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름은. O.S.T.
래드윔프스 (Radwimps) 노래 / 예전미디어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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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을 보러 영화관에 갔을 때 가장 먼저 나를 압도한 것은 아름다운 화면만큼이나 강렬한 음악이었다. 나만 그렇게 느낀 것은 아니었는지 영화 개봉 이후 <너의 이름은> OST가 연일 화제가 되었다. 자연히 <너의 이름은> OST를 담당한 뮤지션이 누구인지 궁금해하는 사람도 많았다. 그들의 이름은 'RADWIMPS'. 현재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는 록그룹이다. 


<너의 이름은> OST 앨범을 듣기에 앞서 RADWIMPS의 이력부터 간단히 살펴보았다. 멤버 전원이 1985년생인 이들은 2001년 가나가와 현에서 밴드를 결성했고 2005년 메이저 데뷔를 달성했다. 감성적인 분위기와 독특한 가사로 서서히 인기몰이를 하다가 4집에 이르러 오리콘 차트 1위를 기록했으며, 2016년 <너의 이름은> 전체 OST를 담당하며 그해 가장 활약한 밴드로 이름을 올렸다.


RADWIMPS가 전체 제작한 <너의 이름은> OST는 <전전전세>, <Sparkle> 등 주제가 4곡과 극 중에 흐르는 배경음악 22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너의 이름은> OST는 제작하는 데 1년 이상이 걸렸으며 이는 오리지널 앨범을 제작하는 데 드는 기간에 필적한다. 그만큼 완성도가 높고 영화의 아름답고도 애절한 세계관을 잘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많은 사랑을 받은 주제가와 가사 없이 멜로디만으로 구성된 음악이 적절하게 배치되어 있어서 영화의 감동을 멋지게 재현했다는 평도 있다.


<너의 이름은> OST 앨범에는 <너의 이름은>을 사랑하는 팬이라면 놓치고 싶지 않을 선물이 들어 있다. 바로 영화에 나오는 아름다운 장면들로 구성된 재킷이다. <너의 이름은>은 꿈속에서 몸이 뒤바뀐 시골 소녀 '미츠하'와 도시 소년 '타키'의 이야기를 그린다. 서로 다른 두 개의 시간과 공간이 배경인 영화답게 장면 하나하나가 아름답고 신비롭다. 영화에 등장한 장면들이 하나하나 재킷 위에 재현되어 있는 것을 보니 괜히 마음이 벅찼다. 올여름 <너의 이름은> 우리말 더빙판이 공개될 예정이라는 소식을 들었는데 과연 어떨까? 어서 보고 싶다!


RADWIMPS는 한국에서의 뜨거운 인기와 성원에 힘입어 오는 6월 9, 10일 양일간 세 번째 단독 내한공연을 개최할 예정이라고 한다. <너의 이름은> OST를 통해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밴드인 만큼 <너의 이름은> OST에 실린 노래들은 꼭 부르겠지? RADWIMPS를 열렬히 좋아하는 동생에게 이 앨범을 선물해야겠다. 달달 외울 정도로 듣고 따라 불러서 오는 6월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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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정 - 20세기의 스무 가지 교훈
티머시 스나이더 지음, 조행복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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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째, 한나 아렌트의 책을 읽고 있다. 대학 시절부터 한 번은 정독을 하고 싶었는데 이런저런 핑계로 미뤘다. 그러다 최근 한길사에서 <전체주의의 기원>, <인간의 조건>,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묶은 세트를 출간했기에 이 때다 싶어 읽기 시작했다. 분량도 많고 내용도 어렵지만, 발췌로만 접해온 문장을 앞뒤 맥락을 알고 온전하게 읽으니 감동마저 느껴진다. 


한나 아렌트는 대표작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권위에 순응하는 다수의 태도가 독재를 가능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흉악한 살인마나 반사회적 인격장애자가 아닌 상부의 명령에 저항하지 않는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악이 자행된다는 '악의 평범성'이라는 개념도 이 책에서 나왔다. 


