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다움이 만드는 이상한 거리감 - 페미니스트가 말하는 남성, 남성성, 그리고 사랑
벨 훅스 지음, 이순영 옮김, 김고연주 / 책담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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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적 남성뿐 아니라 여성 안의 남성성을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서 구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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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으로, 치앙마이 (드로잉북 포함) - 일러스트레이터 이다의 카메라 없는 핸드메이드 여행일기 내 손으로 시리즈
이다 지음 / 시공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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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길었던 연휴의 끝이 보인다. 아쉬움을 달래며 어젯밤에는 이다 님의 신작 <내 손으로, 치앙마이>를 읽었다. 


<내 손으로, 치앙마이>는 <내 손으로, 발리>, <내 손으로, 교토+오사카>에 이은 내 손으로 여행기 시리즈 제3탄이다. <내 손으로, 발리>가 여행 일기를 그대로 옮긴 듯한 '핸드메이드 여행 일기'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고, <내 손으로, 교토+오사카>가 꾸밈없고 숨김없는 생활밀착형 여행기를 선보였다면, <내 손으로, 치앙마이>는 형식 면에서나 내용 면에서나 이전 두 책보다 훨씬 진화된 모습을 보인다. 





이번 치앙마이 여행 기간은 무려 두 달. 이전까지 2주 이상 해외에 체류해본 적 없었던 저자로선 크나큰 모험이 아닐 수 없었다. 저자는 '태국 2달 살기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기 위해 친구 둘을 포섭했다. 이다와 깅, 모. 이들 셋의 공통점은 비정규직 예술노동자이며, 82년생 동갑이고, 비혼 마이웨이 인생을 살고, (가장 중요한) '젝키팬'이라는 것 ㅋㅋ 


물가 비싸고 인심 각박한 한국 생활에 지쳐있던 이들에게 '태국 2달 살기 프로젝트'는 단순한 관광이나 여행이 아니라, 한국보다 물가가 저렴하고 상대에게 너그러운 문화를 지닌 태국에서 향후 장기적으로 머물러도 괜찮을지 가능성을 모색하는 일종의 실험과도 같았다(여행작가 김남희의 책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살아보기>에도 같은 아이디어가 나온다).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생활과 결합된 장기 여행이다 보니 여행지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뿐만 아니라 그곳에서 먹고, 자고, 사는 것에 관한 이야기의 비중이 높다. 숙소 생활의 고충이라든가, 장기 여행자의 짐인 빨래 문제라든가, 시도 때도 없이 출몰하는 벌레 문제라든가, 매끼를 해결할 저렴하고 맛 좋은 식당 찾는 문제라든가, 작업하기에 편안한 환경을 지닌 카페를 찾는 문제라든가. 


외국에서 오랫동안 혼자 있을 때 느끼는 정신적인 번민이나 친구들과 함께 생활할 때 부딪칠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도 저자는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저자와 친구들은 각자 자신의 의견을 솔직하게 말하고 서로 그 의견을 존중해주는 관계인 듯하다. 가기 싫은 곳엔 안 가고. 먹기 싫은 건 안 먹고. 이렇게 솔직할 수 있고 터치하지 않는 친구 사이. 참 부럽다. 





사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동남아시아 여행에 1도 관심이 없었다. 같은 돈이면 일본이나 중국에 가겠다고 생각했다. 이 책을 읽고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는 몰라도 태국에는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가장 끌리는 건 음식이다. 이 맛있어 보이는 음식들을 엄청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 있고 심지어 한국에서 먹는 태국 음식보다 맛도 좋다니. 심지어 서브웨이 샌드위치도 한국보다 맛있다는 말에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한국 서브웨이도 맛있는데 태국 서브웨이가 더 맛있으면 대체 얼마나 맛있는 걸까ㅠㅠ). 





