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가난을 어떻게 외면해왔는가 - 사회 밖으로 내몰린 사람들을 위한 빈곤의 인류학
조문영 엮음 / 21세기북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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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 조문영의 책. 저자는 대학에서 폐강이 될까 염려하며 '빈곤의 인류학'이라는 수업을 개설했다가 의외로 많은 학생들이 수업을 찾은 것을 보고 놀랐다. 수업을 찾은 학생들은 대개 두 종류의 빈곤에 관심이 많았다. 하나는 글로벌 빈곤이었고, 다른 하나는 청년 빈곤이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이른바 명문대에 진학한 학생들에게도 빈곤은 더 이상 남의 문제가 아니었다. 아르바이트를 몇 개씩 해도 값비싼 등록금과 월세를 감당하기 힘든 경제적 빈곤, 학교에서도 가정에서도 마음 터놓고 지낼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감정적 빈곤, 여기에 실존의 빈곤, 마음의 빈곤까지 느끼고 있다고 많은 학생들이 호소했다.


저자는 수업에서 대다수 학생들의 관심사를 좇아 글로벌 빈곤과 청년 빈곤 문제를 오가던 중, 살짝 방향을 바꿔서 우리 사회의 주변부에 있는 빈곤 문제를 살펴보기로 했다. 반(反)빈곤 활동가들과 학생들의 만남을 주선해 한국 사회에서 가시화되지 못하고 점점 타자화되고 배제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저자는 복지 수급자, 홈리스, 철거민, 장애인, 영세 상인, 노점상, 쪽방촌과 저소득층 밀집 지역 주민과 함께 해온 반빈곤 활동가 10인을 선정해 '청년, 빈곤을 인터뷰하다'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학생들을 열 팀으로 나눠 활동가와 그가 속한 단체의 활동을 이해하기 위한 공부를 한 뒤 저자와 동행하여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책은 그 결과물이다.


로젝트에 초빙된 반빈곤 활동가 10인의 면면은 이렇다.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 이원호, 빈곤사회연대 김윤영, 논골신용협동조합 유영우, 난곡사랑의집 배지용, 관악사회복지 은빛사랑방 김순복, 동자동 사랑방마을 주민협동회 선동수, 홈리스행동 이동현, 노들장애인야학 한명희, 민주노점상전국연합 최인기,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 공기 등이다.


책을 읽으면서, 대학을 졸업한 지 십여 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의식이 대학생들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닫고 여러 번 반성했다. 논골신용협동조합 유영우 이사장을 만난 자리에서 학생들은 이렇게 물었다. "처음 주거권 투쟁을 벌일 때 '저 사람들은 스스로 노력하지 않아서 가난한 건데 왜 떼를 쓰느냐'는 다른 주민들의 반응도 있었다 들었습니다. 주거권을 모두의 '권리'로 인식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유영우 이사장이 내놓은 답변의 요지는 이렇다. 한국 사회는 가난을 사회의 문제가 아닌 개인의 문제로 치부한다. 하지만 실제로 가난은 사회구조적인 문제가 더 크다. 이런 식으로 매사를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면 권리의식이 줄어든다. 주거권은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사람이 다 누려야 할 권리'다. 이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지, 대통령이나 권력자가 아니다. 남의 권리가 박탈당할 때 나의 권리도 박탈당할 수 있다는 걸 깨닫고 함께 연대할 때 비로소 권리가 인정된다.


