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부터 시사 독서 기록장을 작성하고 있는데 드디어 올해 처음으로 1000쪽을 돌파했습니다.현재 1200쪽을 넘기고 있습니다.올해 하루 평균 3쪽 이상을 쓴 셈입니다.2004년부터 1년에 900쪽은 넘겼으나 1000쪽달성이 안되더니 2006년과 2007년엔 980쪽 정도로 감질나게 끝나다가 올해엔 아예 화끈하게 1000쪽을 거뜬히 넘겨버린 겁니다.특히 11월부턴 거의 하루 평균 4쪽을 썼습니다.저는 손글씨를 좋아해서 이 모두 공책에 쓴 겁니다.12월 중순부터 게을러지기 시작해서 1000쪽만 채우면 되지...하다가 갑자기 아니다! 이왕 하는거 1100쪽을 써야겠다 하다가 아예 밀어붙인 게 이만큼 되었군요.그동안 다 쓴 공책이 수북히 쌓여있는 걸 보니 기분이 흡족합니다.이번 주엔 한반도와 만주를 둘러싼 열강의 대립을 공부하고 있습니다.일국사가 아닌 전세계의 열강이 각축을 벌이면서 전개되는 외교전 첩보전 그리고 전면전에 대한 공부는 그 규모가 웅장하여 제가 즐겨 공부하는 대상이기도 합니다.특히 오랜만에 러일전을 공부하니 그동안 잊을 뻔했던 인물이나 사건이 다시 생각나서 다행입니다.역시 공부는 몇년에 한번씩 반복해야 합니다.
제가 이렇게 독서기록장을 쓸 수 있는 것은 제 일이 일하는 시간과 쉬는 시간이 명확히 구분되기 때문입니다.쉬는 시간엔 책과 신문을 보면서 제가 관심 있는 내용을 베끼거나 요약,논평합니다.2002년 처음 이걸 쓸 땐 특히 인용했다는 표시를 어떻게 할 것인가 좋은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으나 이젠 요령도 생겼습니다.가끔 가다가 몇년전 쓴 기록장을 보면 별 걸 다 써놨구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저는 늘 주머니에 종이를 작게 접어서 바로 기록할 준비를 갖춰 놓기 때문에 걷다가 멈춰서서 길거리 광고지에서 본 내용,전파상에서 본 테레비 방송 등도 적어 놓은 게 있습니다.당연히 제가 좋아하는 연예인에 대한 기록도 조금씩 있지요.요즘은 인터넷에서 본 기사, 논문 내용도 적어놓고 있습니다.
이 기록장을 쓰게 된 것은 복사해놓은 것을 공부하지 않는 제 성격때문입니다.그래서 아예 베끼면 공부도 되지 않을까 해서 시작한 것이 이렇게 되었습니다.테레비나 라디오 방송내용을 적을 때는 좀 아쉬울 때도 있습니다.제가 오른 손이 약간, 아주 약간 수전증이 있거든요.그래서 아주 빨리 적을 때는 왼손으로 오른 손을 살짝 누르고 적습니다.그래도 써놓고 나면 이게 역사적 기록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만족합니다.실제로 이런 기록들을 보면 진귀한 것도 꽤 있습니다.그냥 전파로 흘러나가 없어져 버릴 정보가 담겨 있는 셈이지요.
올 한 해 제가 처음으로 1000쪽을 넘겨 기분이 좋은 해이기도 하지만 아쉬운 점이 왜 없겠습니까.3월에 그동안 미루고 미루었던 토마스 만의 장편 두 개_<부텐부로크 일가><펠릭스 크롤의 고백>을 독파했을 때만 해도 올해는 거장들의 명작을 수십편 독파하겠구나...하고 김치국을 마셨습니다만 역시 평소의 제 독서습관을 완전히 깨진 못했습니다.저는 책 한권을 하나 하나 독파하는 식보다는 소재를 정해놓고 거기에 해당되는 책들을 모아놓은 뒤 관련있는 부분만 읽는 편이기 때문입니다.그리고 책한권 보다는 논문집을 좋아합니다.논문이 더 짧고 농축된 내용이 많으니까요.여하튼 우리나라 소설도 중단편 위주의 독서에 그친 것 같습니다.그래도 이문열,염상섭,박계주,김주영 등의 중단편을 몇 편 읽은 것이 소득이라면 소득이겠지요.내년에는 이들의 장편도 읽을 계획입니다.
