왔다는 것일 뿐이지요. 

  지난 달,아담 스미스를 경제사상사 뿐 아니라 사회사상사 쪽에서 접근한 책을 이것저것 읽다가 일시 중단했습니다.그런데 동아시아의 제국주의에 대한 논문을 읽으면서 고도쿠 슈스이를 언급한 대목에서 제국주의론을 다시 공부했습니다.그러다 아담 스미스를 다시 만나게 되었지요.고도쿠 슈스이가 주장한 것은 사실 경제학사나 경제사상사에선 그다지 새로운 것이 아니고 17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계보가 있습니다.이 문제는 공황과 제국주의 문제를 다루어야 하는데.우리나라 경제학과에서 주로 배우는 주류 경제학(근대경제학의 한 분파만을 가리키는 것이기는 하지만)에선 공황론이 나오지 않습니다.그리고 요즘 누가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을 읽는답니까.하지만 책에 인용된 아담 스미스의 글을 국부론에서 직접 찾아보니 그 재미도 괜찮습니다.그도 내수경제가 탄탄하면 식민지 쟁탈하는 국력의 낭비를 방지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미네르바의 전문지식은 외환거래 분야에서 굉장히 깊이를 보여주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입니다.그래서 그가 독학으로 경제학을 공부했다는 검찰의 발표를 못 믿겠다는 생각을  한 사람도 있는 것 같습니다.저도 그런 분야의 전문지식은 없습니다.단,제국주의론을 공부하려면 공황이론과 함께 금융자본론을 공부해야 하니까 그 분야의 전문서를 구비해 놓기는 했습니다.특히 저는 금융자본 자체를 다룬 책이 어려울 것을 대비해서 편법을 쓸 준비까지 해놨는데,그것은 은행의 역사를 공부하는 것입니다.이건 좀 접근하기가  쉽죠.이 방법은 제가 전쟁을 공부할 때 쓰던 방법을 응용한 것입니다.처음엔 전쟁터의 군인과 장군들에 촛점을 두고 전쟁을 공부하다가.나중엔 전쟁외교에 관심을 돌렸고  그 다음엔 석유 확보,그 다음엔 전쟁자금은 어떻게 확보하는가로 관심을 옮겼습니다.여기서 이 순서를 보면 알겠지만.군사학에서 외교사로,그 다음은 경제사 및 경제학으로 관심이 옮겨지는 겁니다.특히 저는 금융자본이 어떻게 세계를 지배하는가 하는 문제를 공부하기 위해서 19세기 말 국내에 상륙한 일본의 금융자본이 나중에 만주국까지 지배하게 되는 과정을 파헤친 조선은행의 역사를 구해놓았습니다.

  원로 경제학자들이 우리나라 경제학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치우친 학파를 듭니다.미국식 주류 경제학만이 득세하고 있는 현실을 우려하는 것이지요.이 학파의 문제점은 경제사와 경제사상사에 대한 무시를 들 수 있습니다.이런 식으로 가다간 경제학과도 법학과의 전철을 밟을 수 밖에 없게 됩니다.법학은 분명히 사회과학의 한 분과이면서도 우리나라에선 그냥 고시나 공무원 시험에 필요한 수험 법학 밖에 안된다는 오명을 뒤집어 쓰고 있는 현실입니다.법사상사를 공부하지 않게 되었지요.경제학이 이런 식으로 가다간 경제사나 경제사상사에 무지한 이들을 양산해내게 되고 이는 인문사회의 기초가 전혀 되어있지 않은 사회과학 출신이라는 희한한 존재가 많아진다는 안타까운 결론에 이르게 되는 것입니다. 

   경제사와 경제사상사를 함께 공부해보려고 합니다.제가 그런 면에서 귀감으로 삼는 책은 모리스 돕<정치경제학과 자본주의>입니다.돕은 자본주의 이행 논쟁의 단초를 연 경제사학자로서 <자본주의 발전연구>라는 그의 책을 둘러싸고 폴 스위지가 문제제기를 하여 국제적인 학술논쟁을 벌어지게 한 전설 같은 인물입니다.이 논쟁은 들어본 사람은 많으나 실제로 그 논문들을 읽고 공부했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또다른 전설을 만들어 내기도 했지요.하지만 또 간과해선 안될 것은 그 논쟁에 참가한 일본의 다카하시 고하치로가 일본의 경제사 연구 수준을 전세계에 과시한 사실입니다.자본주의 이행논쟁을 실제로 공부했는지는 이 학자의 이름을 아는지 물어보면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논쟁에 중요한 역할을 한 중요인물입니다.이 논쟁을 소련에서 평가할 때 그  수준으로 보아 돕이나 스위지보다 더 낫다는 호평을 받았던 인물입니다.우리나라 경제사학회 초대회장이던 조기준 씨나 그보다 조금 후배이면서 지금도 노익장을 과시하는 주종환 씨 등의 경제사 실력은 그들이 일본에서 경제학을 배운 것에 힘입은 바 있습니다.일본은 경제사와 경제사상사를 함께 배우는 전통이 있으니까요.돕 역시 경제사학자입니다만,경제사상이나 경제이론에도 깊이 있는 전문지식을 가지고 <정치경제학과 자본주의>를 썼습니다.저 역시 공황이론을 정리한 장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경제사와 경제사상사를 함께 공부한다는 것은 목표는 좋지만 실천은 힘들다고 합니다. 힘들어도 해보겠습니다.설마 경제학과 안 나온 사람이 경제학에 관해 글을 쓰면 안되는 법이 제정되지는 않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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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9-01-13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약 미네르바가 4년제 대학을 나왔다면 어느 학교인지도 따질 것이고 인지도가 낮은 학교 출신이라면 또 그것 가지고 시비 걸것이 뻔하다고 생각해요. 이것과는 무관하게 4년제 대학을 나왔다는 것은 말씀하신 것 처럼 그 학교를 나온거지 지식인과는 거리가 멀죠. 학문을 닦는 것이 아닌 학점관리에들 바쁘신데 졸업하고 나면 머리에 남아있는게 없죠. 사회,상경계열이면 최소한 몇 가지 정도의 이론은 알고 있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못한 사람이 많아요. 더 심하면 이론이 왜 필요한지도 모르는 경우도 있죠.

노이에자이트 2009-01-13 01:01   좋아요 0 | URL
허허허...여하튼 우리나라에 줄세우고 차별하는 문화가 심하지요.
언제 한 번 조기준 씨가 일제시대 때 일본 유학가서 읽게 된 일본 경제학과 학생들의 독서목록을 한번 공개해야겠어요.

evol 2009-01-13 0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 그런 법이 제정되지는 않을 겁니다. 왜냐하면 법으로 정해지면 자기 맘대로 못하고 번거롭자나요 ㅋㅋ

노이에자이트 2009-01-13 00:48   좋아요 0 | URL
법은 제정되지 않아도 사람들의 관행이나 편견은 법보다 더 강하니 그걸 극복하려면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지요.

바람돌이 2009-01-13 0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네르바사건으로 이놈의 사회가 또다시 얼마나 학벌지상주의인지가 첨예하게 나타났죠. 정말 얼마나 부끄러운지.... 단순한 법의 문제가 아니라 이 깊고도 깊은 차별의식은 어디서부터 바뀔수 있을지 참...
그나저나 노이에자이트님의 학구열은 정말 대단합니다. 이즈음 대충 어려운책은 피하고 싶은 저랑은 너무나 다르셔요. ㅎㅎ

노이에자이트 2009-01-13 16:17   좋아요 0 | URL
어디서부터 문제를 풀어야할지...막막합니다.일종의 인권침해 같기도 하구요.
경제사나 경제학이 두뇌소모가 많은 분야이긴 합니다.

