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아나 도쿄
한정현 지음 / 스위밍꿀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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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일본의 한 고등학교 댄스부의 퍼포먼스 영상이 인터넷상에서 큰 화제가 되었다. 일본 버블 시기의 복고풍 패션과 진한 메이크업, 맨발로 추는 댄스를 그대로 재현한 영상을 보면서 수많은 일본인들이 환호했고, 심지어는 외국인들도 그 영상에 관심을 보였다. 그중에는 한국의 여성 코미디언들이 있었고, 그들은 몇 달 간 지옥훈련을 불사하며 그 영상에 나온 댄스를 완벽하게 마스터했다. 그들이 바로 김신영, 송은이, 신봉선, 안영미, 김영희(현재는 탈퇴)로 구성된 '셀럽 파이브'이다.


셀럽 파이브의 데뷔곡 <셀럽이 되고 싶어>를 아는 사람이라면, 한정현의 소설 <줄리아나 도쿄>에 나오는 '줄리아나 도쿄'의 분위기를 비교적 쉽게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줄리아나 도쿄는 허구의 공간이 아니라, 1991년부터 1994년까지 사회 현상으로 불릴 만큼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디스코 클럽의 이름이다. 줄리아나 도쿄를 찾은 여성들은 <셀럽이 되고 싶어>를 부르던 시절의 셀럽 파이브처럼 몸에 쫙 붙는 짧은 드레스를 입고, 배우처럼 화려한 화장을 하고, 손에 쥘부채를 들고 펄럭이며 신나게 춤을 췄다. 매일 밤 수천 명이 찾아와 춤을 추고 놀았던 인기 클럽이 갑자기 문을 닫은 이유가 무엇인지 소문은 무성하지만 정확한 답은 없다.


<줄리아나 도쿄>는 줄리아나 도쿄에 가본 적도 없고 그 시절에 일본에 살지도 않았던 한국 여성이 줄리아나 도쿄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과정을 그린다. 여성의 이름은 한주. 한국의 한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 진학한 한주는 같은 대학원에 다니는 남자친구의 폭력에 시달리다 한국어를 말하지 못하는 병에 걸리고, 쫓기듯이 일본으로 간다. 어느 노부부의 도움으로 도쿄에 잘 정착하게 된 한주는 서점에서 일하다 유키노라는 남성을 알게 된다. 둘은 경제적 이유로 함께 살게 되고, 연인 관계는 아니지만 더없이 편하고 따뜻한 관계를 유지한다. 그러던 어느 날 유키노가 갑자기 사라지고, 한주는 유키노에 관해 묻는 전화를 받는다. 놀랍게도 그 전화는 한국에서 걸려온 전화다.


<줄리아나 도쿄>에는 한주와 유키노 외에도 여러 인물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들의 공통점은 남성 중심 사회로부터 차별 또는 배제되는 것을 넘어 직접적으로 남성에게 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맞았으면 도망치거나 살려달라고 소리치라고 말하지만, 맞아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맞았을 때는 너무 놀라고 당황스러워서 도망치거나 살려달라고 소리쳐야 한다는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을. 설사 정신을 차리고 용기를 내서 도망치려 해도 발이 떨어지지 않고, 거나 살려달라고 소리치려 해도 입에서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줄리아나 도쿄에 대해 알게 된 한주는 그곳이 단순히 하룻밤 신나게 놀고 떠나는 유흥의 장소가 아니라, 일상에선 목소리도 낼 수 없고 제대로 숨조차 쉴 수 없는 여성들이 유일하게 에너지를 발산하고 스트레스를 방출할 수 있는 곳이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줄리아나 도쿄가 사라진 후, 그 '유일한 장소'를 잃어버린 여성들이 어떻게 되었을지를 궁금해한다. 과연 그들은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소설을 다 읽고 검색창에 줄리아나 도쿄를 입력해봤다. 검색 결과 2008년 1일 한정 이벤트로 '줄리아나 도쿄 부활 이벤트'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 현장을 취재한 뉴스 영상도 볼 수 있었다. 영상에 나오는 한 여성은 현재 아이 둘을 키우는 워킹맘으로, 줄리아나 도쿄가 하룻밤만 부활한다는 소식을 듣고 옛날 생각이 났다고 했다. 그가 예전처럼 몸에 쫙 붙는 미니 드레스를 입고 신나게 춤을 추는 모습을 보니, 나도 한주처럼 직접 가본 적도 없는 줄리아나 도쿄가 그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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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이 좋아! - 핀란드.스웨덴.덴마크.노르웨이 건축 디자인 여행
나시에 지음, 이현욱 옮김 / 미디어샘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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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보기 힘든 북유럽 여행 책인데다가 디자인에 특화된 내용이라서 좋았습니다. 만화도 귀엽고 재미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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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이 좋아! - 핀란드.스웨덴.덴마크.노르웨이 건축 디자인 여행
나시에 지음, 이현욱 옮김 / 미디어샘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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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으로 유명한 나라는 어디일까? 핀란드?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이 모든 나라들이 모여 있는 곳이 바로 북유럽이다. 일본의 일러스트레이터 나시에의 <북유럽이 좋아!>는 디자인에 관심 있는 여행자들을 위한 최적의 북유럽 여행을 소개하는 책이다. 만화라서 누구나 편하게 읽을 수 있고, 저자가 직접 여행하면서 겪은 일화나 깨알 팁도 실려 있어서 여행 전에 참고하기 좋다.


