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인대학교 낯가림학과 졸업하기 - 낯가림 심한 개그맨의 우왕좌왕 사회 적응기
와카바야시 마사야스 지음, 전경아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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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문화를 좋아한 지 올해로 십오년 째다. 가요를 듣고, 드라마를 보고, 영화를 보고, 버라이어티 쇼를 보다가 2009년에야 '오와라이'의 세계를 알게 되었다. 오와라이란 일본 텔레비전에 등장하는 코미디를 일컫는 말로, 한국의 코미디와 몇 가지 다른 점이 있다. 이를테면 일반적으로 두 명이 콤비를 이루어 활동하며, 대부분의 콤비는 보케(바보 역할)와 츳코미(지적하는 역할)로 나뉘며, 한국의 코미디언처럼 버라이어티 쇼에 나와 토크를 하거나 개그를 선보이기도 하지만, '만담'이라는 이름의 콩트를 쓰고 그것을 연기함으로써 실력을 평가받는 일이 많다는 것 등이다. 



2009년 오와라이의 세계를 알게 되어 맨처음 좋아한 팀이 '오도리'다. 오도리는 중, 고등학교 시절 동급생이었던 와카바야시 마사야스와 가스가 도시아키가 결성해 십 년 가까이 무명이다가 2008년 일본의 유명 만담 페스티벌인 'M-1 그랑프리'에서 2위로 입상해 스타덤에 올랐다. 학교를 갓 졸업했다고 해도 믿을 만큼 앳된 외모의 와카바야시와 스포츠 선수처럼 깎은 머리와 분홍색 조끼가 트레이드마크인 카스가가 부드러운 표준어로 풀어나가는 만담은 이제 막 오와라이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내 귀에도 즐겁고 재미있게 들렸다. 그러다 한동안 오도리를 잊고 본진인 모 아이돌 그룹의 팬질을 하고 있었는데...



오도리의 와카바야시가 낸 책이 국내에 나왔다. 제목은 <사회인대학교 낯가림학과 졸업하기>. 인기 절정이던 2010년 8월부터 일본의 월간 잡자 <다빈치>에 '사회인 2학년'이라는 제목으로 연재한 칼럼을 엮었다. 코미디언이 되겠다는 일념으로 대학 졸업 후 취업을 포기하고 지금의 소속사에 들어간 와카바야시는 몇 년에 걸쳐 무명 생활을 하다가 서른을 앞둔 2008년에 기적적으로 M-1 그랑프리에 2위로 입상해 일약 스타덤에 올랐고 사회인의 반열에 가까스로 들어섰다. 



대학 4학년 때 지금의 소속사에 들어왔다.

그러고 나서 나라는 인간이 과거 내가 동경하던 사람들보다 얼마나 작은지, 현실을 직시하는 나날이 계속되었다. 도망을 치고 변명을 해도 '차이'만 부각될 뿐이었다.

마침내 사방이 막혀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게 되었을 때, 나는 나이를 먹어 만원 전철에 탈 자격도 잃었다.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것을 하자, 각오하는 척하며 그만둘 구실로 쓸 만담을 만들었다. 그런 될 대로 되라는 심정이 어느 날 우연과 충돌하고, 그 순간 사고를 일으켜서(2008년 M-1 그랑프리 입상) 시공이 뒤틀렸다. 공간에 큰 소용돌이가 생기고, 그 소용돌이에 휩쓸려 떠내려가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모래톱에 밀려 올라와 있었다. 그런 <걸리버 여행기>와 같은 스토리로 나는 처음으로 '사회'라는 물가에 떠밀려 올라왔다.


 

서른 직전에 들어온 사회는 결코 만만하지 않았다. 대중이 보기엔 인기도 많고 돈도 잘 벌고 유명인들과 화려한 생활을 하는 것 같지만, 인기가 언제 떨어질지 몰라 행동도 함부로 할 수 없고, 번 돈도 쉽게 쓸 수 없으며, 유명인이라도 업계 내에선 선후배 관계이고 동료이기 때문에 술자리에 빠지거나 분위기를 망치거나 센스 없는 행동을 하면 금방 지적을 받는다. 게다가 좋은 건 좋다고 말 못하는 주제에 싫은 건 또 직설적으로 말해서 곤란한 상황을 겪기도 하고, 업계 관행이나 방송 콘셉트를 좀처럼 납득하지 못하고 갈등하기도 한다. 와카바야시가 이런 상황, 이런 환경 속에서 일했구나 생각하니 찡한 한편, 그 서툰 모습이 꼭 나같기도 해 공감이 되었다.