... 2009-01-14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본문중에 한가지 조금 핀트가 안맞는 비판이 있습니다. 먼저 어떤 여자 국회의원의 발언은 제외하구요. 그건 논할 가치도 없는 망발이 맞으니깐요. 다만..어떤 '전문가'가 했다는..

"전문대 학력에 독학으로만 공부해가지고는 이런 전문적인 글을 쓸 수 없다."

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오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포인트는 사실 '학력'은 아닌것 같습니다. '전문적 경험'이라는 표현이 더 중요하겠죠. 현장 전문가들이 미네르바가 진짜가 아닐수 있다고 의심하는 이유는 현장 경험이 없는 사람이 쓸 수 없는 글이라는 이유입니다. 전문가는 전문가를 알아보는 법인데 현실적으로 지금 구속된 박모씨가 그런 실전 경험을 해본 사람은 아니거든요. 단지 학벌때문만은 아니라는 거죠. 설사 구속된 박모씨가 정상적으로 대학다니면서 학점이 높고 교과서 공부 열심히 했다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실물 경제의 전체적인 맥락을 짚을 수는 없습니다. 교과서는 교과서일 뿐이고 아무리 인터넷이 발달했다하더라도 웹서치따위로는 절대 수집하거나 파악할 수 없는 정보들이 있습니다. 이런 실전 정보들을 바탕으로 맥락이 통하는 글을 썼기 때문에 미네르바의 글이 지지를 받았던 것이고 지금 상황에서 해당분야 전문가들 입장에서는 (진짜 여부에 대해서) 의심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학력때문이 아니라는 거죠...

노이에자이트 2009-01-15 23:21   좋아요 0 | URL
제 글을 관심있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쟈니 2009-01-15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학 교수들은 전공이라는 가상의 성을 쌓아서, 그 성을 졸업했던 사람이 아니면 함께 이야기를 하지 않죠. 그런 가상의 성이 한국 학문의 가장 큰 걸림돌이 아닐까 합니다. 전공과 학력, 학벌을 넘어야 우리 사회의 학문이 제대로 성장할텐데.

노이에자이트 2009-01-15 23:12   좋아요 0 | URL
글쎄요...제가 교수들의 세계는 잘 모릅니다만,쟈니 님의 우려는 일리가 있습니다.

Mephistopheles 2009-01-15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본의 건축가 중에 안도 타타오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국제적으로 명성이 자자한 유명 건축가입니다. 재미있는 건 이 사람의 학력과 출신입니다. 고졸입니다. 그리고 프로복서출신이지요. 건축전공..안했습니다. 단지 그는 매맞아 번돈으로 꼬르뷔지에(현대건축의 거장)의 건물들을 보러 여행을 다녔습니다. 그 후 그가 건축계에 발을 들이고 여러가지 업적들을 남기게 되죠. 일본내에서보단 국제적으로...그의 명성에 걸맞게 동경대학교 강의자리가 나왔지만 동경대교수들이 반대했었죠. 독학으로 건축을 배운 사람을 대 동경대의 강단에 세울 순 없다고...결과는 동경대 강의 했습니다. 학생들의 요청으로..우리나라라면...글쎄요...매맞은 돈으로 유럽건축기행까지는 가능해도...건축계에 발을 들여놓지는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옆나라도 학벌, 학연 엄청 따지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한쪽 숨구멍이 터져 있지만..우리나란 글쎄요. 완벽한 철옹성 같아 보입니다.세계 100위 안에 드는 4년제 정규대학하나 없는 나라에서 말입니다..ㅋㅋ

노이에자이트 2009-01-15 23:11   좋아요 0 | URL
적절한 예를 드셨군요.그리고 우리나라 기자들은 운동선수들을 이야기할 때도 고졸신인이니...하는 그런 표현 좀 쓰지 말고,대학 학번 좀 들먹이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지겨워서 원...안도 타다오란 양반 멋지군요.그리고 그런 이들을 끝내 교단에 세우도록 한 학생들도 이쁘네요.
 

  존 홉슨의 제국주의론이 나오기 1년 전인 1901년 <20세기의 괴물 제국주의>가 출간되었습니다.고도쿠 슈스이(1871-1901)의 역저이지요.그의 저작은 홉슨에 비하여 학술적인 연구서는 아니지만 그 날카로운 통찰력은 지금 음미해 보아도 설득력이 있습니다.특히 제국주의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지요.그의 저작 중 가장 중요한 대목입니다. 

.....제국주의자들은 일제히 입을 모아 "무역이 중요하다,영토의 확장은 우리의 상품을 판매할 시장을 구하는 데 있어 실로 급선무이다" 고 외친다.그들은 무엇때문에 새로운 시장의 개척을 필요로 하는가.그것은 자본의 과잉생산 때문이다.하지만 자본가들이 과잉생산으로 고민하고 있는 이면에는 수천만의 빈민들이 먹고 입을 것도 부족하여 고생하고 있다.저들의 과잉생산이란 시실은 수요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다수 국민의 구매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며, 이런 구매력의 저하는 부의 분배가 공평성을 잃어 빈부의 격차가 날로 심화되기 때문에 생긴다. 

...따라서 오늘날 구미의 경제문제는 다른 가난한 국민을 압박하고 이를 굴복시켜 그 상품소비를 강요하기에 앞서 먼저 자국의 다수 국민의 구매력을 향상시키지 않으면 안된다.그러려면 자본에 대한 특혜적인 권리부여를 금지하고 일반 노동자에 대하여 공평하게 이익을 분배해야 한다.그러므로 분배를 공평하게 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자유경쟁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조하여 사회주의적인 제도를 확립하지 않으면 안 된다.

  고도쿠 슈스이는 아나코 신디칼리즘에 기울어져 직접행동론을 주창하는 등 정통 맑시즘과는 거리가 있지만 반전 평화 제국주의 운동으로 일본의 앞날에 경고를 잊지 않았습니다.1905년 7월 21일 을사조약을 앞 두고 그는 사카이 도시히코 등과 함께 일제의 조선정책을 반대하는 결의문인"우리는 조선인민의 자유,독립,자치의 권리를 존중하고,이에 대한 제국주의 정책은 만국평민 계급공통의 이익에 반대되는 것이라고 본다.그러므로 일본정부는 조선의 독립을 보장해야 한다는 언책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를 세계 각국에 호소하였습니다.이 결의에는 고도쿠와 거리를 두던 사회주의자들도 분파를 넘어 공동행동을 취하였지요.일본의 민주투사로 숭앙받던 자유민권운동 계열들도 일제의 한국지배에 대해선 별다른 비판이 없었던 당시를 생각해 본다면 이들의 반전-반제국주의 사상은 돋보입니다. 