핀란드를 대표하는 건축가는 '알바 알토'다. 핀란드에는 영화 <카모메 식당>의 촬영지이기도 한 '카페 알토'를 비롯해 알바 알토가 설계한 수많은 건축물이 있다. 헬싱키에서 트램을 타고 30여 분을 가면 알바 알토의 건축 사무소 겸 스튜디오였던 '스튜디오 알토'와 알바 알토가 실제로 살았던 '알토 하우스'에 갈 수 있다. 스튜디오 알토는 알바 알토가 세상을 떠난 후에는 알토 재단의 사무소로 쓰이고 있으며, 스튜디오 알토와 알토 하우스 모두 관광객들을 위한 가이드 투어를 진행한다. 헬싱키에는 알바 알토의 가구로만 꾸며진 '호텔 헬카'라는 곳도 있다.


노벨상 하면 스웨덴이 떠오르지만, 노벨평화상만 노르웨이에서 수상식을 개최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오랫동안 크고 작은 분쟁이 끊이지 않았던 스웨덴과 노르웨이 양국의 화해와 평화를 기원하는 의미로 노벨평화상만 매년 12월 10일 노르웨이 오슬로 시청사에서 수상식을 진행한다. 오슬로 시청사에는 박물관이 부럽지 않을 만큼 대단한 예술 작품이 많이 있다. 입구의 문에는 바이킹으로 보이는 병사와 용의 조각이 새겨져 있으며, 1층 로비에는 유럽 최대 규모의 유화가 걸려 있다. 2층에는 '뭉크의 방'이 있어 뭉크 팬들의 발길을 잡아 끈다.


저자는 사미족이 사는 라플란드 지역에도 가봤다. 사미족은 오래전부터 북극권에서 살았던 원주민으로. 지금도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러시아 북부 지역에 넓게 퍼져 살고 있다. 매년 2월에는 사미족의 전통 축제이자 매년 4만 5천 명 이상이 찾는 북유럽 최대 규모의 시장인 '요크모크 윈터마켓'이 개최된다. 한국에선 라플란드, 사미족, 요크모크 윈터마켓에 관한 정보를 구하기가 워낙 힘들어서 이 책에 실린 정보가 무척 귀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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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은 안녕하시다 1 - 성석제 장편소설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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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석제 작가님 소설 처음 읽어보는데 재미있네요. 1권 읽고 재미있어서 2권도 구입했습니다.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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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은 안녕하시다 1 - 성석제 장편소설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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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단순하다면 단순하고, 복잡하다면 복잡하다. 단순한 삶을 복잡하게 만들고, 복잡한 삶을 단순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어떤 사람과의 만남이 아닐까. 성석제의 장편소설 <왕은 안녕하시다>는 부유한 할머니를 둔 덕에 걱정 없이 지내다 우연히 어린 세자와 의형제를 맺는 바람에 역사의 풍랑에 휘말리게 된 '나'의 이야기를 그린다.


'나'의 아버지는 북벌 운동한다고 임경업 장군을 따라나섰(다는 소문이 있)고, '나'의 어머니는 남편이 떠난 후 십 년 넘게 시름시름 앓다 세상을 떠났다. 이후 '나'는 할머니 손에 맡겨졌는데, 이 할머니가 조선 제일의 기생집을 운영하는 '일세의 여걸'인 덕에 '나'는 어려서부터 기생집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천민들부터 나랏일을 좌지우지하는 권세가의 양반들을 모두 보며 자랐다. 할머니는 부디 손자가 공부에 집중해 과거 급제하고 입신양명하길 바랐으나, 기생집에서 자라며 세상 돌아가는 꼴을 지켜본 '나'는 어차피 공부해봤자 양반들 좋은 일 해주는 거라는 걸 알았다. 그래서 '나'는 할머니의 눈을 피해 도성 안팎으로 놀러 다니며 사고 치기에 전념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우연히 한 소년을 알게 되었다. 나이는 열 살이라는데 수려한 외모, 영특한 머리, 위엄 있는 행동만 봐도 보통 아이가 아님을 저절로 알 수 있었다. 소년은 형이 없어서 형 하나 있는 게 소원이니 제발 자신의 형이 되어달라고 빌고 또 빌었다. '나'는 생전 처음 보는 소년에게 형이 되어 달라는 말을 들으니 뜬금없고 황당했다. 하지만 소년이 하도 간곡하게 청을 해서 들어지지 않을 수 없었고, 소년이 이 나라의 세자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이미 오랜 시간을 같이 보내 정이 깊게 든 후였다. '나'와 세자가 둘도 없는 의형제 지간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나'와 세자, 세자의 가장 가까운 신하, 이렇게 셋뿐이다.


몇 년 후 세자는 왕위에 오르고, 훗날 그는 '숙종'이라는 묘호를 받는다. 숙종은 왕위에 오르자마자 '나'를 궁으로 불러 왕을 호위하는 대전별감 자리를 주고, 자신이 시키는 일을 해달라고 부탁한다. 평생 기생집 손자로 호의호식하며 살 생각이었던 '나'는 숙종의 제안이 달갑지 않지만, 둘도 없는 의형제의 부탁이고 또 어명이기도 해서 거절하지 못하고 들어준다. 숙종에게는 선대부터 계속된 예송 논쟁을 마무리 짓고, 북벌파와 북학파의 대립을 정리하고, 종주국인 청나라와의 관계를 우호적으로 바꿀 책임이 있는데 어느 하나 만만한 과제가 아니다.


'나'는 숙종을 돕는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역사의 중심에 있게 되고, 송시열, 송준길, 윤휴, 김만중, 변승업 등 당대를 수놓은 인물들과 만나게 된다. 그중에는 훗날 '장희빈'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진 장옥정도 있고, 인현왕후도 있다. 1권은 주요 인물들이 등장하고 당대의 분위기를 묘사하는 정도라서 본격적인 이야기는 2권에서 주로 펼쳐질 듯하다. 어서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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