이어지는 인터뷰에서 학생들은 또 이렇게 물었다. "젊은 세대들은 무임승차 문제에 상당히 민감합니다. 다른 사람보다 내가 더 많이 기여하면 손해를 본다는 인식이 있기도 하고요. 실제로 그런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나요?" 이에 대해 유영우 이사장은 "무임승차? 요즘 애들이 협동조합하려면 힘들겠다, 참."이라며 웃은 후, '협동조합은 이기심이 아닌 이타심을 기반으로 운영된다'는 가치와 원칙을 이해해야 한다고 답했다. 내가 이 자리에 있었다면 얼굴이 화끈거렸을 것 같다. 나의 권리에는 민감하면서 남의 권리에는 무관심했던 내가 한심해서, 나의 손익은 따지면서 공동체의 손익은 따지지 않았던 내가 부끄러워서. 이 밖에도 어깨를 죽비로 내리치듯 깨달음을 주는 대목이 많아서 두고두고 찬찬히 읽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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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어떻게 세상의 중심이 되었는가 - 김대식의 로마 제국 특강
김대식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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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읽어내는 과학>, <어떻게 질문할 것인가> 등을 쓴 KAIST 김대식 교수의 새 책이다. 과학과 인문학 모두에 통달한 저자가 21세기 대한민국에서 하필 지금 '로마 제국'에 관한 책을 들고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가 로마 제국에 관한 책을 쓴 이유는, 단순히 모든 길은 로마로 가고 서양 문명의 대부분은 로마 제국에 빚을 지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 책은 놀랍게도 로마 제국의 흥망성쇠를 기술하기 이전에 인류 문명의 기원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알다시피 현재 인류의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의 역사는 인류의 가장 오래된 직계 조상이라고 볼 수 있는 오스트랄로 피테쿠스가 인류, 즉 '호모'와 분류되기 시작한 300만 년 전에 시작되었다. 호모 사피엔스는 30만 년 전 동아프리카 초원에 처음 등장한 이후 유라시아 대륙으로 이주하며 퍼졌다. 아프리카 대륙을 떠난 호모 사피엔스는 기원전 3000년경 야생마를 가축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호모 사피엔스는 유랑하고 목축하는 생활에서 정착하고 농사짓는 생활로 옮겨갔다. 그러면서 점차 사회적 협업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사회적 협업에 필요한 언어 능력이 발달되며 뇌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예술, 종교, 문화 등의 현상도 생겨났다.


이후 세계 각지에서 문명이 발생했고, 지중해를 사이에 두고 미케네 문명과 이집트 문명이 융성했다. 로마는 카르타고가 그리스를 멸망시키고, 그 카르타고를 멸망시키면서 사실상 지중해의 패자(覇者)로 자리매김했다. 로마의 강점 중 하나는 현실주의다. 로마는 전통을 고수하기보다는 지금 도움이 된다면 바로 바꿔버리는 문화를 가지고 있었다. 로마는 카르타고와 치르는 해전에 이기기 위해 전쟁에 필요한 배를 열심히 개발했고, 다양한 전술을 만들어내 전투력을 높였다. 이 과정에서 로마의 기술이 크게 발전하고 정치, 사회, 문화가 확실하게 자리 잡았다.


그랬던 로마가 결코 영원한 영광을 누리지 못하고 멸망한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불평등'이라고 답한다. 로마는 직업군인이 아닌 시민군인으로 군대를 운영했다. 그조차도 경제력이 있어서 스스로 무기와 갑옷을 조달할 수 있는 사람들만이 시민군인이 될 수 있었다. 전쟁이 터지면 중산층 가정의 아버지 또는 장남이 참전했고, 그동안 수입원이 없어진 가족들은 세넥스(일종의 귀족)의 노예로 전락했다. 전쟁에서 승리하면 엄청난 수의 노예가 생기는데 이 또한 세넥스의 차지가 되었다. 중산층 누구도 무료로 일하는 노예보다 더 저렴하게 일할 수 없으니 실업난이 극심해졌다. 공화정 마지막 시기에 로마의 실업률이 70~80퍼센트에 육박했을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공화정이 몰락하고 삼두정치 끝에 옥타비아누스가 정권을 잡았다. 옥타비아누스는 사실상 왕 또는 황제였으나 스스로를 왕 또는 황제라고 칭하지 않고 아우구스투스라고 칭했다(아우구스투스란 최고 존엄이라는 의미의 라틴어다). 이렇게 아우구스투스의 시대가 개막되고 제국이 보수화되면서 로마는 기존의 활력을 잃고 멸망을 향해 치닫게 되었다. 내용이 마냥 쉽지만은 않지만 한 번쯤 읽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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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불륜 1
히가시무라 아키코 지음, 김주영 옮김 / 와이랩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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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좋아하는 '친한파' 만화가로 유명한 히가시무라 아키코의 최신 연재만화 <위장불륜>이 마침내 단행본으로 국내에 정식 발행되었다.


