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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성, 인간의 재능
앤서니 스토 지음, 이유진 옮김 / 심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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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인간이 공격성이라는 중요한 재능을 갖지 못했다면, 결코 지금처럼 세상을 장악하지 못했을 것이고 심지어 하나의 ‘종’으로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라고 주장한 이는 영국의 정신과 의사이자 세계적인 정신분석학자인 앤서니 스토다. 앤서니 스토가 1968년에 출간한 책의 한국어판 <공격성, 인간의 재능>에는 저자가 공격성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일단 공격성은 정의하기가 매우 어려운 단어다. 타인에게 비난을 퍼붓고 폭력을 휘두르는 성질도 공격성에 포함되지만, 젖병을 달라고 얼굴이 새빨개지도록 울어대는 아기도, 절도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30년 형을 선고하는 판사도, 자신에게 무관심한 배우자의 애정을 되찾기 위해 갖은 수를 쓰는 사람도 공격적이라고 볼 수 있다. 저자는 이러한 넓은 의미의 공격성을 긍정적으로 본다. 공격성은 모든 살아 있는 생물체의 특성으로 보이는, 성장하고 삶을 파악하고자 하는 타고난 경향에서 비롯된다. 베스트셀러 <미움받을 용기>에 등장하는 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들러에 따르면, 공격성의 다른 이름은 권력에의 의지, 우월성 추구, 완벽 추구, 상승 추구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경우는 공격성이 화, 분노, 증오 등으로 바뀌는 경우다. 인간의 선천적인 본능인 공격성이 부모와의 대립이나 그로 인한 독립에의 욕구, 형제자매와의 경쟁, 또래집단 내부에서의 갈등, 사회와의 마찰 등을 통해 적당하게 분출되고 조절되는 경우에는 괜찮다. 하지만 공격성 자체를 부정당하거나 과도하게 공격성이 억눌러질 경우에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부모가 훈육이라는 이름으로 아이가 자유롭게 의견을 표현할 기회조차 박탈하거나, 반대로 부모가 아이가 일탈적인 행동을 할 때에도 아무런 재제를 하지 않을 경우 아이는 공격성을 억누르거나 제대로 표출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하게 된다. 


공격성이 부정적으로 나타나는 경우의 예로는 소수자 또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증오를 들 수 있다. 어느 지역 또는 사회에나 다수 또는 주류인 사람들이 소수 또는 비주류인 사람들을 배제하고 차별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서구 사회의 유대인, 인도의 불가촉천민, 일본의 부락민 등이 그렇다. 저자는 증오의 실체는 결국 투사이며, 사회적 약자를 증오하는 말은 결국 사회적으로 우월한 지위에 있는 사람들의 열등감 또는 콤플렉스의 발현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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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모르겠고 돈은 모으고 싶어 - 혼자 벌어도 든든한 1인 가구 돈 관리의 모든 것
김경필 지음 / 다산북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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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경제 시대에 철저히 대비하고 똑똑하게 재테크하기 위한 성공의 핵심 열쇠는 바로 '나 혼자 마인드'입니다. (중략) 직장 생활 8년 차에 4500만 원의 연봉을 받는 다영 씨의 현재 자산은 무려 2억 1천만 원입니다. 쉽게 믿을 수 없는 이 금액은 무조건 쓰지 않고 아끼기만 해서 모은 것이 아닙니다. 철저하게 '나 혼자 마인드'를 가지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돈 관리와 재테크를 꾸준히 해온 결과입니다. (9-11쪽) 


재무설계 전문가인 저자는 지난 9년 동안 2600명이 넘는 직장인들에게 저금리 시대에 적합한 월급 관리 방법을 조언해왔다. 이 과정에서 저자는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기보다 혼자서 살아가는 편을 택하고 있으며, 결혼을 하든 안 하든 간에 재테크는 여전히 중요한 문제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책에는 혼자 사는 사람이 늘어가는 요즘 같은 시대에 남다른 독립심을 가지고 스스로 경제적 판단을 내리며 주도적으로 돈을 굴릴 줄 아는 사람이 되는 방법이 나온다.


저자에 따르면 돈이 잘 모이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전형적인 특징이 있다. 첫째, 자신이 받는 월급의 액수와 매달 어디에 얼마를 쓰는지 정확히 모른다. 둘째, 정기적인 소득인 월급에 갇혀 매우 소극적인 저축을 한다. 셋째, 매월 통장을 떠도는 잉여자금이 매우 과다한 편이다. 이걸 반대로 하면 돈을 잘 모으는 사람이 된다. 자신이 받는 월급의 액수와 매달 어디에 얼마를 쓰는지 정확히 파악한다. 적극적으로 저축하고 소극적으로 지출한다.