  존 홉슨의 <제국주의론>은 레닌의 1917년 저작인 <제국주의-자본주의의 최고단계>에 인용되어 유명해졌습니다.홉슨은 진보적 자유주의자이긴 하지만 사회주의자는 아니었는데도 카우츠키의 제국주의론이 레닌의 맹비난을 받은 것에 비해 비교적 후한 평을 받았지요.하지만 홉슨의 저작에는 요즘 중국경계론과 비슷한 주장이 있어서 놀라게 됩니다.그의 <제국주의론> 뒤편의 '아시아의 제국주의'장에는 "중국이 형세를 역전시켜 서구 산업국가의 자본과 관리자를 차용하여,혹은 중국의 자본가와 관리자를 활용하여 값싼 자국 상품으로 자국시장을 석권한 뒤 무역에서는 서구 수입상품을 거부하면, 결국 이전의 후원자이면서 중국을 개화시켜 준 국가들을 재정적으로 지배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게다가 "황인종 노동자,황인종 용병부대 및 아시아 아프리카에서 유입될 농산물과 공산품에 우리 농민과 노동자의 복지가 위협받지 않을까"하는 언급에서는 인종주의자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까지 들 정도입니다.1900년 의화단의 봉기를 진압하러 중국으로 출동하는 독일군에게 카이저인 빌헬름 2세가 "황인종이 유럽을 지배할 지도 모르니 난을 일으킨 중국인을 몰살하라"는 명령을 내리는 형편이었고 중국과 일본이 연합하여 유럽열강에 대항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유럽과 미국에 퍼져 있는 상황이긴 했지만 홉슨 같은 진보주의자까지...하는 놀라움은 금할 수 없지요. 

 고도쿠 슈스이는 천황암살 모의에 가담했다는 조작극에 걸려 투옥된 뒤 형장의 이슬로 사라집니다.그와 함께 아나키스트로 쌍벽을 이루던 오스키 사카에는 관동대지진의 와중에 아마이에게 살해당합니다.오스키의 경우엔 그의 자서전이 우리나라에도 번역되어 있으나 고도쿠가 생전에 "나를 알려거든 이 책 한 권만 읽으면 된다"고 자신만만했던 그의 대표작<20세기의 괴물 제국주의>는 아직 번역이 안되어 있습니다.일본 제국주의자들이 내세운 사이비 아시아주의와 달리 반전 민족자결,반 제국주의를 내걸고, 1907년 일본에 망명해 온 중국,필리핀,베트남,인도의 혁명가,독립운동가들과 함께 동화 화친회를 결성하기도 한 진짜 아시아주의자인 고도쿠의 전기나 그의 저서를 우리말로 읽고 싶군요.그는 또 박노자가 좋아하는 아나키스트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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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9-01-08 0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국내 경제 관련 기사를 봐도 내수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얘기가 종종 보이더군요. 일자리도 늘어나질 않고 고용의 질도 떨어지고 그렇다고 사회안전망이 잘 갖춰진것도 아닌데 유가환급금 몇 푼 쥐어주고 서민을 생각한다고 하니 참 어이가 없네요. 두 번째 문단의 글은 짧지만 굉장히 명쾌하네요.
말씀하신 존 홉슨의 사례가 프랑스의 똘레랑스나 자유,평등,박애 그리고 종교탄압을 피해 아메리카에 정착한 사람들이 만든 종교자유조례 등과 같이 어디까지나 그들만의 가치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주민들과 인디언들이 겪어야 했던 일들을 볼 때 말이죠.
고도쿠 슈스이 같은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네요.

노이에자이트 2009-01-08 17:46   좋아요 0 | URL
내수가 부족해서 공황이 생긴다는 이론을 과소소비론이라고 하는데 맬서스도 주장했고 그 이전의 옛날 경제학자들도 했던 주장입니다.하지만 고도쿠는 이를 제국주의론과 연결했지요.홉슨도 여기에 속합니다만 혁명가는 아닙니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는 미국과 유럽에서 황인종에 대한 테러가 굉장히 심했습니다.구타는 물론이며 살인까지 서슴지 않았지요.

머큐리 2009-01-08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글은 퍼가도 뭐라 안하실 거죠...^^; 매일 눈팅만 하다 퍼가기까지 하면 죄송스러워서

노이에자이트 2009-01-08 16:57   좋아요 0 | URL
죄송스러울 것까지야...종종 들러서 좋은 말씀 부탁합니다.

비로그인 2009-01-08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에도 뉴스 나왔지만 러시아도 제노포비아가 심하다고 하더군요. 해당 국가가 자국민에 대한 보호 노력이 소홀할수록 표적이 되는 것 같아요.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우리나라 사람들이 피해보는 걸 보면 그런 것 같아요.

노이에자이트 2009-01-08 23:25   좋아요 0 | URL
제정 러시아 때 유태인 학살은 유명했지요.그래서 유럽이나 미국으로 이민간 유태인들이 많았습니다.최근엔 나치조직도 생겼는데...2차대전 때 독일군에게 가장 피해를 많이 본 나라에서 웬 나치? 했지만 역시 폭력적인 인종차별주의는 그런 걸 안 가리죠.

파란여우 2009-01-08 2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도한 민족주의도 제노포비아를 양산시킨다고 보는데요, 우리나라 같은 민족순결주의에 걸린 국가일수록 위험성이 높죠. 현재까지 의도적인 폭동은 안일어나고 있지만 경제상황이 악화될수록 이런 불안감을 감당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취업이 안된 청년이 문방구, 고시원 등을 방화하는 것이 외국인노동자들에게 직접적인 폭력을 행사하기 시작하면...피해의식을 조장시키는 국가폭력이 가장 저열하고 위험한 것이지만요.

노이에자이트 2009-01-09 00:31   좋아요 0 | URL
우리나라에도 외국인 노동자 물러가라는 구호를 내건 단체가 생겼더군요.마치 유럽의 파시스트 단체가 생기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순혈주의에 기반한 극단적인 국수주의가 워낙 강해서 염려됩니다.

비로그인 2009-01-09 0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네시로 가즈키의 <플라이 대디 플라이>에서도 재일동포 고교생 박순신이 어렸을 적에 한 일본인으로부터 테러를 당했는데 그 이유가 일본인이 직장에서 해고되었고 해고의 원인을 외국인들 때문이라고 생각해 마침 지나가는 길에 朴이라는 문패를 보고 거기서 나온 순신에게 칼질을 했다는 부분이 나오죠. 우리나라 인터넷상에도 실업문제를 외국인 탓으로 돌리는 사람들흔히 볼 수 있죠. 정작 6,70만원 받고 공장에서 일할 수 있겠냐면 백수로 있겠다는 자들이 그런말을 하죠.

노이에자이트 2009-01-09 23:14   좋아요 0 | URL
바로 그래서 미국에서는 이민규제법에 기업주들은 난색을 표하는 겁니다.우리나라에서도 기업주들은 비슷한 반응을 보일 걸요.싼 값에 부릴 수 있는 노동력이 중요하니까요.

가시장미 2009-01-10 0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석훈씨의 <촌놈들의 제국주의>를 읽고 있는데, 제국주의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참 와 닿네요. 이런식으로 가다가는 중국 일본 한국이 제국주의의 열을 올려 정말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신자유주의의 물결이 거세게 몰아치다보니 내수를 살리려는 노력은 한 하고, 경제영토를 찾는데만 열을 올리는 것 같습니다. 요즘처럼 모두가 힘들고 실업률도 높을 때는 어떻게든 서민을 위한 정책을 세워야 할 텐데..나라의 일꾼이 칼 자루를 쥐고 이런저런 횡포만 일삼고 있는 것 같아서 참 답답하네요. -_ㅠ

노이에자이트 2009-01-10 23:15   좋아요 0 | URL
임금을 적정선으로 올려 구매력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은 역사가 상당히 오래되었습니다.경제사상사를 읽을수록 어느 나라 어느 시대에도 경제문제에 관한 쟁점이 되는 문제는 비슷하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사실은 이런 식의 해결방법은 마르크스 주의자들 간에도 대논쟁이 벌어진 적이 있습니다.
 