히가시무라 아키코는 1999년 <후르츠 박쥐>로 데뷔해 2010년 <해파리 공주>로 고단샤 만화상을, 2015년 <그리고 또 그리고>로 일본 만화 대상을 수상한 작가로 알려져 있다. <도쿄 후회망상 아가씨>, <미식탐정 아케치 고로>, <설화의 호랑이> 등 다수의 인기 작품을 보유한 히가시무라 아키코는 최근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바로 한일 양국의 웹툰 사이트를 동해 같은 작품을 동시에 연재하는 것이다. 그 작품이 바로 한국의 네이버 웹툰과 일본의 LINE 만화에서 동시 연재 중인 <위장불륜>이다.





내용은 이렇다. 주인공은 올해로 서른 살이 된 하마 쇼코. 결혼하고 싶어서 3년째 미팅, 소개팅, 맞선 파티 등 온갖 시도를 다 해봤고 TV 맞선 프로그램에도 나가봤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현재까지 솔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다니던 회사에서 계약까지 만료되어 졸지에 실업자가 된 쇼코는 한국 여행을 결심한다. 쇼코와 달리 좋은 대학 나와서 좋은 회사 취직하고 그 회사에서 좋은 남자 만나 결혼한 언니는 쇼코에게 "너도 이제 서른이야! 진지하게 결혼 자리 알아봐야지!"라며 잔소리를 퍼붓는다.


열받은 쇼코는 출국 전 언니에게 코트를 빌려 입었다가 코트 주머니에서 언니의 결혼반지를 발견한다. 쇼코는 반지를 어떡하나 고민하다 반지를 잃어버릴 뻔하는데, 이때 반지를 찾아준 사람이 바로 문제의 남자 박 조반희다. 25세 한국 남성인 조반희는 일본에서 대학을 졸업해 일본어가 유창하다. 조반희의 잘생긴 외모와 친절한 매너에 반한 쇼코는 엉겁결에 그 반지는 자신의 '결혼반지'라고 말해 버린다. 쇼코는 유부녀라고 하면 조반희가 자신을 덜 부담스러워할 거라고 생각해서 거짓말을 한 건데, 방법이 과했는지 조반희는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쇼코에게 대시하며 쇼코의 마음을 뒤흔든다.





서른 넘었다고 여자로서 끝이라며 좌절하는 여자 주인공의 모습이 처음엔 보기 싫었는데(일본에는 왜 아직도 이런 생각이 남아있는 걸까), 한국 간다고 비행기 타자마자 멋진 연하남 만나서 퐁당 사랑에 빠지는 모습을 보니 귀엽고 재미있고 몰입이 잘 됐다(쇼코 파이팅!!). 작가의 말대로 한국 남성 중에 저렇게 멋있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아키코 선생님, 저 서울 갔었는데 저런 훈남은 옆에 없던데요" "없어 없어 그런 사람"), 만화는 허구이고 상상은 자유이니 괜찮지 않을까.