 

확실히 전보다 생활에 있어 곤란을 겪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행복의 크기는 달라지지 않았다.

가스가는 변함없이 즐거워 보인다. 와카바야시는 변함없이 재미없어 보인다. 여기에 그 수수께끼를 풀 수 있는 열쇠가 있는 듯했다.

그런 열쇠를 쥔 순간이 있었다. 우리 오도리가 시각장애인 학교와 함께 일했을 때의 일이다. 아이들이 모조리 "가스가아!" 하고 파트너에게 몰려들었다. 내 쪽으로는 한 명도 오지 않았다. 나는 막연히 가스가의 외모가 특이해서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외모는 관계없었다. 가스가라는 남자는 자신감이 있고 여유가 있다. 아이들은 그걸 본능적으로 느끼고 가스가에게 다가간 것이다. 그와 동시에 내가 가진 숨 막히는 면도 느낀 게 아니었을까. (pp.214-5)



저자 와카바야시 자신에 관한 이야기가 가득한 이 책에 파트너 가스가의 이야기는 딱 한 편 나온다. 그런데 그 한 편이 참 감동적이다. 와카바야시와 가스가는 중, 고등학교 동급생 사이지만 분위기가 비슷하지도 않고 외모는 더더욱 닮지 않았다. 와카바야시는 중간 정도의 키에 좋게 말해 귀엽고 그냥 말해 평범하고 다소 소심해보이는 인상이라면, 가스가는 수영 대회에서 입상했을 만큼 체격이 좋고 몸이 잘 단련되어 있으며 호쾌한 인상이다. 와카바야시는 만담 대본도 전적으로 본인이 다 쓰고 방송에 나와서 토크도 열심히 하지만, 가스가는 대본도 안 쓰고 방송에서 어쩌다 발언 기회가 와도 분위기를 썰렁하게 만들기 일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도리의 '얼굴'은 가스가다. 인지도도 가스가가 더 높고, 유행어도 가스가가 남겼다. 그 이유를 와카바야시는 가스가의 천성인 자신감에서 찾는다. 자신에겐 없는 그 자신감을 와카바야시는 동경한다. 닮고싶어 한다.



2009, 2010년 최전성기 이후 (전에 비해) 활동이 다소 주춤했던 오도리는 최근 가스가가 한 국제 대회에서 입상하며 재조명 받는 중이다. 와카바야시는 여전히 좋게 말해 귀엽고 그냥 말해 평범한 얼굴로, 그러나 전보다 느긋해지고 여유 있는 모습으로 여러 방송에 출연하며 활약하고 있다. 만원 전철을 타는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아서, 비트 다케시나 다운타운 같은 즐거운 어른이 되고 싶어서 오와라이의 길을 선택했다는 그는 만원 전철을 타는 어른도, 비트 다케시나 다운타운도 아닌 와카바야시 자신만의 길을 걷고 있는 듯해 보기 좋다. <사회인대학교 낯가림학과 졸업하기>는 그런 그의 사회 초년병 시절이 기록되어있는 소중한 책으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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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먹는 법 - 든든한 내면을 만드는 독서 레시피 땅콩문고
김이경 지음 / 유유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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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일본 문고본 같은 느낌입니다. 외형은 심플하지만 내용은 알찰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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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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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에 읽은 소설 중 가장 묵직하고 가장 웅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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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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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이야기의 포로다. <아들>에 나오는 인물들에게도 아침마다 눈을 뜨게 하는 이야기가 있다. 정년을 코앞에 둔 경찰 시몬 케파스는 도박 중독의 수렁으로부터 자신을 구해준 아내 엘세를 실명의 위기로부터 구해야 하는 이야기가 있다. 마약에 빠졌다가 부유층의 혐의를 뒤집어쓰고 십이 년째 대신 복역 중인 소니에겐 가족을 지키기 위해 부패 경찰의 오명을 쓰고 자살한 아버지를 위해 복수해야 하는 이야기가 있다. 소니와 사랑에 빠진 마르타에게는 그녀가 일하는 마약 중독자들의 쉼터 '일라 센터'가 아직 미혼모를 위한 시설이었던 시절, 레지스탕스인지 독일군 첩자인지 모를 남자의 아이를 낳고 자살한 여자의 이야기가 있다. 소니가 어릴 적에 살던 집 건너편에 사는 소년 마르쿠스에게는 얼굴도 본 적 없는, 그래서 늘 혼자서 상상할 뿐인 아버지의 이야기가 있다. 



