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박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23
아모스 오즈 지음, 윤성덕 외 옮김 / 민음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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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의 이스라엘. 일라나는 학교에서 폭행 사건을 일으킨 아들 보아즈의 보석금을 마련하기 위해 전 남편 알렉스에게 편지를 쓴다. 미국 대학의 교수로 재직 중인 알렉스는 곧바로 돈을 주고 싶어하지만 알렉스의 변호사는 일라나의 현 남편 미쉘이 우파 단체에 소속된 시온주의자라는 점을 들며 거절을 권한다. 이 와중에 보아즈가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키고, 미쉘은 전 남편과의 편지 교환이 잦은 아내 일라나를 의심한다. 일라나는 알렉스의 돈을 받는 건 괜찮지만 알렉스와 편지를 교환하는 건 안 된다고 주장하는 미쉘에게 실망한다. 부모들 간의 갈등이 깊어지는 동안 보아즈는 점점 그들의 예상을 벗어나는 행동을 한다.


이스라엘 작가 아모스 오즈가 1987년에 발표한 소설 <블랙박스>는 등장인물의 편지를 이용해 이야기를 전개하는 서간체 소설의 형식을 따른다. 소설의 배경인 1970년대에는 지금처럼 인터넷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전화도 널리 보급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등장인물들이 편지로 소통하는 모습이 부자연스럽지 않다. 편지라는 형식을 통해 각 인물의 사연이나 생각, 감정 등을 더욱 밀접한 위치에서 알 수 있어 좋았고, 편지에 기록된 내용뿐 아니라 기록되지 않은 내용을 해독하는 재미도 있었다. (중심인물인 일라나 - 알렉스 - 미쉘이 주고받은 편지도 흥미롭지만, 개인적으로 알렉스와 그의 고용인(변호사)들이 주고받은 편지들이 상당히 흥미진진하고 웃음을 주었다.)


이 소설은 표면적으로는 일라나와 그의 전남편 알렉스, 현 남편 미쉘, 알렉스와의 사이에서 얻은 아들 보아즈를 중심으로 한 가족 소설로 읽히지만, 각각의 인물이 이스라엘의 역사 또는 현 정치 세력을 상징한다는 점에서 역사 소설 또는 정치 소설로도 읽을 수 있다. 부유하고 상대적으로 현대적, 진보적인 알렉스가 유럽계 유대인 아쉬케나지를 상징한다면, 전통적, 보수적인 미쉘은 북아프리카 출신 미즈락히를 상징한다. 이들의 자식인 보아즈는 둘 중 어느 누구의 길도 따르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는데 이는 작가인 아모스 오즈의 실제 경험을 반영한 것이라고 한다. 아모스 오즈의 다른 작품들도 읽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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