1권은 쇼코와 조반희의 서울 투어가 주요 내용이라서 일본인의 눈에 비친 서울의 모습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서울에서 보내는 두 번째 날 아침 둘이서 신촌의 명물 토스트를 먹는 모습도 귀엽고, 한국 와서 한국 음식을 한 번도 못 먹어봤다는 쇼코의 투정에 조반희가 "한국 음식은 신오쿠보에서도 먹을 수 있잖아요."라고 답하는 장면도 재미있었다(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ㅋㅋㅋ). 레인보우 케이크는 무슨 일이 있어도 꼭 먹고 간다는 작가님의 말에 나도 조만간 먹어볼 생각이다. 얼마나 맛있길래 ㅎㅎㅎ





<위장불륜>은 올해 7월부터 니혼테레비를 통해 드라마로 제작, 방영될 예정이다. 주인공 쇼코 역을 맡은 배우는 무려 일본의 인기 배우 안! 상대역인 조반희 역을 맡은 배우는 신인 배우 미야자와 히오인데 사진을 찾아보니 외모가 확실히 훈훈하다 ㅎㅎㅎ 참고로 작가님은 강동원의 열렬한 팬이며, 조반희는 '위너'의 남태현을 모델로 만든 캐릭터라고 한다. 안X강동원 조합도 괜춘할듯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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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보스토크 셀프트래블 - 2019-2020 최신판 셀프 트래블 가이드북 Self Travel Guidebook
정승원 지음 / 상상출판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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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가 꽂혀있는 여행지는 블라디보스토크다. 한 달 전 홋카이도에 다녀왔는데 자연 환경도 무척 좋고 날씨도 온화해서 다음에는 비슷한 위도에 있는 블라디보스토크에 가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 가장 가까운 유럽이라는 점, 나의 로망 중 하나인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출발지라는 점도 매력적이다. 


마침 여행 전문 출판사 상상출판에서 블라디보스토크와 하바롭스크, 이르쿠츠크의 여행 정보를 담고 있는 여행 가이드북 <블라디보스토크 셀프트래블> 2019~2020년 최신 개정판을 출간했다. 이 책을 쓴 정승원은 1년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생활하는 여행 전문가로, <괌 셀프트래블>, <베트남 셀프트레블>, <필리핀 셀프트래블>, <홀리데이 파리> 등의 책을 집필한 바 있다.





블라디보스토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나라인 러시아에서도 동쪽 끝에 위치한다. 블라디보스토크는 '러시아의 샌프란시스코'를 표방하는 러시아 극동지역 최대의 무역 항구도시다. 블라디보스토크는 과거 구소련 태평양 함대의 최전선 기지였기 때문에 오랫동안 외국인의 출입이 금지되었다가 1992년에야 외국인의 출입을 허용했다. 덕분에 중세 유럽의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다른 유럽 도시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남아 있는 편이다.​


하바롭스크는 블라디보스토크의 북쪽에 위치하는 유럽풍 도시다. '아시아에서 가장 가까운 유럽'이라는 타이틀은 사실 블라디보스토크보다 하바롭스크에 걸맞다고 한다. 고풍스런 유럽식 건물들이 그대로 남아 있어 '시베리아의 파리'라고 불리는 이르쿠츠크는 바이칼 호수 서쪽에 위치한다. 바이칼 호수는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호수이자 가장 깊고 깨끗한 호수로 알려져 있다.





과거에 비하면 러시아를 찾는 여행자가 크게 늘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러시아 하면 일본이나 중국에 비해 낯설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게 느끼는 여행자들을 위해 저자는 러시아 여행에 관해 자주 묻는 핵심 질문 9가지에 대한 답변을 소개한다. 


러시아는 안전한가. 저자의 답변은 '그렇다'이다. 구 사회주의 국가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와 러시아 백인 우월주의자에 대한 두려움으로 걱정을 표하는 여행자가 많지만 과거에 비하면 줄어드는 추세다. 그렇다고 관광지를 벗어나거나 으슥한 곳을 혼자 다니는 것은 어느 나라에서나 위험한 일이니 삼가는 것이 좋다. 러시아는 추운가. 저자의 답변은 '그렇다'이다. 겨울에 추운 만큼 여름에는 상대적으로 시원하고 선선해서 여행하기에 훨씬 좋다.





러시아에서는 외국인이 많은 관광지에서도 영어가 안 통하는 경우가 많으니 구글 맵스, 구글 번역기 등을 전천후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 이 책에는 구글 맵스, 구글 번역기를 비롯해 여행자에게 꼭 필요한 여행 애플리케이션에 관한 소개가 잘 되어 있다.