"아들의 의무는 아버지처럼 되는 게 아니라 아버지를 뛰어넘는 거니까."



소설의 중심은 아버지에게서 아들에게로 전승되는 이야기이다. 버지를 영웅으로 섬기다 못해 닮으려 애쓰다 문득 아버지의 실패며 비겁이며 추함을 깨닫고 자신도 그처럼 늙어갈 것을 두려워하게 되는 아들의 이야기는 어느 나라, 문화권에나 존재한다. <아들>의 '아들' 소니가 그렇다. 밖에선 강인한 경찰이고, 집에선 선량한 가장이었으며, 자신의 모든 장점과 재능을 아들이 닮기를 원했던 아버지를, 아들은 성실하게 사랑했고 어리석게 믿었다. 아버지의 부재를 못 이기고 마약에 빠진 아들은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되고 죄수들에게 신처럼 받들어지다가 그들의 복수를 대신하는 존재가 된다. 대신하는 존재. 인간의 죄를 대신 사함 받기 위해 죽었다가 부활한 예수를 작가는 염두했는지도 모른다.



그녀는 미쳤다. 그를 처음 본 순간부터 그랬다. 하지만 이 노란 집에 들어와 부엌 싱크대에 있던 아그네테 이베르센의 귀걸이를 발견하고 귀에 건 후에야 그녀는 비로소 깨달았다. 자신도 소니 로프투스 못지않게 미쳤다는 것을. (p.530)



아버지에게서 아들에게로 전승되는 이야기 못지않은 것이 사랑 때문에 고통받는 여자들의 이야기이다. 옛 이야기에는 자식을 지키기 위해 사랑하는 남자를 버리거나 혹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자식을 버리는 비정한 여인들의 이야기가 흔하다. 사랑하는 남자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목 매달아 죽은 여자가 낳은,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기의 울음소리가 몇십 년이 지난 지금도 들린다는 이야기를 믿지 않는 마르타는, 얼마 후 자신 또한 사랑해선 안 될 남자와 사랑에 빠져 목숨을 건 선택을 하는 처지에 놓인다는 사실을 꿈에도 상상 못한다. 자신의 눈 수술을 위해 경찰 인생 마지막을 걸고 '도박'을 하는 남편 시몬을 지켜보는 엘세, 형제처럼 붙어다니던 세 친구를 갈라놓고 알코올 중독에 시달리다 죽게 되는 헬레네 또한 자신들의 인생이 사랑 때문에 흔들리거나 망가질 줄은 몰랐을 터. 



인물 한 명 한 명의의 이야기가 씨줄과 날줄처럼 촘촘히 엮인 이 소설의 다음을 기대하건만, 그래서 시몬 케파스가 해리 홀레처럼 시리즈 전체에 걸쳐 그가 가진 어둠이 한 겹 한 겹 벗겨지는 인물이길 바랐건만, 아쉽게도 그의 어둠은 <아들>에서 모두 밝혀지고 만다. 시몬의 어둠을 끝까지 지켜본 후배 경찰 카리가 그의 이야기를 계승해주면 좋을 텐데. <아들>이 해리 홀레와는 또 다른 시리즈의 프리퀄이길 바라는 건 욕심일까. 요 네스뵈의 <아들>. 올 여름에 읽은 소설 중 가장 묵직하고 가장 웅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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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에 반하다 반하다 시리즈
송옥희 지음, 김경우 사진 / 혜지원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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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의 각 지역에 대해 역사, 문화 등의 정보를 다수 섞어 상세하게 설명한 점이 좋습니다. 다른 교토 여행서에 비해 깊이 있고 알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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