  소설을 읽으면서 그 내용을 다 기억할 수는 없습니다.그중에서 유독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지요.고미카와 준페이는 전후 일본인들이 전쟁의 지긋지긋함에 진저리를 치고 있던 시절,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군국주의자를 거의 폭격하다시피한 강렬한 반 군국주의 소설인 <인간의 조건>과 <전쟁과 인간>으로 초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사나이입니다.인간의 조건은 동명의 영화로 제작되었는데(1956)이 영화 또한 원작소설을 충실히 재현하려고 그랬는지 엄청난 길이입니다.일본영화사를 공부하는 이들은 반드시 봐야하는 영화라고 하네요. 

 <인간의 조건>하면 우선은 앙드레 말로의 소설을 먼저 연상합니다만 한국에서는 그 유명세와는 달리 실제 읽은 이는 거의 없는 것 같고, 이 소설을 읽은 이들도 이 소설의 배경이 4,12 쿠데타인지 모르는 이들이 의외로 많습니다.그냥 지적인 허영에서 음....나도 앙드레 말로 소설을 읽었단 말이야....하는 과시용으로 이용되는 소설이라고나 할까요.저 역시 그런 대열에 끼어들어 읽는 흉내를 냈습니다만 배경지식이 전무한 상태에서 읽는 역사소설(문예사조 따지기 좋아하는 이들은 그건 실존주의 소설이야...하고 점잖을 빼겠지만)에 무슨 맛을 느끼겠습니까.그 뒤 중국의 국공내전을 꽤 읽고 나서 다시 읽으니 그때서야 혁명을 둘러싼 스탈린과 트로츠키의 논쟁도 눈에 들어오고 그 악명높은 중국의 홍방,청방들이 저지르는 대학살도 알게 되었습니다.하지만 여전히 앙드레 말로는 가슴에 와닿지가 않습니다.차라리 그 시절 상해를 알고 싶은 분에겐 조나선 스펜서<현대중국을 찾아서>를 더 권하고 싶습니다. 

  저는 고미카와의 <인간의 조건>이 훨씬 재미있었습니다.그는 태평양 전쟁 말기 만주에서 소련군과 직접 전투를 경험했고 그 전투에서 살아남은 소수의 운좋은 사나이 중 한명이었습다.그가 그 후 첫 문명을 알린 <인간의 조건> 역시 태평양 전쟁 말기의 만주가 배경입니다.고미카와는 읽는 재미를 주는 소설가입니다.<인간의 조건>은 우선 재미가 있습니다.그의 소설 중 가장 사랑받는 이유이기도 합니다.어떤 이는 추위 속에 죽어가는 그의 몸위로 눈이 하염없이 쏟아지는 마지막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고 합니다만 제가 가장 기억하는 장면은 전쟁을 반대하는 문장 중 압권인 다음과 같은 구절입니다.번역문에 제가 비속어로 살짝 양념 좀 넣었습니다. 

"도대체  전쟁이란 게 얼마나 웃기고 되어 먹지 않은 짓거리냐 말야.맨날 나를 괴롭히면서 내무반을 공포 분위기로 몰아넣는 저 후레자식 고참 놈이 단지 같은 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전투가 벌어지면 전우가 되고,나와는 아무 감정도 없는 사내,누군가의 착한 아들이요,다정한 남편일 수도 있는 자를 단지 적국의 병사라는 이유만으로 쏘아죽여야 하니...그래서 많이 죽일수록 훈장을 받고...이거 무슨 되어먹지 않은 미친 놀음이냐 말이야..." 

  반전평화 운동가들의 책도 몇 권 읽었고 좀 어려운 사상가들의 주장도 읽어봤습니다만 이렇게 쉽고도 직설적으로 전쟁의 부조리를 맹타한 구절은 처음이었습니다.이젠 세월이 지나 고미카와도 저 세상사람이 되었고.일본소설이 인기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그의 소설은 잘 읽히지 않습니다.<인간의 조건>도 꽤 번역본이 두툼합니다만 그보다 더 두툼한 <전쟁과 인간>(장작림 폭살사건에서 과달카날 전투까지 다룬 대하역사소설)은 이제 서점에서 자취를 감추었습니다.저도 <전쟁과 인간>은 해적판만 있습니다.곽학송(이제는 잊혀진 작가대열에 합류했네요)씨 번역이라는 점만 원판과 동일할 뿐, 그 방대한 각주는 번호만 달려 있고 정작 역자해설은 다 빼먹은 해적판.하지만 재작년에는 헌책방에서 <인간의 조건 속편>을 발견하여 오...이런 것도 있었군 하고 기뻐하기도 했습니다.앙드레 말로의 유명세에 혹하여 <인간조건>을 무미건조하게 읽었다면 고미카와의 <인간의 조건>을 추천합니다.그렇다고 제가 앙드레 말로의 명성을 깎아 내리고자 하는 의도는 없으니 현대 프랑스 문학 애호가들의 오해는 없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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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9-01-03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출판관련 관계자들에게 협박과 압박을 넣어 재출간하라고 해야 겠습니다.
(인간의 조건도 앙드레 말로와 한나 아렌트의 책만이 판매중이군요. 전 앙드레 말로는 누구? 한나 아렌트는 누구? 하는 수준입니다..^^)

노이에자이트 2009-01-03 21:13   좋아요 0 | URL
고미카와의 <인간의 조건>은 서점에선 파는 곳이 있을 겁니다.아직 찾는 사람이 있으니까요.<전쟁과 인간>은 멸종! 똑같은 제목의 책은 있습니다만.앙드레 말로의 소설은 꾸준히 나오고 있구요.요즘 한나 아렌트 책이 유행처럼 번역되어 나오고 국내 학자들의 연구서도 나오더라구요.

비로그인 2009-01-04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광수 교수도 쓸데 없이 어렵게 쓴 책을 굉장히 싫어 하고 비판하더군요. 자신은 토지를 세 권 정도 읽고 말았다는데 체면 많이 따지는 사람들은 하기 힘든말을 거침없이 하는 모습이 젊은이 같았죠. 좋은 전쟁은 없으며 나쁜 평화는 없다라는 말이 떠오르네요.

노이에자이트 2009-01-04 00:29   좋아요 0 | URL
머리에서 정리도 안한 상태에서 글을 쓰니 난해하게 되지요.그리고 애초에 상대방이 알아듣지 못하게 일부러 어려운 단어나 한자를 써서 "너 이런 거 모르지?"하면서 약올리는 인간들이 있지요.
그리고 토지는 후반부로 갈수록 이야기가 산만해진다는 건 독자나 평론가 모두가 지적하는 단점이예요.
인간은 평화보다 승리와 정복을 바라는 마음도 있으니까 문제지요.

바람돌이 2009-01-04 0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출간 압박 2 ^^
노이에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노이에자이트 2009-01-04 17:01   좋아요 0 | URL
고미카와 상이 저승에서 감사해야겠네요.소개 한번에 이렇게 재출간 성원을...
새해 복은 많이 많이 받겠습니다.

에어림 2009-01-15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사보려는데 전부 절판이네요..
근데 사랑의 조건은 뭐죠? 이것도 책 소개 보면 노이에님이 언급하신 인간의 조건과 유사한 전쟁 관련 내용인데.. 제목이 상이하네요.

노이에자이트 2009-01-17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인공 남자가 가지라는 이름이면 <인간의 조건>입니다.<사랑의 조건>이라고 나온 번역본도 있는 것 같습니다.제일 마지막 장면에 가지가 눈에 파묻혀 죽어가는 장면이 나오면 <인간의 조건>과 똑같은 책입니다.확인해 보세요.