직접 눈으로 보고 있으면서도 자기 눈을 믿을 수 없다는 태국의 유적들도 궁금하다. 밤마다 또는 주말마다 열리는 행사도 궁금하고, 좀처럼 화를 내지 않는 태국 사람들의 인심도 궁금하다. 살짝 무서운 건 시도 때도 없이 출몰하는 모기와 바퀴벌레, 그리고 낮에는 축 처져 있다가 밤이 되면 돌변한다는 개들... 이 밖에 태국 여행할 때 유용한 애플리케이션도 소개되어 있고, 우버 택시를 이용하는 법도 나와 있고, 현지에서 투어 가이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법도 나와 있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남는 이야기는 뭐니 뭐니 해도 '할머니 식당'이다. 저자가 두 달 동안 태국에 머물면서 할머니 식당보다 저렴하고 음식 맛 좋고 인심까지 푸근한 곳은 없었다고. 여행을 마치고 공항에서 한국인 여행자들을 만났을 때 느낀 복잡한 마음이나, 한국에 돌아와서 다시 느낀 태국의 장점들도 인상적이었다. 벌써부터 이다 님의 다음 여행기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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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진 구루구루 애장판 1
에토 히로유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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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에 어린 시절을 보낸 내게 <전설의 마법 쿠루쿠루>는 그야말로 '전설'처럼 기억되는 만화다. <슬램덩크>, <세일러문> 등 지금도 일본 만화계에서 다시 나오기 힘든 명작으로 손꼽히는 작품들이 줄줄이 나오는 가운데 <전설의 마법 쿠루쿠루>가 발했던 존재감이란. 아무리 봐도 용사와 마법 소녀라기보다는, 같은 반 남자아이와 여자아이 같은 '니케'와 '코코리'가 딱히 목적도 없고 의욕도 없이 천진난만한 얼굴로 모험을 즐기는 모습은 보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바로 그 만화가 올해 7월 애니메이션 <마법진 구루구루>로 리메이크되었고, 그에 맞춰 <마법진 구루구루 애장판> 1권과 2권이 국내에 정식 출간되었다. 한국에서 방영된 애니메이션과 원작을 거의 그대로 재현한 애장판은 번역상 약간의 차이가 있다. 일단 제목이 다르다. 한국에서 방영된 애니메이션 제목은 <전설의 마법 쿠루쿠루>인데 원작과 애장판의 제목은 <마법진 구루구루>다. 여자 주인공 이름은 '코코리'가 아니라 '쿠쿠리'다. 니케는 '용사'가 되기 위해 모험을 떠난 것이 아니라 '용자'가 되기 위해 모험을 떠난다. 이 밖에도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찾아보면서 읽으면 재밌겠다.





<마법진 구루구루>를 다시 보면서 느낀 건데, 니케는 뺀질뺀질 하게 굴고 허풍 떨 때가 가장 니케답고 귀엽다. 용자가 되기 위해 여행을 떠나기 전에도 니케는 뺀질뺀질한 녀석이었다. 젊은 시절 용자가 되고 싶었던 니케 아버지는 니케가 자신의 꿈을 대신 이뤄주길 바랐고, 그리하여 니케가 딱히 원하지 않는데도 용자가 되기 위한 여행을 보낸다. 아버지가 젊을 때 썼던 낡은 투구를 선물로 주자 이런 게 내 스타일이라며 폼 잡는 니케. 그런 니케를 꼴 뵈기 싫어하며 날려 버리는 니케 아버지.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다 ^^





니케가 뺀질뺀질 하지만 귀염성이 있는 딱 그 나이대의 남자아이라면, 쿠쿠리는 그동안 어떤 사연 때문에 그 나이대로 살 수 없었던, 조금은 불쌍한 여자아이다. 쿠쿠리는 '미구미구족'이 발견해 자기들만이 써온 마술인 '구루구루'를 펼칠 수 있는 미구미구족 최후의 생존자다. 13년 전 미구미구족의 생존자라는 남자가 찾아와 구구루루 교전(敎典)과 쿠쿠리를 노파에게 맡겼고, 노파는 남자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쿠쿠리를 집 안에 가둬놓고 키웠다. 