미국의 대표적인 홀로코스트 연구자이자 2013년 한나 아렌트상 수상자인 티머시 스나이더가 쓴 <폭정 : 20세기의 스무 가지 교훈>의 메시지도 다르지 않다. 163쪽밖에 안 되는 이 책에서 저자는 20세기 역사를 통해 인류가 배워야 할 교훈을 20가지로 추려 제시한다. 그중 핵심은 민주주의가 결코 자동적으로 폭정을 방지할 수 있는 제도가 아니며, 시민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소극적 또는 중립적인 태도로는 악으로부터 우리 자신을 보호할 수 없다는 것이다. 


20세기 유럽의 역사를 통해 인류가 얻어야 할 교훈은 히틀러나 무솔리니 같은 강력한 독재자가 출현했다는 사실보다 평범한 보통 사람들이 손에 총을 그러쥐고 이웃을 무참히 살해했다는 사실이다. 1938년 초, 히틀러가 오스트리아를 병합했을 때 오스트리아 나치가 유대인을 학대하는 동안 나치도 유대인도 아닌 평범한 사람들은 즐겁게 이 상황을 지켜봤다. 소련과 동유럽에서 공산 정권이 악행을 저지를 때 대다수 민중은 저항 대신 동조나 침묵을 택했다. 


홀로코스트를 생각할 때면, 우리는 아우슈비츠와 기계화된 비인격적 죽음을 떠올린다. 이것이 독일인들이 홀로코스트를 떠올리는 편리한 방식이다. (중략) 본질적으로 친위대 지휘관들뿐만 아니라 그들의 명령을 받았던 수많은 사람들이 전부 살인자였다. (64쪽) 


저자는 21세기에도 여전히 암약하는 폭정의 가능성을 막기 위해 일반 시민들이 할 수 있는 노력도 소개한다. 미리 복종하지 말라, 제도를 보호하라, 일당 국가를 조심하라, 세상의 얼굴에 책임을 져라 같은 정치적 구호가 있는가 하면, 어법에 공을 들여라, 진실을 믿어라, 직접 조사하라, 시선을 마주하고 작은 대화를 나누어라 같은 일상생활에 밀접한 조언들도 있다. 


저자는 영국의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조지 오웰을 인용해 국가를 내세워 인권을 억압하는 국가주의자들은 "끝없이 권력과 승리, 패배, 복수에 관해 생각하지만 현실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에 무관심한" 경향이 있다고 역설한다. 그러나 정치는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이나 이념이 아니다. 정치는 삶이며 개인의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우리가 하는 사소한 선택들은 그 자체로 일종의 투표 행위다. 그런 선택 하나하나가 장래에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가 치러질 가능성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2016년 저자는 설마 했던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것을 목도하면서 민주주의가 얼마나 불완전한 제도인지 다시 확인했다. 2017년 3월 10일 탄핵된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2년 대선에서 51.6퍼센트라는 대한민국 역사상 최고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당선되었다. 민주주의는 불완전하고 국민은 어리석은 선택을 한다. 이를 경계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적극적인 관심과 행동, 저항과 투쟁이다. "선거가 끝나는 곳에서 폭정이 시작된다"라는 저자의 말이 마음에 깊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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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술사 1 - 기억을 지우는 사람
오리가미 교야 지음, 서혜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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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란 결국 기억의 총합일지도 모른다. 오리가미 교야의 <기억술사>를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대학생 '료이치'는 잊고 싶은 기억을 지워주는 '기억술사'가 있다는 도시전설에 관심이 많다. 어려서부터 남매처럼 지낸 세 살 아래 소꿉친구 '마키'와 대학에서 만나 짝사랑하게 된 선배 '교코'가 기억술사에게 기억이 지워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료이치는 커뮤니케이션 개론 과목의 과제 리포트를 쓴다는 핑계로 기억술사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한다. 료이치의 조사에 따르면 기억술사는 기억을 지울 수 있는 괴인이다. 기억술사를 불러내는 방법이 몇 가지 있는데 기본적으로 기억술사는 자신이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 앞에 스스로 나타난다. 료이치는 기억술사를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기 어렵다. 괴로운 기억조차 그 사람의 일부이고, 기억 속에 있던 사람들에겐 상처가 된다고 생각한다.