인간의 조건 2009-06-02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인간의 조건을 아무리 중고서적에서 찿아보아도 없네요.
혹시 소장하고 계시다면 제가 읽고 돌려드릴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저도 고등학교때 감명깊게 읽었는데 다시 읽어보고 싶네요

노이에자이트 2009-06-03 16:20   좋아요 0 | URL
광주는 새책방에도 있던데요.고미카와 준페이 작품 중 그나마 현재 구할 수 있는 것이 인간의 조건입니다.그리고 도서관에는 다 마련해 놓았던데요.

까망치마 2009-07-13 2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서울살고 있는데 인터넷헌책방까지 뒤져봐도 인간의 조건을 구할 수가 없습니다.
광주의 어느서점에 책이 있는지 귀띔해주시면 제가 연락을해서라도 꼭 구하고 싶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09-07-16 22:09   좋아요 0 | URL
충장서점이나 영풍문고로 연락해 보시기 바랍니다.
 

   2002년부터 시사 독서 기록장을 작성하고 있는데 드디어 올해 처음으로 1000쪽을 돌파했습니다.현재 1200쪽을 넘기고 있습니다.올해 하루 평균 3쪽 이상을 쓴 셈입니다.2004년부터 1년에 900쪽은 넘겼으나 1000쪽달성이 안되더니 2006년과 2007년엔 980쪽 정도로 감질나게 끝나다가 올해엔 아예 화끈하게 1000쪽을 거뜬히 넘겨버린 겁니다.특히 11월부턴 거의 하루 평균 4쪽을 썼습니다.저는 손글씨를 좋아해서 이 모두 공책에 쓴 겁니다.12월 중순부터 게을러지기 시작해서 1000쪽만 채우면 되지...하다가 갑자기 아니다! 이왕 하는거 1100쪽을 써야겠다 하다가 아예 밀어붙인 게 이만큼 되었군요.그동안 다 쓴 공책이 수북히 쌓여있는 걸 보니 기분이 흡족합니다.이번 주엔 한반도와 만주를 둘러싼 열강의 대립을 공부하고 있습니다.일국사가 아닌 전세계의 열강이 각축을 벌이면서 전개되는 외교전 첩보전 그리고 전면전에 대한 공부는 그 규모가 웅장하여 제가 즐겨 공부하는 대상이기도 합니다.특히 오랜만에 러일전을 공부하니 그동안 잊을 뻔했던 인물이나 사건이 다시 생각나서 다행입니다.역시 공부는 몇년에 한번씩 반복해야 합니다. 

  제가 이렇게 독서기록장을 쓸 수 있는 것은 제 일이 일하는 시간과 쉬는 시간이 명확히 구분되기 때문입니다.쉬는 시간엔 책과 신문을 보면서 제가 관심 있는 내용을 베끼거나 요약,논평합니다.2002년 처음 이걸 쓸 땐 특히 인용했다는 표시를 어떻게 할 것인가 좋은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으나 이젠 요령도 생겼습니다.가끔 가다가 몇년전 쓴 기록장을 보면 별 걸 다 써놨구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저는 늘 주머니에 종이를 작게 접어서 바로 기록할 준비를 갖춰 놓기 때문에 걷다가 멈춰서서 길거리 광고지에서 본 내용,전파상에서 본 테레비 방송 등도 적어 놓은 게 있습니다.당연히 제가 좋아하는 연예인에 대한 기록도 조금씩 있지요.요즘은 인터넷에서 본 기사, 논문 내용도 적어놓고 있습니다. 

  이 기록장을 쓰게 된 것은 복사해놓은 것을 공부하지 않는 제 성격때문입니다.그래서 아예 베끼면 공부도 되지 않을까 해서 시작한 것이 이렇게 되었습니다.테레비나 라디오 방송내용을 적을 때는 좀 아쉬울 때도 있습니다.제가 오른 손이 약간, 아주 약간 수전증이 있거든요.그래서 아주 빨리 적을 때는 왼손으로 오른 손을 살짝 누르고 적습니다.그래도 써놓고 나면 이게 역사적 기록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만족합니다.실제로 이런 기록들을 보면 진귀한 것도 꽤 있습니다.그냥 전파로 흘러나가 없어져 버릴 정보가 담겨 있는 셈이지요. 

  올 한 해 제가 처음으로 1000쪽을 넘겨 기분이 좋은  해이기도 하지만 아쉬운 점이 왜 없겠습니까.3월에 그동안 미루고 미루었던 토마스 만의 장편 두 개_<부텐부로크 일가><펠릭스 크롤의 고백>을 독파했을 때만 해도 올해는 거장들의 명작을 수십편 독파하겠구나...하고 김치국을 마셨습니다만 역시 평소의 제 독서습관을 완전히 깨진 못했습니다.저는 책 한권을 하나 하나 독파하는 식보다는 소재를 정해놓고 거기에 해당되는 책들을 모아놓은 뒤 관련있는 부분만 읽는 편이기 때문입니다.그리고 책한권 보다는 논문집을 좋아합니다.논문이 더 짧고 농축된 내용이 많으니까요.여하튼 우리나라 소설도 중단편 위주의 독서에 그친 것 같습니다.그래도 이문열,염상섭,박계주,김주영 등의 중단편을 몇 편 읽은 것이 소득이라면 소득이겠지요.내년에는 이들의 장편도 읽을 계획입니다. 

  올해 제 기록장에는 경제분야 기사나 논평 서평을 요약한 것이 예년에 비해 많습니다.하지만 가을에  읽으려고 했던 경제사상사는 결국 몇몇 학자들만 다루고 말았습니다.좀 특이한 것은 경제학자들을 다룬 사회사상사를 읽어본 경험이었습니다.특히 아담 스미스를 그런 식으로 접근한 책들을 읽은 것은 신선한 경험이었습니다.우리나라 경제논객들인 공병호,복거일,정운영,박태견 등의 글을 신동아에서 하나 하나 찾아 독파한 것도 귀중한 경험이었습니다.우리나라 역대 경제관료들의 정책도 피상적이나마 훑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뉴라이트 경제학자들의 글도 월간조선이나 시대정신 등의 간행물을 통해서 읽었습니다.그들의 주장과 그들이 신봉하는 외국의 경제학자들의 주장의 상이점도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된 것은 큰 수확이라고 하겠지요. 

  근대화에 대한 공부를 자본주의 사회의 형성사에서부터 아예 파버리려고 자본주의 이행논쟁부터 훑기 시작했습니다만 결국 겉핥기로 끝나고 만 것은 아쉽습니다.원래의 계획은 돕_스위지 논쟁에서 부터 시작해서 브렌너 논쟁을 거쳐 탈근대 식민지주의까지 가려고 했는데...브레너 논쟁 바로 앞에서 그쳐버렸습니다.소련에서 돕-스위지 논쟁을 평가한 스카스킨,코스민스키 등의 논문을 읽은 것으로 만족했습니다.흔히 제2차 자본주의 논쟁이라 하는 브레너 논쟁에 대해서는 해당 논문집을 꽤 오래전에 구해놓고 올해도 그냥 넘어가네요. 

  한국 현대사,특히 해방3년사에 대해서는 도진순,정용욱,정병준 등 젊은 연구자들의 책을 읽은 것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뉴라이트 계열에서 나온 책이나 논문도 꽤 읽었습니다.도진순과 정병준의 주장 중 1945년 9월 도쿄의 맥아더 이승만 회동에 대해서는 지금도 아직 판단 유보입니다.맥아더가 한반도를 별로 전략적 가치가 없다고 주장했다는 설도 꽤 있기 때문에 과연 해방 직후 이승만이 맥아더에게서 무슨 구체적인 언질을 받았겠는가 하는 의심이 드는 것이 사실이거든요. 