노파로서는 쿠쿠리를 보호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했지만, 쿠쿠리로서는 가족도 없고 친구도 없이 혼자서 생활하는 것이 답답했고, 미구미구족 최후의 생존자로서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마법 공부만 하는 것이 지겨웠다. 그러던 차에 스스로를 용자라고 일컫는 니케가 나타나 함께 모험을 떠나자고 하니 반가울 수밖에. 어려서부터 힘든 나날을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밝고 씩씩한 쿠쿠리가 나는 참 좋다.





<마법진 구루구루> 전체를 통틀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에피소드는 니케와 쿠쿠리가 모험을 떠나기 직전에 시장에서 모험에 필요한 물건을 사는 대목이다. 생애 처음으로 시장에 가본 쿠쿠리는 예쁜 옷도 사고 싶고 액세서리도 사고 싶다. 하지만 알고 보니 쿠쿠리가 입고 있는 칙칙한 망토가 방어력이 가장 높은 데다가 충동구매를 하면 안 된다고 니케가 말려서 쿠쿠리는 마음을 접는다. 그런데 저 멀리서 달려온 니케가 쿠쿠리에게 뭔가를 건네준다. 그것은 니케가 자신에게 필요한 철검을 사고 남은 돈으로 산 꽃장식 머리핀 ^^ 평소에는 뺀질뺀질하고 허세가 가득해도 쿠쿠리 마음은 기가 막히게 아는 니케가 귀엽다 ^^





<마법진 구루구루>의 인기 캐릭터 '북북춤 할아버지'도 오랜만에 보니 참 반가웠다. 북북춤 할아버지가 등장하는 순간 북북춤 할아버지 전용 배경 음악(띠라디라디라 띠라디리라~)이 들려오는 듯한 기분이 든 건 내 착각일까 ^^ 이제 보니 북북춤 할아버지가 일본 배우 타케나카 나오토를 닮은 듯하다 ^^





<마법진 구루구루>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인 깁플도 나온다(깁플 오랜만이야 ㅠㅠ). 난 이렇게 얼굴이 몽실몽실하고 표정이 묘한 캐릭터가 좋다 ^^ 이제 보니 깁플이 카카오 프렌즈 캐릭터 어피치를 닮은 듯하다(아니, 어피치가 깁플을 닮았다고 해야 하는지도) ^^





<마법진 구루구루 애장판> 1권에는 초판 한정 부록인 아크릴 스탠드가 포함되어 있다. <전설의 마법 쿠루쿠루>를 봤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20년이 흘러 애장판을 소장하게 될 줄이야. 이 스탠드를 볼 때마다 마음이 뭉클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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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하고 싶지만 고립되긴 싫어 - 1인가구를 위한 마을사용설명서
홍현진.강민수 지음 / 오마이북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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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를 위한 마을은 없나요?" 오마이뉴스 기자 홍현진과 뉴스타파 기자 강민수가 공저한 <독립하고 싶지만 고립되긴 싫어>는 1인 가구를 위한 공동체를 찾는 사람에게 권하고픈 마을공동체 안내서다. 


마을공동체라고 해서 반상회나 어머니회 같은 이미지를 떠올렸는데, 이 책에 소개된 1인 가구 마을 공동체는 주제와 형태가 훨씬 다양하다. 주거비 부담을 덜기 위해 공동주거 플랫폼을 만든 '우리동네사람들', 여성 1인 가구를 위한 '그리다협동조합', 도시 한복판에서 에코 라이프를 외치는 '이웃랄랄라', 신용 대신 신뢰를 주고받는 청년연대은행 '토닥' 등 정부가 제공하는 복지 혜택이나 기업이 선보이는 서비스 대상에서 소외되기 쉬운 1인 가구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공동체가 대부분이다. 