구글 맵스는 내 위치에서 목적지까지 도보안내 서비스는 물론 버스노선과 소요시간, 하차 정류장, 버스 요금까지 알려준다. 구글 번역기는 러시아어에서 한국어로 번역 설정만 해두고 사진기 모양의 버튼을 터치한 후 러시아어에 대고 사진 찍듯 하면 한국어로 자동 번역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밖에도 숙소, 교통 수단, 맛집 예약 등에 필요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미리 깔아두고 여행을 한다면 훨씬 편리할 것이다.





수많은 여행 마니아들의 로망 중 하나인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관한 소개도 자세히 나와 있다. 시베리아 횡단열차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시베리아를 가로질러 모스크바까지 9,288km를 달리는 열차로 일주일 가량 소요된다. 최근 한국에서 블라디보스토크로의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인기가 높아지는 추세다.


책에는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종류와 객실 종류, 열차 예약 방법, 준비물 등이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객실 내에는 뜨거운 물이 항상 비치돼 있으므로 물만 부으면 먹을 수 있는 컵밥, 컵라면 등을 미리 준비해가면 좋다. 화장실에서 머리 감기가 쉽지 않아 드라이 샴푸를 챙겨가면 좋다. 객차 안에서 환기가 잘 안 되기 때문에 김치처럼 냄새가 많이 나는 음식을 가져가면 현지인들에게 폐가 될 수 있다.





책에는 시베리아 극동지역에서 반드시 해봐야 할 것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러시아 하면 뭔가 무섭고 경직되어 있을 것 같다는 인상이 있지만, 러시아도 결국 사람 사는 곳이다. 놀거리도 많고 즐길거리도 많다. 러시아 사람들 또한 겉보기엔 무뚝뚝해 보여도 다들 순박하고 정이 많다. 


저자는 극동 러시아의 하이라이트로 세계 최고의 청정지역인 바이칼 호수, 러시아판 올레길이 있는 루스키 섬, 맛좋은 러시아 음식, 풍부한 해산물, 러시아의 자랑인 국립 마린스키 극장 공연, 러시아 전통 서커스 등을 소개한다. 이뿐만 아니라 극동 러시아에서는 한민족의 역사와 흔적을 살펴볼 수 있고, 구소련의 문화유산도 볼 수 있다. 겨울에는 시베리아의 혹한을 체험할 수도 있다.





한국에선 맛보기 힘든 러시아 음식을 맛보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경험이다. 러시아는 다양한 민족으로 구성된 나라인 만큼 유럽, 중앙아시아, 동아시아의 전통 음식이 혼합된 독특한 음식 문화를 가지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는 항구 도시인 만큼 일년 내내 신선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저자는 러시아에서 꼭 먹어봐야 할 음식들로 일종의 연어구이인 오물, 곰새우, 치킨 키예프, 나폴레옹 케이크, 보르시, 펠메니, 피로그 등을 소개한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는 한국의 3분의 1정도 가격으로 킹크랩, 곰새우, 왕새우 등의 해산물을 맛볼 수 있다. 차가버섯, 캐비어, 보드카, 벨루가, 초콜릿, 치즈, 견과류 등도 유명해 기념품 또는 선물용으로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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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백 대신 배낭을 메고 - 소설가의 활력 갱생 에세이
유이카와 케이 지음, 신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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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어깨너머의 연인>으로 나오키상을 수상한 작가 유이카와 케이의 산문집. 동네 뒷산에 오르는 것도 무리일 만큼 저질체력이었던 저자가 별안간 등산의 매력에 빠져 에베레스트 등정에 도전하기까지의 일들을 그린다.