올해 제 기록장에는 경제분야 기사나 논평 서평을 요약한 것이 예년에 비해 많습니다.하지만 가을에 읽으려고 했던 경제사상사는 결국 몇몇 학자들만 다루고 말았습니다.좀 특이한 것은 경제학자들을 다룬 사회사상사를 읽어본 경험이었습니다.특히 아담 스미스를 그런 식으로 접근한 책들을 읽은 것은 신선한 경험이었습니다.우리나라 경제논객들인 공병호,복거일,정운영,박태견 등의 글을 신동아에서 하나 하나 찾아 독파한 것도 귀중한 경험이었습니다.우리나라 역대 경제관료들의 정책도 피상적이나마 훑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뉴라이트 경제학자들의 글도 월간조선이나 시대정신 등의 간행물을 통해서 읽었습니다.그들의 주장과 그들이 신봉하는 외국의 경제학자들의 주장의 상이점도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된 것은 큰 수확이라고 하겠지요.
근대화에 대한 공부를 자본주의 사회의 형성사에서부터 아예 파버리려고 자본주의 이행논쟁부터 훑기 시작했습니다만 결국 겉핥기로 끝나고 만 것은 아쉽습니다.원래의 계획은 돕_스위지 논쟁에서 부터 시작해서 브렌너 논쟁을 거쳐 탈근대 식민지주의까지 가려고 했는데...브레너 논쟁 바로 앞에서 그쳐버렸습니다.소련에서 돕-스위지 논쟁을 평가한 스카스킨,코스민스키 등의 논문을 읽은 것으로 만족했습니다.흔히 제2차 자본주의 논쟁이라 하는 브레너 논쟁에 대해서는 해당 논문집을 꽤 오래전에 구해놓고 올해도 그냥 넘어가네요.
한국 현대사,특히 해방3년사에 대해서는 도진순,정용욱,정병준 등 젊은 연구자들의 책을 읽은 것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뉴라이트 계열에서 나온 책이나 논문도 꽤 읽었습니다.도진순과 정병준의 주장 중 1945년 9월 도쿄의 맥아더 이승만 회동에 대해서는 지금도 아직 판단 유보입니다.맥아더가 한반도를 별로 전략적 가치가 없다고 주장했다는 설도 꽤 있기 때문에 과연 해방 직후 이승만이 맥아더에게서 무슨 구체적인 언질을 받았겠는가 하는 의심이 드는 것이 사실이거든요.
1950년대 자유당 시대에 대한 공부도 결국 수박 겉핥기 식으로 끝나고 말았습니다.박정희 체제에 대해서는 쿠데타에 참여한 군인들의 회고록 등 논픽션물 위주로 읽었습니다.학술적으로 접근한 김형아,이완범 등의 책을 앞으로 읽어보려고 합니다.조갑제의 방대한 13권 짜리 박정희 전기는 올해도 못읽고 넘어가는군요.
제가 유일하게 할 줄 아는 운동인 복싱은 작년부터 종합격투기(붙들고 메치기 조르기가 허용되는 격투기)에서 쓰는 주먹 타법을 연습하고 있는데 드디어 올해 왼손잡이 자세로 가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3년전 우측 골반이 좀 다쳐서 오른손 잡이 자세로는 라이트 훅을 못 날렸는데 이제 왼손잡이 자세로 연습하니 라이트 훅이 되네요.이런 것도 행복! 그리고 달리기를 통 안했는데 11월말부터 저녁 퇴근을 뛰어서 하고 있습니다.뛰다가 빨리 걷다가 다시 뛰다가 하는 식으로 약 70분을 쓰면 집에까지 도착합니다.일주일 정도 하니 완전히 적응되었습니다.운동이라고 생각하고 합니다.아마 거리로 따지면 6키로가 조금 못되는 것 같습니다.
내년엔 독서 기록장을 1300쪽을 써볼까 생각합니다.2002년 부터 올해까지 해서 전부 몇쪽을 썼을까요.6000쪽은 넘긴 것 같습니다.10000쪽을 넘기면 잔치를 벌여볼까 생각 중입니다.
제 페이퍼에 오는 동무 여러분! 한해동안 고생하셨습니다.새해에도 모두 건강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