  1950년대 자유당 시대에 대한 공부도 결국 수박 겉핥기 식으로 끝나고 말았습니다.박정희 체제에 대해서는 쿠데타에 참여한 군인들의 회고록 등 논픽션물 위주로 읽었습니다.학술적으로 접근한 김형아,이완범 등의 책을 앞으로 읽어보려고 합니다.조갑제의 방대한 13권 짜리 박정희 전기는 올해도 못읽고 넘어가는군요.

  제가 유일하게 할 줄 아는 운동인 복싱은 작년부터 종합격투기(붙들고 메치기 조르기가 허용되는 격투기)에서 쓰는 주먹 타법을 연습하고 있는데 드디어 올해 왼손잡이 자세로 가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3년전 우측 골반이 좀 다쳐서 오른손 잡이 자세로는 라이트 훅을 못 날렸는데 이제 왼손잡이 자세로 연습하니 라이트 훅이 되네요.이런 것도 행복! 그리고 달리기를 통 안했는데 11월말부터 저녁 퇴근을 뛰어서 하고 있습니다.뛰다가 빨리 걷다가 다시 뛰다가 하는 식으로 약 70분을 쓰면 집에까지 도착합니다.일주일 정도 하니 완전히 적응되었습니다.운동이라고 생각하고 합니다.아마 거리로 따지면 6키로가 조금 못되는 것 같습니다. 

  내년엔 독서 기록장을 1300쪽을 써볼까 생각합니다.2002년 부터 올해까지 해서 전부 몇쪽을 썼을까요.6000쪽은 넘긴 것 같습니다.10000쪽을 넘기면 잔치를  벌여볼까 생각 중입니다. 

  제 페이퍼에 오는 동무 여러분! 한해동안 고생하셨습니다.새해에도 모두 건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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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8-12-31 1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대단하시네요. 낙수가 바위를 뚫는다는 말이 생각나네요. 저는 서점에 구경 갈 땐 작은 수첩을 챙겨가는데 이것 저것 보면서 언제 읽게 될지는 모르더라도 관심가는건 제목.저자.출판사를 적어두고 소설을 읽을 때면 마음에 드는 표현이나 구절은 적어두기도 해요. 수첩에 적지 않고 쪽지에 적어 둔 것은 정리 및 관리를 안해서 알게 모르게 버려진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이번에 금융위기 관련 기사는 따로 오려 모아서 읽어보고 있죠. 가난한 사람의 꿈을 이용한 약탈적 게임이라는 표현이 아프게 와닿더군요. 동영상에서 ITF태권도를 수련하는 중국인이 팔굽혀 펴기를 하는데 주먹과 손가락으로 번갈아 가면서 하는 걸 보고 저도 그렇게 해보려고 손가락으로 팔굽혀 펴기를 하는데 무리하면 16개 까지 가능한데 대신 손가락이 부러질 것 같더라구요. 저는 다른 블로그 사이트의 블로그도 많이 둘러보는데 많은 블로거들이 한 해를 정리하는 글을 올린 것을 보면 이렇게 성실하게 사는 사람들이 많구나 하고 부끄러워지곤 하죠. 전 7월까지 바쁘게 일한 것 말고는 이렇다 할게 없네요. 10000쪽 달성의 그날을 위해 노이에자이트님을 응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노이에자이트 2008-12-31 1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낙수가 바위 뚫는다는 말은 맞습니다.아주 조금씩 꾸준히 하면 시간이 지나면 뭔가 보이지요.
이번 경제위기에 관해서는 여러 신문에 좋은 기사가 많이 났습니다만 저는 그다지 많이 읽어보진 못했네요.
저는 몸을 다친 후로 웨이트 트레이닝은 맨손이건 덤벨사용하건 하지 않습니다.그냥 퇴근 때의 속보걷기 달리기와 주먹타격 연습 뿐.손가락 팔굽혀 펴기는 힘들어 못합니다.
유리 님도 독서를 좋아하시니 독서기록장에 한 번 도전해 보십시오.

노이에자이트 2008-12-31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찬 시간을 보내셨다니 기쁩니다.복많이 받으십시오.

로쟈 2009-01-01 0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정도로 '독하게' 운동하실 줄은 몰랐는데요. 체력은 남아도실 듯하니 올 한해의 활약이 기대됩니다.^^

노이에자이트 2009-01-01 15:19   좋아요 0 | URL
사실은 별 것 없습니다.70분 동안 뛰는 시간은 거의 없고 속보와 약간 천천히 달리는 정도지요.

Mephistopheles 2009-01-01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이에자이트님께 데스노트를 쥐어 드리면 아주아주 알차고 꼼꼼하게 작성하실 것 같습니다. 라이토처럼 자뻑으로 넘어가 막판 폭주도 않하실 것 같고.^^

노이에자이트 2009-01-01 15:19   좋아요 0 | URL
데스노트라...저는 착해서 그런 건 못할 것 같습니다.하하하...

람혼 2009-01-01 0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이에자이트님, 2009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노이에자이트님께 멋지고 즐겁고 복된 일들만 가득한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그나저나 기록장 이야기는 그 자체로 정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네요. 언제나처럼 오늘도 저는 노이에자이트님께 정말 많은 것을 배우는 것 같습니다. 게으른 천성 탓에 제대로 꾸리지 못했던 독서 노트, 새해 첫날 오늘부터 저도 다시금 착실히 차곡차곡 쌓아가보겠습니다. 항상 감사드립니다! ^^

노이에자이트 2009-01-01 15:24   좋아요 0 | URL
람혼 님이 하시는 일은 제가 평소 관심은 있지만 전문지식 부족으로 잘 모르던 분야였습니다.알라딘의 람혼 님을 통해서 그런 분야를 조금 알게 된 것도 큰 즐거움이죠.격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후애(厚愛) 2009-01-01 0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대단하십니다.^^ 저는 게으름만 늘어서 큰일입니다. 이제 새해부터는 노이에자이트님처럼 열심히 부지런히 글을 써야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항상 좋은 글 주셔서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09-01-01 15:25   좋아요 0 | URL
동물을 사랑하시는 후애 님.시애틀의 야생동물의 생태를 모두 알 수 있는 전문가가 되십시오.길잃은 야생동물에게 감자 한 덩어리 던져주는 인정을 베풀어 주시겠지요?

후애(厚愛) 2009-01-02 06:30   좋아요 0 | URL
전문가는 될 수 없지만 길잃은 야생동물들에게 먹이는 꼭 던져 줄 겁니다.^^

마노아 2009-01-01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보가 되거나 문화재가 될 노트군요. 확실히 손글씨로 쓰면 좀 더 오래오래 남는 것 같긴 해요. 근데 그 노트가 훼손되거나 분실되면 어쩌죠? 전 예전에 만들어 놓은 수업 자료 잃어버려서 컴퓨터에 저장을 했더니, 그 다음엔 하드가 날아가서 또 날리고, 그래서 웹상에다가 옮겨놓는답니다. 결국 보관 잘못한 제 탓이네요..;;;
노이에자이트님, 새해에요. 방긋!

노이에자이트 2009-01-01 16:54   좋아요 0 | URL
기록장 표지에 몇년 몇월 며칠부터 며칠까지라고 적어놓고 차례대로 쌓아둔답니다.아직까지 잃어버린 건 없어요.거의 제 보물 1호인걸요.
새해로군요.저도 방긋!

글샘 2009-01-01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 정말 새로운 면,을 보게 만드는 페이퍼군요.
독서노트도 그렇지만, 복싱과 달리기까쥐...
게으른 저는... ㅎㅎㅎ 그런 걸 할 생각도 새해 첫날이지만, 안 하렵니다.
저는 올해도, 소처럼 게으르게 살 거예요. ^^
파 먹으면 인간이 된다는데... 파는 안 먹어야쥐...