저자가 등산에 빠진 계기를 이야기하려면 저자의 첫 반려견 '루이'에 대해 말해야 한다. 어린 시절 저자는 애니메이션 <알프스 소녀 하이디>에 나오는 요제프를 무척 좋아했다. 요제프와 같은 세인트버나드 대형견을 키우는 것이 평생의 소원이었다. 2000년 10월 마침내 저자는 세인트버나드를 반려견으로 맞았다. 루이라는 이름도 지어줬다. 문제는 혹한의 스위스 산악 지역 출신인 세인트버나드가 도쿄의 더위를 버틸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여름이 오자 루이의 상태가 이상해졌다. 씩씩거리며 거친 숨을 몰아쉬고 침까지 흘리면서 온종일 누워 있었다.


고민 끝에 저자는 루이를 위해 가루이자와로 이사를 하기로 결심했다. 여름철에도 시원해서 피서지로 유명한 가루이자와라면 루이도 쾌적한 생활을 할 수 있으리라 예상했다. 예상대로 루이는 가루이자와에서 건강하게 잘 살았다. 세인트버나드치고는 천수를 누렸다고 할 수 있는, 9년 5개월을 살고 2010년 3월에 세상을 떠났다. 루이가 세상을 떠난 후 저자는 하루하루를 맥없이 멍하니 보냈다. 루이와 함께 걸었던 산책로, 루이가 뛰놀던 산과 들을 볼 때마다 깊은 상실감을 느꼈다. 보다 못한 남편이 집 근처에 있는 아사마 산에 가보자고 제안했다. 저자가 너무 저질체력이라서, 근처에 있는데도 차마 오를 생각을 못 했던 산이었다.


등산이라면 끔찍할 정도로 싫었지만 이상하게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행의 고통이 루이를 잃은 상실감을 잊게 해줄 거라고 내심 기대했던 것도 같다. 그렇게 오른 아사마 산이 의외로 좋았다. 물론 몸은 엄청 힘들었다. 숨이 가쁘고 한 발짝 한 발짝이 고행이었다. 하산할 때는 구르듯이 내려왔다. 이튿날부터 근육통에 시달렸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다시 오를 거야.' 그렇게 저자는 등산의 매력에 점점 빠져들었다. 이후 저자는 후지산을 비롯한 일본의 유명한 산들을 차례로 정복한다. 2015년 9월에는 에베레스트 등정에 도전하기도 했다.


등산의 등 자도 몰랐던 저자가 등산 전문가 못지않은 등산 마니아로 거듭나는 과정도 재미있지만, 저자가 마치 도장 깨기 하듯 도전하는 일본의 산 이야기도 흥미롭다. 저자의 집 근처에 있는 아사마 산은 2004년 9월에 분화한 적도 있는 활화산이다. 분화 후 화산재가 심하게 날리는 바람에 숨쉬기가 힘들어 한동안 방진 마스크와 보안경을 쓰고 다녀야 했다. 가루이자와에 있는 또 다른 산인 하나레 산에는 야생 멧돼지를 비롯해 곰, 원숭이, 양 등 온갖 동물들이 살고 있다. 산에서 멧돼지나 곰을 만나는 건 한국에서도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쳐도 원숭이와 양이라니! 언제 한 번 나도 일본에서 등산을 해보고 싶다.


일본을 대표하는 여성 등산가의 이름도 알게 되었다. 그 이름은 바로 다베이 준코. 1975년 여성 산악인 최초로 에베레스트 등반에 성공한 다베이 준코는 남성 일색이었던 산악계에 큰 공적을 남겼다. 등반팀이 여성으로만 이루어졌다는 점도 놀랍다. 이후 다베이 준코는 여성 최초 7대륙 최고봉 등정을 비롯해 첫 등정, 첫 등반의 기록을 무수히 남겼으며, 국내외 훈장, 영예상, 공로상 등을 수없이 받았다. 네팔에 쓰레기 소각로 건설, 사과나무 심기 등 세계 산악 환경 보호 운동에도 앞장섰다. 저자가 쓴, 다베이 준코의 삶을 그린 소설 <준코의 정상>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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