저자는 여기에 돈과 친해지는 습관 몇 가지를 함께 소개한다. 돈을 잘 버는 것만큼 중요한 건 헛돈 쓰지 않는 것이다. 남들이 좋다고 해서, 뜬소문에 마음이 혹해 이것저것 손댔다가 돈을 날리면 그보다 안타까운 경우가 없다. 저자는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섣불리 투자하지 말고 일단 '스스로 생각하는 습관'을 기르라고 조언한다. 하루에 한 번 경제 기사 읽기, 3가지 황금지표 메모하기, 자신의 가치 변화 관찰하기, 초록색 검색창에 의존하지 않기 등만 잘 지켜도 경제를 보는 눈이 달라지고 돈에 대한 태도가 변한다. 


여가 시간을 보내는 방식이 생산인지 소비인지 확인하라는 조언도 인상적이었다. 여행을 하거나 쇼핑을 하거나 맛집을 찾아다니면서 돈을 쓰는 방식으로 여가를 보내는 사람은 소비형 여가를 즐기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체력 관리를 위해 산을 오르거나 각종 강연에 참석해 교양을 쌓거나 자기계발을 하는 방식으로 여가를 보내는 사람은 생산형 여가를 즐기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여행 블로그를 운영하거나 맛집 동영상을 제작해 공유한다면 소비형 여가를 생산형 여가로 바꿀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자신의 생활 습관을 점검하고 생산적인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도 재테크의 일환이 될 수 있다니 귀가 쫑긋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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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도서관 기행 - 오래된 서가에 기대앉아 시대의 지성과 호흡하다, 개정증보3판
유종필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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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도서관 기행>은 국회도서관장을 지낸 저자가 전 세계 유수의 도서관 70여 곳을 방문하며 보고 듣고 느낀 경험을 엮은 책이다. 2018년 2월 개정증보 3판이 출간되었으며(초판은 2010년 출간), 과거 한국인에게 금단의 땅이었던 쿠바의 국립도서관을 비롯해 덴마크 왕립도서관, 오스트리아 아드몬트수도원도서관을 방문한 기록이 추가되었다. 


책을 읽으며 각 나라를 대표하는 도서관의 위용에 감동했고, 나라마다 책을 대하는 자세가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에 놀랐다. 세계 최초의 도서관인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거대한 해시계처럼 새긴 원반형 지붕과 세계 각국의 문자가 새겨진 화강암 벽면을 눈으로 직접 보기 위해서라도 꼭 가보고 싶다. 오스트리아 아드몬트수도원 도서관의 프레스코 천장화도 육안으로 보면 얼마나 환상적일지 궁금하다. 러시아의 대학생들은 교과서를 사지 않고 도서관에서 빌려서 공부하고 학기가 끝나면 반납한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미국에선 도서관이 주민센터, 직업소개소 등의 역할을 한다는 사실도 인상적이었다. 


클레오파트라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단골이었다는 사실도 이 책을 통해 알았다. 클레오파트라는 그리스, 로마의 고전을 원전으로 읽었던 당대 최고의 지성인이며, 그의 지혜와 지략, 유려한 언변은 도서관에서 갈고닦은 내공에서 비롯되었다. 이를 알았는지 몰랐는지, 로마의 황제 카이사르는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을 불태워 클레오파트라의 분노를 샀다. 카이사르 사후 안토니우스는 터키 페르가몬도서관의 20만 장서를 통째로 배에 싣고 와서 클레오파트라의 연인이 되었다. 


런던이 자랑하는 대영도서관은 런던 시내 중심지 킹스크로스 역(9와 3/4 플랫폼에서 호그와트 행 기차를 탈 수 있다는 그곳) 근처에 위치한다. 여기서 유로스타 열차를 타면 해저터널을 통해 유럽 대륙은 물론 러시아, 시베리아, 중국, 신의주, 평양, 서울까지 연결된다. 병인양요 당시 프랑스가 약탈한 외규장각 도서를 반환받는 문제에 대해서도 나온다. 외규장각 도서는 프랑스가 조선을 침략하려 한 (프랑스 정부로서는) 부끄러운 역사를 보여주는 증거물인데 뭐가 좋다고 반환을 거부하는 걸까. 이해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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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꿈꾸는 나라 지혜의 시대
노회찬 지음 / 창비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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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 출판사가 각 분야의 명사들이 자신만의 길을 닦으며 깨닫게 된 지혜를 공유하는 '지혜의 시대' 시리즈를 선보였다. 故 노회찬, 김대식, 김현정, 변영주, 정혜신 등 주옥같은 저자 중에 내가 서평단으로 먼저 만나본 명사는 지난 7월 세상을 떠난 故 노회찬 의원의 책 <우리가 꿈꾸는 나라>다. 


이 책은 지난 2018년 2월 20일 창비에서 주최한 '지혜의 시대' 연속특강 중 故 노회찬 의원의 강연 '촛불시대, 정치는 우리 손으로'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강연 녹취 후 저자 교정 중에 노 의원이 갑작스럽게 유명을 달리하면서 유가족과 논의하여 이 책의 출간이 결정되었다. 유시민 작가의 추도사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의 추도사, 안재성 소설가가 정리한 노 의원의 약전이 함께 수록되었다. 