노이에자이트 2009-01-01 16:55   좋아요 0 | URL
오....저는 소가 좋아요.큰 눈으로 껌벅껌벅...
달리기보다는 빨리 걷는 정도예요.그러다가 가끔 뛰고 다시 걷고...그렇게 하죠.

비로그인 2009-01-02 0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짝 독서기록장 작성의 비기를 알려주세요. 아니면 살짝 한 페이지라도. 너무 궁금하네요. 저도 해보고싶어요.

노이에자이트 2009-01-02 15:33   좋아요 0 | URL
2002년에 시작해서 어느 정도 요령을 익힌 때는 2007년이예요.뭐든지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한 듯합니다.지금도 미흡한 것이 많아서 앞으로 계속 개선해나가려고 해요.문장연습하기 위해서 최소한의 외래어를 뺴곤 일절 꼬부랑 말을 안 쓰는 것도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쟈니 2009-01-02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대단하세요. 저는 최근에 책한권을 읽으면서 적기시작하는데, 적으면서 읽는 느낌이 신선했습니다. 그렇게 하니 책을 좀더 찬찬히 읽게 되더라구요. 잔치하시면 불러주세요~~ ^^

노이에자이트 2009-01-02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쟈니 님도 시작하셨군요.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으니 꾸준히 계속하시면 좋은 성과가 있을 거에요.
 

   변강쇠는 힘좋은 남자를 이르는 말입니다.껄떡쇠는 밝히기는 하는데 실제 힘은 별볼일 없는 남자를 이르는 말이구요.껄떡쇠들은 정력에 좋다면 뭐든지 다 먹으려고 합니다.어느 지역에 뭐가 좋다고 하면 만사를 제쳐 놓고 달려가지요.그런데 정력에 좋은 특산물이 유독 이 곳 호남지방에 많이 납니다.사실은 다른 곳에서 나는 열매도 이 곳에서 나는 게 더 유명해진 경우도 있지요. 

  국어시간에 공부를 열심히 하신 분들은 다 알겠지만 변강쇠 타령-가루지기 타령은 지리산에서 나온 판소리입니다.그런데 이 지리산이란 곳이 한두 군에 걸친 산이 아닙니다.전남 구례,전북 남원,경남 산청,하동,함양을 품고 있으며 그 녋이도 남한의 산 중에서 제일 크지요.특히 변강쇠를 내세워 돈을 좀 벌어보려는 지자체의 사업때문에 분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지금은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남원과 함양이 변강쇠 공원을 만든 것까진 좋았는데 변강쇠라는 명칭을 어디서 써야 하는지를 둘러싸고 티격태격하지요.지리산 가보면 알겠지만 함양과 남원이 바로 옆입니다.옹녀와 변강쇠가 정착한 곳이 서로 자기 고장이라는 겁니다.남원시 산내면이다....함양군 마천면이다...이렇게 갈라서 있지요.변강쇠 술이라는 걸 개발했는데 그걸 왜 당신네 지역에서 파느냐...하는 겁니다.변강쇠가 힘의 상징이니 정력에 좋다고 선전하면 많이 팔릴텐데 그걸 우리가 독점해야한다는 주장이지요.요즘은 이런 식으로 바로 옆  지자체끼리 분쟁이 잦습니다.대게를 둘러싸고 울진과 영덕이 싸우고 세발낙지 가지고 무안과 목포가 싸우고 있습니다.그런데 그 변강쇠 술을 먹으면 정말 정력이 세지고 여자들을 만족시켜 줄 수 있는 것인지...알쏭달쏭합니다만,껄떡쇠들의 가슴은 설레는 모양입니다. 

  지리산 하면 산이 넓고 골이 깊은 곳이라서 좋은 토산물이 많이 나지요.그중에서 산수유가 요즘 부쩍 유명해졌습니다.사실은 산수유가 지리산에서만 나는 것도 아니고 속리산도 꽤 나는데 여하튼 구례의 산동면이 산수유 축제로 기선을 제압한 것 같습니다.상당히 많은 관광객이 오더라구요.게다가 산동은 그 유명한 피아골이 있어서 가을 단풍으로도 유명하니 이래저래 구례군으로서는 지리산이 고맙기만 하지요.이 산수유도 정력에 좋다하여 최근 술로 만들어 팔고 있습니다.광고를 보니 부인병 치료에도 좋다며 여성 소비자도 겨냥하고 있더군요.산수유를 직접 먹어보신 분은 알겠지만 이게 씨를 뺄 때 반드시 입으로 까야 합니다.그래서 예전엔 산동 면의 이쁜 아가씨들이 입으로 깠다하여 남자들을 유혹했습니다만,요즘 구례나 인근 곡성은 전남에서도 노인들 인구비율이 높은 곳으로 유명하니 아가씨들의 입술이 닿을 일은 거의 없을 듯합니다.곡성은 얼마전에도 상당히 큰 면단위 초등학교가 폐교될 정도로 인구가 줄고 있습니다. 

  지리산 외에 정력제로 유명한 군은 전북 고창입니다.이 곳은 바다와 산을 모두 구경할 수 있는 곳이지요.당연히 특산물도 바다와 산에서 나는 것이 골고루 갖추어져 있습니다.외지인들은 고창과 순창을  혼동하는 분들이 많더군요.지도를 보시면 알텐데, 두 지역 모두 전북에 있습니다만 순창은 더 내륙인 전북 정읍,전남 담양과 접경하고 있습니다.고추장으로 유명한 곳이 순창입니다.고창은 정력에 좋다는 복분자와 풍천장어가 특산품이니 껄떡쇠들의 마음이 설레는 곳이지요.사실 복분자는 산딸기를 이르는데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정말 이쁘장하고 야들야들하게 생겼습니다.예전 에로 영화에서 산딸기라는 시리즈가 있었는데 어쩐지 미인을 상징하는 것 같기도 하지요.여하튼 이걸 먹으면 정력이 좋아진다네요.저는 우리집 뒷산에 나길래 먹은 기억이 납니다만 글쎄...정력에 좋은지는 잘 모르겠습니다.고창엔 또 풍천장어가 유명하지요.사실 풍천은 지명은 아니고 민물과 바닷물이 합류하는 곳에서 나는 장어는 다 풍천장어라고 합니다.예전엔 영암 구진포가 유명했지만 영산강 하구언이 생긴 이후로는 잘 안잡히고 요즘은 풍천장어하면 고창을 연상하게 할 정도로 고창 특산이 되어 고창에 가면 풍천장어 간판을 내건 식당들이 많지요.하지만 민물장어라서 많이 잡히지는 않으니 이게 다 자연산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한때는 고라니 생피가 좋다 하여 사냥꾼과 함께 산을 돌아다니는 부잣집 영감들은 고라니가 총에 맞아 아직 숨도 끊어지기 전에 목에 대롱을 꽂아 피를 빠는 짓을 했지요.이거 영락없는 흡혈귀입니다.고라니는 고통에 헐떡이고 있는데...그리고 이런 생피는 기생충 감염의 우려도 크지요.요즘은 뱀이 너무 귀해져서 쥐가 번성한다는 생태계 이상현상 때문에 땅꾼을 심하게 단속하는 편입니다.희한한 정력제 중에는 정력 닭이라는 게 있지요.이건 뱀을 죽여 땅에 일부러 부패하게 해놓고 구더기가 꼬이면 그걸 닭에게 먹입니다.그러면 닭이 덩치가 더 커지고 이상한 건 목에 털이 다 빠지지요.그 닭을 백숙으로 내놓는데 엄청나게 비쌉니다.그래도 껄떡쇠들은 와서 먹는다네요.지네 잡아먹은 닭도 덩치가 커져서 정력제로 쓰인다고 합니다. 

