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건국과 정부수립이라는 용어를 그냥 혼용했다.그런데 요즘 일각에서는 건국이 맞다는 주장을 떠나 아예 광복절을 건국절로 하자는 움직임조차 있다.나는 평소 보수파의 글도 상당히 많이 읽는 편이라 어느 정도 그들의 주장에 익숙한 편이지만 이번 정부만큼 경직된 이념을 주장하는 경우는 역대보수 정부와 비교해도 매우 특이하다.이번에 검토할 논문은 <시대정신 2008년 여름호>에 실린 이주영 (이승만의 건국활동과 좌우합작론의 극복)이다.참고로 이 계간지는 뉴라이트에서 펴내는 학술지이며 이 곳 광주 광역시에는 작년까지는 경영자 총연합회에서 도서관에 기증했다가 올해엔 전국경제인 연합에서 기증하고 있다.이주영 씨는 현재 우남 이승만 연구회장이다.
이 논문은 이승만이 국내외의 좌우합작주의자들의 방해와 회유를 뿌리치고 일제시대 때부터 지녔던 반공이념을 관철하여 대한민국 탄생을 이끌어 냈다고 주장한다.특히 좌익과의 투쟁도 투쟁이지만 김구,김규식,여운형 등 좌우합작 주의자들과의 투쟁을 강조하고 있다.논문의 일관성은 뚜렷하지만 결론에서 두드러지듯이 교조적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반공이념이 강경하다.
이승만의 단독정부론을 반대하는 세력에 미국 국무성의 비둘기파를 지목한 것 까진 좋은데 이들을 좌파 이념이라고 한 것은 좀 그렇다.하기야 이 논문엔 김구나 김규식도 좌우합작,남북협상론자이니 역사에서 배척해야 될 노선의 주창자라는 투의 주장을 하는 정도니까.특히 하지가 좌우합작을 추진한 것을 들어 마치 이승만의 발목을 잡는 좌익에 동조하는 인사인 것처럼 주장한 것은 묘하다.사실 하지와 이승만의 갈등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해석이 있었는데 미국 측 학자도 하지는 이승만 지지자라고 밝힌 적이 있다.
미소 공동위원회는 김규식,여운형의 좌우 합작 활동과 동시에 일어났으며 이때 이승만은 단정노선을 밀어붙이려고 미국의 조야에 직접호소를 하러 간다.여기서 장개석은 애초의 김구 지지에서 변하여 이승만의 강력한 반공주의를 지지하게 되었다고 이주영은 주장하고 있다.이때 이승만은 미국에서 귀국 도중 도쿄에서 맥아더의 도움으로 중국에서 장개석을 만났다.1947년 초의 이 만남에서 장개석이 김구보단 이승만을 지지하게 된 원인으로 이주영은 공산당과의 내전을 통해 반공주의의 가치를 더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이승만 맥아더 하지의 관계에 대해선 별도의 연구가 필요하다.
이주영 씨가 가장 강경한 반공이념을 내세운 것은 말미의 결론이다.그는 제헌헌법의 전문에는 임시정부와의 관련성을 나타내는 문구가 없음을 주장한다.3,1운동의 위대한 독립정신을 계승한다는 구절을 임시정부를 계승한다는 식으로 해석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특히 이주영은 1948년 5월 31일 제헌 국회 개원식에서 이승만이 "이 국회에서 건설되는 정부는,즉 기미년에 서울에서 수립된 민국정부의 계승이니"라는 구절을 인용하여 1948년에 수립된 대한민국은 상해 임정이 아닌 한성 임정을 계승한 것이라고 했다고 주장했다.이에 김구도 수긍했다고 하면서.
우리 헌법개정의 역사를 보면 전문에 3,1 운동 뿐 아니라 대한민국 임시정부(상해 임정-중경 임정)가 직접 나타난 것은 1987년 10월 제 9차 개정헌법에서였다. 이주영은 이에 대해 당시 6.29선언 이후 좌경화의 분위기에서 일어난 결과라고 했다.또 이로써 대한민국은 반공국가에서 좌우합작국가로 바꾸어 감을 의미한다고도 하며 그 이유로 임시정부는 1942년부터 좌파들을 받아 들인 좌우합작정부였기 때문이라고 했다.그의 글을 직접 인용하면
...이러한 체제변화는 이승만을 비롯한 건국의 아버지들이 의도하지 않았던 뜻밖의 결과였다.예상치 못한 변화 때문에 지난 20년간 대한민국은 국가 정체성 문제에서 혼란에 빠졌고,그 결과 좌파와 우파가 정면으로 대결하는 이념적인 내전 위기를 겪었던 것이다....
예전의 보수정권들도 초대정부를 임시정부와 이렇게까지 갈라놓으려고 하지는 않았다.심지어 올초에 월간조선이 특집으로 마련한 건국의 공로자로는 이승만,김성수와 함께 분명히 김구를 포함시켰다.하지만 이번 ,정부 및 우익들의 8,15행사에선 임정과 김구를 이승만과 완전히 떼어놓아버렸다.그동안 임정과 역대보수 정부를 어떻게든 이어보려고 했던 이현희 같은 보수파 학자들은 이번 행사가 굉장히 당혹스러웠을 것이다.최근엔 박정희를 높이 평가하는 두툼한 전기까지 내면서 보수색채를 강조한 그였는데...
나는 현정부가 실용주의 정부가 아니라고 본다.대단히 이념지향적이고 그것도 역대 보수정부 중 가장 교조적인 반공이념을 내세우고 있다고 본다.임시정부,김구와 이렇게까지 대립각을 세우는 이유를 아직까지 모르겠다.그들의 행사엔 건국만세! 이승만 만세! 만 있었다.이제 김구마저 안고 갈 필요가 없으니 이 참에 확실히 정리하자고 방침을 정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