책을 읽는 내내 故 노회찬 의원의 음성이 귓가에 들리는 듯해 가슴이 먹먹했다. "우리는 모두 비포 크라이스트(Before Christ)가 아니라 촛불 이전, 비포 캔들(Before Candle) 시대에 태어났습니다."라는 문장을 읽을 때는 노 의원 특유의 재치 넘치는 말솜씨가 그리웠고, 개헌의 당위성에 대해 설명하면서 "한 사람 나이가 일흔인데, 태어나서 성형수술을 아홉 번 받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수술을 받은 때가 마흔 살 때였습니다. 그러면 일흔인 지금은 얼굴이 어떨까요?"라고 청중에게 되묻는 장면에서는 노 의원의 특기였던 촌철살인의 비유를 더 이상 들을 수 없음에 마음이 아팠다. 


정치를 하면서 고초를 여러 번 겪고도 여전히 정치권에 남아 있고 더 큰 정당에 가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청중의 질문에 대해 노 의원이 내놓은 대답도 마음을 무겁게 했다. "제 개인만 생각하면, 으리으리한 당에 들어가서 더 많은 기회를 노렸을 수도 있었겠지요. 하지만 미래를 내다보면, 여전히 우리나라에 제대로 된 진보정당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이야 진보정당이 작지만 나중에 커지면서 거목 같은 정치인이 나올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저 같은 고참이 개인을 생각해서 편한 길을 찾으면 누가 진보정당을 키우겠습니까." 


공익보다 사익을 우선시하고, 대의가 아닌 눈앞의 당리당략을 챙기기에 급급한 정치인들이 판치는 이 나라에서 이런 정치인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대한민국을 故 노회찬 의원이 꿈꾸었던 나라로 만들 의무와 책임은 이제 우리 손으로 넘어왔다. 노 의원이 강연 말미에 청중들에게 당부한 대로 '이게 나라냐'라고 외쳤던 우리들이 당당하게 '이게 나라다', '나라다운 나라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날이 앞당겨지도록,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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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아델
레일라 슬리마니 지음, 이현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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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다섯 살, 신문사 기자인 아델은 부족한 것이 없어 보인다. 남편 리처드의 직업은 의사이며 아델에게 다정하고 헌신적이다. 세 살 난 아들 뤼시앙은 가끔 말을 안 들어서 아델의 속을 썩이지만 그 나이 또래답게 명랑하고 건강하다. 일과 가정. 모든 여자들이 꿈꾸는 걸 다 가진 듯 보이는 아델이건만, 어쩐지 아델의 마음은 너무나 허전하고 권태롭다. 남편 친구, 친구의 애인, 직장 상사, 바에서 우연히 마주친 남자, 인터넷에서 만난 남자, 업무상 만난 남자 등등 수많은 남자와 잠자리를 같이 해도 아델의 마음은 좀처럼 채워지지 않는다. 시도 때도 없이 목마른 개처럼 남자를 탐하고 몸을 내준다. 


이 도발적인 소설을 쓴 작가는 2016년 <달콤한 노래>로 프랑스 최고 문학상인 공쿠르 상을 수상한 레일라 슬리마니다. 레일라 슬리마니의 데뷔작 <그녀, 아델>은 가정이 있는 유부녀가 남편 아닌 남자에 대해 끊임없이 성적 욕망을 느끼는 모습을 그렸다는 점에서 같은 프랑스 작가인 구스타브 플로베르의 <보바리 부인>이나 러시아 작가 레프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를 연상케 한다. 한 여성의 내면에 잠재된 자기 파괴적 욕망이 어떤 식으로 그녀 자신을 망치고 사회와 불화하게 만드는지를 그린 점은 레일라 슬리마니의 다른 작품인 <달콤한 노래>와도 통한다. 


소설을 읽는 내내 아델의 내면에만 집중했는데, 소설의 원제를 알고 나니 아델의 내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남편 리처드와의 관계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소설의 원제는 <식인귀의 정원>으로, 여기서 식인귀는 끊임없이 남자를 탐하는 아델로 볼 수도 있고, 아델을 끊임없이 통제하려 드는 남편 리처드로 볼 수도 있다. 소설에서 아델은 남편 아닌 남자와 몸을 섞은 부정한 여자라고 손가락질 당하기보다 곁에 아무 남자도 없는 상태를 더욱 두려워하는 것으로 나온다. 옮긴이의 말에 따르면 이는 성욕 과잉증, 성적 강박증, 혹은 섹스 중독증이라고도 불리는 님포매니악의 전형적인 증상 중 하나라고 한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증상은 아니지만, 그 증상이 남성 중심적인 사회 내에서 한 여성을 어떻게 망가뜨리고 파괴하는지는 이 소설을 통해 잘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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