혼자 살든 둘이 살든 살림이라는 걸 해야 하는데, 1인 가구에는 살림이 생략된 것처럼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1인 가구라고 하면 집안에 온통 라면과 일회용품이 가득하거나 그게 아니면 정반대로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골드미스이거나. 텔레비전에서 흔히 보여주는 1인 가구에 대한 양극단의 이미지가 있다. 사실 대부분의 1인 가구는 양극단이기보다 그 사이 어딘가에 있는데... (73쪽)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1인 가구 공동체는 청년연대은행 토닥이다. "토닥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은 단순하다. 만 15~39세, 매달 5000원 이상의 출자금과 10000원 이상의 조합비를 내면 조합원이 될 수 있다. 가입 후 바로 돈을 빌릴 수 있는 건 아니다. 예를 들어, 30만 원을 대출받기 위해서는 '출자 1개월 이상 또는 토닥 씨앗 다섯 톨 이상'이라는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토닥 씨앗은 토닥 조합원 교육, 소모임 등의 활동에 참여할 때마다 쌓이는 활동 지수다." (122쪽) 일종의 마이크로 크레디트인데, 같은 아이디어를 대학 등 일정 규모 이상의 단체에서 시행해봐도 좋을 것 같다. 


도시의 일부를 농지로 전환하는 전환마을 프로젝트도 인상적이었다. 서울 은평의 갈현 텃밭 프로젝트에 참여한 소란은 한 달 벌이가 100만 원가량이지만, 직접 키운 야채를 먹고 술도 담가 먹고, 가까운 거리는 걸어서 다니고, 주거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셰어 하우스에서 지내서 한 달 지출이 통신요금 등을 합해 50만 원쯤 된다. 1시간 일해서 시급 얼마를 버는 것보다 창의적인 일을 하는 게 더 생산적일 수 있다는 그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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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있을 곳이 없다고 느낄 때 - 어느 곳에 있어도 편하지 않는 당신을 위한 공간 심리학
미즈시마 히로코 지음, 정혜주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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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쓴 미즈시마 히로코는 게이오기주쿠대학 의학부 정신신경과 교수이자 대인관계요법 전문 클리닉 원장이다. 저자는 책에서 내가 마음 편히 있을 곳이 없다고 여기는 느낌의 정체는 무엇인지, 또 어떻게 하면 나를 위한 안식처에서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지 등을 설명한다. 


이 책에서 인상적이었던 건 이런저런 팁이나 기술보다도 저자 자신이 직접 체득한 경험이다. 저자는 몇 년 전 도치기에서 중의원 선거에 입후보해 두 번 당선하고 5년간 일한 경력이 있다. 처음 입후보했을 때 주변 사람들로부터 걱정 어린 말을 많이 들었다. 지연도 없는 지역에서 의사 출신이 선거에 나가 당선될 리 없다고들 했다. 당선된 후에도 도치기 사람들로부터 '외부인은 믿을 수 없다'는 시선을 적잖이 받았다. 


저자는 도치기를 '내가 있을 곳'으로 만들기 위해 남다른 노력을 했다. 중요한 활동을 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집마다 방문했다. 국회가 있는 도쿄와 지역구인 도치기를 매일 같이 오갔다. 명절은 반드시 도치기에서 보냈고, 지역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가해 가마를 타기도 하고 떡메 치기를 하기도 했다. 그제야 도치기 사람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었고, 의원을 그만두고 나서도 인연이 계속되었다. 


결국 내 자리는 내가 만드는 것이다. 큰 일이든 작은 일이든 내 일처럼 앞장서고 혼신을 다 하면 누가 달려들어도 밀려나지 않는 내 자리가 생긴다. 이 밖에 저자가 미국 AH 센터로 자원봉사를 하러 떠났을 때의 일화나 한방을 공부할 때의 일화 등이 인상적이었다. 이만한 학력과 경력을 지닌 사람도 낯선 곳, 낯선 무리 속에선 소외감을 느끼고 외로움에 시달린다. 그렇게 생각하니 여러 사람과 있을 때 종종 불편함을 느끼는 내가 덜 초라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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