처음엔 나도 기억술사를 만나고 싶었다. 잊고 싶은 기억을 잊게 해주는 기억술사가 있으면 편리할 것 같았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이 기억술사에게 기억이 지워져 고통받는 료이치를 보며 기억이란 쉽게 지울 수 없고 지워서도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잊고 싶은 기억도 나의 소중한 일부다. 잊고 싶은 기억이 있기 때문에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되는 효과도 있다. 잊고 싶다고 모조리 잊어버리면 반성도 교훈도 함께 사라져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되고 또다시 잊고 싶은 기억을 만들게 된다. 그런 도돌이표 같은 삶은 살고 싶지 않다. 


<기억술사>는 '감성 미스터리'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장르로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젊은이들의 사랑과 우정을 다룬 감성 소설이면서 호러, 판타지가 결합된 미스터리라는 점이 폭넓은 독자층을 확보하는 듯하다. 이 책은 2015년 제22회 일본 호러소설 대상 독자상을 수상하고 2017년 현재 일본 누계 판매 부수 25만 부를 돌파하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총 3부작이며, 1권 후반에 예상치 못한 반전이 있어 이어지는 2,3권도 얼른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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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결정짓는 다섯 가지 선택
로버트 마이클 지음, 안기순 옮김 / 책세상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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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톰 행크스 주연의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은 실존 인물인 프랭크 애버그네일의 이야기를 그린다. 아버지로부터 남을 속이는 기술을 배운 애버그네일은 10대 후반에 희대의 사기꾼이 되고 수표 위조범으로 활동하며 전 세계를 누빈다. 결국 경찰에 붙잡혀 12년형을 선고받지만, 그동안 습득한 위조 기술을 경찰에 제공해 감형 받고 현재는 직접 고안한 수표 위조 방지 시스템으로 연간 수백만 달러의 로열티 수입을 올리고 있다. 


젊은 시절에 애버그네일은 결코 올바른 결정을 하지 않았다. 정규 교육을 마치지 않았고, 학력과 경력을 위조해 직업을 얻었고, 가짜 신분으로 결혼했고, 지폐를 위조해 부를 쌓았다. 그렇지만 인생마저 최악으로 치닫지는 않았다. 은인을 만나 위기에서 벗어났고, 남들이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수준의 기술을 이용해 부와 명성을 얻었다. 단지 운이 좋았던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운의 작용 때문에 결정의 결과를 쉽게 예단할 수 없다는 것이 인생의 묘미가 아닐까.


경제학자 로버트 마이클이 쓴 <인생을 결정짓는 다섯 가지 선택>의 결론도 비슷하다. 이 책은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결정을 학업, 직업, 결혼, 출산, 건강 관리로 요약하고, 이를 두고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내리는 방법을 알려준다. 경제학은 효율성을 중시하고, 효율성은 최소 비용으로 최대 산출을 얻는 것을 최고로 친다. 그러나 가장 효율적인 것이 가장 합리적이진 않다. 


더욱이 인생에는 '시간 선호'가 있다. '마시멜로 실험'에 따르면, 아이들에게 마시멜로 1개를 보여준 다음 20분만 참으면 1개를 더 주겠다고 약속했을 때, 눈앞에 있는 마시멜로 1개를 먹은 아이는 20분을 참은 후 마시멜로 2개를 먹은 아이보다 훗날 학업 성취도가 낮았다. 하지만 학업 성취도가 낮은 아이가 반드시 불행하진 않다. 현재의 만족을 추구하는 사람이 미래의 만족을 우선시하는 사람보다 삶의 만족도가 항상 낮진 않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가 훨씬 수월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오'다. 삶에 있어 완벽한 결정이란 없다. 수많은 선택 중에 하나만 '옳고' 나머지는 모두 '틀린' 경우도 없다. 또한 사람마다 추구하는 가치와 선호가 다르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과 기회가 다르다. 운과 환경도 작용한다. 그러므로 남들과 똑같은 삶을 살려고 해선 안 되고 살 수도 없다. 결국 이런 삶도 좋고 저런 삶도 좋다는 것으로 수렴하니 대체 어쩌라는 건가 싶지만, 이런 삶도 좋고 저런 삶도 좋기에 삶은 살만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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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한 사유의 시선 - 우리가 꿈꾸는 시대를 위한 철학의 힘
최진석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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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록을 엮은 책이라서 문장이 쉬운 편입니다. 저자의 철학을 소개하는 총론 격의 책. 앞으로 구체적인 철학을 설명하는 각론 격의 책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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