  묘하게도 이 곳 호남에 정력에 좋은 특산품이 많군요.옹녀기질이 있는 여자가 한때 남원 남자,구례 남자,고창 남자들의 정력이 좋지 않을까 해서 실제 실험?을 해봤는데 그다지 다를 것이 없었다고 하니 남성들이여...그냥 세 끼 밥 잘 챙겨먹고 많이 걸어다니면서 건강을 다지지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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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8-12-27 1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력에 좋다는 음식을 밝히며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잡아 섭취하는 것도 문제지만...이러다 그 동네 러브모텔 산업까지 덩달아 발전할까 걱정이군요.

노이에자이트 2008-12-27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요즘 대표적인 사양산업이 러브호텔입니다.다른 곳? 을 이용하나봐요.그런데 조용한 시골 도로 옆에 우뚝 솟은 러브호텔이 주위 경관과 불협화음을 이루는 건 사실입니다.

파란여우 2008-12-27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수유 씨 까는것 실제로 본 적이 있는데 여자가 봐도 정말 묘합디다.ㅎㅎㅎ
곰 쓸개에 빨대 꽂아놓고 빨아먹던 인간들도 있었죠. 짐승보다 못한.
뭐니뭐니해도 전 이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김영삼씨가 민주 산악회 대장 노릇하던 시절에
그 일당들이 등산 하고나선 꼭 사슴피를 마시러갔죠.
그 때문에 대장을 비롯한 일당 대부분이 머리가 일찍 백발이 되었다는 설이 있지만
의학적으로는 모르겠고 사슴피 많이 마신 인간들이라 그런지 여적 정력은 넘쳐 보입니다.

노이에자이트 2008-12-27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의 몸에다 빨대장치를 해놓더군요.보기 안스럽더라구요.
산수유 씨 까는 걸 보고 웃음이 나오셨군요.
민주산악회 시절이라면 20년도 넘었으니까 그땐 엘크사슴 들어오기 전이죠.꽃사슴을 요즘은 거의 안키우죠.덩치도 작고 하니까요.음...그런 일이 있었군요.김영삼 씨는 젊은 시절부터 상당히 완력이 셌다고 하죠.

비로그인 2008-12-28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저 미소한 위약효과 밖에 없는 걸 맹신하니 야생동물들이 남아나질 않죠. 호랑이 기운이 솟아나고 싶으면 켈로그 콘푸로스트를 먹을일이지 호랑이를 남획하니 남아나질 않죠. 산딸기는 뱀딸기라고도 한다죠? 상병 때 훈련 중에 너무 배가 고파서 거미줄 묻어있는 산딸기를 거미줄 묻은채로 먹었던 적이 있는데 맛있었어요. 혹시 뱀 나올까봐 한 손엔 야삽을 쥐고 먹었죠.

노이에자이트 2008-12-28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뱀딸기는 따로 있어요.짝퉁 산딸기인데 생김새나 맛이나 산딸기 못따라오죠.그리 달지도 않구요.비슷하게는 생겼어요.서울은 노점상에서 산딸기 안파나요? 여기선 가끔 초여름에 리어카에서 파는데.
켈로그가 맛있던가요?

비로그인 2008-12-28 20:49   좋아요 0 | URL
파는 곳이 있을것 같긴한데요 저희 동네엔 안팔아요. 켈로그 어렸을 때 먹어보고는 안먹어봐서 기억이 안나요.

노이에자이트 2008-12-28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뱀딸기 먹으면 기분이 좀...이상해요.여하튼 맛있다는 생각은 전혀 안나죠.산딸기는 맛도 맛이지만 생김새가 정말 이쁘고 손으로 만졌을 때 감촉이 좋죠.
켈로그는 개신교 소수교파인 제 7안식일 교회의 신자인 켈로그 형제가 세운 기업에서 만든 걸로 압니다.그 교파가 육식을 금하기 때문에 곡식으로 만든 음식을 팔기 시작했죠.그래서 켈로그 회사가 생겼답니다.농심과 합작한 지 30년 쯤 되었네요.저도 다시 한번 찾아볼게요.

네꼬 2008-12-28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응? 산수유 씨를 입으로 까는데 어떻게 묘해요? (지저분해 보이지 않고요? 궁금해요.)
어떤 사람들은 그렇게 고라니 생피를 먹는단 걸 알았을 때 처음 든 생각이 "남의 피를 먹으면 내 피에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닐까?" 하는 거였어요. 사람들 참 이상해요. (계속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음.) 건강에 좋다고 권하긴 좀 뭣하지만 노자님, 이따금 황태라면 드시면서 건강 챙기세요. (저 취하지도 않았는데 오늘 말을 좀 이상하게 하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황태라면을 하나 먹고 자야...)

노이에자이트 2008-12-29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수유는 입으로 씨를 까먹지 않으면 안되게 생겼답니다.
황태라면을 먹고 나서 황태찜까지 먹어야겠습니다.

후애(厚愛) 2008-12-29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국인들은 사슴철마다 사냥을 많이 합니다. 사슴 고기와 사슴의 생피를 즐겨 마시는 애호가들이 무척이나 많답니다. 특히 생피를 즐겨 마시는 사람들의 말을 빌리자면 건강에 좋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정력 때문이 아닌가 지금 생각이 드네요.

노이에자이트 2008-12-30 16:36   좋아요 0 | URL
어떤 사슴을 많이 잡는지요? 무스도 잡을 수 있나요? 한국도 요즘은 가축으로는 엘크를 많이 키우죠.

후애(厚愛) 2008-12-31 06:32   좋아요 0 | URL
사슴철 사냥 시즌마다 다르다고 합니다. 수컷 시즌이 있고 암컷 시즌이 있다고 하네요. 엘크, 무스, 루돌프사슴(Reigndeer)을 중심으로 사냥을 한다고 하네요. 특히 알레스카에서 무스 사냥을 많이 한다고 들었습니다. 무스고기가 맛 있다고 하네요.

노이에자이트 2008-12-31 16:56   좋아요 0 | URL
어허...무스도 사냥하는군요.알래스카엔 동네까지 무스가 내려와 도로를 막고 있는 모습도 방송에서 봤습니다.

가시장미 2008-12-29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크 울신랑은 저런 음식 피해야해요. -_-a 안그래도 희망이 때문에 욕구불만인데 저런 음식 먹이면 큰일납니다. (와- 완전 아줌마같은 발언이다 ㅋㅋ 아. 아줌마 맞구나.. -_ㅠ)

노이에자이트 2008-12-30 16:38   좋아요 0 | URL
어허...미성년자 관람불가 댓글이군요.아...당연히 마흔 살 미만인 부부는 그래야지요.

2008-12-29 21: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노이에자이트 2008-12-30 16:40   좋아요 0 | URL
예...감사합니다.켈로그에 대해서 우리나라 인터넷 정보는 너무 간단해서 위키피디아 영어 판을 참조했습니다.

쟈니 2008-12-31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전 산딸기 무척 좋아하는데, 요즘은 잘 보기가 힘들어요. 어렸을 때에는 산딸기에 설탕 뿌려서 먹으면 정말 맛있었는데! 노이에자이트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노이에자이트 2008-12-31 15:52   좋아요 0 | URL
저는 산길 걸어가다가 그냥 따서 우적우적 먹었습니다.역시 직접 산에서 따먹는 맛이 최고죠.쟈니 님도 새해 건강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